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호

집중취재

정운호 수사 ‘윗선’ 김수남 총장은 무관?

홍만표-최유정 秘스토리

  • 특별취재팀

    입력2016-07-01 14: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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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담당 검사, 사석에서 불쾌감 내비쳐”
    • ‘훌륭한 선배’ ‘문학소녀’에서 ‘거악’으로
    • “전관예우 극성…검·판사 불신 최고조”
    ‘정치검찰’이라는 말도 있지만,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검사가 한 번쯤 꼭 해보고 싶어 하는 일이다. 물론 본인이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홍만표 변호사(사법연수원 17기)는 특별한 검사였다. 그는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연루 혐의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했다. 1995년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1997년 김영삼 당시 대통령 차남 현철 씨 비리 의혹 수사, 1998년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 비자금 의혹 수사에도 참여했다. 이외에도 여러 정치인과 기업인을 단죄했다.   

    그런 그가 5월 27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청 포토라인에 섰다. 스타 검사의 몰락. 그는 해외 원정 도박 혐의를 받던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변호를 맡아 무혐의 처분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전관 로비 변론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부당하게 받은 수임료로 재산을 증식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는 홍 변호사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및 조세포탈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겠다”고 한 홍 변호사는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했다.  

    일부 검사들에 따르면 그는 존경을 받은 검사장이었다. 수사 능력 때문만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을 위해 대신 책임지는 자세도 보여줬기에 ‘훌륭한 선배’라는 평을 얻었다는 것이다.





    “전화할까 하다 못 했다” 

    2011년 사법개혁(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때 그는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으로서 검찰 측 창구를 담당하다 논의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검찰 내부 전산망에 “이제 떠나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건강이 많이 상했다. 정치권과는 냉정하게, 경찰과는 따뜻하게 관계를 유지해달라”는 글을 올렸다.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 대신 그가 옷을 벗었다는 말이 무성했다.

    그와 같이 근무한 적이 없는 몇몇 검사들도 홍 변호사를 좋게 본다. 재경지역의 한 부장검사는 이렇게 말한다.

    “1년 넘게 준비한 대규모 검찰 행사가 있었다. 그런데 외부 이슈 때문에 취소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상관들이 책임을 떠넘겼다. ‘그런 안 좋은 내용을 위에 보고하기 곤란하니 네가 직접 보고하라’고. 그런데 딱 한 분, 홍만표 검사장만이 ‘내가 총장께 얘기해 조율해줄게’라고 했다. 10분 뒤 전화로 ‘취소해도 된다. 총장께 보고드렸고 허락받았다’고 하더라. 정말 감동이었다. 나를 잘 알지도 못하고 총대를 멜 필요도 없는데 책임지고 나서주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와 함께 근무한 검사들은 그의 구속에 대해 “속상한 마음뿐”이라고 말한다.

    “진짜 많이 가르쳐주신 분이다. 특수 수사의 목표, 특수 검사의 태도, 수사 방법을 하나하나 알려줬다. 마음이 아프다.”



    ‘바그다드 카페와 콜링 유’

    하지만 검사의 피는 차갑다고 했던가. 누구 하나 홍 변호사에게 안부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음은 대검찰청 간부급 검사의 말이다.

