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중 캠프 발족”
- “반 총장과 직접 상의 중”
- “친박계 일부는 빼내 올 수도”
10월 14일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26%로 2013년 2월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조사를 한 한국갤럽 분석에 따르면 미르·K스포츠재단, 최순실-차은택 의혹, 문예계 블랙리스트 논란, 백남기 농민 논란 순으로 영향을 미쳤다. 새누리당 지지율도 28%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낮았다.
박 대통령은 지지율을 다시 반등시킬 수 있을까. 오리무중이다. 임기 1년여를 남긴 역대 대통령 모두 한번 내려간 지지율을 끌어안은 채 직무를 마쳤다. 야당이 계속 미르, 최순실을 떠들어댈 게 분명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고정 팬’이 많은 터라 예전의 ‘선거의 여왕’ 컨디션을 회복할지도 모른다.
반 총장 지지율은 27%로 박 대통령, 새누리당 지지율과 비슷하다. 반 총장을 선호하는 유권자 중엔 새누리당 지지층(54%)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13%), 국민의당 지지층(15%),지지 정당이 없는 유권자(19%)도 적지 않게 포함돼 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낮아지는데 반기문 총장 지지자의 상당수는 새누리당 지지자라는 점에 반 총장의 고민이 있다. ‘반기문=새누리당 후보’라는 등식, 특히 ‘친박계가 지원하는 후보’라는 프레임에 갇히면 승산이 낮아질 수 있다.
반 총장은 여전히 1위를 달리지만, 부산·울산·경남(PK)에선 한 달 만에 10%포인트나 급락했다. 이는 조선업 경기불황, 태풍·지진 피해 등 영남권을 강타한 지역 악재와 함께 미르재단 등 박 대통령 주변을 둘러싼 의혹들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외교관 출신, 감각 무뎌”
연말에 임기를 마친 뒤 내년 1월 중순 이전 귀국하겠다고 밝힌 반 총장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또한 국내에서 ‘반기문 대권 플랜’을 짜고 있는 반 총장의 측근들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취재 결과, 반 총장은 새누리당 간판을 달 것이라는 그간의 일반적 추측과는 달리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본격적으로 대선을 준비할 캠프를 11월 중에 꾸릴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다.
반 총장의 핵심 측근인 중진 정치인 A씨는 “그동안 국내에서 대선을 준비하던 반 총장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외교관 출신이어서 상황 판단을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며 “우리가 나서서 완전히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하려 한다”고 밝혔다.
A씨가 말한 외교관 출신 측근 그룹은 김숙 전 유엔대표부 대사, 박인국 한국고등교육재단 사무총장(전 유엔대표부 대사), 박준우 세종재단 이사장(전 박근혜 대통령 정무수석, 전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특별보좌관), 윤여철 청와대 의전비서관(전 유엔 사무총장 특별보좌관) 등이 핵심이다.
이들 가운데 현직이 아닌 김숙 전 대사가 서울 광화문에 개인 사무실을 내고 반 총장의 대권 플랜을 짜왔다. 하지만 정무 감각이 떨어지는 외교관 출신들의 한계 때문에 대권 밑그림조차 그리지 못하고 있었다는 후문이다.
어수선한 상황
이런 와중에 반 총장 지지자들 사이에서 충남 예산 출신인 오장섭 전 충청향우회 총재가 주목을 받았다. 3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자민련 사무총장·원내총무, 건설교통부 장관 등을 지낸 그는 10월 초 돌연 향우회 총재직에서 물러났다. 9월 중순 다문화가족으로 구성된 레인보우 합창단을 이끌고 뉴욕을 방문한 길에 반 총장을 만나고 온 직후였다.오 전 총재가 반 총장의 ‘밀명’을 받아 대선을 준비하기 위해 충청향우회 총재직을 내놓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충청향우회 총재 자리는 오 전 총재의 추천으로 정치인 출신인 유한열 전 의원이 맡았다.
그러나 반 총장과 가깝고 충청향우회 사정에 밝은 B씨는 “오 전 총재가 다른 사정으로 그만둔 것이지, 반 총장의 오더를 받은 건 아닌 걸로 안다”며 “반 총장도 오 전 총재나 유한열 신임 총재의 역할에 그다지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고(故) 성완종 전 회장에 이어 ‘충청포럼’ 회장을 맡은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도 ‘반기문 대통령 만들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들어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친박계 핵심인 윤 의원은 전국적 조직인 ‘무궁화리더십포럼’을 시·도별로 결성 중인데, 본인의 대선 출마용이란 게 B씨의 설명이다.
이처럼 반 총장 귀국을 앞두고 주변에서 대선 준비에 혼선을 빚는 데다, 미르재단 의혹이 터지는 등 국내 상황이 급변하자 정무 감각이 있는 핵심 지지자들이 11월 중 서울에 반 총장을 위한 대선 캠프를 띄우기로 했다고 한다.
캠프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반 총장이 친박계 지원을 받아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설지 여부를 정하는 것이다. 현재로선 부정적이다. 캠프 설립을 주도하는 A씨는 “반 총장에게 친박계는 ‘계륵(鷄肋)’이 됐다. 안을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지금부터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을 한 뒤에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A씨는 특히 “친박계 전체와 같이 가지 않고, 꼭 필요한 일부만 빼서 함께하는 방안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려 한다”며 “반 총장과도 그런 문제들을 직접 상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가 반 총장과 핫라인을 구축한 셈이다. 그는 아직은 실명 공개를 꺼렸다.
대안은 반기문-안철수 연대?
반 총장 주변의 이런 움직임과 맞물려 당장 ‘반기문-안철수 연대론’이 제기되고 있다. 반 총장이 일단 새누리당 일부와 함께 가다가 대선 막판에 안철수 전 대표 세력과 연대하는 안이다. 혹은 반 총장이 미르 재단 의혹에 휩싸인 박근혜 정부와 각을 세우면서 처음부터 안 전 대표의 국민의당,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등과 제3지대에서 새로운 세력을 구축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천정배 국민의당 전 대표는 최근 “반 총장이 세계 정세를 다 알고 계신 분인데, 국내 민심을 모르겠나. 친박 후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와) 힘도 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반 총장이 ‘기름장어’라는 자신의 별명대로 현실 정치에서도 극에서 극으로 진영을 갈아탈까. 새누리당 친박근혜계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이나 새누리당이 어렵다고 반 총장이 야당으로 간다면 그는 아마 ‘양지만 좇는 사람’으로 비칠 것이다. 거기서 불쏘시개 역할에 그칠 게 뻔하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미르·K스포츠재단이나 최순실 이슈는 실체가 없기 때문에 오래가지 못한다. 반 총장은 자신의 측근 그룹들에서 목소리가 중구난방으로 나오는 걸 오히려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