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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유혹 대선 테마주

  • 정현상 기자·김민주 객원기자

악마의 유혹 대선 테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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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테마의 모든 것 -M투자클럽’ ‘안희정 대장주, 2일 연속 하락세’….

대선 시계가 빨라지면서 대선 테마주로 주식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 ‘대선 테마주’로 검색하자 투자자를 유인하는 수많은 투자클럽과 블로그가 관련 정보를 올리고 있었다. 2월 10일 회원수 3만6000명의 M투자클럽에는 ‘위기 속에서 주도주가 탄생한다’ ‘안희정 최대 수혜주, 멤버십 전원 80% 수익률 달성’ 등의 자극적인 글들이 올라와 있다. J투자클럽에는 안희정 충남지사의 테마주가 지지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하락하고 있다는 글이 눈에 띈다.



후보 지지율 따라 급등락

정치 테마주는 정치가 요동치면서 덩달아 등락을 거듭하기 때문에 특히 정보가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이 조심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1년 6월~2013년 5월 정치 테마주 35개와 관련된 매매 손실 계좌 200만 개 가운데 99%가 개인투자자의 것이었다. 총 손실액은 1조5494억 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단기간 큰 수익을 노리고 정치 테마주 분석에 매달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필두로, 지지율이 급상승 중인 안희정 충남도지사,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주식들이 관심 대상이다.



우선, 문 전 대표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테마주를 보자. 주식시장에선 대략 10종목 이상이 거론되고 있다. 이 회사들은 대부분 문 전 대표와 인맥으로 연결돼 있다. 대표적인 종목으로는 문 전 대표가 몸담았던 법무법인이 법률고문을 맡고 있는 ‘바른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치의인 이상호 씨가 최대주주인 ‘우리들휴브레인’과 ‘우리들제약’, 대표이사가 문 전 대표와 경남고 동문인 ‘조광페인트’와 ‘DRS제강’, 대표이사가 문 전 대표와 경희대 동문인 ‘서희건설’ 등이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18대 대선 당시 주요 대선 테마주로 꼽혔던 ‘바른손’은 2011년 말 주가가 3000원대를 밑돌았으나 2012년 대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무려 10배가 넘는 가격인 3만4791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주가는 2012년 12월 대선이 끝난 직후, 곧바로 4000원대로 폭락했다.



반기문 불출마 반사이익은…

‘바른손’의 이 같은 흐름은 이번 대선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2015년 1754원까지 하락하면서 바닥권에 있던 주가는 2016년 들어 차츰 오르기 시작하더니,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논의되던 지난해 10월에는 1만5000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2월 13일 현재 1만1850원에 머물러 있다. 이후에도 문재인과 관련된 테마주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일제히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테마주도 여럿 거론되고 있다. 안 전 대표가 대주주로 있는 ‘안랩’, 송태종 전 안철수연구소 이사가 부사장으로 있었던 ‘써니전자’, 안철수융합기술연구소 부교수 출신인 정연홍 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다믈멀티미디어, V3엔진에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는 ‘오픈베이스’, 안 전 대표가 만든 ‘아남정보기술’, 대표이사가 안 전 대표와 MBA 동기인 ‘에스넷’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써니전자’는 2012년 대선 당시 바닥권인 300원대에서 약 6개월 만에 무려 1만 원까지 상승하면서 안철수 테마주의 상승을 견인하기도 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불출마 이후, 반사이익을 톡톡히 본 대선 테마주는 ‘황교안 테마주’ ‘유승민 테마주’ 등이다. 반 전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다음 날인 2월 2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테마주인 ‘국일신동’과 ‘인터엠’ ‘디젠스’ 등은 각각 29.99%, 9.93%, 9.15% 급등했다. ‘국일신동’과 ‘인터엠’은 대표가 황 권한대행과 같은 성균관대 동문, ‘디젠스’는 사외이사가 황 권한대행이 몸담았던 법무법인 태평양 전문위원이라는 이유로 황교안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다.


