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호

추적 | 최순실·우병우 쇼크

미르·K스포츠 의혹_수사 끌다 용두사미? 우병우 의혹_ ‘무혐의→禹 퇴진’ 수순?

검찰수사 막전막후

  • 특별취재팀

    입력2016-10-20 14:3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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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핫이슈인 ‘미르’ ‘K스포츠’와 ‘우병우’는 검찰로 넘어와 있다. 검찰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정국이 요동칠 것이다. 또한 이 문제는 청와대와 직접 연관돼 있다. 두 사건과 관련한 검찰수사 막전막후를 취재했다.
    검찰은 최근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수사를 떠맡았다.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가 두 재단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이를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에 배당했다. 검찰은 “형사8부는 형사부 가운데 상대적으로 수사 중인 사안이 적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기자에게 “두 재단 사건은 형사부에 배당되는 통상의 사건처럼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형사부에 배당되는 통상의 사건처럼’은 무슨 의미일까. 형사부 업무를 잘 아는 검찰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통상의 사건처럼’

    “형사부는 기본적으로 고소·고발 사건, 경찰에서 넘어오는 사건을 소화한다. 검사 1명당 30~100건의 사건이 돌아간다. 미르·K스포츠재단 사건은 여러 내용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형사부 검사가 이런 하나의 대형 사건에 집중하기란 쉽지 않다. 반면 특수부는 특정한 한 사건에 검사 6~7명이 달려들어 한두 달 안에 끝낸다. 따라서 ‘국민적 관심이 높은 만큼 신속하게 진위를 밝히겠다’는 취지라면 특수부에 배당하는 게 맞다. 형사부에 배당되는 통상의 사건처럼 처리하겠다는 건 아주 천천히 처리하겠다는 의미로 들린다.”

    이 때문에 “미르재단의 ‘미르’가 용(龍)이라는 뜻인데, 미르재단 사건 수사를 미루고 미뤄 결국 이 사건을 용두사미로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검찰의 다른 관계자는 “검찰은 원래 수사 미착수 상태에서 의혹이 계속 나올 땐 사건을 안 따라간다. 이 사건도 야당의 의혹 제기가 다 끝날 때까지 기다릴 것 같다”고 내다본다. 야당의 의혹 제기가 과연 끝이 있기나 할까. 검찰은 언제쯤 수사 결과를 내놓을까.

    “제기된 의혹들을 다 보고, 정치권 흐름도 보고, 여론도 봐가면서 천천히 할 것 같다. 당장 급하게 해서 무혐의라고 내놓으면 검찰이 욕먹는다. 때가 되면 최순실 씨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필요하면 사건을 특수부에 재배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 6~8개월 잡고 가겠다는 거지. 내년 중순이나 말까지 갈 수도 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한마디로 ‘지금 당장 처리할 마음이 없다’는 뜻이다. 시간을 끌다 상황 봐서 무혐의로 처리하겠다는 뜻으로도 비친다”고 했다.



    이석수 ‘입’도 고민거리

    검찰 내에서도 뒷말이 많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굵직한 사건을 맡는 특수부에서 수사해야 하는 사건 아니냐는 것이다. 모금, 등록, 인선 과정에서 아직 팩트로 혐의가 나올 만한 부분은 없지만, 단계별로 권력형 비리 의혹 소지가 한둘이 아니라는 거다. 두 재단을 작정하고 털었을 때 먼지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어떤 검사라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법무부에 파견된 한 검사는 “이번 사건이 언론에서 언급되기 시작할 때부터 좀 이상한 게 많아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사실 사건 배당 과정부터 검찰의 고심이 그대로 전달됐다. 하루이틀이면 배당될 사건을 고발장 접수 일주일이 돼서야 배당한 것. 이 같은 고민의 배경은 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검찰은 이런 사건을 배당할 때 언론이 생각할 수 없는 수없이 많은 변수를 감안한다”며 “쟁점화를 원치 않는 청와대 사정뿐만 아니라 이석수의 ‘입’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감찰관은 청와대 재임 시절 미르재단을 조사하다가 눈 밖에 났고 이젠 검찰수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미르재단과 관련해 파괴력 있는 무엇인가를 폭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검찰은 우병우 의혹 수사라는 뜨거운 감자를 안고 있다. 수사 속도가 더디다. 동중정(動中靜), 즉 움직인 것 같으면서도 별로 움직인 게 없다. 이런 가운데 검찰 내에선 “우 수석 관련 의혹들이 수사를 통해 사실로 규명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정주 넥센 회장이 진경준 전 검사장을 통해 우 수석 처가의 1000억 원대 강남 부동산을 사줬다는 의혹과 관련해, ‘신동아’는 검찰이 우 수석에게 면죄부를 주는 분위기라고 일찌감치 보도했다.

    이후 이 보도대로 검찰 특별수사팀은 이 거래에 대해 “자연스럽지 않다고 보기엔 어렵다”고 언론 브리핑에서 밝혔다. 검찰 측은 “넥슨으로부터 돈을 받은 진경준 전 검사장을 조사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특별히 의미 있는 진술이 현재까지 없다”며 무혐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청와대 관계자에게 묻자…

    그 후 진 전 검사장이 이 부동산 거래에 관여했다는 새로운 진술이 나왔지만 검찰의 태도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특별수사팀은 이렇게 진술하는 부동산업자 채모 씨와 정반대로 주장하는 부동산업자 김모 씨를 함께 불러 대질조사를 벌였다고 한다. 채씨는 강남 땅 거래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라 신빙성을 부여하기 힘들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라고 한다. 또한 채씨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객관적 자료를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씨의 휴대전화 통화 내용도 분석했지만 진 전 검사장과의 관계를 확인할 만한 단서가 없었다고 한다.

