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추적 | 최순실·우병우 쇼크

‘밤의 말벗’과 ‘낮의 황태자’ 보수정권 ‘자폭 뇌관’ 되다

‘人의 장막’ 崔·禹, 대선 판도 충격파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송국건 |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밤의 말벗’과 ‘낮의 황태자’ 보수정권 ‘자폭 뇌관’ 되다

1/3
  • ● “청와대, 미르 인선 개입 의혹”
  • ● 김무성 前 대표 “확실하고 예민한 문제… 예의주시 중”
  • ● 비박계 주자들 동조하면 대선 구도 급변
  • ● “최순실 의혹에 최순실이 없다”
  • ● “진보진영과 야당의 박근혜 흔들기”
최순실과 우병우. 한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 밤에, 다른 한 사람은 낮에 가장 의지하는 인물이라는 소문이 정가에 파다하다. 우병우(49)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사정(司正) 라인을 장악했음은 물론, 고유 업무를 넘어 국정 여러 분야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박철언 전 체육부 장관이 ‘6공 황태자’라면, 우병우 수석은 ‘박근혜 정권의 황태자’ 쯤으로 통한다. ‘자연인’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 씨는 박 대통령의 ‘말벗’을 넘어 막후에서 현 정권의 비선(秘線) 실세로 행세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박 대통령, 굴욕 경험할 수도”

“‘인(人)의 장막’이라는 두 사람은 이제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초래하는, 나아가 10년 보수 정권을 허무는 ‘자폭 뇌관’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여권에서 나온다. “최순실·우병우 쪽에서 뭔가 결정적인 것이 하나만 터지면 잔여 임기 1년여의 박 대통령이 굴욕을 경험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정권 재창출이고 뭐고 다 날아간다”는 것이다.

우병우 의혹과 최순실 의혹 모두 심각하지만, 둘 사이의 경중이 다르다는 이야기가 있다. 우병우 의혹은 ‘조선일보’의 선공으로 국지전이 벌어졌다가 소강상태에 접어든 모양새다. 반면, 최순실 의혹은 박근혜 정권의 숙적인 야당과 일부 진보 언론이 국회 국정감사를 기점으로 맹폭에 나서면서 전면전으로 치닫는 흐름이다.

사안의 폭발력도 최순실 의혹이 더 커 보인다. 우 수석에게 제기된 문제는 인사검증 실패를 제외하면 개인사, 가족사가 주를 이룬다. 우 수석이 물러나면 진화된다. 반면, 최순실 의혹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직결되는 구조다.  



최순실 씨는 2007년 알렉산더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국대사가 비밀문서에서 “러시아의 요승 라스푸틴처럼 박근혜의 마음을 통제한 인물”로 묘사한 고(故) 최태민 목사의 딸이자, 지난해 ‘국정농단’ 논란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박근혜 대통령의 옛 비서 정윤회 씨의 전 부인이다. 최순실이라는 인물 자체에 이렇듯 ‘흥행 요소’가 풍부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정윤회 씨가 비서에서 물러난 2000년대 중반 이후 최순실, 정윤회와 연락하지도 만나지도 않았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어찌 된 영문인지 정윤회 씨는 지난해 ‘정윤회 문건’ 파문 때 “2012년 대선 직후 박근혜 당선인으로부터 감사 전화를 받았다”고 스스로 폭로했다. 또한 정씨는 청와대의 이른바 ‘문고리 권력’인 안봉근 비서관과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도 공개했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 씨가 골라준 한복을 입고 취임식에 참석했다는 이야기, 최순실 씨 딸의 승마 문제와 관련해 박 대통령이 정부 간부들을 징계하라고 성화를 했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정윤회 문건을 만든 박관천 전 경정은 “권력서열 1위 최순실, 2위 정윤회, 3위 박근혜”라고 비아냥댔다. 급기야 “박 대통령에게 문고리 비서관 3인방이 생살이라면 최순실은 오장육부”라는 말까지 나왔다.   



