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활동하는 젊은 동양화가인 장병언(36) 화백은 ‘사임당’ 제작진의 의뢰를 받아 ‘금강산도’ 진본과 위작을 포함해 자신이 그린 수십여 점의 그림을 이 드라마에 제공했다. 이 드라마에선 사임당(이영애 분)이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때 이영애의 손 대역도 장 화백이 주로 맡았다고 한다.
장 화백은 “몇 년 전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유(遊)몽유도원도’를 그려 개인전을 연 적이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에 나오는 그의 그림들은 실제 안견의 그림처럼 느껴진다는 평을 듣는다. 그는 “조선시대 화풍의 그림을 그리는 건 고대 언어를 해석하는 것과 비슷하다. 두 달 반 동안 안견의 몽유도원도와 겸재 정선 등의 금강산 그림들, 안견에게 영향을 준 중국 북송시대 그림들을 철저하게 고증한 끝에 드라마에 쓰일 그림들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고(故) 김광석을 추모하는 대구의 ‘김광석 거리’에서도 장 화백이 그린 벽화 석 점을 볼 수 있다. 장 화백은 “‘사임당’ 드라마의 그림들을 계기로 우리나라 산수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미술계 관계자들은 장병언 화백에 대해 "산수화의 맥을 잇는 대표적 화가들 중 한 명"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