‘2010년 4월 6개 투자사가 투베어픽처스라는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48억 원을 입금했다. 투베어픽처스는 이 돈을 고스란히 CJ E&M에 송금했다. 이때 CJ 직원이 은행 지점에서 입·출금을 주도했다. 투베어픽처스 관계자는 “CJ가 우리 영화에 투자해주겠다고 해 CJ에 계좌만 빌려줬다”고 말했다. CJ E&M의 담당 임원은 “당시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6개 회사가 CJ E&M에 바로 48억 원을 송금하면 될 터인데 왜 중간에 다른 회사의 계좌를 거쳤냐는 게 의혹의 얼개였다. 이 기사에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투베어픽처스 관계자’라는 익명 취재원이 등장한다.
보도가 나간 후 CJ 측은 “허위사실로 회사의 명예가 손상됐다”면서 이 취재원 H씨를 고소했고 검찰은 H씨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대기업이 자사 관련 기사를 보도한 언론사는 놔두고 기사에 등장하는 익명 취재원을 상대로 명예훼손 고소를 한 것은 이례적이다.
“신동아 기사 허위 아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21단독 재판부(재판장 진재경)는 최근 H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기사가 허위가 아니라는 취지로 봤다. 다음은 이와 관련한 판결 내용이다.“H씨가 적시했다는 사실의 요지는 CJ가 이 사건 영화의 제작과 무관한 투베어픽처스 명의의 계좌를 이용해 창업투자회사들로부터 자금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해당 창투사들이 48억 원을 투베어픽처스 명의의 계좌로 입금해 그 돈이 곧바로 CJ 측 계좌로 이전된 것은 사실이다.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사정 등을 종합하면 투베어픽처스는 이 사건 영화의 제작사가 아니고, 투베어픽처스 명의의 계좌는 CJ가 창투사로부터 자금을 받은 통로로 이용된 것으로 보인다.”
신동아 보도 후 중소기업청도 48억 원에 대한 조사 결과를 담은 문서에서 “상기 영화 투자 과정에서 영화 투자금이 제작사 계좌가 아닌 다른 회사 계좌를 통해 배급사에 입금됐고, 투자금 입금 과정이 제작사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이뤄지는 등 문제점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또한 “상기 영화에 대한 창업투자회사의 투자 과정에서 창업지원법에 따른 선관주의(善管注意) 의무가 충실히 이행되지 못한 사실이 일부 발견돼 5개 창투사에 대해 ‘주의 촉구’를 부과한 바 있다”고 했다. 이 조사에선 제작사에 대한 배급사의 불공정행위 관련 정황도 일부 확인됐다고 한다.
H씨는 “CJ 측으로부터 형사피의자로 고소당해 조사받고 재판받으면서 억울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CJ 측이 무관한 회사의 계좌를 이용해 48억 원을 주고받은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계 슈퍼갑의 ‘돈 구설수’ 진실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