‘최순실 등장’은 한 곳뿐

최근의 최순실 의혹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서 시작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청와대의 ‘오더’를 받아 대기업들로부터 700억~800억 원을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초단기간에 ‘수금’해 두 재단을 만들어줬고, 최순실 씨가 이 두 재단의 인선(人選)을 주물렀다는 게 얼개다. 청와대 쪽에선 안종범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에게 모금을 지시한 인물로 지목된 바 있다.

최씨와 관련해,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월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에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 최순실 씨가 개입됐다”고 폭로했다. 국회 교문위 소속 야당 의원들도 같은 날 “최씨가 K스포츠재단 이사장에 단골 스포츠마사지센터 원장을 앉히는 등 운영에 개입한 정황까지 드러났다”고 했다. 조 의원은 이어 “미르·K스포츠재단의 배경으로 주목된 차은택이라는 사람도 최순실 씨와 각별하다고 한다”며 CF감독 출신인 차은택 씨도 거론했다.

야당과 언론이 이렇게 하루가 멀다 하고 의혹을 쏟아내 관련 의혹이 수백 개도 넘지만, 기자가 일일이 확인한 결과, ‘최순실이 실제로 등장하는 내용’은 한 개뿐이었다. 이것이 ‘모든 의혹의 발화지점’이다. 9월 20일자 ‘한겨레’ 기사가 그것인데, 요지는 간단하다.

정동춘(55)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운동기능회복센터’라는 스포츠마사지센터 대표였다. 정씨는 이곳에서 단골인 최순실 씨의 치료와 상담을 맡았다고 한다. 기사에 따르면, 한겨레 기자는 정씨와 운동기능회복센터를 공동으로 운영한 적이 있는 이모 씨와 전화로 연결됐다고 한다. 그런데 이씨가 이 통화에서 “나도 최순실 님으로부터 (K스포츠재단 참여) 제의를 받았다. 정 박사님(정동춘 씨)은 인품도 훌륭하고 스펙도 준비가 된 분이니 최순실 님이 제안을 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구글링(인터넷 검색의 일종)을 통해 이씨의 연락처를 알아내 전화하게 됐다”고 취재과정을 설명했다. ‘신동아’도 이 방법을 따라 이씨에게 연락을 여러 번 취했다. 그러나 휴대전화는 개통된 상태였는데 이씨는 계속 받지 않았다.

한겨레 기사를 보면, 이씨는 ‘최순실이 정동춘에게 K스포츠재단 참여를 제안했을 것’이라는 본인의 ‘추정’만을 말했다. 당사자인 정씨는 “K스포츠재단 이사장이 된 것은 최순실 씨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이씨의 말은 추정이므로 ‘사실적 근거’라고 하기엔 빈약하다.

다만, 한겨레는 이씨가 통화에서 자신도 최순실로부터 K스포츠재단 참여 제의를 받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언론의 생리를 잘 모르는 체육계 인사인 이씨가 기자와의 대화 도중 자신의 대답이 불러올 파장을 예상하지 못한 채 은연중에 ‘진실된 사실’을 털어놓은 것으로 비치기도 한다.


“청와대 고위 인사 직접 나서”

중요한 것은 최순실 씨가 정말 이씨에게 ‘K스포츠재단 참여’를 제안했는가인데, 이 기사에선 이 부분이 이씨의 직접 진술이 아닌 기자의 보충설명(괄호 처리)으로 처리돼 있다.   결론적으로, 요즘 대서특필되는 최순실-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의 전체적 지형을 살펴본 결과, 최씨의 행적이 직접 등장하는 내용이 기사 한 건에 그칠 정도로 극히 적으며, 이 내용 역시 추정이나 기자의 보충설명과 뒤섞여 애매 모호하게 서술된 점이 확인된다.

이렇게 어설퍼 보이는 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청와대와 최순실 씨가 이 의혹으로부터 당장 면죄부를 받기는 힘들어 보인다. 양측의 개입을 의심해볼 만한 정황들이 있기 때문이다.

