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랜덤채팅 앱이 성적 도구로”
- ‘앙톡’에 청소년 바글바글
- “고등어 따먹기 유행”
- “집 나온 공주 연락 줘… 문란한 성관계도 만연”
익명의 사람을 무작위로 만나 수다를 떨도록 해주는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이 여럿 등장해 랜덤 채팅이라는 새로운 현상을 만들고 있다. IOS 기반 폰은 앱스토어에서, 안드로이드 기반 폰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랜덤 채팅으로 검색하면 앙톡, 즐톡, 제이비피플, 조건톡, 우리두리 같은 수십 개의 앱이 뜬다. 최근 들어 이성 간 성적 만남을 위해 이런 앱을 활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중에서도 다양한 연령대가 사용하는 앙톡을 주요 취재 무대로 삼았다.
“진짜 어린 친구만”
앱을 실행하자 토크를 모아놓은 게시판이 가장 먼저 뜬다. 이용자들은 이 게시판에 자신의 키와 몸무게를 적거나 얼굴이나 몸을 찍은 사진을 올려 상대에게 어필하고자 한다. 반대로 원하는 조건을 먼저 나열하는 사람도 있다. 토크는 실시간으로 올라가고 거주 지역, 근처 순으로 정렬된다.
토크 게시판은 이성과 대화를 나누기 위한 관문과 같다. 게시판 내용을 쭉 보다가 말을 걸고 싶은 상대에게 쪽지를 보내면 된다. 쪽지 한 통을 보낼 때마다 30포인트가 차감된다. 최소 단위인 1000포인트를 구입하는 데에 1800원이 들었다.
토크를 매력적으로 작성해놓으면 당연히 이성으로부터 쪽지를 많이 받을 수 있다. 10대들은 토크 게시판에 교복 입은 사진을 올리거나 “저 19살이에요…큰일 납니다” 같은 글을 올려 나이를 드러냈다. 몇몇 성인은 노골적으로 10대 성매매 상대를 찾는 글을 올려놓기도 한다.
“용돈 필요한 중고딩들 쪽지 줘. 오빠랑 같이 드라이브 갔다가 하자.”
“통통하고 어린 여동생 갖고 싶다. 진짜 어린 친구만.”
“집 나온 공주들, 돈 갖고 싶은 공주들 연락해요. 만나서 얘기하고 결정. 가족같이 살아요.”
우리는 보름 동안 토크 게시판에 올라온 10대의 글들을 꾸준히 관찰했다. 그 결과, 이 랜덤 채팅을 이용해 이성 상대를 찾는 남녀 청소년 비율은 거의 비슷했다. 그리고 이들 중 대부분은 이 앱을 통해 성관계 상대를 구하고 있었다. 목적만 맞으면 상대의 나이를 크게 상관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여자 청소년 중 다수는 성매매를 목적으로 랜덤 채팅을 이용했다.
취재진은 성매매 상대로 10대 여자를 찾는 A(26) 씨에게 쪽지를 보내고 대화를 나눴다. A씨는 “이 앱을 통해 10대 여자를 만나봤다. 보통 미성년자들과는 승용차 안에서 ‘간단’을 많이 한다. 간단은 구강성교 등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간단은 7만~8만 원 선에서, 성관계는 15만 원 정도에서 이뤄진다. 10대 여자들은 상대를 가리지 않으며 30~40대 남성도 만난다”고 설명했다.
“승용차 안에서 ‘간단’ 많이 해”
이 앱을 이용한 남성들에 따르면, 예전엔 주로 가출한 10대 여학생들이 주거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성매매에 나섰지만, 요즘엔 가출과 상관없이 학교와 가정에서 잘 지내는 10대 여학생들도 쇼핑 비용이나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성매매를 한다고 한다. 랜덤 채팅 앱을 통한 10대 성매매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취재진은 랜덤 채팅을 이용해 남자를 만나고 있는 10대 여학생과 직접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앙톡에 “교복, 열여덟 살, 건대입구, 변태금지, 얼빠(※ 잘생긴 얼굴을 좋아한다는 의미)”라는 토크를 올린 B(18) 양에게 쪽지를 보냈다. 몇 차례 대화에서 B양은 “승용차를 가지고 있나요?” “차에 선탠이 잘 돼 있나요?”라고 물었고 기본적으로 성매매 성격의 성관계를 당연시하면서 “모텔도 상관 없어요”라고 했다.
앙톡 이용자들은 상대와 대화를 이어나간 뒤 만나겠다는 결심이 서면 라인 아이디를 주고받는다. 라인을 통해 목소리나 영상을 주고받으면서 익명의 상대가 성별을 속였는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다. 만나기 전 사전 확인 작업이다. 취재진 중 남자 대학생이 B양과 라인을 통해 약속 시간과 장소를 잡았다. 이윽고 서울 건국대 부근 한 PC방에서 B양을 만났다.