    우병우 수석 아들의 의경 ‘꽃 보직’ 의혹과 관련해서도 검찰은 우 수석 측이 인사를 청탁한 정황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경찰의 ‘셀프 충성’에 무게를 두는 듯하다. 검찰은 경찰청 간부를 소환하기로 했지만, 민정수석실의 관리를 받는 경찰이 살아 있는 권력에 불리한 진술을 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 의혹은 “코너링 실력이 좋아서 뽑았다”는 경찰의 역대급 코멘트만 남긴 채 미궁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검찰 관계자는 “우 수석 처가 쪽은 모르겠지만, 우 수석 본인은 무혐의 각(角)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우병우 수석 사건 처리 및 그의 거취와 관련해 좀 더 구체화한 말도 들린다. 한 법조인은 최근 사석에서 우병우 수석이 화제로 떠오르자 즉석에서 청와대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우 수석의 사퇴 여부를 물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법조인에게 “검찰에서 결론이 나오면 그때 (우 수석의) 거취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우병우 수석 무혐의 수사결과를 발표한 뒤 우 수석이 명예롭게 퇴진하는 수순 정도로 읽힌다.

    청와대에 파견된 적이 있는 한 검사도 “검찰이 무혐의로 결론을 내면, 청와대가 ‘봐라, 아무것도 없지 않으냐. 근거 없는 국정 흔들기 용납하지 않겠다. 다만, 국민에게 심려를 끼쳤기에 물러나기로 했다’고 발표하면 된다. 깔끔하게 이 사태를 정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우병우 수석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의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검찰은 우 수석 가족회사인 정강을 수사하면서 우 수석 부인의 자택과 사무실, 휴대전화를 압수수색 대상에서 뺐다. ‘수사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이 청와대 입맛에 맞는 결과를 내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우병우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최근 사석에서 “법률가로서 보기에, 우 수석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면서도 “검사로서 보기에, 기소하는 게 맞다. 이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한 검찰 관계자는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 방점을 찍어 미리 흘리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朝鮮을 적으로 돌릴 필요야…”

    우병우 수사와 한 세트인 이석수 수사도 지지부진한 편인데, 검찰 일각에선 “우병우를 무혐의 처분한다면 여론을 고려해 이석수도 그렇게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석수 사건은 단순하다. 이 전 감찰관으로부터 ‘조선일보’ 기자에게로 어떤 정보가 나갔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MBC는 이석수 전 감찰관이 SNS를 통해 우 수석 관련 내용을 조선일보 기자에게 알려줬다고 보도한 바 있다. MBC에 따르면, 이 전 감찰관은 조선일보 측에 “활동 만기일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경찰 등이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다. 계속 협조하지 않으면 검찰에 조사하라고 넘기면 된다”며 구체적인 사건 처리 방향을 SNS를 통해 언급했다. 이에 대해 이 전 감찰관은 “SNS를 하지 않는다”고 반박했지만, MBC도 물러서지 않았다. 후속 보도에서 “조선일보 기자가 이 전 감찰관과의 전화 통화를 회사에 보고한 것도 SNS에 유출됐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했다.

    특별수사팀은 보도의 계기가 된 SNS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MBC가 입수한 문건과 조선일보 측 문건이 일치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윤갑근 특별수사팀장(고검장)은 “MBC는 서면 자료를 제출했지만 그쪽(조선일보)에서는 언론탄압 취지로 받아들여 협조가 전혀 안 된다”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선일보 기자는 참고인 조사를 거부하다 최근에야 조사를 받았다는 것. 그러나 검찰에 별로 협조적이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 측은 “그래도 형식적으로나마 거쳐야 할 단계를 넘게 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선일보 법조팀 기자들의 단체 카카오톡 방에 올렸다는 문건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언론사가 구체적인 취재 내용을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건 ‘앞으로는 취재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검찰이 참고인 신분에 불과한 기자에게서 원하는 자료를 받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검찰의 한 고위 관계자도 “조선일보가 송희영 전 주필 사건으로 위기를 맞았지만 그래도 조선일보는 조선일보다. 검찰이 굳이 이 신문사를 적으로 돌릴 이유는 없다”며 처리 방향을 귀띔했다. 조선일보 측이 계속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이 전 수석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을지 모른다.   



    고운 털, 미운 털

    그러나 우병우 수석과 이석수 전 감찰관을 대하는 검찰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고 한다. 한 사람은 고운 털이 박힌 분으로, 다른 한 사람은 미운 털이 박힌 분으로 대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소수 의견이지만, 검찰이 이 전 감찰관을 끝내 기소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미르재단까지 파헤친 이 전 감찰관이 활동에 제약을 받는다면, 이는 ‘누군가’에겐 매우 좋은 일이 될 수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윤갑근 팀장은 중요 사건을 처리하면서 대검과의 의사소통에서 잡음을 내지 않는 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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