박병원 경영자총연합회 회장이 지난해 11월 6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회의에서 “이미 재단법인 미르라는 것을 만들어서 (…) 전경련을 통해 대기업의 발목을 비틀어서 450억~460억 원을 내는 것으로 굴러가는 것 같다”고 말한 녹취록도 최근 야당 의원에 의해 공개됐다. ‘발목을 비틀어서’라는 문장에 주어가 빠져 있지만, 야당은 “청와대밖에 더 있겠느냐”고 말한다.   

취재 결과, 청와대 측이 미르·K스포츠재단의 인선에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는 진술을 들을 수 있었다. 금융기관 고위직을 지내고 재계 사정에 정통한 A씨는 기자에게 “청와대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에 관여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A씨는 “두 재단의 문제가 언론에 불거지기 전에 한 경제계 인사가 ‘청와대 고위 관계자로부터 미르재단 이사를 맡을 용의가 있느냐는 제의를 직접 받았지만 고사했다’고 내게 귀띔했다”고 설명했다.

미르재단의 이사는 모두 7명이다. A씨의 증언대로,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직접 나서서 경제계 인사에게 미르재단 이사를 맡아달라고 제의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청와대 연루 의혹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 청와대가 전경련을 통해 재단의 기금을 모으는 데 개입했을 뿐 아니라, 재단 인선에도 적극 관여했다는 정황이 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한 여권 인사 B씨는 “미르·K스포츠재단과 박 대통령, 청와대 사이에 의혹의 냄새가 너무 짙다”며 이렇게  말했다.

“두 재단의 사무실을 왜 박근혜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 인근에 뒀을까. 퇴임 후 대통령 주변 사람들의 사무실 용도가 아니었을까.”



헛다리 또는 히든카드

청와대는 의혹에 대해 대체로 침묵한다. 박병원 회장의 발언이 공개된 날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국감장에서 나오는 주장에 대해 답변 안 한다”고 잘라 말했다. 야당의 무차별 공세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야당은 최순실 씨를 등에 업은 차은택 씨가 미르재단의 기획자이자 실세였다고 주장한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미르재단 관계자 녹취록에 따르면, 재단의 이사장, 사무총장, 각급 팀장들이 모두 차씨의 추천으로 임명된 것으로 돼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최씨와 차씨의 관계에 대해 별별 이야기가 나돌지만 확인된 것은 없다. 차씨는 관련 의혹을 부인하면서 “그분(최순실 씨)에 대해선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최순실 의혹과 우병우 의혹은 별개 사안인데, 특이하게 조응천 의원은 둘을 연결시켜 국회에서 “우 수석의 발탁과 (헬스트레이너 출신) 윤전추 행정관의 청와대 입성도 최순실 씨와의 인연에서 작용한 것이라고 하는데…”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우 수석과 최씨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 더 설명하지 않고 있다. 정가 주변에선 “우 수석의 부인이나 장모가 최씨와 아는 사이”라는 소문이 떠돌지만 사실관계가 확인되진 않는다. 조 의원이 ‘MBC 간부 성추문’이라는 허위사실을 터뜨린 데 이어 또 한 번 헛다리를 짚었거나, 아니면 네거티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히든카드로 아껴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최태민 목사는 1978년 구국여성봉사단을 만들어 대통령의 딸 박근혜를 명예총재로 모셨다. 이걸로 전횡을 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최태민의 딸 최순실은 박근혜 정권에서 청와대 비호 아래 미르·K스포츠재단을 주무른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최태민-최순실) 부녀의 의혹이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갹출 공화국” “삥 뜯기”

