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호

특집 | 文, 安, 黃 속도 내는 대선열차

“‘15억 차떼기’ 불법자금 받고 ‘대통령 탄핵’ 앞장”

‘젊고 깨끗한’ 안희정의 두 얼굴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조현주 | hjcho@donga.com

    입력2017-02-16 15:2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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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억 담은 쇼핑백 15개 SM5 트렁크에 실어
    • 불법자금 4억9000만 원, 아파트 구매 등 사적으로 유용
    • 2억 받고 1억만 반환
    • 부산 업체에서 받은 돈 ‘향토장학금’으로 합리화
    • ‘박연차 상품권’ 5000만 원 받아
    • 김문수 “안희정 같은 비리 전력자는 대통령 안 돼”
    • 김일성 따르고 미국 배척한 ‘반미청년회’ 주도
    • 김희상 “안희정 대통령 되면 한미동맹 깨질 것”
    • 안희정 “돈 수수는 관행·실수…국익 보고 안보 판단”
    안희정 충남지사(이하 안희정)가 요즘 대선 판에서 뜨고 있다. 여론지지율 1위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위협할 것 같다는 예상이 나온다. ‘시대교체’ 슬로건을 내건 53세의 젊고 깨끗한 이미지가 강점으로 꼽힌다. 그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과도 대연정” 같은 레토릭으로 중도·보수 표까지 긁어모으겠다고 한다. 그래서 ‘헌 기름장어(반기문), 새 기름장어(안희정)’라는 말도 나온다. ‘충청대망론’으로 상징되는 지역기반도 그에게 보탬이 되고 있다.

    그러나 안 지사를 “결국 내려갈 사람”으로 보는 정치인도 적지 않다. 이들은 “안희정의 두 얼굴” “안희정의 씻기지 않을 흑(黑)역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죄질 가볍지 않아”

    안 지사의 ‘어두운 리스트’의 윗줄엔 ‘불법자금을 받은 행적들’이 자리 잡고 있다. 안 지사는 1월 22일 대선출마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선언문 중간쯤 어디에서 그는 “언제나 저보다 당이 먼저였습니다. 당이 감옥에 가라면 갔습니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구속 전력에 대해 자신이 ‘대신 총대 메고 감옥 간 의리파이자 희생자’인 듯 묘사한 것이다. 그러나 그의 금품 수수는 이와는 거리가 먼, 당시 수사·판결 용어로 “죄질이 가볍지 않은 행동”이다.

    ‘안희정의 차떼기’는 ‘한나라당 차떼기’에 버금간다. 검찰 수사기록에 따르면, 제16대 대통령선거 운동이 한창이던 2002년 11월 어느 날 오후 7시쯤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측근 안희정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근 이면도로에 SM5 승용차를 세워둔 채 운전석에 앉아 있었다. S사 임원이 다가와 운전석 유리창을 똑똑 두드리자 안희정은 차에서 나와서 SM5의 트렁크를 열었다. 임원은 현금 1억 원이 든 쇼핑백 15개를 트렁크가 꽉 차도록 옮겨 실었다. 앞서 안희정은  S사와 이렇게 돈을 주고받기로 약속해둔 상태였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007작전하듯  트렁크 한가득 재벌 돈을 받은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이런 행각을 벌인 사람이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중 하나까지는 몰라도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특히 차떼기는 ‘부정부패의 상징’과 같다. 한나라당 차떼기의 주역인 서돈웅 전 의원은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다. 차떼기도 보수는 일벌백계하고 진보는 다 빠져나가나”라고 덧붙였다. 



    “피고인에게 그 이익이 귀속돼”

    안희정은 이런 식으로 S사 30억 원, L사 6억5000만 원 등 기업으로부터 67억9000만 원 상당의 불법자금을 모금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돼 2004년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추징금 4억9000만 원’ 확정판결을 받았다.

    여기서 ‘추징금’ 부분이 이목을 끈다. ‘신동아’가 입수한 대법원 판결문은 이 추징금 4억9000만 원에 대해 “피고인(안희정)에게 그 이익이 귀속됐다”고 밝혔다. 안희정은 노무현 전 대통령 측과 기업들이 불법 대선자금을 주고받을 때 돈 심부름을 도맡다시피 했다. 이에 따라 노무현 캠프의 전체 불법 대선자금 113억8700만 원의 절반 이상이 안희정의 손을 거쳤다. 안희정은 이러한 돈 심부름 과정에서 5억 원가량을 사적으로 유용한 셈이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안희정은 부인 민주원 씨 명의로 2003년 1월 25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동 백마마을 아파트를 매입했다. 안희정은 불법 정치자금 중 5000만 원을 이 아파트 구입 자금으로 썼다. 몇 달 뒤 안희정은 이 아파트의 공동지분권자로 들어왔다가 1년여 뒤인 2004년 1월 20일 매각했다.

