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3요소 ‘구도·인물·바람’ 모두 민주당에 유리
여권은 출마자 러시로 ‘인산인해’, 야권은 ‘인물난’
대선 직후 실시된 지방선거, 대선 결과와 동조화
與 ‘우세’로 당내 파벌 싸움 승자가 본선 진출 가능성↑
특단 대책 없으면 야권 크게 패할 것…경제·민생·부동산 ‘관건’

2월 11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두번째)가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당 지도부 인사들과 손을 잡고 있다. 동아DB
예를 들어 보수와 진보, 중도로 나뉘어 있는 유권자 지형에서 진보 성향 후보 한 사람에 보수 성향 후보가 2명 이상 출마할 경우 보수진영 표가 분산돼 홀로 출마한 진보 성향 후보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때 중도층이 스윙보터(유동 투표층) 구실을 할 수 있다. 보수 후보 가운데 좀 더 중도에 가까운 후보를 중도층이 지지할 경우 박빙의 승부가 펼쳐진다. 주요 정당들이 선거 막판 ‘선거 연대’와 ‘후보단일화’를 추진하는 이유도 선거 막바지 ‘일대일’ 맞대결 구도를 만들어 더 많은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함이다.
구도| 민주-조국혁신당 합당 불발로 4파전 불가피
이재명 정부 출범 꼭 1년 만에 치러지는 6·3지방선거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 등 4파전으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선거 전 합당을 추진했지만 내부 반발에 부딪혀 지방선거 이후로 합당 논의를 유보했다는 점에서다.만약 민주당-조국혁신당 합당이 성사됐다면, 기호 1번과 기호 3번이 ‘기호 1번’으로 통합돼 범여권 기호 1번 한 사람에 기호 2번 국민의힘 후보와 기호 4번 개혁신당 후보의 3파전, 여기에 무소속 후보까지 다자 구도로 치러졌을 것이다. 이 같은 대결 구도는 범여권 지지층을 총결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여권 전체에 가장 유리한 선거 구도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합당 불발로 이번 지방선거는 다자 구도로 치러질 공산이 커졌다. 다만 민주당-조국혁신당, 국민의힘-개혁신당의 ‘선거 연대’ 성사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선거 막바지 ‘될 사람 밀어주자’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6·3지방선거가 여당에 유리할 것으로 보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이 50%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화 면접원 인터뷰로 실시한 한국갤럽 조사에서 대통령 직무 평가는 취임 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50%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지난해 8월 말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연 직후인 9월 첫째 주와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 이후인 11월 첫째 주 조사에서는 각각 63%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중국과 일본 방문 이후인 올해 1월 둘째 주(60%)에도 지지율이 상승했다. 앞으로 6·3지방선거까지 대통령 지지율이 50% 이상 유지될 경우 여당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대통령 직무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로는 △경제·민생(16%) △외교(15%) △부동산정책(9%) △소통(8%) △전반적으로 잘한다(7%) △주가 상승(6%) △직무능력·유능함(5%) 순이었다. 반대로 대통령 직무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는 △경제·민생·고환율(16%) △부동산정책(11%) △외교(8%) △독재·독단(6%)을 꼽았다. 경제와 부동산, 외교가 ‘잘함’과 ‘못함’에 나란히 상위권에 랭크된 점이 눈길을 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대통령 또는 민주당에서 대형 사고를 치지 않는 한 6·3지방선거는 여당에 유리하게 흘러갈 공산이 크다”고 예상했다.
정당 지지율에서도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우위를 보이고 있다. 2월 첫째 주 한국갤럽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이 41%였고, 국민의힘 25%, 조국혁신당 3%, 개혁신당 2% 순이었다. 무당층 비율은 26%였다.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기대를 묻는 물음에도 ‘여당 후보가 다수 당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44%로, ‘야당 후보가 다수 당선해야 한다’는 응답 32%보다 높았다. 공교롭게도 같은 조사에서 민주당 정당 지지율 41%와 조국혁신당 지지율 3%를 합한 44%가 ‘여당 후보 다수 당선’이라 응답했다. 합당 여부와 상관없이 조국혁신당 지지층(3%)이 ‘여당 다수 당선’을 바라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10월 16일 첫 조사 때 ‘여당 다수 당선’이 39%, ‘야당 다수 당선’이 36%로 3%포인트로 격차가 크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넉 달 사이 그 격차가 4배 가까이 벌어졌다.
올해 들어 여권에는 여러 악재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로 지명된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이 논란 끝에 인사청문회 직후 지명 철회됐고, 김경 전 서울시의원의 ‘공천헌금’ 의혹이 제기된 강선우 의원과 각종 특혜 논란에 휩싸인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민주당에서 제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여권발(發) 악재는 정당 지지율이나 ‘여당 후보 다수 당선’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그에 비해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1월 14일 직후 실시된 한국갤럽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2%를 기록해 최근 6개월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2월 첫째 주 조사에서 25%로 반등했지만, 41%를 기록한 민주당과의 격차는 여전히 큰 상태다.
