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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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자살, 고독사… 죽음의 공간 ‘특수청소’ 현장

  • 박은경 객원기자 | siren52@hanmail.net

    입력2016-07-12 16: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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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은 이의 손길이 닿은 모든 흔적을 지우는 특수청소업. 자살, 고독사, 강력범죄 피해 현장 등에서 고인의 유품을 정리해 폐기하고 주인이 떠난 빈 공간을 말끔하게 되돌리는 ‘극한 직업’의 세계.
    이른 아침, 길게 늘어선 도심 아파트촌을 벗어나 숲 속에 자리한 그곳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샛길을 5분여 걸었을까. 느닷없이 네댓 채의 민가가 나타났지만, 회사 건물로 볼 만한 곳은 없었다. 맨 끝의 오래된 2층 단독주택을 기웃거리며 ‘길을 잘못 든 건가’ 싶었을 때, 무거운 짐을 들고 1층 현관문을 밀치고 나오는 건장한 남성이 눈에 띄었다. 문 위엔 ‘일반음식점’이라고 적힌 빛바랜 아크릴 표지판이 붙어 있다.

    “원래 여긴 오리고기 음식점인데, 장사가 잘 안 돼 문을 닫았어요. 민원이 제기될까 봐 사람들 눈치를 살펴 사무실을 구하다 보니 이곳까지 들어오게 됐죠.”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화물차로  부지런히 짐을 나르는 그는 김새별 바이오해저드특수청소 대표다. 자살, 고독사, 강력범죄 피해 현장 등에서 고인의 유품을 정리해 폐기하고 주인이 떠난 빈 공간을 소독, 탈취해 말끔하게 하는 특수청소가 그의 직업이다. 가족이 고독사하거나 자살 혹은 살해당한 우울하고 처참한 현장을 유가족이 직접 목격하고 정리까지 하기란 쉽지 않다. 죽음 직전에 고인이 겪었을 고통, 충격이 새삼 생생하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유가족을 대신해 현장의 흔적과 고통스러운 기억을 지우는 게 일이다. 우리는 ‘천국으로의 이사’를 돕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사무실로 들어서자 작업 현장에서 쓰는 고압 스팀 살균기, 살균분사기(초고미립자 시취(屍臭) 제거용), 자외선 살균기(피비린내 제거 및 바이러스 박멸용), 압축분무기 등 전문 장비와 약품 상자가 벽면마다 가득하다. 특수청소업체가 사용하는 장비와 약품은 입주청소, 건물청소 등 일반 청소업체가 사용하는 것과는 딴판이다.

    사무실 벽에 걸린 스케줄 현황판엔 매일 1~2건씩 2주치 스케줄이 빼곡하다. 이날 첫 작업 현장은 경기 ○○시 소재 오피스텔의 원룸. 오전 10시, 김 대표와 30대 중반 직원 L씨를 따라 회사를 출발, 한 시간 남짓 달려 작업 현장에 도착했다.



    목맨 중년 남자

    굳게 닫힌 원룸 문 앞에 다다르자 L씨가 병원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마스크를 꺼내 쓰면서 취재진에게도 건넨다. “냄새와 먼지 방지용”이란다. 특수청소 작업 현장에선 머리부터 발끝까지 감싸는 흰색 방진복을 착용하는 게 원칙이지만 현실은 달랐다. 너무 눈에 띄는 복장을 한 사람들이 드나들면 이웃들이 싫어하기 때문이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 김 대표가 창문을 열고 방역 작업을 시작한다. 순식간에 실내에 가득 퍼진 뿌연 연기 사이로 바닥에 뭉쳐진 옷가지들이 보였다. 걸레 대신 사용한 옷가지들이 미처 다 흡수하지 못한 검붉은 액체가 주변 바닥에 넓게 퍼져 말라붙어 있다. 김 대표는 “사람이 목을 매 자살한 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혈액을 비롯한 체액이 몸 밖으로 빠져나온다”며 “이건 장례업자가 시신을 수습한 뒤 남은 분비물의 흔적”이라고 설명했다. 시선이 절로 천장을 향했다. 침실 난간에 가위로 잘려나간 넥타이 조각이 단단히 묶인 채 남아 있었다.