    일부 법적 자료는 “안희정이 불법자금 중 1억6000만 원을 아파트 중도금으로, 3억1000만 원을 총선 출마 지역구 여론조사 비용으로 썼다”고 기록했지만, 대법원 판결문은 5000만 원 아파트 구입비용 이외 구체적 용처를 적시하지는 않았다.

    대법원 판결문과 국회 자료를 종합하면, 안희정이 개인적으로 유용한 돈 중엔 나라종금 대주주인 김호준 전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으로부터 주차장에서 받은 2억 원, W병원 원장이 대주주로 있는 A창투의 곽모 대표에게서 받은 1억9000만 원이 포함돼 있다.

    안희정은 나라종금 사건에도 연루됐다. 이 사건은 퇴출 위기에 몰린 나라종금이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을 비롯한 정관계 인사들에게 거액의 로비자금을 제공한 사안이다. 안희정은 1999년 김호준 전 회장으로부터 생수회사 투자금 명목으로 3억9000만 원을 받아 자치경영연구원에 입금해 썼다. 검찰은 2003년 6월 안희정을 기소했다. 안희정은 이때 구속을 면했지만 6개월 뒤 다른 기업들로부터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구속됐다. 이에 대법원은 나라종금 사건과 불법 대선자금 사건을 병합해 재판한 뒤 안희정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이다. 

    안희정은 이 2004년 11월의 선고로 피선거권이 5년간 제한됐다. 그러나 2006년 8월 15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의해 사면·복권됐다. 대통령이 상습적으로 불법자금을 받은 자신의 최측근을 조기에 사면·복권해준 것은, 지금의 기준에서 보면 비난받을 일이다.

    안희정 지사는 당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 감옥에 간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그의 불법자금 사적 유용 사실은 이런 말을 무색하게 한다. 이양수 의원(전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의 금고지기 자리에 있으면서 이를 악용해 개인적으로 자신의 잇속을 챙기는 등 결코 도덕적이지 못한 인물임을 증명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2억 받아 1억 돌려준 이유

    검찰·법원 기록을 보면, 안희정은 2002년 12월 대통령선거 이후에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B건설의 권홍사 당시 사장 등 부산지역 기업인들로부터 각각 2억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04년 2월 서울중앙지법 공판에서 안희정은 이 돈에 대해 “향토장학금을 받는 기분이었다”고 진술했다.

    특히 안희정은 나라종금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는 와중에도 B건설의 권 사장으로부터 2억 원을 받았다. 당시 권 사장은 “대선 때 노무현 후보 쪽에 자금을 지원해 주지 않아 대선 후 불이익을 당할까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 측근인 안희정에게 환심을 사두면 기업을 운영하다가 정부와 관련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안희정을 통해 선처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안희정에게 돈을 줬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고맙습니다”

    안희정은 권 사장으로부터 이런 돈을 받는 것이 ‘비도덕적인 행위’라는 점을 인지했으면서도 돈을 받아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2억 원을 받았다가 1억 원만 돌려주는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했다. 찜찜해서 2억원을 돌려주려 했으나 막상 반환 과정에서 물욕(物慾)이 생겨 1억 원은 남긴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은 안희정의 검찰 진술을 통해 확인된다. 아래는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안희정의 진술 요지다.

    “2003년 6월경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의 소개로 권홍사 사장을 알게 됐다. 2003년 8월 초 저녁 서울 여의도 일식당에서 권 사장을 만나 2억 원을 10만 원권 수표 2000장으로 받았다. 권 사장이 내가 앞으로 정치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내게 자금지원을 한 것으로 생각하고 돈을 받았다. 돈을 받을 때 권 사장에게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했다.