최순실·우병우 의혹 이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갤럽 조사에서 20%대로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여권 인사 C씨는 “두 의혹이 박근혜의 이미지 추락으로 연결될지 모른다. 대선 구도까지 재편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최순실·우병우 의혹의 정치적 함의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미르재단과 관련해, 보수 성향의 대기업 임원까지 분노한다. ‘갹출 공화국’ ‘삥 뜯기’라는 말을 내뱉는다. 의혹 당사자들의 무대응에 가까운 태도도 인간의 양심, 정의에 반한다고 여긴다. 또한 최순실, 청와대 정책수석 및 민정수석이 연루되어 있어 이 문제는 박 대통령에게 바로 영향을 준다. 처음엔 야당과 진보 언론만 떠들다 이젠 보수 언론도 동조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에서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여당 내 비(非)박근혜계가 의혹 제기에 동조하느냐 여부가 분수령이다. 만약 비박계가 돌아서면 박 대통령의 이미지는 더 구겨질 것이고, 지지율은 20%대 초반~10%대로 떨어질지 모른다. 이렇게 되면 박 대통령은 ‘대선 게임’에서 퇴장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여당에서 탈당 요구를 받거나 격하의 대상이 되는 등 굴욕을 경험할지 모른다. 더불어 ‘박 대통령의 후광을 업은 친박계 후보, 비박계 후보, 야권 후보’라는 기존 대선 구도도 틀어질 수밖에 없다.

비박계 대선 주자들은 두 가지를 고민하고 있다. 의혹 제기에 동조하면 박 대통령의 몰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수 정치권 전체가 시쳇말로 ‘아작’이 날 수 있다는 점이 하나다. 섣불리 동조했다가 나중에 근거 없는 정치 공세로 밝혀지면 배신자로 찍힌다는 점이 다른 하나다. 비박계 주자들은 ‘도대체 이 의혹의 실체가 뭐냐’를 열심히 공부하는 것으로 안다.”

현재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 사이에선 ‘용암이 끓기 시작하듯’ 들썩거리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지금 제대로 의혹을 밝히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것 아닌가.”(나경원) “연관성이 없다면 일찍 의혹을 터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좋다.”(정병국) “모르쇠로 일관하는 태도로 인해 국민이 이상하다는 의혹을 가질 것 같다.”(이혜훈)



비주류 대권 주자들의 태도가 관건이다. 이들은 우병우 수석에 대해선 한결같이 사퇴를 주장하지만,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해선 언급을 자제한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기사만 봐도 납득이 안 가는 게 많은 만큼 빨리 털어야 하고 제대로 해명해야 한다”고 한 게 가장 센 발언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나중에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리겠다”고만 했다. 유승민 의원도 “단서나 증거가 나오면 성역 없이 수사해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면서 “저도 이 정권 탄생에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무거운 마음”이라고 완충적인 표현을 했다.

이런 ‘신중 모드’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김무성 전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여론 추이와 야당 주장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미르재단 의혹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너무 확실하고 예민한 문제다. 쉽게 꺼질 일이 아니기 때문에 추이를 보고 있다. 야당의 지적을 좀 더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마녀 vs 마녀사냥 피해자

청와대와 친박계 주류는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제기를 야당과 진보 진영의 ‘박 대통령 흔들기 공세’로 본다. 청와대는 모금에 개입했다거나 모금에 강제성이 있었다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

친박계 인사 D씨는 “야당 집권 시절 대통령 측근들은 엄청난 금액의 돈을 개인적으로 착복했다. 반면, 두 재단 의혹에는 피해금액이 없다. 700억 원이 넘는 돈은 고스란히 그대로 있다. 피해자도 물론 없다”고 말했다.

D씨 등 일부 친박계 인사들에 따르면, 설령 전경련의 재단 출연금 모금에 청와대가 개입했더라도 별로 문제 될 게 없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의 4대 국정기조 중 하나인 ‘문화융성’을 위해 대기업들이 돈을 출연해 공익재단을 만드는 과정에 청와대가 ‘협조’할 수도 있지 않으냐는 것이다. 다음은 D씨의 설명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자기 관심 사안에 수조~수십조 원을 썼다.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 노무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 김대중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같은 것들이다. 일종의 ‘대통령제 유지비용’ 성격이다. 박 대통령은 문화융성에 관심이 많지만 그처럼 돈 많이 드는 사업을 벌이지 않았다. 재단이 가동돼도 대기업이 낸 700여억 원 정도를 대통령 관심사안인 문화융성에 쓰는 것인데, 그나마 다 토해내게 생겼다.”

