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원하는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온라인 공개강좌 서비스다. 2012년 미국에서 첫선을 보였고, 한국에선 2015년 10월 ‘K-MOOC’로 탄생했다(국가평생교육진흥원 K-MOOC 홈페이지 : www.kmooc.kr). K-MOOC 인기 강좌를 매달 한 편씩 요점을 추려 소개한다.
제1장 총설 중 서설(序說)부터 시작하죠. 민법의 의미입니다. 민법은 법의 한 종류인데요. 민법을 얘기하기 위해서 먼저 법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보겠습니다. 법은 사회규범의 하나죠. 사회규범 중에서도 강제력을 가진 사회규범입니다. ‘강제력’이 무엇입니까. 위반하면 일정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힘입니다. 누가 제재를 가합니까. 국가죠. 규범을 위반한 사람에 대해 일정한 제재를 가함으로써 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이것을 강제력이라고 합니다.
강제력의 목적은 뭘까요. 민법에서 얘기하는 강제력의 목적은 ‘권리의 보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권리란 ‘일정한 이익을 향유하도록 하기 위해 법이 인정한 힘’이라고 정리해보죠.
그렇다면 민법은 무엇일까요. 권리관계 중에서 개인 간의 사적인 권리관계를 ‘사법관계’라고 합니다. 민법은 이 사법관계를 규율하는 법입니다. 사법관계에 대응되는 개념이 공법관계입니다. 공법관계란 국가기관과 국민 또는 국가기관 상호간의 관계이며, 공법은 이런 것들을 규율합니다. 요컨대, 민법은 개인과 개인의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법입니다.
대한민국 민법 1958 제정
여러분, 여기에서 이런 생각을 한 번 해볼까요. 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 않습니까. 그중에 가장 먼저 생긴 법이 무엇일까요. 인류의 발생, 그 전체 역사에서 가장 먼저 생긴 법이 무엇일까요. 예, 답은 민법이라고 해야겠죠. 왜냐하면 공법은 국가권력 형성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인류의 긴 역사에서 볼 때 국가권력이라고 하는 것, 공법관계가 탄생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하지만 사적인 관계를 규율하는 민법은 국가의 형성을 전제로 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아기의 아버지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는 민법에서 다룰 수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사냥을 하는데, 사냥 순서를 정한다든지 혹은 사냥의 결과물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 하는 문제도 민법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류가 탄생해서 사회관계를 이루는 순간부터 민법의 필요성을 느꼈을 겁니다.
민법은 사법관계를 규율하는 법이라고 했는데요. 물론 사법관계를 규율하는 법에는 민법만 있는 건 아닙니다. 상법, 주택임대차보호법 등 수많은 사법이 있죠. 상법, 주택임대차보호법 같은 법을 특별법이라고 합니다. 특별법이란 적용 범위가 특정한 사람 또는 특정 사안에만 국한됩니다. 이에 비해 민법은 그런 특별법이 아니라 모든 사법관계에 적용되는 일반법입니다. 그러면 특별법과 일반법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문제가 된 사안에 대해 특별법이 있으면 그것을 적용하고, 특별법이 없으면 일반법인 민법이 적용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특별법 우선의 원칙’이라는 말을 하지요.
앞에서 설명한 민법 개념은 실질적 시각에서 본 것입니다. 형식적 시각에서의 민법은 1958년에 제정되고 1960년부터 시행된 ‘민법’을 말합니다. 대한민국 민법이 어떤 과정을 거쳐 성립됐고, 또 근본적으로 어떤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잠깐 말씀드리죠.
민법의 法源
1910년 이래로 식민지 한국에는 일본의 민법이 적용됐는데, 그것을 ‘의용(依用)민법’이라고 합니다. 1945년 광복됐지만 곧바로 민법을 만들 수 있는 역량도 여유도 없었습니다. 미군정이 끝나고 1948년 정부가 수립되면서 민법 제정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1948년 대통령 직속으로 법전편찬위원회가 구성됐고, 여기에서 민법, 형법 같은 법률들을 만드는 기초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6·25전쟁 등의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1958년 대한민국 민법이 제정됐고, 1960년 1월 1일부터 시행됐습니다. 광복 후 15년이 지나서야 우리의 민법이 발효된 겁니다.우리 민법은 일본 민법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더 정확하게는, 일본 사람들이 만든 만주법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런 일본 민법은 어떤 민법의 영향을 받았을까요. 독일 민법입니다. 그다음으로 프랑스법, 영미법 등의 영향도 받았고요. 일본 민법은 이처럼 외국의 여러 법제를 복합적으로 계승한 민법이지요. 우리는 그런 일본 민법을 참고한 것이고요. 이것만 봐도 우리 민법의 ‘캐릭터’를 짐작할 수 있겠지요.
