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호

특집 | 한반도 대지진 공포

규모 7.45 지진 가능 서울 6.5 때 사상자 11만

  • 오창환 |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ocwhan@jbnu.ac.kr

    입력2016-11-09 13:3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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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여러 지역에서 强震 위험성
    • 400년간 큰 지진 없었기에 더 불안
    • 원전 파괴로 인한 방사능 노출 우려
    • 활동성 단층보다 활성단층 우선시해야
    우리 국민 대다수는 한반도를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왔다. 판(板, plate) 경계부에 위치해 많은 지진 피해를 입는 일본, 칠레 등과 달리 판 경계부에서 떨어진 대륙 내부에 자리해서다. 하지만 이번에 경주 지역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5.1, 5.8 지진과 잇단 여진(餘震)은 한반도가 지진으로부터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지구의 역사는 약 46억 년. 그중 180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를 제4기라고 한다. 180만 년은 지질학적으로 매우 짧은 기간이기 때문에 한반도 주변의 지질학적 환경은 거의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즉 한반도엔 180만 년 전부터 지금까지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동일한 힘이 작동해왔다.

    이 가운데 특히 중요한 힘은 태평양을 구성하는 해양판이 일본 밑으로 밀려 들어가면서 서쪽으로 미는 힘, 그리고 인도가 아시아와 충돌하면서 동쪽으로 미는 힘이다. 이 힘들은 180만 년 전부터 한반도에 존재해온 단층 중 일부를 움직여 과거에 지진을 일으켰고, 미래에도 일으킬 것이다.

    이번 경주 지진도 이들 힘에 의해 활성단층인 양산단층의 일부가 움직여 발생했다. 그런데 한반도는 미는 힘이 발생하는 일본의 섭입대(攝入帶, 판구조론에서 오래된 해양저가 대륙 지괴 아래로 밀려 들어가는 대륙 연변의 해구지역)나 히말라야의 충돌대로부터 멀리 위치해 있기 때문에 큰 지진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힘이 축적되기까지 수백 년 이상 걸린다. 한 예로 조선시대인 1643년 경주를 포함한 경상도 남동부에서 진도 7.2 내지 7.3에 해당할 만한 지진이 일어났고, 이후로는 큰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다. 우리는 약 400년 동안 큰 지진을 경험하지 못한 것이다.

    그 결과 한반도가 지진, 특히 대규모 지진에 대해 안전하다고 여기게 됐다. 하지만 지질학적으로 볼 때 너무 오랜 기간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건 대규모 지진을 일으킬 힘이 그만큼 축적돼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규모 5.0 이상 지진 9회

    1978년 기상청이 공식적으로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관측된 지진을 ‘계기 지진’이라고 한다. 이후 현재까지 리히터 규모 5.0 이상의 계기 지진은 이번 2차례의 경주 지진을 포함해 9회 발생했다. 경주 지진에선 과거의 계기 지진들에 비해 훨씬 많은 여진도 발생하고 있다. 여진은 본진(本震)을 일으킨 단층의 움직임으로 어긋난 땅들이 다시 안정적 위치를 찾기 위해 움직이면서 발생하거나, 본진에 의해 충격을 받은 주변 단층들이 움직여 발생한다. 따라서 본진보다 규모가 작고, 점점 약해지다가 소멸한다.

    하지만 5.8이라는 지진 규모에 비해 400여 회의 여진은 너무 잦아 보인다. 이는 경주를 포함한 경상도 지역에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힘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지난 4월 일본 구마모토(熊本)현에서 규모 7.3 지진이 일어나 40여 명이 사망했고, 일본을 포함한 태평양 주변 ‘불의 고리’에 해당하는 알래스카, 칠레에서도 지진이 발생했다. 2011년 규모 9의 동일본 대지진 때는 약 1700명이 쓰나미(지진해일) 등 지진 피해로 사망했고, 최대 규모의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났다. 최근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지진의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다. 이는 한반도를 포함한 환태평양 지역에서 지진 위험성이 커졌음을 암시한다.

