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호

Interview

"직접민주주의 담은 제4정당 필요"

정의화 前 국회의장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입력2016-07-01 14: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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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기문이 대선 후보로 적절”
    • “새누리당 ‘예후’ 안 좋을 것”
    국회의장을 지낸 뒤엔 대개 정계에서 은퇴한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그럴 것 같지 않다. 그는 ‘중도세력의 빅 텐트’를 펼치겠다고 한다. 내년 대선 ‘메이저리그’에 계속 잔류해 뛰겠다는 의사 표명인 듯하다. 그는 여의도에 ‘새 한국의 비전’이라는 사무실도 열었다.

    최근 ‘화제의 정치인’(언론이 붙여준 별칭)이 된 정 전 의장을 만났다.

    ▼ ‘새 한국의 비전’은 어떤 일을 합니까.

    “박형준 사무총장이 연구원장이고 각계의 에이스와 전직 의원이 재능 기부를 할 겁니다. 국민의 삶의 질과 관련된 노동, 금융, 교육, 통일, 외교 등 5개 정도에 대해 집중 토론하는 거죠. 그다음에, 이 나라를 이끌 만한 분에게 여기서 연구한 결과를 드릴 생각입니다.”  





    “유승민 지원해주려는 마음”

    ▼ 유승민 의원을 각별하게 챙기는 것 같던데요.

    “제가 의장 할 때 저와 유 원내대표,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를 잘 끌고 갔죠. 국회법도 통과시켰는데 대통령이 위헌 소지가 있다면서 거부권을 행사했고 유 원내대표가 어려움을 겪었잖아요? 저는 지금도 그것(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은 이해가 안 돼요. 유 의원은 앞으로 커야 할 인물이니까 제가 양질의 후배들을 지원해주려는 그런 마음을 늘 갖고 있죠.”

    ▼ 정 전 의장에 대해 ‘부산 출신이면서 통합을 중시해 광주를 위해 노력했다. 의회민주주의를 위해서도 노력했다. 개혁 지향적이고 통일 지향적이다’라는 좋은 평가가 있더군요.

    “나쁜 평가도 많아요. 사진을 잘 찍는다는 좋은 평가는 들었어요.”

    ▼ 그래서 말인데, 직접 대선주자로 뛸 생각도 있습니까.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독재를 하긴 했지만 그다지 군림하진 않았어요. 밀짚모자 쓰고 모내기하고(농민들과) 둘러앉아 막걸리 마시는 모습이 떠오르죠. 앞으로는 더 그래요. 군림하려는 사람은 대통령이 돼선 안 됩니다. 가장 중요한 덕목이 인품인 것 같아요.

    어떤 평범함 속에서의 비범함이 중요하지, 비범함만 찾아선 되지가 않아요. 소탈, 소박, 소통이 중요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렇게 보면 저는 너무 부족하고요.”

    ▼ 제4 세력, 신당을 염두에 두나요.

    “우리 정치가 아날로그 정치예요. 이제 ICT(정보통신기술)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정당이 나타날 때가 됐어요.”

    ▼ ICT 시대의 정당은 어떤 정당일까요.

    “여러 유권자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정당이죠. 직접민주주의와 대의제를 접목하는 정당.”

    ▼ 제3당인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과 어떻게 다른가요.

    “그건 거대 양당에서 삼두체제로 바뀐 거고요. 아날로그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봐요. 저는 ‘직접민주주의적인 것’을 좀 이슈화하고 싶어요. 예컨대 지금 청년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정당이 없잖아요.”



    각방 쓰는 부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후보로 적절한지에 대해 정 전 의장은 “적절하다고 봐야 한다. 외교 공무원으로 스타트해 유엔 사무총장까지 됐으면 위대한 사람이다. 인격이나 자질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고 평했다. 그러면서도 “그분을 잘 받쳐주는, 그런 문제가 남아 있다. 지금과 같은 시스템에서는 그리 쉽지 않다”고 말했다.   

    ▼ ‘지금과 같은 시스템’이란 현 대통령중심제를 말하는 겁니까.

    “개헌해서 이원집정부제가 되어 대통령은 국가적인 것을 하고 내각은 국민생활적인 것을 하는 이런 시스템일 때 그분은 대통령에 적합할 수 있지 않으냐…. 왜냐하면 외교관으로서 평생 그것만 한 거니까.”  

    ▼ 반 총장이 친박근혜 후보로 출마하면 경쟁력이 어떨까요.