사정기관 출신인 정부 공공기관 임원 E씨는 “야당과 일부 언론이 ‘리커창 중국 총리의 방한 일정에 맞춰 청와대의 지시로 미르재단이 급조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중국과의 문화교류 약속 같은 게 있었다고 하더라. 이 의혹이 사실이면 미르재단 설립은 개인 비리와 무관하다”고 했다.      

이어 E씨는 “야당은 두 재단 임직원의 평균보수를 크게 부풀려 발표했다가 들통이 났다. 야당이 제기한 두 재단 관련 의혹들 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게 많더라. 그래서 시민단체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을 포함한 이번 20대 국회 국정감사를 ‘역대 최악의 국감’으로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E씨는 “전경련 측이 오히려 청와대를 팔고 다녔을 가능성 등 여러 경우의 수를 열어두고 객관적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도 했다.  



“누가 그 돈 갖고 튀었다고?”

2007년 대선 때부터 제기되어온 최순실-정윤회 논란에 대해 잘 안다는 정치권 인사 F씨는 “최순실은 마녀인가, 마녀사냥의 피해자인가”라고 반문했다. F씨의 얘기를 들어보자.

“최순실과 정윤회는 공과(功過)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육영재단 이사장이던 박근혜를 물심양면 도운 건 사실인 것 같다. 정계에 입문할 때 엄삼탁이라는 거물과 붙게 돼 승산이 없던 박근혜를 도와 선거에서 이기게 해줬다. 이들이 지금의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을 선발했고 이 3인방이 박근혜를 한결같이 헌신적으로 모셔 박근혜는 이들 3인방을 지금까지 신뢰하는 것이다.

박근혜가 언론 사설대로 정치했으면 그는 지금쯤 대통령은 고사하고 이미 정계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박근혜 참모들은 오직 박근혜의 이익만을 위해 조언했고, 박근혜는 그 조언을 따랐기에 대통령이 될 수 있었는지 모른다. 만약 박근혜가 최순실을 인간적으로 신뢰했고 말벗으로 좋아했다 해도 이해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한다.

정치권의 ‘선수’들은 ‘박근혜를 선택하면 최순실도 딸려온다’는 걸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선방(善防)한 것 아닌가 싶다. 두 재단 의혹에서 사법처리될 만한 최순실의 비행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이화여대 건에 대해서도 최순실이 입시 비리를 저지른 것인지를 확실히 해주면 좋겠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기자에게 “야당의 의혹 제기는 정권 흔들기, 대통령 흔들기 차원일 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우병우 수석 문제만 하더라도 검찰 조사 결과가 남아 있지만 사실관계가 드러난 게 없다. 진전된 게 없다.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도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누가 그 돈 갖고 튀었다는 거야, 뭐야?’ 이런 의문이 나온다. 최순실이라는 사람이, 나는 본 적도 없지만, 무슨 역할을 했는지 전혀 증명된 게 없다.”



“청와대가 선 그어야”

친박계 조원진 최고위원은 전화 통화에서 “안종범 수석은 개인 성향으로 볼 때 앞에 나서서 돈을 걷고 할 스타일이 아니다. 야당은 최순실 씨 같은 개인 문제로 계속 몰아가는데, 청와대가 선을 그어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이 퇴임 후에 무슨 방법으로 재단 일에 간여할지 오히려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박 대통령의 탈북자 환대 정책을 역대 대북정책 중 가장 획기적이고 탁월한 정책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북한 ‘재가’나 받고,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대해 중국의 환심이나 사는 야당으로선 박 대통령이 눈엣가시일 것이다. 야당은 박 대통령의 힘을 빼고 대선 승리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기 위해 최순실·우병우 의혹을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1/3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송국건 |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목록 닫기

‘밤의 말벗’과 ‘낮의 황태자’ 보수정권 ‘자폭 뇌관’ 되다

댓글 창 닫기

2021/03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