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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강남역 사건은 여혐 범죄 아니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강남역 사건은 여혐 범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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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범죄와 경제지표

“강남역 사건은 여혐 범죄 아니다”

5월 19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이동하는 ‘강남역 화장실 살인 사건’ 피의자 김모 씨. [동아일보]

▼ 어떤 범죄를 증오범죄라고 할 수 있나.

“그냥 범행 대상 집단의 속성 자체가 싫어서 저지르는 범죄다. ‘난 여자가 싫어’ ‘난 불교가 싫어’ ‘난 기독교가 싫어’ ‘난 동성애자가 싫어’…. 그러다 그 대상이 나타나면 공격하는 거다. 우리나라엔 관련 통계가 없지만, 미국에선 1990년에 ‘증오범죄 통계법’이 제정돼 연방수사국(FBI)이 공식 통계를 발표한다. 눈여겨볼 것은 증오 자체가 반드시 범죄로 연결되는 건 아니란 사실이다. 미국 학자들이 연구해보니, 증오범죄자 집단이 커지거나 작아지고 실제 범죄로 이어지고 하는 과정엔 경제지표가 개입되더라는 것이다. 빈곤율이나 실업률이 높아지는 등 사회적 긴장이 팽배할 때 증오범죄가 극단적으로 표출된다는 것이다.”

▼ 우리 사회도 증오범죄가 빈발할 만한 상황인가.

“그렇다고 본다. 다만 여성에 대한 증오범죄보다는 이주노동자 등 외부에서 유입된 이들에 대한 증오범죄가 생겨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지표가 나빠질수록 사람들은 타인이 자신의 것을 뺏아간다고 여기곤 하기에 그런 공격은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본다.”

▼ 조금 다른 얘기일 수 있는데,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범죄에 대한 국민의 경각심이 많이 높아진 듯하다.



“예전 같으면 그런 사건이 발생해도 피해자에 대한 동정, 공감 등에 그쳤을 텐데, 요즘은 이를 통해 무엇인가 사회적 함의를 이끌어내고 사회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는 행태가 관찰돼 인상적이다. 1970~80년대 미국에서 페미니즘 운동이 일어날 때와 유사한 것 같다. 당시 가정이라는 성(城)에 둘러싸인 여성들이 감내해야 했던 가정폭력, 성폭력 등 꼭꼭 감춰진 범죄들이 경찰과 법원의 합법적 개입으로 하나둘씩 밖으로 새나온 것을 떠올리게 한다.

단순히 개인적 불행으로 치부됐을 범죄 피해가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 정치적 이슈로 발전하면서 관련법이 신설, 개정되는 바람직한 과정이라고 본다. 범죄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지지와 공감은 당사자뿐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용기와 희망을 준다. ‘내가 저렇게 당해도 날 도와주는 이들이 있을 거야’ 하는…. ‘흑산도 여교사 집단성폭행 사건’의 경우도 그렇고.”



모두가 ‘감시자’ 돼야

▼ 국민 스스로 범죄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당연하다.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안전에 대해서도 민감한 감시자, 보호자를 자임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대처법은 범죄 유형별로 다를 수 있다. 가령 절도범들을 면담해보면 그들이 범행 표적을 어떻게 고르는지 알 수 있다. 대개는 값비싼 물건이 있을 것 같으니 범행 장소로 택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절도범 대다수는 그저 문이나 창이 열려 있어 만만해 보여서 들어갔다고 한다. 훔칠 물건은 그다음 고려 대상이다. ‘없으면 말고’다. 그러니 절도범을 피하려면 문부터 잘 잠그는 등 사소한 부주의를 경계하는 게 최선의 예방책이다.

늘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건 맞는데, 그렇다고 모두 호신용품을 갖고 다니라고 하고 싶진 않다. 개인이 혼자 뭘 어떻게 한다고 모든 범죄를 피할 순 없다. 총기를 이용한 범죄가 많이 발생하면 총기를 사서 스스로를 보호해야 할까. 그건 아니다. 총기 관련 제도를 바꿔야 한다.

국가가 국민 안전을 위해 더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문제이지,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해선 안 된다. 어쩌다 범죄 피해자가 된 사람한테만 ‘좀 더 조심하지…’ ‘넌 취약하니까 범죄를 피하려면 더 강해져야 한다’고 할 수는 없다.”

▼ 각종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여성 1인 가구가 늘고 있는데.

“원룸촌 등 사람들의 이동이 많은 곳일수록 개개인이 내적 공간에 갇혀 교류 없이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서로에게 무관심하다. 그런 무관심이 범죄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안전한 동네와 그렇지 않은 동네의 큰 차이가 뭐냐면, 전자는 낯설고 이상한 사람이 들어오거나 문제가 발생하면 재빨리 해결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반면 1인 가구, 취약계층이 주를 이루는 후자의 경우 우선 자기 살기에 급급하다 보니 자기 동네에 대한 무관심 지수가 높다. 그래서 무질서가 방치되고 범죄자들이 꼬인다. 따라서 단기간 거주하더라도 주변에 대해 늘 관심을 가져야 한다.”



無知가 범죄 키운다

▼ 박 교수도 신체적·물리적 약자인 여성이다. 범죄 피해를 당하거나 그런 위기에 처한 경우가 있나.

“두려움은 큰데 실제로 그런 적은 없다. 늘 주위를 잘 살핀다. 범죄에 대해 많이 알수록 두려움 지수가 높아져서다. 보통 사람보다 더 많이, 더 자주 남의 행동을 관찰한다. 그러다 좀 이상하다 싶으면 그 상황과 장소를 회피한다. 상황 진단이 너무 잘된다고 할까.”

▼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가.

“사회적 약자에 관한 연구를 계속할 텐데, 그들을 겨냥한 범죄의 속성 같은 것보다는 양형(量刑)에서의 차별과 기준의 불합리성 등을 다뤄보려 한다.”

박 교수가 범죄학에 빠져든 건 청소년기부터 가진 사회적 약자에 대한 깊은 관심 때문. 하지만 그들을 대변하는 ‘확성기’ 구실을 하는 기자가 되고 싶어 선택한 언론학에선 ‘정답’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 부전공인 사회학 수업 중 ‘일탈 사회학’ 강의를 들으면서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취약한 이들이 곧 범죄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범죄학자의 길로 선회했다.

‘범죄 사회’가 된 대한민국. 우리는 안전한가.

박 교수는 “범죄를 알면 지나친 두려움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가 지난 4월 범죄·보안 전문가 이창무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와 펴낸 공저 ‘왜 그들은 우리를 파괴하는가’(메디치)의 서문 ‘두려움의 폭심지(爆心地)’엔 이런 구절이 있다.

“모든 범죄는 근본적으로 테러와 같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두려움을 이용해 목적을 달성하고 피해자를 만들어낸다. (…) 두려움을 키우는 것은 범죄에 대한 우리의 무지다. (…) 범죄의 진화를 모를 경우 두려움이 커지고 심지어 피해를 입고도 자기가 피해자인 줄도 모른다.”






신동아 2016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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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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