    김 대표는 익숙한 동작으로 옷가지를 쓰레기봉투에 쓸어 담고 기름 분해제를 분사한 다음 여러 차례 물걸레질을 해서 분비물 흔적을 꼼꼼하게 닦았다. 말라붙은 얼룩이 말끔히 지워지자 다시 대걸레로 마무리한 뒤 집안 여기저기 널린 유품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사이 L씨는 붙박이 옷장이 있는 골방에서 고인의 옷을 꺼내 쓰레기봉투에 담았다. 잠깐 사이에 가득 찬 대형 봉투 8개가 방 한구석에 쌓였다. 이어 주방 정리에 나선 L씨가 냉장고 문을 열자 채 포장을 뜯지 않은 두부와 달걀, 사과 한 알, 생수 한 통이 들어 있다.

    집 안을 가득 채운 연기가 가신 뒤 선명하게 드러난 방 안은 말 그대로 ‘살풍경’했다. 가구라곤 작은 장식장과 책상뿐. 바닥엔 1인용 전기요와 주인 잃은 베개가 나뒹굴었다. 빨래건조대엔 미처 걷지 못해 바싹 마른 양말이며 속옷이 널려 있다. 책상 위에서 발견된 4개의 통장은 잔고가 ‘0’이거나 겨우 몇 만 원. 서류 박스를 정리하던 김 대표가 설명을 이어갔다.

    “중년 남자가 혼자 살다 자살한 현장이다. 사업자등록증, 사채 끌어다 쓴 차용증, 회사 관련 서류가 가득한 걸로 봐서 폐업하고 사무실을 접은 것 같다. 사업 실패가 자살 이유일 수 있다. 가족이 있을 텐데, 유품 정리와 청소를 부탁한 사람은 친척이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다가 쓸쓸한 죽음을 맞은 것 같다.”



    본드 튜브, 신체 포기 각서

    유품을 정리하다 보면 별별 인생과 사연을 접한다. 한 40대 남성이 죽은 집에선 빈 본드 튜브가 무려 1만 개나 나왔다. 현장 수습 때 동네 사람들이 모여 술렁거렸다. “집 근처만 가면 본드 냄새가 심하게 나고 야동(음란물)에서 흘러나오는 신음소리 때문에 미치는 줄 았았다”고 했다. 남성은 본드를 흡입한 뒤 음란물을 보며 자위행위를 하다 최후를 맞았다.

    김 대표는 “일을 떠나 심정적으로 ‘죽어야 할 사람이 죽었다’는 생각이 들게 한 현장도 있었다”고 했다. 딸이 집을 떠난 뒤 홀로 살다 지병으로 사망한 50대 남성의 집에서 낡은 서류가방이 발견됐다. 그 속엔 21세 여성에게 1000만 원을 빌려준 뒤 4년에 걸쳐 이자로만 매달 꼬박꼬박 700만 원씩 받은 기록과 그녀에게서 받은 신체 포기 각서가 들어 있었다. 딸이 아버지를 떠난 건 피도 눈물도 없는 악랄한 사채업자인 그를 증오했기 때문. 유품 중엔 연락이 끊긴 딸에게 고인이 남긴 편지가 있었다. ‘다 널 위해 한 일이다. 미안하다’는 내용이었다.



    “사람이 죽으면 경찰이 와서 현장 검증을 하고 주변 탐문수사를 한다. 그러면 소문이 날 수밖에 없는데, 그 뒤 우리가 와서 청소를 하니 주위 사람들이 극도로 예민해진다. 문 밖에 장비를 놓아둔 것만 봐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며 항의한다. 그런 것까지 일일이 신경 쓰고 조심해가며 작업해야 하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악취가 몸 곳곳에 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후각이 무뎌진다. 창업 초창기에 작업 도중에 무심코 직원들과 가게와 식당에 들어갔다가 “냄새 난다. 재수 없다”는 소리를 듣고 쫓겨나기도 했다. 동네 주민들에게서 갖은 욕설을 듣고 소금과 물세례를 받은 적도 있다. 김 대표는 “한 청년이 자살한 현장을 치울 땐 ‘개가 죽었다’고 둘러대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특수청소업체는 시신이 수습되고 난 현장에 들어가기에 시신을 맞닥뜨릴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김 대표는 두 차례 예기치 않게 시신을 목격했다. 6개월 전에 작업을 마친 자살 현장의 집주인이 “아직도 집에서 냄새가 난다. 빨리 와달라”며 전화를 걸어왔다. 성화에 못 이겨 현장을 확인하러 갔지만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다. 그런데 옆집에서 냄새가 새나왔다. 김 대표는 뭔가 있다고 경찰에 신고했고, 문을 따고 그들을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가자 20대 초반의 중국동포 여성이 숨져 있었다. 그의 경험에 의하면 고독사의 경우 10%가량은 집주인이 시신을 발견한다.

