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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한반도 대지진 공포

거칠고 신선한 단층 잠복, 중대형 지진 위험 상존

  • 홍태경 |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tkhong@yonsei.ac.kr

거칠고 신선한 단층 잠복, 중대형 지진 위험 상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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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경주 지진 유발한 단층 규명 시급
  • ●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촉매 구실
  • ● 옛 문헌 속 큰 지진, 현 수도권에서 발생
  • ● 양산단층 활성 여부 논란 끝내야
9월 12일 오후 7시 44분과 8시 32분 경북 경주시 외곽에서 발생한 지진은 한반도 지진에 대한 그간의 고정관념을 바꾼 계기가 됐다. 경주 지진에서 주목할 만한 첫 번째 특징은 리히터 규모 5.1, 5.8 지진이 48분 간격을 두고 연쇄적으로 일어난 점이다. 한반도의 공식 지진 관측 기록이 만들어진 1978년 이래 규모 5 이상 지진이 한 지역에서 짧은 시차로 연거푸 발생한 전례가 없다.

더욱이 두 지진은 한 단층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본진(本震, 가장 큰 규모의 지진)으로 평가되는 규모 5.8 지진은 국가 지진 관측망에 기록된 한반도 지진 중 가장 크다. 지진으로부터 발생한 강한 지진파는 한반도 지각 내에 널리 분포한 선캠브리아기(지구가 탄생한 약 46억 년 전부터 시작해 약 5억~6억 년 전에 이르기까지 가장 오랜 지질시대)의 오래된 지반을 타고 전국적으로 전파돼 5만여 건이 넘는 지진 감지 신고가 접수됐다. 저녁에 발생한 연쇄 강진과 여진(餘震)으로 경주 등 인접지역 주민은 불안에 떨며 밤을 보냈다.



전례 없는 연쇄 지진

강한 지진동(地震動, 지진파가 지표에 도달해 관측되는 표면층의 진동)은 지진계에도 잘 기록됐다. 진앙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곳(28km)에 위치한 월성원자력발전소 부지에서 0.12g(내진 설계값 단위인 최대지반가속도)의 지진동이 관측됐다. 51km 떨어진 고리원자력발전소 부지에선 0.038g이 측정됐다.

이는 원전의 설계지진동 0.2g에 못 미친다. 특히 동일본 대지진 후 강화된 설계지진동 0.3g에 비해선 크게 낮은 수치다. 신규 원전이 채택한 APR1400 원자로형엔 강화된 설계지진동이 반영돼 있다. 따라서 이번 지진이 원전의 안정적인 운영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번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작지 않다. 인명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많은 문화재가 손상됐고 100억여 원이 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정부는 경주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신속한 피해 복구를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강구 중이다. 지진 피해로 인한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정부 수립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지진은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다양한 지진재해를 일으켰고, 그동안 크게 실감치 못했던 지진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특히 지진 빈발 지역에서 목격되는 다발성 지진과 여진의 지속은 그간의 간헐적 지진에 대한 신속한 대응만으론 지진 피해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음을 깨닫게 했다.



지표 파열 안 보여

이번 지진은 북북동-남남서 방향 70°가량의 경사로 발달한 단층이 지하 14km 깊이에서 수평으로 서로 어긋나며 발생했다. 강력한 지진으로 인해 수많은 여진이 이어졌다. 10월 12일 현재 규모 1.5 이상 여진이 475회 발생했다. 본진 발생 후 1주일 만에 규모 4.5의 또 다른 중규모 지진이 발생하면서 여진으로 인한 피해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행히 본진 발생 후 4주가 지나며 여진 발생도 안정되면서 우려는 조금씩 줄어들었다.

하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이번 지진이 발생한 단층대에 그간 쌓인 응력(應力, 단위면적당 작용하는 힘)량을 모르는 데다, 해당 단층의 총연장도 명확지 않아서다. 주변 판(板, plate) 경계부로부터 유입된 응력이 오래 누적되면서 형성된 한반도 지각 내 응력은 지역별로 그 크기를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이는 지진 발생 과정을 통해 응력의 풀림과 쌓임이 반복되는 까닭에 수천 년 동안의 지진 발생 역사에 대한 이해가 우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지진의 예에서 보듯, 연쇄적인 중대형 지진 발생은 단층대에 쌓인 응력의 변화 추정을 어렵게 한다.  

