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호

2조 달러 시장 향해 달리는 엔비디아, ‘세 가지 리스크’ 마주해

[이주택의 미국 투자 스토리] 제품 세대교체·수출 규제·트럼프…

  • 이주택 미국 럿거스대 로스쿨 교수

    입력2025-04-02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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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속 컴퓨팅’ 기술 부상으로 주목받는 GPU

    • 블랙웰 공급 차질·중국 수출 규제 여전

    • 트럼프發 상호 관세·경기둔화 우려도 부담

    • 5000억 달러 규모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올라타

    2024년 6월 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2024년 6월 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엔비디아는 반도체 엔지니어였던 젠슨 황(62)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두 동료 크리스 맬러카우스키, 커티스 프림과 설립한 회사다. 세 사람은 미국 레스토랑 체인 데니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창업의 꿈을 키웠고, 1993년 꿈을 이뤘다. 컴퓨터게임을 좋아했던 젠슨 황은 3차원(3D) 그래픽 관련 기술에 꽂혔다. 이는 3D 구현이 가능한 그래픽처리장치(GPU)의 개발로 이어졌다.

    병렬연산하는 GPU, AI 시대 재조명

    ‌GPU는 AI 열풍과 함께 재조명됐다. ‘가속 컴퓨팅(accelerated computing)’ 기술이 중요해지면서 GPU의 병렬연산 방식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가속 컴퓨팅이란 GPU 등 특수한 하드웨어를 활용해 연산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되도록 설계하는 방식이다. GPU는 병렬연산 방식을 사용한 덕분에 수많은 연산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었고, 가성비 측면에서도 기존 중앙처리장치(CPU)보다 나았다. 마침 2023년 오픈AI가 생성형 AI ‘챗GPT4’를 공개해 시장의 열광을 불러일으켰고, 엔비디아의 주가 역시 고공행진했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최근 5년 사이 20배 가까이 급등해 한때 시가총액이 3조 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필자는 2020년 5월 처음으로 엔비디아에 투자했다. 2015년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여러 혁신기업의 본부가 있는 보스턴에 거주한 덕분이었다. 당시 다양한 기술 박람회를 다니며 자연어 처리, 빅테이터, 자율주행, 가상현실, 5G 등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사실을 체험했다. 그 결과 AI와 로봇의 권리, 법적 규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2019년부터 ‘AI와 법’을 주제로 연구를 이어갔다.

    당시 미국에서는 AI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었다. AI는 ‘로봇의 뇌’ 역할을 하는데, 관련 기술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하나둘 나타났기 때문이다. AI가 각 사회의 가치관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사회 내 차별 등 부정적 요소를 강화하는 단점 등이 발견된 것이다. 자율주행이 확산되려면 ‘트롤리 문제’와 같이 윤리적 딜레마를 극복해야 한다는 사실도 과제였다.

    미국 의회는 앞선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법적 규제를 마련하기 위해 토론을 시작했다. 당시 수많은 논의가 이뤄졌다. 동물에게 동물권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AI를 탑재한 로봇에 ‘로봇권’을 줘야 하는 시기가 다가올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2020~2050년 AI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특이점을 지나가면서 그들만의 정치적 힘을 낳을 것이라는 예상마저 제기됐다.

    AI 관련 법 연구를 하며 병렬연산을 하는 GPU가 CPU보다 AI에 적합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이던 2020년 5월 엔비디아 투자를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엔비디아 투자는 가장 성공적인 투자 사례 가운데 하나가 됐다. 2020년 5월 8달러 수준이던 주가는 2025년 2월 28일 기준 125달러까지 상승했다. 주가 상승률이 무려 1360% 수준으로 어마어마한 성과였다. 중간에 테슬라의 투자 비중을 늘리느라 엔비디아는 상장지수펀드(ETF)로 간접 투자했지만, 이후 다시 직접 투자로 전환했다. 2022년 이후로 포트폴리오 내 엔비디아 비중을 1~5%로 유지하며 이어가고 있다.

    최근 엔비디아 주가는 부진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무려 171.2% 급등했지만 올해 들어 고점(153달러) 대비 30%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한국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월 9일 기준 한국인들의 엔비디아 주식 보유액은 99억7998억 달러로 테슬라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엔비디아의 주가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마음이 쓰라린 투자자도 적지 않을 것이다.

    엔비디아 주가가 힘을 못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엔비디아가 세 가지 리스크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첫째, 엔비디아 제품의 ‘세대교체 리스크’다. 엔비디아는 주력 제품인 하퍼 시리즈에서 차세대 제품인 블랙웰 시리즈로 넘어가는 전환기를 보내고 있다. 이로 인해 기존 제품의 판매량을 유지하면서 신제품 역시 적절히 공급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고객사가 신제품인 블랙웰을 구매하기 위해 기존 제품에 대한 지출을 줄이면 자칫 매출이 하락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블랙웰이 발열 문제를 겪으며 생산이 지연돼 관련 우려가 커졌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월 5일(현지 시간)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와 인터뷰하면서 “공급 문제로 새로운 블랙웰 칩에 대한 모든 수요를 맞추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둘째, 글로벌 무역 무대를 배경으로 하는 ‘수출 규제 리스크’다. 엔비디아는 바이든 정부 때부터 수출 규제 기업으로 지목됐다. 2022년 미국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수출 규제 정책을 펼쳤고, 막강한 기술력을 갖춘 엔비디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의 GPU 칩 세트인 A100, H100과 서버 완제품 DGX를 수출 허가 품목으로 지정했다. 사실상 중국으로의 수출을 막는 조치였다. 이듬해 미국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베트남 등으로 규제 대상 지역을 확대하면서 관련 악재는 커졌다.