    “제가 볼 땐 그렇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그 경우 실패 확률이 높다고 예견하고 싶어요. 반 총장이 꼭 대통령을 해야겠다고 결심한다면, 개헌이나 연정에 대한 그의 생각과 저의 생각이 일치한다면, 저도 부족하지만 한 축을 맡아 그분을 도울 수 있어요.”

    ▼ 4·13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압승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의석을 많이 잃었습니다.

    “직접적 요인은 공천 행태겠죠. 거기에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심판도 담겨 있었을 겁니다. 예를 들면 ‘조세 저항’ 같은 거죠. 청년 일자리 문제도 말은 무성한데 실질적으로 되는 것은 없고, 내용도 빈약하고….”

    ▼ 새누리당은 친박계와 비박계로 나뉘어 있다고들 합니다. 신공항 문제라든지, 어떤 계기에 의해 분당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까.

    “제가 의사라서 잘 아는데, 얼굴에 핀 검버섯은 레이저를 쏴서 제거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 뿌리가 깊으면 걷어낼 수 없죠. 친박-비박 갈등은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가 있단 말이죠. 서로에게 마음이 완전히 떠난 부부가 보는 눈이 두려워 이혼은 못 하고 한집에서 각방 쓰며 남남처럼 사는 것과 같아요. 정의화가 볼 때는 온당한 정당이 아니죠. 어떤 특별한 일 없이는 분당도 어려울 거예요. 따라서 계속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갈 수 있겠지만, 예후(병세의 진행)가 그리 좋을 것 같진 않아요. 그래서 저는 복당을 생각하고 있지 않죠.”


    “댓글 보면 골이 찡해서…”

    ▼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비록 1당이 됐지만,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선 여러 가지 비판적인 얘기가 있던데요.

    “저는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하기 전에 선거라곤 해본 적이 없어요. 왜 안 했겠습니까. 저를 반대하는 표가 많이 나오는 걸 보고 싶지 않았던 거죠. 국회의장 할 때도 제 딴엔 옳은 일을 한 것 같은데 댓글을 보면 제게 별의별 소리를 다 해요. 그래서 골이 찡해서 댓글을 안 보고 살려고 하죠. 사람은 참 자기중심으로 살아요. 그래서 개개인은 각양각색의 의견을 표출해요. 그러나 100만 명, 1000만 명에게 물어보면 묘하게 정답이 나와요. 그래서 민주주의는 여론과 투표를 통해서 나온 결과라는 거죠.”

    ▼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선주자 여론조사 1, 2위를 달리는 것에 무게를 두는 말씀 같네요.


    “문재인은 괜찮은 사람이에요. 그와는 국회의원 되기 전부터 아는 사이죠. 부산에서 저는 병원 원장 하고 그 양반은 노무현하고 변호사 같이 했으니까. 나이는 저보다 어리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 둘이서 밥을 먹은 적도 있고요.”

    ▼ 어떤 측면에서 괜찮은 사람이란 건가요.

    “근본이 된 사람. 인성이나 품성이 좋고 사고가 합리적이고 무리하지 않아요. 제가 의장 하면서 양당 대표를 불러 조율을 많이 했잖아요. 선거구 조정이라든지 선거 연령 문제라든지. 이럴 때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는 당의 눈치를 봐서 결정을 잘 못해요. 결정해도 반격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문재인 당시 대표는 변호사 출신이어서 그런지 합리적으로 설명해요. 상당히 일리가 있어요. 김제동도 누구는 ‘노빠’라고 싫어하던데, 제가 김제동이 이야기하는 것 들어보니 다 괜찮은 소리만 해요. 저는 그런 건 아는 사람이에요.”  

    ▼ 김무성 전 대표 이야기를 잠깐 하셨는데, 총선 때의 직인 사태….

    “제가 그것에 대해 말하는 건 웃기는 일이고요. 제가 총선 과정에서 김무성 대표한테 이렇게까지 말한 적이 있어요. ‘김 대표, 내가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할 때 대의원 25만 명 만들었어. 당신은 그 25만 명의 전당대회 투표를 통해 대표로 당선된 사람 아니냐. 또 이한구(당시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는 당신이 임명한 사람 아니냐. 이한구가 하는 소리를 들어보니 이게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런데 왜 그렇게 입을 닫고 있나.’ 제 말을 듣고 김 대표가 뭐라고 하긴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대표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안 한 게 문제가 되는 거죠. 의장은 의장으로서, 부장은 부장으로서, 급장은 급장으로서, 대표는 대표로서 자기 할 일을 제대로 해야 합니다.”



