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해인’ 이양구(41, 사진 왼쪽) 대표가 광복 후 미군정의 검열을 소재로 한 연극 ‘CCIG-K’를 10월 초 서울 대학로 연우소극장 무대에 올렸다. CCIG-K는 미24군이 1945년 9월 남한에 진주할 때 정보참모부에 설치한 민간통신검열단의 실명. 연출과 극본을 맡은 이 대표는 지난해 ‘연극계 검열 사태’를 계기로, 자신의 주특기인 ‘근원 찾기’를 하다 소재를 찾아냈다.
200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별방’으로 등단한 그는 200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진예술가 지원, 2011~2014년 혜화동 1번지 5기 동인 활동, 2014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3 선정 등으로 주목받았다. 어린 시절 부모를 죽인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별방’, 미군 기지촌 할머니를 그린 ‘일곱집매’, 손배가압류에 고통받는 노동자에 주목한 ‘노란봉투’가 주요 작품. 현실감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곧잘 현장에 뛰어드는 그는 최근 직장폐쇄 투쟁기를 다룬 책 ‘호모 파베르의 인터뷰’를 펴내기도 했다. 왕성한 창작력의 진원지를 묻자 ‘기억’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어릴 때 살던 마을이 수몰되면서 외부의 폭력에 눈떴다. 이웃과 친구들이 하나둘 없어졌다. 마지막까지 남은 단 하나의 학생으로 살면서 세상엔 양과 음이 공존한다는 걸 실감했다. 세상의 폭력성과 그에 대한 방어기제로 발현된 개인의 폭력성을 응시하는 건 경험에서 비롯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