17, 18대 대선 학습효과

유승민 의원 테마주 역시 반 전 총장 불출마 이후 날개 돋친 듯 치솟았다. 2월 2일 유승민 테마주인 대신정보통신과 삼일기업공사는 각각 27.04%, 15.08% 급등했다. 대신정보통신과 삼일기업공사 대표가 유 의원이 수학한 위스콘신대 동문이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테마주도 영향을 받았다. 반 전 총장 불출마 선언 이후 안 지사의 테마주인 SG충방, 백금T&A, 대주산업 등이 전일 대비 20% 이상 급등했다. SG충방은 본사가 충남 논산에 있고 이의범 대표이사가 안 지사와 친분이 있다는 이유, 백금T&A는 임학규 대표이사가 안 지사와 고려대 동문이라는 점, 대주산업은 충남 서천에 사료공장이 위치해 있다는 점 때문에 ‘안희정 테마주’로 분류된다.

흔히 테마주(theme株)란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된 어떤 소재로 인해 주가가 등락하는 종목들을 말한다. 이런 테마주는 과거에도 기업의 특성과 산업 경기, 정부정책 등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형성돼왔다. 하지만 대선 테마주는 특정 대선 주자의 인맥·정책과 관련해 막연한 기대감에 따라 형성된 것으로 기존의 테마주와는 성격이 다르다. 정치가 한 치 앞을 예견하기 어려운 것처럼 테마주 역시 투자자들에게 위험을 안길 수 있다.

그럼에도 대선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김웅성(필명 우슬초) 맥투자전략연구소 대표는 17, 18대 대선의 경험에서 비롯된 ‘학습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당시 일부 테마주들이 단기간에 100~200% 이상 급등한 적이 있어 고수익을 얻으려는 투자자들이 여기에 열광하는 것”이라며 “과거엔 정책 위주의 테마주가 많았지만 이제는 대선후보의 동창, 사돈에 팔촌까지 엮은 인맥성 대선 테마주가 투자자들을 현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07년 17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주요정책 공약이었던 ‘4대강 대운하’ 관련주들이 크게 주목받았다. 당시 대운하 관련 종목들은 동시에 10개 종목 이상 움직였는데, 그중 중소 건설사였던 ‘이화공영’은 2007년 900원대였던 주가가 대선 무렵인 12월에 2만5540원까지 상승하면서 28배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대선이 끝나고 한 달 만에 다시 7000원대까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불과 한 달 사이에 누군가는 28배 이상의 수익을 가져갔고, 누군가는 그만큼의 손실을 본 것이다.

대선 테마주에 투자자가 몰리는 현상은 18대 대선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12년 대선 테마주는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3각 구도가 윤곽을 드러내면서 본격화됐다. 당시 새누리당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 관련주로는 저출산 대응 정책과 관련된 ‘보령메디앙스’와 ‘아가방컴퍼니’, 동생인 박지만 씨가 운영하는 회사 ‘EG’ 등을 꼽을 수 있다. 당시 보령메디앙스는 2011년 4000원대였던 주가가 2012년 대선 무렵 2만5000원대까지 6배 이상 상승했다가 2014년 다시 5000원대로 내려앉았다. EG 역시 2011년 2만 원대였던 주가가 대선 무렵 수직 상승해 8만7900원까지 4배 이상 상승했으나 2014년 다시 2만 원대로 하락했다.

2012년 대선 테마주에 투자한 개인투자자 정민석 씨는 “대선 테마주는 짧은 기간에 엄청난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해서 그걸 좇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면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테마주였던 박지만 씨의 회사 EG에 투자해 2배 수익을 얻었기 때문에 매번 대선 테마주에 관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몇 시간 일찍 불출마 선언했더라면

하지만 이번에는 정씨도 예상치 못한 상황을 겪었다. 반기문 테마주에 투자했다 손해를 본 것이다. 정씨는 “반기문 전 총장이 입국하기 직전 대선 출마를 선언해 관련주들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지앤코’라는 종목을 매수했다”면서 “반 총장이 입국한 뒤 지지율이 하락했지만 다시 크게 반등할 줄 알았는데, 갑작스러운 불출마 선언으로 미처 손을 써보지도 못하고 70% 이상 손해를 봤다”고 토로했다.