    “몇 차례 홍 검사를 모시고 근무했고, 나가서 변호사 할 때 식사도 했다. 이번 이슈와 관련해 그분 이름이 언론에 나오더라. 안부 겸 위로 연락을 드릴까 하다가 못 했다. 딱 느낌이, 아, 홍 변호사님이 수사를 받겠구나 싶었다. 그러면 수사팀이 그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들여다볼 것이고 거기에 내 번호가 있으면 ‘대검 간부가 정보를 건네줬다’고 볼지 모른다. 언론이 통화 사실을 알기라도 해보라.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마음이 안 좋아서, 밖에 나가 있는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에게 내 마음을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사법연수원 27기)에 대해서도 몇몇 판사는 좋은 추억을 갖고 있다. 한 부장판사는 “늘 웃는 인상으로 상냥하게 말을 건넨 판사”라고 그를 기억했다. 전주 기전여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나온 최 변호사는 판사 시절 진보성향 판사 모임 우리법연구회에 소속돼 있었다. 이에 대해 그의 동기 부장판사는 “이념 차원보다는 인맥 차원에서 활동한 것 같다. 그는 우리법연구회 말고도 법원 내 여러 모임에 적극 참여했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법원 내에서 ‘소녀 감성’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2006년 수원지방법원에서 근무할 때는 대법원이 펴내는 월간지 ‘법원사람들’에 ‘바그다드 카페와 콜링 유’라는 제목의 수필을 기고해 문예대상을 받았다. 1년 동안 실린 글 중 가장 좋은 글에 주는 상이라고 한다(그러나 ‘최 판사가 판결문을 잘 썼다’고 말하는 판사는 별로 없다). 재판정에서의 감성적 미담도 적지 않다. 10대 피고인에게 “돈보다 훨씬 귀한 것을 네가 가졌다. 너는 부자다”라고 따뜻하게 조언한 내용이 언론에 소개됐다.

    그랬던 최 변호사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송모 전 이숨투자자문 대표로부터 각각 50억 원씩 100억 원을 재판부 교제 청탁 명목으로 수수한 것과 관련된 혐의로 구속됐다. 최 변호사가 소녀의 감성으로 쌓은 판사 인맥이 그의 ‘영업 전략’이 된 것일까.

    홍만표·최유정 변호사에 대한 법조계 주변의 평가는 하나로 모아진다. ‘탐욕이 참사를 불렀다’는 것이다. 홍 변호사는 2013년 한 해에만 수임료로 91억 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진다. 최 변호사는 두 의뢰인으로부터만 100억 원을 받았다. 서울 지역 한 변호사는 “일반 국민으로선 입이 딱 벌어질 금액이다. 전관예우가 이 정도일까 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공정한 수사·재판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 변호사는 “검찰·법원에 있을 땐 검사장·법원장 되려는 출세욕으로 살고, 나와서는 출세욕 대신 돈벌이 욕심으로 산다. 이런 탐욕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게 전관예우다. ‘홍만표에게 사건을 맡기면 잘 해결된다’는 말이 무성했으니 그에게 사건이 몰렸고 그의 수입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돈을 너무 많이 받은 죄”

    전관예우도 눈치껏 받아야 하는데 너무 많이 받다 탈이 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대법원 간부급 판사는 이렇게 말했다.

    “변호사가 검사와 판사를 만나 의뢰인의 혐의를 해명하고 감형을 요청하는 건 당연한 업무다. 홍·최 변호사에게 죄가 있다면 돈을 너무 많이 받았다는 거다. 그 돈을 받는 과정에서 실력을 부풀려 과시했거나(최 변호사) 받은 돈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아(홍 변호사) 구속까지 됐다. 최 변호사가 통상의 전관 변호사처럼 사건 수임료로 3억~5억 원만 받았다면, 홍 변호사가 연 20억 원 정도의 수입만 올렸다면 이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홍·최 변호사는 억울할 수 있다. 이 사건은 최 변호사와 정운호 대표가 수임료 반환 문제로 다툼을 벌인 끝에 최 변호사가 4월 15일 정 대표를 폭행혐의로 고소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수임료 액수와 부장판사 경력이 알려지면서 사건이 최 변호사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최 변호사 처지에선 ‘폭행당한 것도 억울한데 어찌 이런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는 고향 전주에서 체포될 때 경찰관의 얼굴을 할퀴며 격렬하게 저항한 것으로 알려진다. 문예대상을 받은 판사가 삶의 절벽 앞에서 우아함을 잃은 셈이다.

    정 대표는 수십억 원의 수임료를 펑펑 쓸 정도로 교도소 수감생활을 싫어하는 것 같다. 그는 이 사건만 일어나지 않았다면 만기 출소했을 터인데, 이 사건이 터지면서 석방되는 날 다른 혐의로 재수감됐다.  

    홍 변호사의 영장에는 이 사건의 본질과는 무관한 범죄 혐의가 들어 있다. 정 대표 사건 관련 변호사법 위반이 아니라 탈세가 주된 혐의다. 검찰 로비에 관한 정 대표의 진술이 나오기도 한 것으로 알려지지만, 확인된 내용은 없다.