    정성적으로 지진 위험성이 높아진 건 인지되지만, 언제 얼마만큼 큰 지진이 발생할지를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나 과거 지진 기록을 바탕으로 언제인지는 몰라도 얼마나 큰 지진이 올지는 예측해볼 수 있다. 1978년 이후부터 측정된 계기 지진만으론 한반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지진의 최대 크기를 예측할 수 없다. 수백 년 주기를 가진 지진이 수십 년에 불과한 측정치로부터 인지될 순 없기 때문이다.



    경주 지진의 400~500배

    따라서 한반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의 지진을 예측하려면 ‘역사 지진’ 자료가 필수적이다. 계기 지진과 역사 지진 자료로부터 예상되는, 한반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대 지진 규모는 연구자에 따라 다르지만, 규모 7.45까지 가능한 것으로 보고됐다. 다만 그 주기는 수백 년 이상으로 길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규모 5.8인 이번 경주 지진의 400~500배 강도이며, 국내 대다수 원전의 내진설계 기준인 규모 6.5보다 약 30배 크다. 따라서 한반도에서도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심각한 원전 파괴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진설계 비율이 낮고 지진재난 대비가 매우 부족한 우리 현실에서 규모 7.45 지진은 한반도에 대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비록 이 정도 규모의 지진 발생 주기가 수백 년으로 길다 해도 원전 부지 선정 및 내진설계는 물론, 일반 건축물 설계와 지진재해 대책 수립에도 이런 위험성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울산·부산 마비?

    물론 한반도에서 원전을 파괴할 만한 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다. 발생 주기가 수백 년으로 길 것으로 예상돼서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을 파괴한 규모 9 지진은 확률이 매우 낮았는데도 발생했고, 그 피해는 막대했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 주변 20km 이내엔 사람이 살 수 없으며, 50km 이상 지역의 토양과 해양이 오염돼 있다. 20km 바깥 지역에서도 방사능 수치가 높기에 일본 정부는 방사능 허용 기준치를 20배 높여 사람들이 살도록 허가하고 있다. 최소 수십 년 동안 방사능이 존재할 곳에 그냥 살게 하는 것이다. 이는 방사능 노출 빈도를 크게 높여 암 발생률이 현저히 증가하고, 앞으로 태어날 아기들이 유전자 변형에 의해 고통받을 가능성이 커짐을 의미한다.

    일본 정부는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걸까. 그 이유는 인구밀도가 높은 탓에 많은 주민을 타지로 이동시켜 살게 할 만한 장소가 없고 이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다. 한국도 원전사고가 발생하면 이런 일본과 다를 바 없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고리·월성 원전단지 반경 50km 내에 부산·울산 등 대도시가 있다. 이 때문에 대형 원전사고가 발생하면 수백만 명이 후쿠시마에서와 같이 방사능에 노출된 채 고통스럽게 살아가야 할 수도 있다.

    원전사고로 국가 기간산업과 주요 항만시설이 위치한 울산·부산이 마비되면 우리 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따라서 원전사고를 발생시킬 대규모 지진 발생 확률이 낮더라도 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 특히 세계적으로 6기 이상의 원전을 설치한 장소는 11곳밖에 없는데 그중 4곳이 우리나라에 있으며, 고리·월성 원전이 이에 포함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 쓰나미로 폭발한 것은 1호기였지만 전력공급이 중단되면서 2, 3, 4호기에서 수소 폭발이 일어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이렇듯 원전 밀집지역은 대규모 지진에 취약하다.



    구마모토 지진과 아이티 지진

    한반도에서의 대규모 지진 가능성과 그에 따른 피해 규모를 고려할 때 우리에겐 최소한 다음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

    먼저, 효율적인 지진재해 대응 시스템 구축 및 내진설계 강화가 시급하다. 해외에서 일어난 지진 규모와 피해 정도를 살펴볼 때 지진에 대한 적절한 대응 시스템을 갖춘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피해 정도는 크게 달랐다. 예를 들어 올해 초 규모 7.3 지진이 발생한 구마모토에선 40여 명이 사망했지만, 2010년 규모 7.0 지진이 일어난 아이티에선 7만5000여 명이 사망했다. 아이티는 지진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어 피해가 엄청났고, 일본은 지진 대비가 잘돼 아이티보다 규모가 큰 지진에도 피해가 훨씬 작았다.