반 전 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2월 1일은 반기문 테마주 투자자들에겐 분노의 하루였다. 반 전 총장이 그날 폐장 시간인 오후 3시 30분에 기자회견을 한 터라 주식을 팔 수 있는 시간을 놓친 것이다. 반기문 테마주는 이후 2~3일 연속 개장과 동시에 하한가를 기록하며 투자자들을 패닉 상태로 만들었다. 반 전 총장의 외조카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지앤코(-72%), 동생 반기호 씨가 사외이사를 맡았던 광림(-57%), 대표가 반 전 총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성문전자(–75%)’ 등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반기문 테마주들은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올해 2월 3일까지 평균 6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투자자 김모 씨는 “반 전 총장이 새벽에 이미 사퇴를 결심하고 기자회견문을 속주머니에 넣고 다녔다고 하던데, 몇 시간만 일찍 불출마를 선언했다면 이렇게 큰 손해를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유력 대선 후보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따라 주식시장이 요동치자, 금융 당국도 ‘대선 테마주’에 대한 감시 태세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2월 7일 “올해 대선을 앞두고 정치 테마주의 주가변동성이 지속되고 있으며, 근거 없는 루머의 확산으로 인해 ‘묻지마 투자’ ‘뇌동매매’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관계기관과 긴밀히 공조해 신속하게 조사한 후 엄중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금감원은 특별조사반을 가동해 정치 테마주에 대한 모니터링과 투자자 분석을 강화하고, 혐의 종목에 대해 즉각적이고 체계적인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거래소 역시 1월 11일, “정치 테마주에 대한 단기 시세조종 세력을 적발하는 등 향후 유사한 불공정 행위에 대해 집중적으로 심리함으로써 투자자 보호를 선제적으로 강화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가치창조형 주식에 투자하라’

한편, 한국거래소는 2016년 9~11월 동안 정치 테마주 16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크게 세 가지 특징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 다수의 종목이 시장에 관계없이 단기간에 급등락한 후 장기적으로 지속 하락한다. 둘째, 기업의 가치와 상관없이 대선 후보와 얽힌 풍문 등으로 주가가 단기적으로 상승한다. 셋째, 시가총액이 작고 유동주식 수가 작은 중소형주 위주로 편향된다.

또한 이 같은 대선 테마주에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97%로 압도적인 반면, 기관과 외국인 비중은 3%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분석 기간 중에 매매 손실이 발생한 99.6%가 개인투자자로 나타났으며, 계좌당 평균 손실금액은 191만 원에 달한다.

한국거래소는 “테마주 중 일부 주가 상승은 시세 조종세력에 의한 인위적인 상승으로 개인투자자 대부분은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실적 호전 등 회사의 본질 가치 상승 없이 주가가 상승한 종목은 뇌동매매를 자제하고, 기업의 사업 내용과 실적 등을 면밀히 분석한 후 투자해달라”고 당부했다.

대선 테마주에 대한 개미들의 무더기 손실에 대해 김웅성 대표는 “대선 테마주는 실적과 무관하게 세력들의 수급과 뉴스에 의해서 급등락을 반복하기 때문에 일반 개인투자자들은 순식간에 5분의 1토막이 날 수도 있다”며 “지금 거론되는 대선 테마주들은 대부분 크게 급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 이상 투자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정치 테마주에 투자하려면 인맥 테마주 대신 대선 후보의 정책 등과 관련된 종목, 예를 들어 4차 산업혁명 정책 관련주 등 가치창조형 주식에 투자하는 게 더 안정적”이라고 조언했다. 





신동아 2017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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