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속 미술 - 행복의 나라’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는 ‘이한열’이 지천이다. 수많은 이한열을 거리로 뛰쳐나오게 한 전두환 전 대통령. 그의 사저에서 나온 건축폐기물로 만든 설치작품(함경아, ‘오데사의 계단’, 2007)과 ‘Be the Reds!’ 티셔츠를 입은 채 피 흘리는 청년으로 ‘한열이를 살려내라’를 패러디한 그림(조습, ‘습이를 살려내라’, 2002) 등이 걸렸다.
이번 전시는 198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미술을 통해 사회참여 활동을 벌이는 작가 53명이 등장하는 대규모 기획전이다. 작품을 시대순으로 나열하지 않고 주제별로 묶어 관람객으로 하여금 ‘공부하는’ 심정보다는 ‘구경하는’ 마음으로 돌아볼 수 있게 했다. 전시실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사로잡는 거대한 ‘오데사의 계단’에는 전 전 대통령 집에서 나왔다는 변기 뚜껑, 문짝, 골프공, 권총(진짜인지 모형인지는 모르겠다) 등이 놓여 있어 찬찬히 뜯어보지 않을 수 없다.
무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전시실 2층으로 올라가면 정윤석의 비디오 작품 ‘별들의 고향’(2010)에선 지존파 사건과 ‘민주주의 정신’ 표어가 유쾌한 노래와 함께 어우러져 흐르고, 누워 있는 조용필, 수영하는 조용필, 바다에 발 담근 조용필도 볼 수 있다(Sasa, ‘위대한 탄생’, 2007).
초등학교 고학년 자녀가 있다면 ‘이 시절엔 우리나라가 이랬단다’ 얘기를 들려주며 함께 둘러보기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긴 들었나 보다.
● 일시7월 6일까지 ● 장소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서울시 노원구 동일로 1238) ● 관람료무료 ● 문의02-2124-5266, sema.seoul.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