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호

특집 | 한강 신드롬

“번역은 작가에게 최고의 선물”

김성곤 한국문학번역원장 인터뷰

  • 윤슬 | 자유기고가

    입력2016-06-20 16: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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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번역대학원 설립해 ‘제2의 스미스’ 키울 것”
    • ‘채식주의자’ 등 34개 언어, 1234건 번역 지원
    한국문학번역원(이하 번역원)은 2013년부터 데보라 스미스의 ‘채식주의자’ 번역을 지원했다. 스미스는 번역원의 자문위원이자 이곳에서 발행하는 영문 한국문학 계간지 ‘리스트(list)’의 해외편집위원이다.

    ‘채식주의자’는 번역원의 주도로 2010년 베트남을 시작으로 스페인, 중국, 포르투갈, 폴란드에서 차례로 출간된 뒤 영미권 진출을 노리던 참이었다. 스미스는 2013년 런던 도서전에 한국 주빈국 행사 준비위원으로 참석해 포토벨로 출판사 편집자에게 ‘채식주의자’ 번역 샘플과 홍보자료를 건넸고 그것이 출간으로 이어졌다. 이듬해 런던 도서전에는 한강과 스미스가 함께 참가했다.

    2001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으로 문을 연 번역원은 한국문학 번역 및 해외 출판사업, 국제교류사업, 번역가 양성사업 등을 수행한다. 현재까지 34개 언어 1234건의 번역을 지원해 863종의 책을 출간했다. 김성곤 원장은 “지난해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한 번역원의 노력이 맨부커인터내셔널 상 수상으로 꽃을 피웠다”고 했다.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이 미국 유수의 문학 저널 ‘오늘의 세계문학(WLT)’에 주목할 만한 번역 도서로 선정됐고, 정유정의 ‘7년의 밤’은 독일 주간지 ‘차이트’가 뽑은 추리문학 추천 리스트 9위에 올랐다. 배수아의 ‘철수’는 펜(PEN) 번역상 최종후보에 오르는 등 번역원의 지원을 받은 작품들이 해외에서 크게 인정받았다. 미국 달키 아카이브 출판사를 통해 25권의 한국문학선집을 발간한 것도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 시상을 앞두고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이탈리아 소설가 이탈로 칼비노는 ‘번역은 나를 국경 밖으로 데리고 가는 우방과도 같다’고 했다. 번역이 없다면 한 국가의 문학이 다른 나라로 뻗어나갈 방법이 없다. 작가에게 가장 좋은 선물 중 하나는 좋은 번역가를 만나는 것이다.”





    원어민 번역가 年 50명 배출

    ▼ 문학의 해외 유통 경로가 더 다양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번역원은 매년 번역 신청을 받아 번역이 완료되면 대산문화재단과 함께 해외 출판사 섭외에 나선다. 그러다 보니 번역이 끝나도 출간까지 얼마나 걸릴지 장담할 수 없다. 해외 출판사가 번역과 출간을 동시에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돼야 하는 이유다. 해외 출간을 전문으로 하는 국내 에이전트도 더 늘어나야 한다.”

    ▼ 한국문학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번역원에도 변화가 필요할 듯하다.

    “번역원에서 운영하는 번역아카데미를 번역대학원으로 승격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번역대학원이 설립되면 석사학위도 줄 수 있고, 해외의 한국학 프로그램과 학점 및 학생 교류도 할 수 있게 돼 더 좋은 번역가들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다.

    제3세대(외국인) 번역가들이 번역할 때 문화적 차이로 인한 오역이 종종 일어난다. ‘왕이 기침하시다’에서 ‘기침’은 잠자리에서 일어난다는 뜻인데 이를 ‘cough’로 해석한다든지, ‘춘부장’을 ‘디렉터(director) 춘’으로 해석하는 경우를 봤다. 그들을 위해 번역아카데미에 ‘문화 번역’ 코스를 신설했다.”

    번역아카데미에선 매해 7개 언어권의 원어민 50여 명이 한국문학을 전 세계에 알릴 메신저로 나아갈 채비를 한다. 2008년 개설 이래 500여 명의 수강생을 배출했다. 이 가운데 이르마 시안자 힐 야네스가 스페인어로 번역한 구병모의 ‘위저드 베이커리’는 멕시코의 젊은 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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