    “세입자가 월세를 제때 안 내고 2~3개월이 지나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화를 건다. 그러다 통화가 안 되면 직접 문을 따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일반인은 집 안에서 시신을 발견하는 순간 엄청난 후각적, 시각적 충격을 받는다. 한번은 60대 원룸 주인이 문을 따고 들어갔다가 실내 가스배관에 목을 매 자살한 시신의 눈과 마주쳤다. 그 집을 청소해줬는데, 나중에 내게 전화를 걸어 ‘2년이 지나도 그때 광경이 잊히지 않는다. 비슷한 냄새만 나도 그 충격적 장면이 눈앞에 떠오른다’며 하소연했다.”



    시신과 눈 마주친 순간

    김 대표의 회사는 2013년 강력범죄 현장 청소지원사업 대상 업체로 선정돼 지난 4월까지 법무부 산하 전국 25개 범죄피해자지원센터와 협약을 맺고 일했다. 강력범죄 현장은 자살이나 병사, 고독사와 달리 처참하고 끔찍한 광경이 펼쳐져 있을 때가 많다. 김 대표는 “젊은 남자가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 집을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현장엔 혈흔이 낭자하고 가구가 넘어지고 물건이 깨지는 등 난장판이었다. 여자가 죽기 전까지 얼마나 몸부림쳤는지 고스란히 느껴졌다. 여자가 남자친구의 머리를 망치로 내리쳐 죽인 현장도 있었다”고 전했다.

    문고리처럼 낮은 곳에 목을 맨 경우 일주일 정도 지나면 시신의 항문이 열려 대변은 물론이고 장이 밖으로 쏟아져 나오기도 한다. 그런 현장에선 걸레질이 아니라 쓰레받기로 분비물을 쓸어 담아야 한다. 김 대표는 “힘들지만, 직접 내 손으로 분비물을 치우고 나면 뿌듯하고 보람이 느껴진다”고 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특수청소업체는 10여 곳. 본업과 특수청소를 겸한 일반 청소업체, 장례식장, 상조회사 등을 포함하면 100여 곳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엔 폐기물처리업자, 장례업자까지 특수청소업에 뛰어들어 일당 15만~20만 원을 받고 짐만 빼주기도 한다. 특수청소업체를 운영하려면 일정 기준에 따라 위생관리용역업(청소용역업)으로 신고· 등록해야 하고, 소독업은 까다로운 시설 기준 및 장비, 전문인력을 갖추고 감염병 등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허가가 나온다. 허가를 받으면 의무적으로 매년 교육을 받아야 하고 면허세도 내야 한다.

    특수청소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이 늘었지만 모든 요건을 갖추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 정식으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전문성을 갖춰 일하는 곳은 많지 않다. 김 대표의 말이다.

    “우리처럼 전문적으로 일하는 특수청소업체가 저가 공세를 펴는 곳과 경쟁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현장에서 나온 시신 부산물을 병원에 의뢰해 처리하는데 그것도 비용에 포함된다. 무엇보다 특수청소업 관련법과 제도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시장이 매우 혼탁한 상태다. 1인 가구, 고독사가 해마다 느는 만큼 하루빨리 법과 제도가 정비됐으면 한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작업은 오후 2시가 돼서야 끝이 보였다. 현장에서 나온 월세계약서, 자동차 키, 동전 등 귀중품은 의뢰인의 부탁대로 따로 챙겨 집 안에 두고 전화로 위치를 알렸다. 20여 개의 폐기물 봉투를 화물 엘리베이터로 옮겨 지하에 주차한 화물차에 실었다. 마무리 작업으로 피비린내를 잡는 소독을 하고 자외선을 이용해 집안 전체를 살균한 뒤 탈취제를 분사했다.

    작업을 마친 김 대표는 “우리 일은 누군가 살았던 흔적을 모두 지우는 무척 슬픈 과정이다. 그럼에도 유가족을 대신해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 세상에 꼭 필요한 일이다. 우리 직업을 불편한 시선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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