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인으로서 할 도리 아냐”
- “유승민·김무성이 ‘가짜 보수’ 만들어”
- “최루가스 한번 맡아봤나…입으로 하는 정치 누구나 해”
“보수의 본류는 우리 당”
그러나 학생운동권(연세대 총학생회장)과 YS계(김영삼 총재 비서)에 몸담았다 친박근혜계에서 활동해온 자유한국당 소속 이성헌 전 의원(16, 18대)은 유 의원의 그간의 행보를 비판한다. 얼마 전 YS계 인사 장례식장에서 이 전 의원을 만나 나눈 대화 내용이다.▼ 여당에 대해 인적청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는데요.
“지금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는 ‘박근혜 사당(私黨)’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필요는 있을 것 같아요. 보수의 가치를 오랫동안 지켜온 당으로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의 마음을 다시 얻기 위해, 정책적인 변화도 어느 정도 보여줘야겠죠. 무엇보다 우리의 가치를 살려낼 수 있는 후보를 우리가 만들어 선거에서 승리해야 합니다. 그래서 국민과 나라가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당 지지율이 한 자릿수였다가 지금은 15% 안팎까지 올랐습니다만.
“거의 모든 언론이 우리 당을 박근혜 사당으로 치부해 비판하는 상황에선 이런 지지율 지표가 나올 수밖에 없겠죠. 우리 당이 어느 한 사람의 정당이 아니라는 것을 국민이 다시 알게 된다면, 정책 면에서 개혁과제들이 제시된다면, 지지율은 회복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몇 개월씩 시간을 요하는 것도 아니고 두어 달 사이에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봐요.”
▼ 바른정당이 보수의 주류 자리를 대체하려고 합니다.
“우리 당 싫다고 나간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그 정도 맨파워를 가지고 되겠습니까. 어림도 없다고 생각해요. 보수의 본류는 지금도 우리 당 내부에 있는 거죠.”
“그 정도 맨파워로 어림도 없어”
이 전 의원은 탄핵-최순실 문제가 불거진 이후 당이 대처를 잘못해 많은 사람이 실망한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 당이 없어져야 할 당이라고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야당 사람들 외에는”이라고 덧붙인다. 이어 그는 유승민 의원에 대한 소회를 털어놓는다.▼ 유승민 의원이 탈당 후 대선에 출마합니다. 유 의원은 자신이 보수진영 개혁의 적임자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원내대표를 향해 “배신의 정치”라고 일갈했고 유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유 의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유 의원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최루탄가스 한번 맡아봤는지, 땀 한 방울 흘려봤는지 정말 묻고 싶어요. 지도자는 모름지기 나라를 위해 국민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필요가 있어요. 유 의원이 지금까지 무엇을 희생했나요. 입으로 하는 정치는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아니, 보수의 가치가 ‘따뜻한 보수’라는 말로 되는 겁니까.”
▼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어떻게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그건 제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예를 들어, 군부독재 시절에, 그 어려운 시절에, 유 의원은 어디 가서 뭐 했습니까. 자기 아버지가 공화당 국회의원 하는 동안 미국에서 공부했죠. 그 후에 뭐 했나요. 한나라당 텃밭인 대구에서 한나라당 공천 받아 국회의원 됐죠. 그분이 무슨 그렇게 대단한 일을 했나요? 나라를 위해 무슨 일을 했나요?”
“무슨 대단한 일 했나”
이 전 의원은 바른정당에 대해 “요즘 국민들 생각이 다양하므로 다양한 당이 존립할 수 있다. 그 당도 국민의 뜻을 잘 받들어 일을 잘하면 좋은 정당으로 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바른정당 사람들이) 자기들이 싫어서 나간 당을 ‘가짜 보수’니 이렇게 이야기하던데, 이는 바른 자세가 아니다. 이런 비뚤어진 마음 자세로는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대변하기 어렵다”고 했다.이 전 의원은 바른정당 중진의원들을 “돈이 많은 사람들”로 규정한다.
“거기 있는 사람들을 보면, 3선 이상 된 사람들은 모두 새누리당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들이죠. 어디 다른 당에서 국회의원 했습니까? 또한 돈이 많은 사람들이죠. 기본적인 조건인 것 같아요. 그쪽 국회의원들 중에 돈 없는 사람이 있나요? 김세환 의원은 얼마나 돈이 많습니까? 그런 사람들이 보수를, 서민을 대변한다고 이야기합니다.”
▼ 유승민 의원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탄핵소추의 방아쇠를 당긴 셈이 됐습니다. (※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당만으로는 탄핵소추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는데 유 의원과 김 전 대표가 이끄는 여당 내 비박근혜계가 가세해 탄핵소추가 국회에서 의결됐다.) 김 전 대표에 대해 어떻게 보나요?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당 대표로서 총선에 큰 패배를 불러왔죠. 이렇게 큰 패배를 가져왔다고 생각하면 본인이 깨끗이 국회의원직을 던짐으로써 국민에게 사과해야죠. 말로만 사과하면 되겠습니까.”
▼ 김 전 대표는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에 참여하면서 본인의 대선 출마를 포기한다고 했는데요.
“제가 보기에 그분은 총선 패배로 인해 이미 대선 판에 들어가지도 못 하게 됐어요. 대선 판에 갈 수도 없는 사람이 안 나간다고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하루아침에 돌변, 탄핵 동참”
이 전 의원은 유 의원과 김 전 대표가 비박계를 이끌고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동의한 점을 비판했다.“대통령이 4월로 자신의 임기를 단축하고 6월에 대선을 실시하는 일정이 확실히 나오고 있었잖아요. 이렇게 해야 나라를 체계적으로 끌고 갈 수 있지 않습니까. 다 그렇게 하기로 당론을 만들어놓고는 이분들이 하루아침에 돌변해 탄핵에 동참한 겁니다. 이건 다 죽어가는 사람 등 뒤에 칼 꽂은 거죠. 저는 한 여성에게 이렇게 칼질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실망했습니다. 그건 정치인으로서 할 도리가 아닙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원내대표와 당 대표까지 한 사람들이 우리 당이 ‘가짜 보수’라며 나갔는데 그러면 그동안 자기들이 ‘가짜 보수’를 만들어 놓은 거죠.”
마지막으로 이 전 의원은 “조금 흥분했지만 실망한 것은 사실”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