    돈을 받은 후 나는 그전인 2003년 4월 나라종금 사건으로 검찰에서 여러 날 조사를 받고 구속영장이 청구되어 어려움을 겪은 일이 생각났다. 아무래도 찜찜해 그 돈을 돌려줘야겠다고 생각해 일주일쯤 후에 권 사장에게 연락해 여의도 한 호텔에서 만났다. 내 측근인 임모 씨에게 지시해 임씨가 현금 2억 원을 차에 싣고 왔다. 권 사장에게 ‘미안하다’고 하면서 임씨에게 돈을 돌려주라고 시켰다.

    (※ 이후 임씨는 2억 원을 실은 차에 권 사장을 태워 권 사장을 자택인 압구정동 아파트에 내려줬다. 그러면서 각각 1억 원이 든 쇼핑백 두 개 중 한 개를 권 사장에게 돌려줬다. 다른 한 개도 권 사장에게 돌려주려고 했는데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쇼핑백 손잡이가 떨어지면서 돈이 쏟아졌다. 그러자 권 사장은 ‘쏟아진 돈은 안희정에게 다시 갖다주라’고 하면서 쇼핑백 한 개만 들고 자택으로 들어가버렸다. 임씨는 이 1억원을 안희정에게 가져왔다.)

    나는 임씨를 통해 1억 원을 돌려받은 후 권 사장에게 전화해 ‘하여튼 주신 돈은 고맙게 쓰겠습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5000만 원 상품권은 부정한 금품”

    안희정은 다른 금품비리 혐의에도 연루됐지만, 그의 처지에선 다행스럽게도 사법 처리되지 않았다. 즉, 그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1년 옥살이를 하고 출소한 직후인 2004년 12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상품권 5000만 원어치를 받았다. 검찰은 2009년 6월 안희정의 이 상품권 수수 사실을 확인했으나 ‘상품권 수수 시점인 2004년 12월 그가 피선거권이 상실돼 정치활동을 할 수 없었다’는 이유로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검찰 주변에선 “안희정의 상품권 수수가 떳떳해서가 아니다. 안희정은 그때 운이 좋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음은 한 사정기관 관계자의 말이다.

    “안희정은 상품권 수수 당시인 2004년 피선거권이 상실된 상태였지만 현직 대통령(노무현)의 최측근으로서 여전히 정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검찰이 안희정의 상품권 수수 문제를 인지해 수사하던 2009년 시점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조사를 받은 직후 자살하는 엄청난 사건이 터졌다. 이로 인해 노무현 동정론이 확산됐다. 검찰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질타하는 여론도 형성됐다. 박연차에게서 고액 상품권을 받은 안희정에 대한 불기소처분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안희정이 기업인으로부터 5000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액수의 금품을 수수한 행위는, 사법적 단죄만 간신히 면했다 뿐이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소지가 큰 행위였다고 할 수 있다.

    이후에도 안희정을 둘러싼 불법자금 수수 혐의가 제기됐다. 안희정의 측근인 윤모 씨는 2007년 8월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에게서 1억 원을 받아 안희정에게 전달한 혐의(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고 대법원은 2012년 4월 윤씨에 대해 알선수재 혐의만 인정했다. 강 회장의 돈 1억 원이 안희정의 아파트 전세자금으로 쓰인 사실은 입증됐으나, 법원은 “검찰이 안희정에 대해 조사조차 하지 않아 정치자금법 혐의에 대해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따라 안희정에 대한 검찰의 부실 수사 논란이 일었다. 

    안희정 지사의 이러한 반복적인 금품 수수와 관련해 김문수 전 경기지사(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는 “그 사람은 대통령이 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지사는 “15억 차떼기 불법자금을 받은 사람이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고 있는데, 이게 말이 되느냐”고도 했다. 비리 전력이 있는 안 지사가 촛불집회에 자주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것은 위선이라는 이야기였다. 김 전 지사와의 대화 내용이다.



    “대선 레이스에서 탈락시켜야”

    ▼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청렴영생 부패즉사’라고 입버릇처럼 말했죠. 유력 대선주자의 도덕성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다짜고짜) 안희정 같은 사람은 대표적으로 대통령에 결격이지요. 제가 의원 시절 나라종금 사건부터 안희정 씨와 연관된 비리 사건을 많이 파헤쳤어요. 안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 돈 심부름 하던 사람입니다.”

    ▼ 안 지사는 본인이 다 짊어지고 감옥에 간 것이어서 문제가 안 된다는 취지로 말하는 것 같은데요.  