    최근 중국이 엔비디아의 최신 제품을 구하기 위해 ‘우회로’를 사용하다 들키면서 관련 리스크는 재부각되고 있다. 리셀러가 말레이시아, 베트남, 대만 등에서 엔비디아 최신 칩을 구매한 뒤 중국으로 밀반입하다 적발된 것이다. 대중(對中) 규제로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이 통제되면서 중국 내에서 엔비디아의 제품에 웃돈이 붙은 결과다. 관련 시장이 커지면서 이른바 ‘지하 브로커 네트워크’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지난해 GPU 기반 서버를 공급하는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와 델 테크놀로지스 등이 엔비디아 칩을 밀반입한 혐의로 조사받는 일도 있었다. 향후 미국 정부의 규제가 촘촘해지면서 엔비디아의 중국 우회 수출이 한층 어려워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리스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중국에 대한 관세를 두 차례 인상했다. 양국이 관세 전쟁을 앞두면서 미·중 갈등 역시 고조하는 분위기다. 엔비디아의 공급망은 대만의 TSMC와 폭스콘, 한국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으로 다변화했지만 안심할 수 없다. 두 나라 모두 지정학적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과 대만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위협 모두 부담이다.

    관세정책 등 트럼프발(發) 리스크로 미국 경제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 역시 악재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 2기의 관세정책에 대해 다루며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침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평가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역시 “미국 경제가 정부 재정지출에 중독돼 있는 만큼 해독 기간이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의 연방정부 부처의 지출 삭감 및 공무원 구조조정도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황을 비관하긴 이르다.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엔비디아 앞에 2조 달러(약 2917조 원) 규모의 AI 잠재시장(TAM)이 놓여 있다는 점이다. 아마존(AWS), 구글(GCP), 마이크로소프트(애저), 오라클(OCI) 등 클라우드 기업 다수는 엔비디아의 GB200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엔비디아 역시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에 투자하면서 관련 산업에 대해 야심을 보이고 있다.

    AI의 활용 영역이 다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최근 엔비디아는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과 협력해 5G 통신망에서 기업형 AI 애플리케이션(앱)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아이큐비아, 일루미나, 마요클리닉, 아크인스티튜트 등 글로벌 바이오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유전자 및 제약산업에도 발을 뻗고 있다. 이외에도 슈퍼컴퓨터 산업을 대표하는 회사 500곳 가운데 75% 이상이 엔비디아의 기술을 이용하고 있으며, 아이온큐와 협력해 양자컴퓨터 산업에도 관여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는 데이터센터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인공지능(AI) 산업의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엔비디아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는 데이터센터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인공지능(AI) 산업의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엔비디아

    기회와 위기 공존하는 트럼프 2기

    돌이켜보면 앞서 살핀 세 가지 리스크 중 두 가지는 지난해에도 상당 부분 유효했다. 하지만 2024년 엔비디아는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2024년 매출은 1304억9700달러로 전년(609억 달러)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주가 움직임을 대변하는 주당순이익(EPS) 역시 2.97달러로 2023년(1.21달러)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엔비디아는 이 기간 70%대 중반의 총 마진율을 이어갔다. 무엇 하나 보통의 기업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실적이다.

    엔비디아의 시장 컨센서스는 여전히 견고하다. 시장은 엔비디아의 EPS가 2026년 4.50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대비 50% 이상 성장할 것이란 이야기다. 시장 컨센서스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EPS는 2027년(27%)과 2028년(12%)에도 두 자릿수 비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기간 매출 역시 2041억 달러에서 2892억 달러로 41.7%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엔비디아의 ‘체급’을 생각하면 대단한 성장세다.

    글로벌 IB가 엔비디아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유지하는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다. 미국 JP모건은 올해 엔비디아의 목표주가로 170달러를 발표했다. 1분기 엔비디아의 주가가 100달러 초반대에서 머무르고 있는 사실을 고려하면 상승 여력이 상당하다고 분석하고 있는 셈이다. 골드만삭스(165달러), 바클레이즈와 웨드부시(175달러) 등 글로벌 금융기관은 대부분 긍정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필자 역시 이들 기관의 목표주가가 적절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트럼프 2기는 엔비디아에 기회의 시간일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AI 인프라 확충의 일환으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오픈AI와 오라클, 소프트뱅크가 합작 법인 스타게이트를 설립하고 5000억 달러를 투자해 AI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오픈AI에 따르면 스타게이트는 내년 말까지 텍사스주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해당 데이터센터에는 엔비디아의 AI칩(GB200)이 6만4000개 사용될 것이라 알려졌다. 관련 내용이 현실화한다면 해당 데이터센터에만 수십억 달러 상당의 엔비디아 칩이 사용될 것으로 추산된다.

    AI 혁명이라는 거대한 파고 속에서 엔비디아는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물론 엔비디아 앞에는 여러 과제가 남아 있다. 향후 수요 감소 및 재고 증가라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고, 2026년 ‘루벤 시리즈’가 출시되면서 세대교체 리스크가 다시 부각될 가능성도 상당하다. 다만 지금까지 엔비디아는 전환기를 잘 거쳐왔으며, 신제품도 시기적절하게 공개했다. 제품 수요 역시 당장 감소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엔비디아가 AI 혁명의 미래를 어떻게 그려나갈지 이목이 집중된다.

    이주택
    ‌1974년 출생
    ● 고려대 법학과 졸업,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법학 박사·정보학 석사
    ● 미국 럿거스대 로스쿨 종신교수
    ● 저서 : ‘딸아 주식 공부하자’ ‘다시오는 기회, 미국주식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