게임을 하고 있던 B양은 남자 대학생에게 온라인상 대화의 연장선에서 “모텔보다는 자동차가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남자 대학생은 B양에게 취재 목적임을 밝혔다. 웃음을 머금던 B양은 돌연 얼굴을 찌푸렸다. 남자 대학생은 익명을 보장할 테니 대면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러자 B양은 “신분 공개나 사진 촬영은 절대 안 된다”면서 대화에 응했다.
▼ 이 앱을 자주 사용하나?
심심할 때 가끔 사용한다. 여고생이라고 교복 입은 사진을 올리면 (남자들이) 엄청 좋아한다. 잘생긴 오빠나 키 큰 오빠가 걸리면 운이 좋은 거고.”
▼ 또래 여학생도 이 앱을 이용하나?
(PC방 옆자리의 두 여학생을 가리키며) 얘들도 이걸로 남자 많이 만난다. 재밌으니까. 우리는 딱히 일진(불량청소년)은 아니다.”
▼ 왜 랜덤 채팅 앱을 통해 사람을 만나나?
뒤끝이 없어서 좋다. 보통 별다른 과정 없이 관계를 맺는다. 오빠들이 먹을 것도 사주고 차도 태워준다. 연락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한번 보고 쿨하게 헤어진다. 피임만 잘하면 공부하는 데에도 문제가 없다.”
한 청소년 문제 전문가는 “요즘 들어 가출하지 않은 청소년이 가출한 청소년보다 더 빈번하게 성매매에 이용되고 있다. 이는 스마트폰 앱으로 인해 청소년이 성매매에 접근하기가 매우 쉬워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거나 이를 알선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다. 성을 사는 사람은 물론 성을 파는 청소년도 처벌될 수 있다. 랜덤채팅을 통한 청소년 성매매는 명백한 위법이다.
10대 남학생들은 성매매가 아닌 일회성 성관계를 위해 앱을 들락거렸다. 취재진 중 여자 대학생이 이들과 대화하기 위해 나이를 20세로 지정하고 “연하만 연락줘”라는 토크를 올렸다. 그러자 중학교 2학년생부터 고등학교 3학년생까지 5명의 10대 남학생으로부터 쪽지가 왔다. 이들 중 일부는 인터뷰에 응했다.
“온라인 게임 한 판 하듯”
우리는 랜덤 채팅 앱을 이용해 접촉한 E(18·서울시 자양동) 군을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직접 만났다. E 군은 만나자마자 자기 집으로 가자고 했다. 인터뷰임을 밝히자 그는 실망한 기색을 보이더니 대화에 응했다. 다음은 E 군의 이야기다.
“여자친구를 사귀면 맞춰줘야 할 게 많고 감정 소모도 많다. 이런 만남은 다 생략하고 서로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앱을 통해 또래도 만나고 누나도 만났다. 성관계에 성공하면 기분이 좋고 짜릿하다. ‘LOL’이나 ‘오버워치’와 같은 온라인 게임 한 판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음 날 랜덤 채팅 앱을 통해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만난 F(19·서울 서교동) 군은 조심성이 많았다. 만날 약속을 하기 전에 자신의 상대가 여성이 맞는지 여러 번 확인했다. 랜덤채팅 앱으로 3명의 10대 여학생을 만나 성적 욕구를 풀었다는 F 군은 모 대학 의예과에 지원한 수재였다.
‘모바일 시대 10대의 성(性)’
우리나라에서는 성매매가 아니라면 만 13세 이상 청소년의 자율적 성관계를 위법으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현행법이 사회 실정에 맞지 않게 너무 물렁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법무법인 ‘이정’의 배삼순 변호사는 “성적자기결정권은 원치 않는 성행위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발의됐다. 하지만 요즘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상호 합의만 하면 무분별하게 성관계를 해도 된다는 뜻으로 왜곡되고 있다. 미성숙한 청소년들이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말했다.미국의 ‘로미오와 줄리엣 법’은 네 살 이상 차이가 나는 12~16세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할 경우 합의하의 성관계라도 가해자를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유럽에서도 만 16세 미만의 청소년과 성관계를 한 서너 살 연상의 상대는 처벌 대상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처럼 10대들의 불법 성매매와 무분별한 성관계가 계속 확산된다면, 법 개정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정보통신 업계 관계자는 “문제가 되는 채팅 앱에 대해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모바일 시대 10대의 성(性)’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 이 기사는 고려대 미디어학부 ‘미디어글쓰기’ 과목의 수강생들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