    “불법자금 받아서 자기 아파트 구입한 건 떡고물을 챙긴 거고요. 기업인들에게 가서 들어보면 안희정 씨가 돈 받으러 몇 번 왔는지 이런 게 다 있죠. 박연차 회장에게서 상품권뿐이겠어요. 당시 ‘좌희정 우광재’였는데.”

    ▼ 안 지사는 기업체에서 받은 돈을 ‘향토장학금’으로 규정하는데요.

    “그런 사람이 유력 대선주자가 되니까 우리나라가 문제예요. 그런 사람은 정계를 떠나야죠. 기본적 청렴도나 대북관을 보면 벌써 아웃되었어야죠. ‘시대교체’를 이야기하던데, 시대교체가 아니라 인물교체를 해야 합니다. 결격 사유가 있는 사람은 대선 레이스에서 탈락시켜야 합니다. 야당은 이런 사람을 또 살려주고 또 살려주고 해요. 안철수는 적어도 이런 결점은 없잖아요. (현금 쇼핑백 15개를 자동차 트렁크에 받은 것에 대해) 그런 행동을 한 사람이 어떻게 박근혜 탄핵하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검은돈 받은 건 없어요. 지금 우리 사회는 기본이 안 되어 있는 것 같아요.”

    ▼ 그래도 안 지사의 지지율이 높게 나옵니다.

    “반기문 꺼지니까 충청도 사람들이 그리 가는 것이죠. 또 문재인이 하도 좌파적 언동 하니까요. 연방제, 북한 먼저 방문, 인권결의안, NLL, 개성공단…. 문재인이 하는 것을 보면 완전 좌파죠. 이러니 중도와 보수 쪽에서도 안희정에게 가는 거지. 지금 국민은 안희정이 돈 먹고 감옥 갔다 온 걸 몰라요. ‘미소 작전’을 하니 모르잖아요. 잊었거나 환기가 안됐죠. 그러나 국민이 알게 되면 안희정 지지율이 꺼지겠죠. 저런 사람을 어떻게 대통령으로 뽑아줄 수 있나요? 기본이 안 되어 있는데요. 소위 서류심사에서 탈락인 거죠.”


    ‘반미(反美)청년회’와 ‘미·중 교량’

    안희정 지사의 두 번째로 큰 약점은 ‘주사파’ 경력이다. 안희정은 1988년 전국 대학에 ‘반미청년회’를 결성하는 일을 주도한 혐의로 투옥됐다. 그 한 해 전엔 애국학생투쟁연합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구속됐다.

    정치권에선 “투옥 경력 탓에 병역면제를 받았다는데, 안희정이 주사파로 어떻게 활동해왔고 어떻게 오늘에 이르게 됐는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안희정이 대연정 등 우(右) 클릭 행보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몇몇은 ‘페인트 모션’으로 의심한다. 반미청년회가 주사파 중의 주사파이고 안희정이 반미청년회의 핵심 멤버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반미청년회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의 산파이자 지휘부 노릇을 했는데, 당시 정부는 이 단체를 반(反)국가적 단체로 판단했고, 법원도 판결문(90노762 등)을 통해 이 단체를 김일성주의(주체사상)를 전파하기 위해 구성된 단체로 규정했다.

    “북한을 이롭게 한다는 확정적인 인식하에 김일성의 주체사상과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혁명 노선을 한점의 의문 없이 그들 자신의 이념으로 받아들이고 그러한 이념을 펴기 위해 반미청년회를 구성한 사실은 넉넉히 인정될 수 있다.”(판결문)

    반미청년회 산하 선전부는 북한방송 청취 등을 통해 주체사상을 습득했으며 김일성주의의 전파 및 사상무장을 위해 간행물을 발행했는데 “북한의 통일론은 통일에 대한 겨레의 열망을 담고 있다. 우리의 실정에 맞는 합리적인 방안이다. 고려연방제를 지지한다”고 했다. 또한 반미청년회는 ‘반미(反美)’를 단체 명에 적시한 대로 미국을 타도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했고 한미동맹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다. 반미청년회 안에서 활동한 강길모 프리존뉴스 대표는 2007년 4월 한 강연에서 반미청년회 내의 대표적 주체사상 신봉자로 안희정을 꼽기도 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안희정이 주사파와 어떻게 결별했는지, 자신의 주사파 활동에 대해 반성했는지에 대해 알려진 내용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안희정의 대선출마선언문에는 ‘한미동맹’이라는 단어가 없다. 미국에 대해선 미국과 중국을 동등하게 취급하면서 자신이 교량이 되겠다고 했고, 북한에 대해선 핵·미사일보단 대화에 방점을 찍었다. 정치권 인사는 “한미동맹을 국가안보의 근간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안희정의 이런 공약에 의구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작전통제권의 환수는 힘찬 국방의 시작입니다. 언제까지 미국만 바라볼 수 없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교량 역할을 할 것입니다” “전쟁 때도 적과 대화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북한과의 대화는 군사 부분까지 확대되어야 합니다” “활기찬 남북관계의 시작은 대화입니다.” (안희정 대선출마선언문)

