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가에 들어온 한 권의 책〉
포스트자본주의 새로운 시작폴 메이슨 지음, 안진이 옮김,
더퀘스트, 536쪽, 2만 원
● 올해는 러시아혁명 발발 100주년이다. 영국의 좌파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극단의 시대’로서 20세기의 시작과 끝을 1917년 러시아혁명과 1991년 소련의 붕괴로 규정했다. 미국의 정치철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이를 ‘역사의 종언’이라 환영했다.
그런데 다시 ‘자본주의 이후’를 논하는 포스트자본주의라니 마르크시즘의 부활이라도 주장하는 걸까. 영국 언론인 출신 경제학자인 한 저자는 이를 단호히 거부한다. 그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이 자본주의의 놀라운 적응력을 간과했다고 비판한다. 또 좌파이론가들이 혁명의 주체로 상정한 노동자계급(프롤레타리아)이 자본주의의 전복이 아니라 자본주의 내에서 생존과 번영을 욕망했음을 외면해왔다고 고발한다. 동시에 자본주의가 영생할 것이란 믿음 또한 환상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현재 자본주의가 겪는 위기는 과거 자본주의가 극복한 위기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무엇이 다른가. 소련의 경제학자 니콜라이 콘트라티예프는 1920년대 자본주의의 장기 경기순환곡선을 발견했다. 산업혁명이 시작된 1770년 이후 자본주의가 대략 50년 단위의 사이클을 그린다는 것이었다. 이는 자본주의가 곧 망할 것이라고 본 스탈린의 심기를 건드렸다. 자본주의가 죽지 않고 계속 부활한다는 이론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콘트라티예프는 감옥에 갇히고 총살됐지만 그의 이론은 역사에 의해 입증됐다.
이에 따르면 현재는 다섯 번째 사이클의 시작 단계다. 네 번째 사이클은 제2차 세계대전이 마무리된 1945년 시작돼 1990년대 중후반 끝났어야 한다. 그런데 통화정책과 금융자본주의를 내걸고 나선 신자유주의로 인해 네 번째 사이클은 2008년까지 10년 넘게 이어졌고 그 이후로도 10년 가까이 반전의 계기를 못 만들고 있다.
그 대가로 추가 공급된 화폐 총액만 전 세계 GDP(역내총생산)의 6분의 1(12조 달러)만큼 쌓였다. 겨울이 닥쳐야 봄도 오는 법인데 ‘겨울 같은 가을’이 계속되면서 사이클 자체가 망가졌다. 여기에 기후온난화와 인구노령화라는 외부요소까지 개입해 세계 경제지표는 이제 겨울이 아닌 ‘빙하기’를 예고하고 있다.
과거 자본주의가 이런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숨통을 틔워준 것이 기술혁신이다. 요즘 ‘4차 산업혁명’으로 각광받는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이 그러하다. 하지만 그 혁신의 산물인 정보재는 자본주의의 통념에 반한다. 추가로 생산될 때 추가비용이 0으로 수렴한다. 무한복제로 공급해도 그에 대한 만족도(한계효용)는 줄지 않는다. 게다가 ‘위키피디아’처럼 보수를 바라지 않는 자발적 봉사로 제작돼 무한 공유되는 ‘시장외거래’의 확산을 낳고 있다.
저자는 경제학의 좌우이론과 영국문학 텍스트를 넘나들며 현재의 위기가 산업자본주의의 5번째 위기가 아니라 최종적이고 불가역한 위기라 역설한다. 그토록 뜨거웠던 ‘혁명의 시대’가 지나간 뒤 도착한 ‘차가운 혁명’이라니. 그 서늘한 아이러니에 입맛이 씁쓸해진다.
권재현 기자 | confetti@donga.com |
개미와 공작
헬레나 크로닌 지음, 홍승효 옮김,
사이언스북스, 792쪽, 3만5000원
일개미의 이타성과 수컷 공작의 화려한 깃털은, 그것을 보유한 개체들의 번식과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런 특성을 지닌 개체들이 진화해왔다는 사실은 다윈주의의 모순으로 보였다. 개미와 공작은 진화론이 등장한 19세기 중반부터 다윈주의 역사상 가장 뜨거운 논쟁의 주인공이었다. 개체들이 번식과 생존이라는 틀을 넘은 것처럼 인간도 도덕성을 발전시켜왔다.