민법의 법원(法源)에 대해서도 알아볼까요. 이것은 민법이 어디에 어떻게 존재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민법 제1조는 “민사에 관하여 법률에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의하고 관습법이 없으면 조리(條理)에 의한다”라고 규정합니다. 이에 따르면, 민법의 법원은 법률, 관습법, 조리 등 3가지입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법률이란 국회에서 제정되는 성문 규범을 말합니다. 시행령, 시행규칙과 같은 것은 성문 규범이기는 하나 법률은 아닙니다. 그런데 민법 제1조의 법률이란 엄밀한 의미의 법률뿐만 아니라 모든 성문 규범을 가리킵니다.
관습법은 일정한 사실 상태가 반복돼 사회 구성원들이 ‘아, 이게 법이구나, 그러니 지켜야 하겠구나’라는 생각(법적 확신)을 갖게 하는 규범을 말합니다.
조리는 사물의 본질적 법칙 또는 이성에 기초한 법의 일반 원칙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요. 상식이라고 생각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조리를 이렇게 법원에 포함시킨 이유가 뭘까요. 이것은 헌법이 정하는 기본권으로서 ‘재판받을 권리’(헌법 제27조 제1항) 내지는 사법거절 금지의 원칙과 관련됩니다.
어떤 사람이 권리구제를 받기 위해 국가기관인 법원에 재판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법원에서 “아, 당신이 얘기한 그 내용은 법에 없기 때문에 재판할 수 없어요”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럴 수는 없습니다. 국가는 적법하게 제기된 소에 대해서는 해당 사안에 적용될 법이 없다는 이유로 재판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기본권 침해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법률도 관습법도 없다면 조리에 의해서라도 반드시 재판을 하라’는 의미로 민법 제1조에서 조리를 법원에 포함시킨 것입니다. 조리가 법원인가에 대해 학설상 논쟁이 있지만, 이는 실천적 의미가 없는 논의라고 생각합니다.
제1절을 마치고 제2절 민법의 규율대상(권리관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권리관계가 무엇인지, 권리가 무엇인지 보죠. ‘권리관계’란 법규범에 의해 규율되는 사회생활관계라고 할 수 있겠죠. 사회생활관계는 법규범에 의해서만 규율되는 것은 아닙니다. 종교 규범도 있을 수 있고, 도덕도 있을 수 있고…. 그런데 그중에서 법에 의해 규율되는 관계를 권리관계라고 합니다. 권리관계의 내용은 일반적으로 누구에게 권리가 있고, 누구에게 의무가 있다는 식으로 돼 있죠.
채권, 물권, 지적재산권
그렇다면 권리관계의 주된 구성요소인 권리란 무엇일까요. 권리의 정의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매우 복잡한 논의가 있었지만, 여기에서는 ‘일정한 이익을 향수(享受)하기 위해 법이 인정한 힘’이라고 정의하겠습니다. 권리의 종류를 내용에 따라 분류하면 재산권, 인격권, 가족권, 사원권으로 나뉩니다.재산권은 권리의 내용이 경제적 가치를 갖는 권리입니다. 인격권은 사람의 생명·신체·자유와 관계된 권리입니다. 가족권은 친족관계에 기초한 이익을 내용으로 하는 권리로 부양청구권 같은 것들이죠. 친족의 범위에 대해서는 민법 제4편(친족)에 규정돼 있습니다. 사원권이란 사단법인의 구성원(사원)이 그 사단법인에 대해 갖는 권리입니다.
이들 4가지 권리의 구체적인 의미에 대해서는 앞으로 공부할 것입니다. 다만 재산권에 대해서는 여기에서 좀 더 설명을 드리도록 하죠. 민법을 공부하기 위해 정확한 개념 정리가 필요하기 때문인데요. 재산권은 채권(債權, 특정인이 다른 특정인에게 어떤 행위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 물권(物權, 특정한 물건을 직접 지배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배타적 권리), 지적재산권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채권이란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일정한 행위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설명이 추상적이죠?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겠습니다. A라는 사람이 갑(甲) 물건의 소유자입니다. B라는 사람은 을(乙) 물건의 소유자입니다. 그런데 A와 B가 소유물을 서로 바꾸자고 합의했습니다. 이런 합의를 계약이라고 하지요. 계약이 성립하면 A는 B에게 을의 인도를 요구할 수 있고, B는 A에게 갑의 인도를 요구할 수 있죠. A의 B에 대한, 그리고 B의 A에 대한 권리가 채권입니다. 그리고 A와 B, 두 사람은 채권자이면서 채무자입니다. 이런 계약을 쌍무계약이라고 합니다. 계약으로부터 채권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계약을 채권 발생 원인 중 하나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A와 B의 채권 내용을 좀 더 들여다 봅시다. 계약을 통해서 A와 B는 각각 을과 갑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채권은 ‘가능성의 권리’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A가 B에게 채무를 이행하면 A는 을에 대한 소유권(물권)을 취득하고 A의 B에 대한 채권은 소멸합니다. 이와 같이 채권은 늘 가능성의 상태로 존재합니다. 가능성의 권리인 채권은 실현되지 않을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채권자로서는 늘 불안한 마음이 들죠. 채권자는 불확실성을 회피하기 위해 여러 가지 수단을 강구하게 되죠. 그것이 바로 채권담보 제도입니다.