    또한 안희정은 북한의 신뢰할 만한 변화의 ‘징후’ 등을 전제조건으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가장 먼저 추진하겠다고 했다.



    “美, 안희정·문재인 의심해”

    특히, 안 지사는 문재인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대선 공약으로 ‘전시작전권 조기 환수’를 제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때 전시작전권 환수와 한미연합사령부 해체를 추진했다. 전시작전권은 2012년 미군에서 한국군으로 이양하는 것으로 한미가 합의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2015년 12월로 이를 미뤘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환수 시기를 2020년 중반까지 연기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청와대에서 ‘대통령 국방보좌관’을 지낸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은 “안희정 지사가 대통령이 되면 한미동맹이 파탄 날 수 있다”고 말했다.

    ▼ 박 대통령이 환수를 연기한 전시작전권을 안 지사는 조기에 찾아오겠다고 하네요. 전작권 같은 중차대한 문제를 놓고 대통령 바뀔 때마다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 같네요.

    “결과적으로 똑같은 사람들이지, 안희정이나 (노무현 정권 사람들이나). 전시작전권 환수는 한미연합사 해체를 전제로 하는 거예요. 전작권 받으면 연합사는 해체되죠.”

    ▼ 안 지사는 전작권 환수가 자주국방으로 이끄는 바람직한 것이라고 말하는데요.

    “한국이 북한과 중국 같은 나라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안보를 유지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한국군이 강해서입니까? 한국의 안보를 세계 최강 미군이 보증해주기 때문에 한국의 안보가 유지되는 겁니다. 그 보증의 상징이 바로 한미연합사고 미군 4성 장군인 한미연합사령관이죠. 전작권 환수는 이런 것들이 없어진다는 의미죠. 연합사가 없어지면 한미군사동맹 자체가 ‘앙꼬 없는 찐빵’이 되죠. 한미군사동맹도 자연스럽게 해체될 것이라고 봐요. 한미동맹이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동맹이 된 건 연합사라는 특별한 존재 덕분입니다. 지금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잖아요. 북한 핵에 대처하는 데에도 그나마 한미연합사가 지금처럼 서울에 존재하는 그 이상의 방법이 없어요.”

    ▼ 북한이 서울로 핵미사일을 못 쏘게 하려면 한미연합사가 서울에 있어야 하는 거네요. 한미연합사에 대한 공격은 세계 최대 핵 강국인 미국에 대한 직접 공격이니까요. 반대로 한미연합사가 사라지면 서울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 위험이 커지는 것이고요?

    “그렇죠. 연합사 존치 이상의 북핵 대처 방법이 없어요.”  

    ▼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시 전작권을 환수하겠다고 해 미국 정부와 갈등이 심했는데요. 안희정 지사가 대통령이 되어 전작권을 또 조기에 회수하겠다고 하면 이 한미 갈등이 재현될까요.



    “한미동맹 그냥 깨져”

    “더 안 좋아지죠. 왜냐하면 미국도 한두 번이지, 또 달라고 하면, 이번엔 ‘그래, 빨리 가져가라’고 감정적으로 나올 겁니다. 노무현 정권 때 벨 주한미군 사령관이 전작권 이양이 군사 문제라며 노 대통령을 달랬는데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이 벨에게 그러지 말라고 했어요. 럼스펠드는 노 대통령 측에게 ‘빨리 가져가라’고 했죠. 안 지사가 대통령이 되어 같은 이야기를 한 번 더 하면 미국도 가만히 안 있을 겁니다. 한미동맹은 그냥 깨진다고 봐야죠.