감정의 법칙
피에르 가니에르 외 지음, 이종록 옮김,
한길사, 356쪽, 2만2000원
서울 롯데호텔에 ‘피에르 가니에르’라는 이름의 식당이 있다. 저자는 1998년 프랑스 파리에서 운영하던 레스토랑이 미슐랭 3스타 등급을 받으면서 유명해졌다. 이 책은 그의 요리와 레스토랑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요리 철학은 물론 식당 경영에 대한 생각과 요리사로서의 삶에 대해 말한다. 저자는 주방을 지휘하는 ‘리더’이자 레스토랑의 ‘경영자’다.
〈번역가가 말하는 “내 책은…”〉
노엄 촘스키 지음, 구미화 옮김,
와이즈베리, 247쪽, 1만4000원
● 현대 언어학의 창시자이자 인지과학의 토대를 마련한 노엄 촘스키는 미국의 패권주의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향해 쓴소리를 주저하지 않는 참여적 지식인으로도 유명하다. 이제 구순에 접어드는 노학자가 평생에 걸쳐 고민하고 깨달은 바를 압축적으로 정리한 이 책은 인간에 관한 세 가지 질문을 다루고 있다. ‘언어란 무엇인가?’ ‘인간의 이해력이 지닌 한계는 무엇인가?’ ‘우리가 추구해야 할 공공선은 어떤 것인가?’
촘스키가 ‘언어란 무엇인가?’를 첫 번째 화두로 제시한 건 단지 그가 언어학자여서가 아니다.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시켜주는 중요한 특징이 바로 언어이며, 언어의 근원을 파고들다 보면 인간 이해력의 한계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촘스키는 언어의 범위를 서술된 글이나 발화된 말, 즉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한정짓지 않는다. 그에게 언어는 사고의 도구이며, 겉으로 표출되는 말이나 글은 언어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언어와 사고의 여러 가지 중요한 특성은 우리 인간이 직접적으로 관찰할 수 없을뿐더러 상상조차 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과거의 사상가들은 이런 면을 신의 영역으로 밀어 넣기도 하고, 인간이 알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극단적 회의주의의 구실로 삼기도 했다. 촘스키는 ‘절제된 회의주의’에 공감하며 인지 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와 인지적 한계를 넘어서는 ‘미스터리’를 구분해 탐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인간에게 미스터리가 존재한다는 건 비통할 일이 아니라 고마워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특성 중 인지적 측면에 집중하던 촘스키는 우리를 둘러싼 사회적·문화적·제도적 환경으로 관심을 돌린다. 그는 공공선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 인간의 권리와 복지에 기여하는 공공선을 추구해야 교육 제도부터 노동 여건에 이르기까지 처참한 정책들의 지독한 영향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촘스키는 인간 발달을 저해하는 제도는 스스로 정당성을 입증하지 않는 한 폐기돼야 하며, 누구에게나 풍요로운 다양성 안에서 이해력을 발휘하고 발전을 도모할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철학과 과학의 심오한 질문을 다루는 만큼 아리스토텔레스에서부터 갈릴레오, 데카르트, 뉴턴, 로크, 흄, 훔볼트, 다윈, 스미스, 마르크스, 듀이 외에도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과 여러 아나키스트까지 인간의 사고에 영향을 끼친 다양한 인물의 생각과 의견을 두루 만날 수 있다.
이 책의 서문을 쓴 아킬 빌그래미 컬럼비아대 철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이 책에 담긴 지식의 복잡성과 강도는 물론이고 그 범위와 독특함을 한 편의 짧은 글로 다 담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독자에게 별 도움이 안 될 것을 알면서도 나로서는 최선을 다해 요약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대단히 즐겁고 유익했기에 독자에게 이 책을 직접 연구해보라고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다.”
구미화 | 번역가·출판편집자 |
최윤식 외 지음, 지식노마드,
504쪽, 2만8000원
4차 산업혁명의 전조는 유령처럼 희미하다. 사람들의 시각은 기술과 산업에만 머물러 있다. 더욱이 ‘미래 기술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아가지는 않을까’ ‘어떤 산업이 무너지고 어떤 산업이 만들어질까’ 생각하면서 변화를 두려워한다. 우리는 3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살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의 진면목은 아직 실체를 드러내지 않았다. 4차 산업혁명의 요체는 ‘지능 혁명’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손자병법, 삶은 왜 전쟁인가
손무 지음, 이현서 엮음,
동아일보사, 296쪽, 1만8000원
‘손자병법’은 중국 춘추시대 병법서다. 전쟁을 대하는 기본 태도는 물론 전쟁 준비에서부터 군대를 운용하는 방법, 특수 전법에 이르기까지 장수가 어떻게 하면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지 세세하게 다룬다. 이 책은 ‘손자병법’ 원문 가운데 조직 생활과 연관된 부분을 선별해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동아일보사가 출간 중인 ‘인문플러스 동양고전 시리즈’ 중 하나다.