    “디오게네스처럼 살다가…”

    ▼ 비록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패했지만, 김무성 전 대표는 여전히 대선주자든 뭐든 차기 대선에서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는 것 같은데요.

    “제가 아직 만나지 못했는데, 본인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겠죠.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을 제일 잘 알고. 김 대표에게 제 지역구를 줬잖아요. 제가 준 건 아니지만 하여튼 뭐…. 그것(지역구 통합)도 사실 공정하진 않은 거예요. 제 자서전에 쓸 거예요. 김 대표는 이번 총선이 마지막 선거라고 했어요. 정치인은 남아일언중천금이라는 말을 정말 새겨야 해요.

    손학규 전 고문은 정계 은퇴를 선언했죠. 그런데 은퇴한 분이 집에 있지 뭐하러 강진에 가 있나요. 그러니까 국민이 안 믿는 겁니다. 지금 그분은 정치하고 있는 거예요. 거기 앉아서 안테나 세워서 보고 있는 겁니다. 아니면 ‘내가 좀 부족해서 토굴에 들어가 공부 좀 하겠습니다’ 하고 강진에 가면 되는 건데 굳이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김무성 대표는 마지막 선거라고 했으니 마지막이라고 보는 거죠. 김 대표는 이번 6선 하는 동안에 마음을 비우고…. 대통령 해보겠다? 전체 그림을 볼 때 안 돼요.”

    ▼ 안 됩니까, 김무성 전 대표는.

    “대통령 당선되기 어렵다고. 굉장히 확률적으로 낮다…. 당의 후보가 될 확률도 낮아졌고. 이번 총선 결과를 비롯해 여러 가지를 다 두고 볼 때 김무성 대표가 후보가 돼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 거라 봐요. 그러면 그것은 하늘의 뜻입니다. 내가 늘 하늘의 뜻을 이야기하는데요, 거기에 맡겨놓고. 나중에 온 사람들이 와서 출마해달라고 하면 도리 없겠지만. 저는 디오게네스처럼 유유자적 살다가 훌륭한 분이 있으면 그 분을 돕겠어요. 김무성 대표도 그래야 한다고 봐요. 김 대표는 한평생 정치한 사람 아닙니까. 마지막 4년인데, 한평생 정치한 사람은 달라야죠. 그 마음속에 뭔가 욕심이 있으면 안 됩니다.”



    “정진석에 연민의 정”

    정 전 의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한 마지막 과정을 정권 재창출이라고 여길 것이다. 박 대통령은 실제로 대선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대한 평가는 특히 흥미로웠다.

    ▼ 정진석 원내대표가 요즘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습니다만.

    “정 원내대표도 나름대로 역량이 있어요. 언론인 출신이고 아버지가 정치인이고. 그런데 지난 4년의 공백이 있어요. 더욱이 한 뿌리에만 쭉 있었던 게 아니죠. 자민련에도 갔다가, 무소속도 했다가, 왔다갔다 했죠. 이런 점들로 인해 아마 영(令)을 세우는 데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해요. 용을 빼는 재주가 있는 사람도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잘 해내기 어려워요. 정 원내대표는 공백기로 인해 감에 차이도 있고 어려운 상황이 아닐까 해요. 소위 연민의 정을 느끼죠.”

    ▼ 본인은 ‘낀박으로 불리는 건 나쁘지 않다’고 정당화하는데요.

    “낀박이라는 표현은 그렇게 쓰는 게 아니죠. 끼였다는 것은, 안 좋은 것, 네거티브한 것이죠. 끼어 옴짝달싹 못 한단 말인데, 끼어 있으니 더 잘할 수 있다? 말이 앞뒤가 안 맞지. ‘내가 중간 위치에 있으니까 양쪽을 잘 중재해서 잘 끌고 갈 수 있다’라는 의미가 맞는데 이런 의미에 맞는 박은 무슨 박일까요?”  

    정 전 의장은 기독교를 믿지만 선불교에 심취하고 포은 정몽주의 후손답게 유교윤리를 생활화한다고 한다. 그는 “선불교 사상을 담은 최인호의 책 ‘길 없는 길’에 빨려든 경험이 있다. 일독을 권하고 싶다. 또한 우리 정치가 지금 중병을 앓고 있는데, 여야 정치인이 율곡 선생의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만 실천해도 많은 부분이 치유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장실을 ‘거대한 감옥’이라고 표현했다. 아마 ‘자연인 정의화’는 새누리당 의원 때나 국회의장 때보다 더 화제를 몰고 다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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