이번 지진은 양산단층대에서 발생했다. 양산단층은 영덕-양산-부산을 잇는 총연장 170km에 달하는 거대한 단층이다. 그간 이 단층의 활성 여부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었지만, 아직 명확한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진앙과 인접한 양산단층이 지진 유발 단층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양산단층 활성화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에 따라 지진을 유발한 단층을 규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으로 떠올랐다. 단층 규명을 통해 양산단층의 활성화 여부도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지진은 지표 파열을 동반하지 않아 지진 유발 단층을 지표 확인을 통해 확정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한반도에서 발생한 중대형 지진으로서, 이번 지진과 같이 지표 파열을 보이지 않은 예는 많다. 2007년 1월 20일 규모 4.8의 오대산 지진 역시 지표 파열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여진 분석을 통해 지진 유발 단층이 지하에 발달한 단층으로 주향(主向)이 해당 지역에서 일반적으로 보이는 북동-남서 방향이 아닌 북서-남동 방향으로 확인돼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또한 오대산 지진은 수도권을 포함해 강원·충청·경상·전라도 지역 등 대한민국 대부분 지역의 사람들이 느낄 만한 지진동을 발생시켰다. 이처럼 한반도 지각 내엔 지표에 드러나지 않는 지진 유발 활성단층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중대형 지진 자료 제공

지표 하부의 활성단층을 확인하기 위해 여진 분포를 살피는 건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여진의 진앙 분포는 남북 방향으로 발달한 양산단층으로부터 서쪽으로 떨어진 지역에 북북동-남남서 방향으로 흩어져 자리 잡고 있다. 이 분포는 단층의 주향 방향을 가리키는 것으로 지진파형 역산을 통해 계산한 단층의 주향 방향과 일치하는 결과다. 또한 깊이에 따른 여진의 진원 분포는 지진파형 역산에 계산된 단층의 경사와 일치하는 결과를 보인다. 추정된 단층면의 면적은 약 25㎢에 달한다.

이 결과로 판단해볼 때, 이번 지진을 유발한 단층은 지표에서 확인된 양산단층이기보다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채 지표 아래 감춰진 단층으로 보인다. 이 단층이 이번 지진의 결과로 만들어진 것인지, 기존에 존재하던 것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여진의 수직 분포를 통해선 이번 지진이 발생한 단층면이 지하 11~16km에 발달한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것은 지하 14km 깊이에 지진이 선형으로 늘어서는 특징이다. 특정 깊이에 선형적으로 분포하는 지진은 미국 서부의 산안드레아스 단층대와 같이 단층이 잘 발달한 곳에서 보이는 특성과 일치한다. 이는 특정 깊이 대역에 누적돼온 응력이 집중적으로 풀리는 현상임을 뒷받침한다.

이번 지진의 또 다른 특징은 10Hz 이상 고주파수 대역에서의 높은 에너지다. 고주파수 에너지가 풍부한 지진파가 확인된 것은 단층면이 매우 거칠고 신선함을 의미한다. 이는 이번 지진 유발 단층이 오랜만에 활동했거나, 새롭게 발달한 단층임을 시사한다. 이런 고주파수 에너지 관측 현상은 지진 발생 시각에 진앙 주변에서 널리 확인된, ‘큰 소리를 들었다’는 증언과 일치한다. 단층이 부서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주파수 에너지로 추정된다. 고주파수 대역에서 관측된 강한 지진동은 향후 내진 성능을 평가할 때 고주파수 대역에서의 영향에 대한 평가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표준 응답스펙트럼을 계산할 때는 중대형 지진 자료가 부족한 탓에 우리와 지질학적 환경이 다른 나라들의 지진파형 자료가 이용돼왔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지진은 우리에게 한반도 지진재해 평가에 대한 의미 있는 자료를 제공했다. 중대형 지진이 자주 발생하지 않는 한반도에서 중대형 지진이 갖는 주파수별 진폭 특성 파악에 꼭 필요한 중요한 자료를 얻은 것이다. 이 자료는 우리나라 건물의 내진 설계에 기본이 되는 표준 응답스펙트럼 모델 계산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에 쌓인 응력량

규모에 비해 이번 지진의 피해가 작았던 건 다행스럽다. 경주시 외곽에 위치한 이 단층이 지표를 파열시켰다면 지표 변형을 동반하면서 강한 지진파가 지표를 타고 전파되면서 막대한 피해를 일으켰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단층면이 지표까지 드러나지 않고, 지하에 위치한 주향이동단층에서 수직 방향으로는 상대적으로 약한 지진파가 전파됨에 따라 지표에서의 피해가 작았다.

하지만 이번 지진의 진앙을 중심으로 한 수십km 반경 지역에 막대한 응력 변화가 생겼다. 최대 응력 변화량은 수 bar에서 수십 bar에 이른다. 이 같은 응력 변화량은 그동안 응력이 충분히 누적된 활성단층에 지진을 촉발하기에 충분한 크기다. 이에 따라 이번 지진이 발생한 단층의 연장대나 주변 지역에서 또 다른 중대형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지진엔 2011년 일어난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이 촉매 구실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동일본 대지진 직후 한반도는 동쪽으로 약 2~5cm 이동했고, 이후 3년여간 계속 이동했다. 이와 같은 동서 간의 차별적 변위는 한반도 지각의 매질(媒質, 파장을 전달하는 물질) 강도를 약화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매질 강도를 잘 대변하는 지진파 속도가 동일본 대지진 후 감소한 것으로 측정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동일본 대지진 후 지각 내에 누적된 응력량이 일시에 응력 한계치를 넘어서면서 연쇄적으로 지진을 유발했다. 이로 인해 동일본 대지진 후 한반도와 그 주변 해역의 지진이 급증했다. 2013년 한 해 동안에만 규모 2.0 이상 지진이 총 93차례 발생했다. 이는 한반도 연평균 지진 발생 횟수인 40여 회를 2배쯤 넘어선다. 특히 서해 보령 앞바다와 백령도 근해에서 지진이 집중적으로 발생했고, 규모 4.8 이상 지진이 1년 남짓한 기간에 3차례나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많은 지진은 그간 한반도 내에 쌓인 응력량이 많음을 뜻한다. 또한 충분한 시간 동안 응력이 누적될 경우 중대형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학계에선 한반도에서 발생 가능한 최대 지진의 크기를 규모 6.5~7.0으로 파악한다.