〈서가에 들어온 한 권의 책〉
선재 지음,
불광출판사, 365쪽, 1만8000원
● 어디엔가 배곯는 이가 분명 있겠지만 거개는 불어나는 뱃살이 고민인 세상이다. 너무 많이 먹는다는 얘기다. 사찰음식 명장 선재스님이 지은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는 음식으로 불법과 삶의 지혜를 밝힌 책이다.
수라간 궁녀였다가 개화기에 궁을 나온 외할머니와 음식 솜씨 좋은 어머니, 집안 내력이 선재스님을 사찰음식의 대가로 이끈 인연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음식으로 말미암아 새 삶을 살게 됐다는 이야기가 더 울림이 있다. 스님은 23년 전 간경화로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남은 시간이 1년.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당신의 몸을 실험 대상으로 삼기로 했다. 병이 왜 들었을까, 부처님 법대로 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깨달음을 얻고 철저히 부처님 말씀대로 살아보기로 한다. 경전에는 부처님이 모든 병을 음식으로 치료한다고 씌어 있어 스님은 오직 음식과 일상의 습관을 바꿔보기로 하고 실행에 옮긴다.
모든 가공식품을 끊고 간장과 된장, 고추장을 직접 담가 먹었다. 아침은 가볍고 맑게, 점심은 든든하게 먹되 나물을 들기름에 찍어 먹기도 하고 저녁은 아침보다는 많게 점심보다는 적게 먹고 밤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간장과 된장 등 장류와 김치를 먹었고 제철에 난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었다. 충분히 쉬고 명상과 염불로 마음을 다스렸다. 인스턴트식품은 사탕 한 알도 먹지 않았다.
머리로 깨치는 논리보다 몸이 먼저 아는 법이기에 몸이 알아서 스스로 균형을 찾아 스님은 마침내 치유의 기적을 체험했다. 그러고는 기업, 학교, 종교기관 등 국내 강연만 4000여 회, 세계슬로푸드대회와 세계 3대 요리학교인 프랑스의 르 코르동 블루 등 해외 강연을 이어오고 있다.
사찰음식은 수행자들이 최선의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오랜 세월 수많은 이의 지혜를 모아 완성됐다고 한다. 인간의 몸이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과 생명의 윤리에 어긋나지 않도록 몸을 맑게 만드는 음식이다.
불가에서는 삶의 괴로움이 욕망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늘 사랑받고 싶어 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며 끊임없이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마음이 괴로움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선재스님은 먹는 것이 욕망의 원인이 되고, 욕망을 일으키고 욕망과 만나게 하니 제일 먼저 음식에 대한 절제, 지움이 있으면 삶이 한결 유연하고 수월해질 것이라고 일러주신다. 또 이런 말씀도 들려주셨다.
“몸에 좋은 음식을 먹기보다 몸에 나쁜 음식을 먹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불판에서 지글지글 익는 삼겹살과 소주, 노릇노릇 바삭바삭한 프라이드치킨과 시원한 맥주, 달달한 아이스크림 이런 거 다 나쁜 음식 아닌가? 이걸 다 끊어야 한다니…. “그냥 중생의 삶을 살겠어요, 스님!”이라고 말하고 싶어지나 이러면 욕망을 일으켜 몸이 병들고 삶이 괴로워진다니 책 마지막 장에 수록된 ‘사계절 사찰음식 51가지’ 조리법대로 만들어 먹어보자 마음먹는다.
황금희 | 독서인 |
김경민 지음, 이마, 220쪽, 1만5000원
“일본인의 북촌 진출을 막아야 한다.”(한반도 최초의 디벨로퍼 정세권) 삼청동, 가회동 일대의 북촌은 세계적 발전을 구가하는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한가운데서 보기 드물게 600년 고도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서울의 역사적 기억을 간직한 이 유서 깊고 고색창연한 지역이 1920년대 이후 근대적 부동산 개발을 통해 만들어진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화성, 정조와 다산의 꿈이 어우러진 대동의 도시
김준혁 지음, 더봄, 423쪽, 2만 원
정조의 이상향 화성은 오롯이 현재적이다. 또한 정조와 다산의 어우러짐은 꿈 같이 아름답다. 유네스코는 1997년 화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한신대 정조교양대학 교수인 저자는 정조와 화성 전문가다. 저자는 화성을 오랫동안 들여다본 후 묻는다. “정조와 다산 두 사람은 어떤 세상을 꿈꾸었을까?” 책은 이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곽대중 지음,
기다림설레임, 425쪽, 1만9000원
● “노욕(老慾)이 지나치다” “철새다” “경제민주화 하나로만 먹고산다.” 김종인을 비난하는 말들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김종인에 대해 뭘 좀 아는지 물으면 간단한 약력조차 모른다. 필자 역시 그랬다. 김종인이 갑자기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으로 등장하고(2011년) 언론이 일제히 ‘대단한 사람을 영입했다’고 호들갑을 떨기에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김종인에 대한 평전을 쓰게 된 출발점이다.