가능성의 권리, 배타적 권리
다음으로 물권을 볼까요. 일반적으로 물권이란 권리 객체를 직접 지배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라고 말합니다. 이 말도 매우 추상적이라 사례를 들어 쉽게 설명하겠습니다.우선, 물권의 직접지배성에 대해 알아보죠. B가 소유한 갑(甲) 토지가 있습니다. A가 대가를 지불하고 갑 토지를 빌려 공장을 운영하려 합니다. A가 B로부터 갑에 대한 사용권을 취득하는 것으로는 채권적인 방법과 물권적인 방법 두 가지가 있습니다. 전자는 A가 B와의 임대차계약에 의해 임차권을 취득하는 것이고, 후자는 A가 B와의 지상권설정계약에 의해 지상권을 취득하는 것입니다.
어느 쪽이나 일정 기간 B 소유의 갑 토지를 사용하다가 나중에 돌려준다는 점에서는 똑같지만, 권리의 속성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 차이는 B가 갑 토지를 C에게 양도해 C가 새로운 소유자가 된 경우에 잘 드러납니다. A의 권리가 물권인 지상권이라면 갑 토지의 소유자가 중간에 변경되더라도 A의 권리에는 아무 영향이 없습니다. C가 B로부터 취득한 소유권은 A의 지상권 부담이 수반된 것이기에 그러합니다. 물권은 물건을 직접 지배하는 권리라는 말의 의미가 다가오는 것 같죠?
이제 물권의 배타성에 대해 예를 들어 설명드리겠습니다. 갑(甲) 부동산의 소유자 A가 X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며칠 후 같은 부동산에 대해 Y와 또 매매계약을 체결했어요. Y가 매매대금을 더 준다고 해서 이중으로 매매계약을 한 것입니다. 갑 부동산에 대한 등기가 아직 A에게 있는 상태에서는 X와 Y 모두 A에게 “갑에 대한 소유권을 이전해주세요”라고 청구할 수 있는 채권자의 지위에 있습니다. X와 Y 모두 갑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할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X가 계약을 먼저 체결했다고 해서 Y에 우선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와 같이 채권은 동시에 같은 내용으로 공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물권은 배타적 권리이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어요. 이것이 채권과 크게 다른 점이죠. 가령 어떤 물건이 A의 소유도 되고 동시에 B의 소유도 되는 관계는 있을 수가 없죠. 그래서 물권을 배타적 권리라고 하는 것입니다.
사적 자치의 원칙
자, 이제 민법의 기본 원리를 살펴 볼까요. 민법의 기본원리에 대해서는 우선 사적 자치의 원칙을 생각해야 합니다. 사적 자치의 원칙은 누구든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서 법률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적 자치의 원칙은 민법의 기본 이념으로서, 개별 원칙(법률행위자유의 원칙, 사유재산권 존중의 원칙, 과실책임의 원칙)의 토대를 이루는 근본입니다. 이제 개별 원칙을 보기로 하겠습니다.법률행위 자유의 원칙은 자기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서 법률행위(예컨대 계약 같은)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법률행위 자유의 원칙은 왜 필요할까요. 개인의 의사를 이렇게 존중하는 것이 사회경제적으로도 이익이라는 관념에 기초한 것입니다. 계약에 대해 국가에서 “A, B 당신들은 언제 어떤 내용으로 계약을 체결하세요” “ B, C 당신들은 어떻게 하세요” 하는 식으로 일일이 관여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겠죠. 그러니까 개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사회경제적으로도 이익이라는 것이죠.
사유재산권 존중의 원칙은, 개인에게 귀속된 재산권은 국가 또는 타인에 의해 침해되지 않는다는 원칙이죠. 헌법 제23조, 민법 제211조가 이 원칙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과실책임의 원칙은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다고 하더라도 가해행위가 고의 또는 과실(즉 귀책사유)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어떤 사람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를 생각해 보세요. 벼락이 떨어져 내 재산이 파괴됐다, 그것을 누구 탓으로 돌리겠습니까. 위험은 자기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 손해에 대한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려면 귀책사유가 필요한데 이에 관한 원칙이 과실책임의 원칙입니다.
손해배상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계약 당사자가 계약을 위반해 손해를 끼친 경우와 계약관계가 없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가 있습니다. 전자에 대해서는 민법 제390조, 후자에 대해서는 민법 제750조가 규정합니다. 이들 규정은 과실책임의 원칙을 표현합니다.
명 순 구
● 1962년 충남 청양 출생
● 고려대 법대 졸업, 동 대학원 석사(법학), 프랑스 파리 1대학 박사(법학), 프랑스 교수자격 취득
● 민법개정위원회 위원, 프랑스 팔므아카데믹 지사장 수훈 전국대학교 교무처장협의회장
● 現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저서 :‘실록 대한민국민법 1·2·3’ ‘국민건강보험법’ ‘러시아법 입문’, ‘프랑스 민법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