    이 사건의 핵심은 ‘검찰·법원의 어느 선까지 연루됐느냐’에 모아진다. 현직의 처지에선 답답할지 모른다. 끈이 없는데 마치 있는 것처럼 이야기가 나오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대검찰청의 한 간부급 검사는 “이 사건이 알려진 순간부터 국민은 ‘벤츠 여검사’ 사건처럼 전관예우 혐의를 기정사실화했다. ‘수사해보니 아무것도 없더라’라고 발표하면 믿겠나. 검사가 아니면 수사관이 엮인 것이라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로선 손등이 아니라 주먹 안에서 화약이 터진 셈인데, 정치권은 이를 흐뭇하게 지켜본다. 국정감사 때, 혹은 그보다 빨리 이 문제는 정치적 쟁점이 될지 모른다. 야당 일각에선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사건 수사팀은 이런 점까지 고려해 그 어떤 수사보다 단단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한다. “한 점 의혹 없이”가 검찰의 공식 입장이다. ‘특검이 다시 수사해도 새로운 게 나오지 않도록’이 목표일 것이다.  



    “변론 과정에 잡음”

    그러나 검찰은 궁지로 몰릴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서울중앙지검이 2014년 정 대표의 해외 원정 도박 혐의를 수사할 때 홍 변호사가 정 대표의 변호를 맡아 무혐의를 이끌어냈는데, 법조계에선 이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당시 홍 변호사는 정 대표의 해외원정 도박을 해명하기 위해 마카오까지 다녀오는 ‘정성’을 보였다고 한다. 정 대표가 원정 도박을 했다는 비교적 구체적인 정황이 있었지만, 홍 변호사는 카지노 직원들의 녹취록 등을 토대로 무혐의 처분을 이끌어냈다고 한다.

    하지만 “변론 과정에 잡음이 있었다”는 전언도 있다. “홍 변호사가 서울중앙지검의 윗선에 부탁을 시도한 것으로 안다”는 말, “사건 담당 검사가 사석에서 홍 변호사에 대해 불쾌감을 내비친 것으로 안다”는 말도 있다. 법조계 여러 인사는 ‘검사장 출신 홍 변호사가 수사 라인의 검찰 간부에게 의뢰인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본다. 김수남 검찰총장(사법연수원 16기)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검찰은 김 총장이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선을 긋는다. 홍 변호사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등에 따르면, 홍 변호사가 받은 2014년 사건 수임료엔 중앙지검 관계자에 대한 청탁 명목이 없었다고 검찰은 보는 듯하다. 이에 대해 ‘검찰 내부에 대한 수사를 소극적으로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적 의혹이 큰 사안이므로 2014년 무혐의 처분 과정에서 홍 변호사의 요청이 없었는지, 윗선의 관여가 없었는지가 더 명확하게 규명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2014년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정 대표가 2012년 해외에서 300억 원 정도의 도박판을 벌인 혐의에 대해 수개월 동안 수사를 벌였다. 정 대표 명의의 카지노 마일리지 적립 내용도 나왔다고 한다. 그럼에도 검찰은 정 대표 측 주장을 수용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했다. 정 대표가 2012년 해외 원정 도박을 한 사실은 2015년 다른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2014년 무혐의 처리 과정에 대해 의문이 나올 만한 정황이다.



    “역대급 전관예우”

    검찰·법원 내부에선 홍·최 변호사를 안타까워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라면, 일선 변호사업계에선 “역대급 전관예우”라는 냉소와 비판이 주를 이룬다. 로스쿨 출신의 한 변호사는 “우리는 고작 수백만 원 받고 수백 페이지 의견서를 쓴다.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딴세상 변호사 이야기 같다. 전관예우 문제는 법리가 아니라 인맥과 돈으로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변호사협회는 검·판사로 임관하면 정년퇴임 때까지 계속 검·판사를 하게 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검·판사의 직업 선택 자유를 막는 안’이라는 비판에 대해 몇몇 변호사는 “그들이 자초한 일”이라고 잘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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