    이런 이야기까지 하기 곤란하지만, ‘문재인이나 안희정이 대통령이 되면 한미동맹이 어떻게 바뀔지 상상도 못할 것이다’라고 말하는 미국 관계자들이 있어요. 전직 미국 국방부 관료로서 미국 정부의 입장을 미디어에 대변해온 마이클 그린이 ‘문재인에게 다섯 가지를 묻는다’는 신문 칼럼을 썼잖아요. 미국 의회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어요. 미국 사람들이 다른 나라 대선주자에게 이렇게 노골적으로 의심과 불안을 표시한 전례가 없어요. 안희정이 전작권 조기 환수를 이야기하면, 그는 미국이 문재인보다 더 우려하는 대상이 될 겁니다.”

    김희상 전 대통령 국방보좌관은 “안 지사가 합리적인 이야기를 좀 하니까 사람들이 착각하는데 안 지사의 과거 경력을 보라. 북한을 따르는 주사파다. 그냥 주사파 정도가 아니라 조직의 책임자도 하고 그랬다”고 말했다.

    김문수 전 지사는 안희정 지사의 ‘전작권 조기 환수’ 공약에 대해 “그냥 되는 대로 떠드는 거지. 그러니 이 나라가 지금 망할 판” 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새 대통령은 ‘경륜에서 나오는 통찰력’을 지녀야 한다. 충분히 경험을 쌓은 사람에게 나라를 맡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충남 AI 피해 극심” 

    정치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2012년 대선까지만 해도 대선 경선에 출마하는 현직 광역단체장은 최소한 ‘미안한 기색’이라도 내비쳤다. 지방선거 때 ‘임기 동안 광역단체장 본연의 업무에 매진하겠다’고 유권자에게 약속해놓고 결국 다른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일부 정치인들은 “안 지사가 자신의 대권 출마를 당연한 권리쯤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말한다. 

    안 지사는 2월 1일 충남도청에서 “제가 요즘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동료 공직자 여러분이 열심히 더 챙겨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대선후보로 도전하는 시간은 도정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도의회 측에 따르면 안 지사의 대권 행보가 본격화하면서 도정 공백이 수시로 목격된다고 한다. 2월 1일부터 진행된 ‘직무성과계약과제 인터뷰’는 간부급 공무원들이 한 해 자신의 목표를 구체화하는 자리로 지난해까진 안 지사가 직접 챙겼다. 그러나 올해는 남궁영 행정부지사와 허승욱 정무부지사만 참석한다. 15개 시·군을 도는 연두순방 일정도 잡히지 않았다. 대권 일정의 영향으로 보인다.

    충남도의회 측은 조류인플루엔자(AI) 창궐로 농민 피해가 극심해지자 “도의 선제적 대응이 미흡했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안 충남지사는 경제개발 및 기업 유치 실적도 그리 좋지 않다고 한다. 안면도 관광지 개발 사업이 좌초되는가 하면 당진항 매립지 도계 분쟁 등의 홍역도 치렀다고 한다. 2015년 초 안면도 관광지 개발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였던 에머슨퍼시픽이 개발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하면서 24년간의 기다림에 지친 주민들의 원성이 높았다. 충남도는 안면도를 4개 권역으로 나눠 개발하는 방식을 도입해 다시 공모했다. 지난해 3월 롯데자산개발만 응모 의사를 밝혔다.

    안 지사는 ‘3농(농업·농어촌·농어민)혁신’을 도정의 제1 목표로 제시했다. 2010년 안 지사 취임 후 민선 5기에 4조4000억 원이 투입됐고, 6기에 5조789억 원이 들어갈 계획이다. 그러나 충남의 농가소득은 3년째 전국 7위에 맴돈다. 안 지사 취임 이전 4위였는데 오히려 뒷걸음질 친 것이다. 이렇게 간판 정책이 ‘실패’ 논란에 휩싸이면서 안 지사의 행정 능력이나 실적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다고 한다. 

    이종화 충남도의원(자유한국당)은 기자에게 “도지사를 하겠다고 해서 도민이 선택해준 것이 아니냐. 그런데 대권 행보를 하다보니 도정에 공백이 커졌다. 도청 공보실 직원도 자기 대선 홍보업무에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 도의원은 “AI가 충남에 발생했는데 초기 대응에 허점이 많아 닭 590여만 수를 살처분했다. 지난 13년간의 전체 매몰 수보다 더 많다. 다른 농장으로 전파되지 않게 초기대응을 잘 했어야 하는데 완전히 실패한 것”이라고 안 지사를 비판했다.

