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호

특집 | 반기문 大검증

“노무현 덕 봐놓고 여당 가면…” “홍석현 대타로 내세워놓고…”

‘반기문 배신론’ 공방

  • 송국건 |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입력2016-07-01 1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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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몇 차례 한국을 방문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지 않았다. 그는 새누리당의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야권의 친노(親盧) 그룹은 ‘반기문 배신’론을 제기하며 흠집 내기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외교장관이던 반 총장을 적극 지원해 ‘세계의 대통령’으로 만들었는데, 그런 그가 새누리당으로 간다면 배신”이라고 주장한다.

    2006년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유엔 사무총장 자리를 놓고 인도 출신의 샤시 타루르와 경쟁했다. 유엔에 입김이 강한 미국의 부시 정부는 노무현 정부와 껄끄러웠다. 친노계에 따르면, 그때 송민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실장이 크리스토퍼 힐 미국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통해 미국을 설득했다고 한다. 사정을 잘 아는 A씨는 “송 실장이 노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힐 차관보와 접촉했고,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거쳐 반기문 장관과 부시 대통령의 면담이 추진됐다”고 전했다.

    그해 9월 노 대통령 방미 때 반 장관은 부시 대통령과 오찬 면담을 했다. 힐 차관보는 부시 대통령에게 “‘자주파’가 아니다”고 반 장관을 소개했다는 후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반 장관에게 “사무총장이 되면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물었다. 사실상의 면접이었다. 반 장관은 유엔의 새 비전을 얘기했고 부시 대통령은 “적임자(right man)”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반 총장과 가까운 사람들은 반론을 편다. 반 총장의 측근인 언론인 B씨는 “반기문은 송민순보다 힐과 더 친했다”면서 “송민순 역할론은 친노 진영의 꿰맞추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친노계는 노무현 정권이 사무총장 선거 ‘애프터서비스’까지 깔끔하게 해줬다고 주장한다. 노 정부 시절 청와대 요직을 지낸 C씨는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후 우리는 반기문의 외교장관직을 한 달 동안 유지시켜주면서 그가 해외 인사들에게 당선 사례를 하도록 했다. 노 대통령이 반 총장을 탐탁지 않게 여기면서도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을 만들기 위해 지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C씨에 따르면 반 총장은 노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듣기만 하다가 토론이 끝난 뒤에 “그런데 말이죠…”라면서 슬쩍 자기 생각을 꺼내곤 했다. 노 전 대통령이 나중엔 “당당하게 의견을 밝히라”고 타박을 줬다고 한다.



    “盧 정권에 부채 없다”

    이에 대해 반 총장의 측근인 D씨는 “반기문은 노무현 정권에 부채가 없다. 노 정권은 ‘홍석현 유엔 사무총장 카드’를 쓸 수 없게 되자 대타로 반기문을 차출했다. 사무총장 선거 지원은 정권 차원의 사사로운 도움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공적인 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기문이 노무현 사람이었다면 사무총장이 될 수 없었다. 반기문은 자기 ‘개인기’로 자신이 급진좌파가 아니라는 점을 어필했다. 그는 노무현 정권이 금기시한 북한 인권 문제를 국제사회에 제기하기도 했다. 또한 정치적 부채는 꼭 갚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노무현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원으로 정권을 잡았지만 부채를 갚기는커녕 대북송금 특검으로 단죄하지 않았나.”

    반 총장과 가까운 E씨는 “코드가 맞는 사람들 일색인 노무현 정권의 회의석상에서 온건한 정통 외교관인 반기문이 자기 의견을 적극 개진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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