5년 동안 자료를 모았다. 김종인에 대한 가장 오래된 신문 기사는 1973년 11월 23일 동아일보 2면에 실린 복지연금법안에 대한 국회 공청회 개최 소식이었다. 참석자 명단 가운데 ‘서강대 교수 김종인’을 발견했다. 1975년에 새로 선임된 조세(租稅)제도 심의위원 명단에 다시 김종인이라는 이름이 눈에 띈다. 당시 국세청 징세국장의 이름이 김종인이라 그 사람인가 잘못 생각하기도 했다. 국회사무처에도 국장급으로 김종인이 있었고, 군산상고 야구선수 중에도 김종인이 있었다. 그렇게 동명이인을 걸러내며 김종인에 대한 자료를 모았다. 확보한 각종 서적과 자료를 A4용지로 환산하면 1만2000쪽 분량이다.
2017년 5~6월께 책을 낼 생각이었다. 그쯤 되면 주요 정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 불이 붙어 ‘책사’ 김종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 예상했다. 2016년 6월 김종인의 비서에게 전화를 했다. 이런 내용의 책을 쓸까 하는데 자료를 협조해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물론 상대의 목소리는 달떴다. 김종인이 이사장으로 있는 대한발전전략연구원에 찾아가니 20년 가까이 곁을 지켰다는 비서가 모아놓은 자료가 연도별로 깔끔하게 정리돼 있었다. 자괴감이 들었다. 진작 협조를 요청했으면 땅 짚고 헤엄쳤을 텐데, 하는 얄팍한 후회 말이다.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구할 수 없는 귀한 자료가 많았다. 중복된 것을 제외하니 거기서 얻어 온 자료는 A4용지 8000쪽 분량.
그렇게 ‘내년 초에나 집필을 시작해야지’ 계획하며 유유자적 자료만 살펴보다가 ‘최순실 사태’를 맞았다. 상상을 초월하는 정치 일정이 펼쳐질 것 같았다. 광화문광장의 촛불과 함성을 뒤로한 채 고시원으로 향했다. 문을 걸어 잠그고 신들린 듯 글을 썼다. 첫 문장을 11월 13일에 썼는데 초고 마지막 문장의 마침표는 12월 9일 찍었다. 그날 오후 4시 10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 김종인이 탄생에 기여한 박근혜 정부가 김종인이 만들어낸 여소야대에 의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책을 펴내고 보니 425쪽 분량이다. 그걸 한 달 만에 썼다고 하니 주위에선 “미리 좀 써놓았던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뭐든지 잘하지는 못해도 빨리 하는 데는 나 나름의 일가견이 있다고 농을 쳤다. 다만 책에 담았어야 하는데 빠뜨린 내용이 있어 아쉽다. 기회가 허락한다면 김종인의 출생부터 편년체로 훑으며 또 다른 평전을 펴내고 싶다. 그때 김종인의 마지막 직함을 과연 뭐라고 쓰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곽대중 | 저술가 |
다치바나 다카시, 박성관 옮김,
문학동네, 648쪽, 3만3000원
책은 무엇인가, 독서란 무엇인가. 저자는 저널니스트이면서 연구자, 독서광이다. 스스로를 ‘책 오타쿠’라고 칭한다. 그는 자신만의 서고인 ‘고양이 빌딩’을 갖고 있다. 20만 권에 달하는 책은 학생 시절부터 모은 것이다. 언제, 어떻게, 왜 그 책을 구해 읽었는지, 어떤 책이 삶에 도움을 주는지에 관한 이야기 외에 신학, 철학, 인류학, 물리학, 생물학, 민속학 등 분야 불문 지식 탐험이 담겨 있다.
안목
유홍준 지음, 눌와, 320쪽, 1만8000원
알아보는 눈, 안목의 소중함을 깨우치는 유홍준 교수의 신간이다. 건축, 백자, 청자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역사 속 높은 안목의 소유자들은 어떻게 대상에서 아름다움을 파악했는지 알아본다. 뛰어난 안목으로 미술품을 수집하고 미담을 남겨 문화사에 기여한 수장가들을 다룬 이야기가 흥미롭다. 독자가 자신만의 미를 보는 눈을 키우는 데 보탬이 되도록 서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