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이었다. 이 회장은 국내 주요 경기 단체와 대한체육회 부회장을 두루 거쳤지만 어려운 요인이 많았다. 지난 3월 대한수영연맹 간부들의 비리 책임 소재를 가리고 회장직을 내놓는 과정에서 극심한 마찰을 빚었다. 급기야 수영계 일부 인사들은 이 회장의 체육회장 출마 반대 규탄대회를 계획하기도 했다. 국민생활체육회와의 통합 과정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생활체육계와 갈등이 불거진 것도 악재였다.
하지만 ‘깜깜이 투표’라고 할 만큼 후보에 대한 정보 접근과 선거운동에 제약이 많았던 게 이 회장에겐 유리하게 작용했다. 선거 당일 각 후보에게 10분씩 할당된 정견 발표에서 이 회장은 우리 스포츠 현실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앞세워 대한체육회 재정 자립과 체육인 일자리 창출, 인프라 확충 등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하며 부동층의 표심을 자극했다.
당선 직후 이 회장은 몸을 한껏 낮추는 모양새다. 그는 머슴을 자처하며 “두 집 살림을 한곳에 들이다 보니 그릇도 깨지고, 살림도 어지럽다. 거미줄도 치우고, 방도 닦고, 부엌에 불을 때서 온기가 들게 하겠다. 화학적으로 온전한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