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호

공동 기획 | 신동아, IBK기업은행 | 대한민국 강소기업인

28년 광학기술 한길 뚝심경영으로 미래 대비

이재선 해성옵틱스 대표

  • 김지은 | 객원기자 likepoolggot@empal.com

    입력2016-06-23 14: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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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 ‘코스닥 라이징 스타’ 선정
    • 발빠른 자동화, 해외 거점 마련
    • 카메라 렌즈·모듈 생산에서 시스템 개발로
    고화소급 모바일용 카메라 렌즈 모듈과 미드엔드(중간대 가격) 카메라 모듈 시장을 선도해온 해성옵틱스가 지난 4월 한국거래소의 ‘2016 코스닥 라이징 스타’로 선정됐다. 주력 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3위 안에 들 정도로 기술력과 성장성을 보유한 강소(强小)기업이라야 여기에 선정될 수 있다.

    이재선 해성옵틱스 대표는 28년 동안 광학렌즈 전문기업 한길만을 걸어온 뚝심 있는 CEO다. 이 대표를 만나 경영철학과 비전을 들어봤다.

    ▼ 30년 가까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운칠기삼(運七技三)인 듯하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이 있다. 산업 변화와 시장 흐름을 일찍 간파하고 생산 아이템을 대체하는 것은 우리가 자유자재로 통제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현재 렌즈, 카메라 등의 광학제품 시장은 불황인데 광학부품 분야는 오히려 호황이다.

    요즘 스마트폰 광고를 보면 전화기 광고인지 카메라 광고인지 헷갈릴 만큼 광학 렌즈, 영상, 이미지화를 강조하지만, 초기에는 다들 휴대전화의 카메라 기능이 더 발전할 필요가 없을 만큼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드론이 탄생한 건 오래전인데, 사람들이 새롭게 주목한 것은 광학 카메라가 장착되면서부터다. 인공지능의 여러 영역도 영상인식을 기반으로 한다. 광학이 사람의 눈을 대체하고 있다. 우리도 광학산업이 이처럼 다양한 분야로 발전하리라고 예측하지 못했다. 다만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아시아 각지 거점 구축

    해성옵틱스가 지금처럼 모바일용 카메라 렌즈 모듈 분야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자동화 시스템, 해외거점 마련을 통한 다양한 인프라 구축 등 시장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준비가 돼 있었던 덕분이다.”

    ▼ 국내는 물론 아시아 각지에 특화된 인프라를 구축한 것으로 안다.

    “해성옵틱스는 1988년 서울 대림동에서 시작해 경기 안양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다시 화성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이후 수원산업단지를 분양받았다. 광학산업은 설비집약적인데, 기존 공간으로는 설비 확충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에도 회사가 있지만 규모는 크지 않다. 중국법인은 제조 중심이라기보다 해외영업 거점으로 활용된다. 과거에 다른 업체들이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도모할 때 우리는 가능한 한 한국에서 내실을 다져보려 했다. 그래서 국내 자동화 시설 확충에 힘을 실었다. 그 결과 외형적 성장은 둔화했지만 기술 경쟁력 강화에는 큰 도움이 됐다. 자동화 설비가 고화질 렌즈 생산에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베트남엔 비교적 이른 시기에 진출했다. 베트남이 휴대전화 제조 중심지로 떠오르기 전이라 빠르게 안착하면서 현지의 고급 엔지니어를 많이 확보할 수 있었다. 그들은 지금도 여전히 우리의 핵심 인력으로 일한다. 후발 업체들이 현지에서 그런 인력을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 지금도 베트남 현지 고급 인력 확충에 힘을 쏟고 있는데.

    “해외시장에서 현지의 고급 인력을 확충하는 것은 글로벌 시대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국내 경쟁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세계 1위 회사들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다. 그러려면 지속적인 자동화, 해외 공장 활용, 과학기술 핵심 역량 고도화 등이 긴요하다. 최근 베트남 과학기술대와 산학협약을 맺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제조 중심이던 인력 구조를 연구개발 중심으로 옮겨가려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연구 거점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산학협약이 일반화했지만 베트남에선 아직 드물다. 베트남 대학 안에 기술센터를 설립하는 것은 우리가 최초인 것으로 안다. 현지 학생들을 직접 가르쳐 채용함으로써 핵심 역량을 확보하려 한다. 아울러 이를 해외시장 개척의 허브로 활용할 계획이다.

    미국 카네기멜론대에도 연구랩을 설치해 공동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은 기획력이 뛰어나고 트렌드를 선도하는 나라라 우리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엔텍로직 M&A


    ▼ 지난 4월 엔텍로직 인수합병을 결정했다. 어떤 시너지 효과를 예상하나.

    “카메라 렌즈 생산에 주력하던 해성옵틱스가 카메라 모듈 회사로 변모했다. 앞으로는 카메라 시스템을 선도하는 회사로 나아가려 한다. 엔텍로직은 카메라 시스템 개발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회사다. 영상처리 알고리즘, 소프트웨어 개발 등 해성옵틱스의 비전을 실현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해성옵틱스는 해외 자본을 빌려오지 않은 순수 토종 브랜드다. 창업자 이을성 회장은 국내 최초로 카메라를 생산한 대한광학에서 근무하다 해성옵틱스의 전신인 해성산업을 창립, 50년 광학 외길을 걸었다.

    많은 기업이 사세를 확장하면서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곤 했지만, 우리에겐 광학 전문기업으로서의 자부심과 긍지가 있다. 회사가 어려울 때도 늘 한발 앞서 미래를 준비하자는 기업 철학을 바탕으로 기술 개발과 생산설비 확충에 힘써왔기에 광학 시스템 개발도 잘할 자신이 있다.”

    ▼ 신규 산업으로 꼽은 드론 카메라, 360°VRCAM, 의료용 렌즈 등의 개발 현황은.

    “한때 투자자들은 카메라 시장을 사양산업으로 여겼지만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그 예측은 완전히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 고화질 경쟁이 곧 보편화할 것이므로 이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향후 스마트폰 시장에선 듀얼 카메라가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화각을 넓히고 렌즈를 슬림화하는 것도 당면 과제다. 차량용, 드론용, 생체인식용 렌즈 시장도 발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의료용 렌즈 시장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외과, 내과, 피부과, 치과 등 특정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기 때문이다.”

    ▼ 기업 혼자 힘으로는 풀어내기 어려운 과제도 많을 듯하다.

    “현재 1회용 내시경 개발 등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연세대 의대와 의료사업화 컨설팅 프로그램을 통해 제품 개발에 필요한 다양한 논의를 벌이고 있다. 한신대와의 관계도 각별하다. 위치도 우리 회사와 가까워 공동 특허 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강민구 한신대 교수는 내게 멘토와도 같은 분이다.

    IBK 기업은행은 연구 개발, 역량 강화에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주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권선주 은행장이 직접 회사를 방문해 힘을 실어줬다.

    혹자는 우리가 너무 광범위한 분야에 개발비용을 투자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 앞으로 어떤 분야가 얼마나 성장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어느 분야든 광학을 기반으로 한 것은 두루 준비하다가 해당 시장이 커질 조짐이 보이면 집중하자는 게 우리 전략이다. 이러한 기업 정신을 지지해주는 분들께 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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