지방선거 또 하나의 변수는 한동훈 전 대표 제명이 국민의힘 지지층 분화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1월 20~22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한 전 대표 제명 결정에 대해 응답자의 33%가 ‘적절한 결정’이라고 답한 반면, 34%가 ‘부적절한 결정’이라고 답했고, ‘유보’라는 응답도 33%였다. 국민 여론이 찬성과 반대, 유보로 삼분할된 이 같은 여론 분포는 이번 지방선거 때 야권 지지층이 총결집하기 어려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만약 ‘친(親)한동훈’을 표방한 무소속 후보가 지방선거 또는 재보궐선거에 나설 경우 민주당엔 ‘호재’, 국민의힘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찬탄’ 대 ‘반탄’으로 나뉘어 극심한 내홍을 겪었던 야권이 ‘한동훈 제명’을 계기로 또다시 ‘찬(贊)제명 대 반(反)제명’으로 분화될 가능성이 상존하는 셈이다.
인물| 여당은 ‘출마 러시’, 야당은 ‘인물난’
지방선거 구도가 여권에 유리하게 조성되면서 민주당에는 ‘지금이 기회’라 여겨 출마 러시가 한창이다. 서울시장의 경우 박홍근·서영교(4선), 박주민·전현희(3선), 김영배(재선) 등 5명의 현역의원에 이어 정원오 성동구청장까지 2월 13일 현재 6명이 출마를 선언했다. 경기도지사의 경우도 김동연 현 지사를 비롯해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과 한준호·김병주 전 최고위원, 3선의 권칠승 의원과 양기대 전 의원 등이 출마를 선언, 치열한 공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그에 비해 국민의힘에서는 아직 뚜렷한 후보군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말 그대로 ‘인물난’을 겪고 있는 것. 2022년 지방선거 때 국민의힘 후보로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섰던 김은혜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에 재도전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고, 경기도 분당갑을 지역구로 둔 4선 안철수 의원과 지난 지방선거 때 당내 경선에서 패해 본선 진출이 좌절됐던 유승민 전 의원도 이번 선거에서는 출마의 뜻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지방선거가 선거 구도나 인물 경쟁력, 유권자의 바람 등 선거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이 모두 민주당에 유리하게 조성되다 보니, 최적임자를 선출하려 노력하기보다 당내 역학 구도 속에서 본선 진출자가 가려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방행정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지방자치제도가 더 큰 중앙무대로 진출하기 위한 징검다리로 인식되는 것은 지방자치제도 도입 취지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바람| 임기 초, 대선과 지방선거 결과 동조화
선거 구도와 인물 경쟁력 못지않게 전국 선거인 지방선거 판세를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가 유권자들이 선거 결과를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민심이 무엇이냐 하는 ‘시대정신’이다. 과거 대선과 지방선거 결과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임기 초반, 특히 대선 직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는 대선 결과와 동조화 현상이 뚜렷했다.
2월 12일 6·3지방선거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에 임명된 이정현 전 의원. 뉴스1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대통령은 국민이, 국회의원은 시민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구성원은 주민이 선출한다는 얘기가 있다”며 “지방선거는 대선이나 총선에 비해 그 정치적 비중과 성격이 많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유 대표는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만에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는 ‘정권 심판’ 여론보다, 어느 당 후보가 단체장이 되는 것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발전에 더 효과적인지를 주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월 12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이현우 교수는 “공천 경쟁 과열로 능력이 검증된 지역 일꾼이 본선에 진출하는 게 아니라, 당내 파벌 싸움의 결과로 지역 일꾼이 정해지는 것은 지방정부의 중앙정부 예속화를 가속화할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6월 3일 투표장에서 주권자 국민은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등 모두 네 장의 투표용지에 기표하게 된다. 최종 결정은 주권자 국민이 하지만, 어디까지나 투표용지에 올라 있는 각 정당이 공직 후보자로 추천(공천)한 후보자 또는 무소속 후보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하는 ‘제한적 자유 투표’다.
2월 12일 국민의힘은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를 공천관리위원장에 임명하고 본격적인 공천 작업에 돌입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99만 원 출마 패키지’를 앞세워 새로운 선거운동 방식을 예고하고 있다. 공천 심사료 없이 현수막과 공보물을 묶어 99만 원에 선거를 치르겠다는 실험에 유권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합당 논의가 불발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도 조만간 공관위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지방선거 공천 작업에 돌입할 태세다. 지방선거를 향한 총성 없는 전쟁이 막 시작됐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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