    또한, 이 도의원은 “도청 이전지에 신도시를 조성하는 것은 도의 책임이다. 그런데 신도시 주변 축사도 제대로 정리가 안 되어 지난해 여름 악취 민원이 엄청 많았다. 충남은 세종시·당진항·서산항 등 천혜의 여건을 갖추고 있지만 안 지사의 기업 유치 실적은 거의 없다. 안 지사는 자유한국당 소속 도의원들은 물론이고 민주당 소속 일부 도의원들과도 소통이 잘 안 된다”고 했다.

    김홍열 충남도의원(자유한국당)은 “안희정 지사든, 이재명 성남시장이든 현직 단체장은 대선에 나와선 안 된다고 본다. 자기 임무를 깔끔하게 마무리 짓고 딴 일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 도민들을 밑거름으로 삼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안희정 지사는 ‘신동아’의 질의에 답을 해왔다. 불법자금 중 일부를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부분에 대해 안 지사는 “과거 대선 과정에서 여야가 돈을 관행적으로 받았고, 내 개인의 실수도 있었다. 법 앞에 모든 것이 밝혀졌고, 그에 따라 처벌을 받았다”고 말했다.



    “새 정치 향한 염원에 상처 드려”

    ‘돈 문제와 관련해 잣대가 느슨한 것 같다. 도덕적 자질이 의심스럽다’는 지적에 대해 안 지사는 “이유야 어쨌든 과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부분에 대해 상응한 처벌을 받았고 새로운 정치를 향한 국민의 염원에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안 지사는 “두 번의 도지사 선거과정에서 도민들에게 소상히 설명하고 사과드렸고 도민들도 이해해주셨다고 생각한다. 제가 돈 문제와 관련해 비판의 잣대가 느슨하다거나 도덕적 자질이 의심스럽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저의 인생 역정과 철학, 가치를 종합해 국민이 판단해주시리라 믿는다. 그래서 더욱 더 잘못된 과거 낡은 정치의 폐습을 넘어서려고 한다”고 말했다.

    ‘비리 전력자가 시대교체의 주역이 될 수 있느냐’는 비판에 대해 안 지사는 “이미 공개적인 대선 자금 수사과정을 통해 국민이 판단을 마친 사안이다. ‘잘못된 정치자금 수수 관행이나 기업의 비자금 문제를 해결해보자, 모든 것을 햇볕에 꺼내놓자’고 결심한 것에 후회는 없다. 앞으로도 잘못된 지난 시대의 관행과 낡은 질서를 바꿔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사드 배치에 찬성하면서 전시작전권 조기 환수를 추진하겠다는 건 냉·온탕 안보 정책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선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안보·외교엔 진보도 보수도 없다. 오로지 5000만 국민의 안전과 이익이 있을 뿐이다. 기본적으로 저는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 제가 대통령이었으면 그렇게 처리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물은 이미 쏟아졌다. 쏟은 적 없는 것처럼 만들겠다는 주장보다 어떻게 잘 닦아낼 수 있을지를 말해야 한다. 한미동맹이란 조건하에서 이뤄진 정부 간 합의를 뒤집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합의 사항을 바꾼다면 이에 뒤따르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전작권 조기 환수와 관련해) 스스로 자신을 지킬 능력을 갖추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사드 배치 문제와 전작권 환수 모두 국익을 기본으로 판단한 것이다. 안보 문제를 진영논리로 판단하지 않는다.”

    안 지사는 “도의회 측에 대선 출마에 대해 수차례 설명했다. 의원들을 존중하고 협치하려고 노력했다. 시도지사 평균 직무수행 지지도에서 10개월 연속 1위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3농혁신에 대해선 이렇게 말했다.

    “기존에 있던 농정예산을 3농혁신의 틀에 맞게 적용한 것일 뿐이다. 여러 분야에서 성과를 내 우리 사업 방식이 전국으로 전파됐다.”

    도정 공백과 관련해선 “현안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처해나가고 있다. 부지사나 실무 국장으로부터 충분히 보고받고 조치를 취하고 있다. 2017년 도정 사상 최대인 5조3018억 원의 정부예산을 확보했다. 저의 대선 도전은 절대로 도정 공백과 연관성이 없다. 대권 도전은 2014년 도지사에 도전하면서 도민에게 이미 말한 사항”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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