‘석가탑이 무너졌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한반도엔 다양한 지진 피해가 발생했다. 국가 지진 관측망 운용 이전인 1952년엔 평양 서쪽 강서지역에서 규모 6.2 지진이 발생한 바 있다. 이 지진은 한반도 주변국 지진계에 기록됐고 지금도 전한다. 또한 ‘삼국사기’엔 이번 지진이 발생한 경주에서 100여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기록이 있다. 당시 인구 분포를 감안할 때 작지 않은 인명 피해다. 이번 지진으로 큰 손상이 없었던 석가탑이 고려시대엔 지진에 의한 땅 흔들림으로 2차례 무너진 기록도 있다. 이번 지진을 능가하는 이러한 지진 피해 기록 사례는 향후 보다 더 큰 지진이 경주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밖에도 수도권을 포함해 한반도 여러 곳에서 발생한 지진 피해 기록이 남아 있다. ‘조선왕조실록’의 지진 기록만도 1900여 건에 달한다. 이 중엔 큰 지진 피해로 평가되는 진도 7 이상의 기록도 다수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재해를 일으킨 큰 지진이 수도권에서 발생한 점이다. 수도권 지진을 유발한 단층을 찾기 위해 추가령 지구대를 포함한 지표 단층 조사가 실시됐지만 아직껏 지진 활동 흔적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지진과 같이 지표 아래 숨은 단층의 형태로 존재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시된다. 수도권의 경우 인구가 밀집한 데다 고층건물이 많으며 한강 주변의 두꺼운 퇴적물이 지진파를 증폭시킬 수 있다. 이는 지진 발생 시 많은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

한반도의 지진 잠재성 평가와 재해 저감을 위해선 지진 유발 가능성을 지닌 활성단층 조사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특히 이번 지진은 수백 년 혹은 수천 년간 응력이 누적된 결과로 발생했을 것이라 추정되므로 지진 유발 단층에 대한 정밀한 조사와 진단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단층의 기하학적 모양, 연장, 누적 응력량 등에 대한 평가가 요구된다.

지하 단층에 대한 조사와 연구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되는 건 아니다. 동일본 대지진 후 일본 정부 조사로 도쿄 지하의 지각 내에 큰 활성단층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도쿄에 직하형(直下型) 지진(단층이 상하·수직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일어나는 지진. 내륙형 지진이라고도 함)의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렇듯 지하 단층은 다양한 지질 환경에서 관측된다. 지하 단층 조사에는 다양한 지질학적·지구물리학적 방법을 동원한 종합적 연구가 필요하다.



지진 조사위원회 꾸려야

활성 여부를 둘러싸고 오랫동안 논란 중인 양산단층대에 관한 명확한 판단도 필요하다. 양산단층대에 존재하는 수십여 개 단층의 활성 여부는 한반도 지진 재해도를 작성할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요소이자, 향후 불필요한 논쟁을 종식시킬 유일한 길이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지진 재해도의 재계산이 필요하고, 원전 등 사회기간시설에 대한 요구 내진 성능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원전 부지와 주변 지역에 대한 단층 조사는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주도한다. 하지만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국민안전처, 기상청,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정부기관이 조사 및 결과 발표를 주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재난정보 제공 방안의 개선도 필요하다. 이제 지진재난 문자 발송은 기상청이 지진 조기경보를 바탕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개선됐다. 따라서 지진 조기경보 시스템에서 예상되는 오류 분석 가능성을 효율적으로 낮추고 국민에게 정보를 신속히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

정부 부처의 전문화도 필요하다. 현재 지진재난 총괄 주무부처인 국민안전처엔 지진 전문가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정부의 지진재난 대책을 입안하고 준비하는 주무부처의 전문화는 앞으로 있을 지진재해를 효과적으로 줄이는 가장 손쉬운 첫 걸음 중 하나다.

지진재난 발생 즉시 정부 유관부처 합동으로 지진 조사위원회를 꾸리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와 같은 부처별 대응책 마련은 효율성이 떨어진다. 범부처 합동조사위원회를 꾸려 지진재해가 발생하면 즉각 현장 조사를 실시하고, 지진 피해를 파악하며, 지진 유발 단층과 지진원의 특성에 관한 분석을 서둘러야 한다. 또한 이를 통해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발표해 국민의 불안을 줄여야 한다. 철저한 준비와 신속한 대응이 지진재해를 줄이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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