    현재 우리나라는 내진설계를 비롯한 지진재해 대책이 매우 부족하고 인구밀도도 높기에 대규모 지진 시 큰 피해가 일어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더욱이 매우 부족한 재원과 시간 내에 수행해야 하므로 대책은 빠르고 효과적이어야 한다. 그중 하나가 우선적으로 내진시설을 해야 할 대상을 찾아 보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활성단층의 위치와 지진에 취약한 토양의 분포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진 피해 정도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대상으로 내진시설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2005년 이전에 지어진 5층 높이 이하의 학교나 공공시설은 내진설계 대상이 아니었기에 이곳들에 대한 내진시설 설치를 수행하되, 지진 취약 지역을 우선시해야 한다. 지진 피해는 건물이 무너져서만이 아니라 지진 발생 후 생긴 전기·가스 등에 의한 화재 및 폭발, 전염병 등에 의해 더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지진 발생 후 재난대책 수행의 중심지가 될 소방서, 의료시설, 관공서, 대피소, 방송시설 등을 내진시설 우선순위에 놓아야 한다.

    대규모 지진 때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원전과 유독화학물질 관련시설을 포함한 위험시설을 설치할 때 지진 관련 부지 평가가 매우 부실하므로 이 분야도 강화해야 한다. 현재까지의 원전 부지 평가 현황을 보면, 20개의 활성단층이 보고된 양산단층을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부지 선정에서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동해안 해저단층에 대한 연구도 매우 미약해 이들 단층에 의한 위험성을 거의 고려하지 않았다. 즉 조사가 안 돼 모르는 사실들을 지진이 잘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그릇되게 해석한 것이다.



    원전, 순차적으로 폐쇄해야

    또한 현재 원전 건설 때 고려하는 것은 활성단층이 아니라 활동성 단층이다. 활동성 단층이란 3만5000년 이내에 한 번, 50만 년 이내에 두 번 지진을 일으킨 단층이다. 하지만 원전을 지을 때 정말 중요한 것은 앞으로 움직일 수 있는 활성단층이며, 활성단층은 180만 년 이내에 한 번 이상 움직인 단층인 제4기 단층으로 정의돼야 한다. 그 이유는 180만 년 동안 한반도에 미친 힘이 거의 동일했고, 단층은 대부분 그 이전부터 존재했기에 180만 년 이내에 움직인 단층은 앞으로도 다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활동성 단층은 미국에서 원전 건설 허가를 위해 만든 규정으로 지질학적으론 큰 의미가 없다. 또한 단층이 두 번 이상 움직였다 하더라도 최종 단층이 이전 단층의 흔적을 없애버리는 경우가 많아 여러 번 움직였음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향후 원전 부지 평가에선 활동성 단층이 아닌 활성단층을 고려해야 하며, 자료가 부족해 안전성을 평가할 수 없는 경우엔 부지 선정을 허가하지 않아야 한다. 이미 원전이 설치된 곳이라도 부지 재평가를 해서 위험성이 높은 지역의 원전을 순차적으로 폐쇄해야 한다. 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우리 경제에 미칠 심각한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앞으로 전력 생산은 에너지 절약 시스템과 신재생 에너지 체계로 전환할 것이다. 태양광 전기 생산단가가 1~2년 내 충분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며, 최근 독일과 미국에서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새로운 일자리가 가장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니 사고 확률은 낮아도 국가 전체에 치명적 피해를 줄 수 있는 원자력에 기초한 전기 공급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새 원전을 더 짓지 말고 기존 원전 중 수명이 다한 것이나 부지 재평가를 통해 안전성이 떨어지는 원전은 폐쇄해야 한다. 남아 있는 원전의 내진시설도 강화해야 한다. 원전뿐 아니라 다른 위험시설도 지진 발생이 예상되는 지역엔 최대한 설치하지 말고 부지 선정 조건을 강화해야 한다.

    재난에 대비하려면 정확한 정보부터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그래야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지진에 의한 초대형 참사가 일어날 가능성이 우리 주변에 상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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