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퍼토리 시즌제란 공연장이 대표작(레퍼토리)과 신작을 섞어서 구성한 1년 단위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다양한 패키지로 묶어서 사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50편 이상의 레퍼토리를 갖춘 해외 유명 공연장엔 ‘당연지사’지만 신작 소개에 급급한 국내 공연장엔 ‘그림의 떡’이었다. 게다가 한때 8개나 되던 국립극장 상주예술단체는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국악관현악단 3개로 줄어든 상황. 그나마 예술의전당 예술사업국장과 서울문화재단 대표를 거친 그의 안목에 레퍼토리라 할 만한 작품은 대여섯 편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자’며 정면 돌파 카드를 꺼내 든 것이 대역전의 발판이 됐다.
스릴러 창극이라 불린 ‘장화홍련’과 고대 그리스 비극을 창극화한 ‘메디아’ 등으로 ‘국립극장 공연은 고리타분하다’는 통념을 깨부쉈다. 성을 해학적으로 푼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와 패션디자이너 정구호에게 연출을 맡긴 무용 작품 ‘묵향’은 해외에서도 주목받았다. 그렇게 4차례 시즌을 거치며 국립극장 레퍼토리는 20여 편으로 확충됐다. 42%이던 유료객석점유율은 62%대로 치솟았다. 그 결과 안 극장장은 1961년 물러난 서항석 2대 극장장(8년 9개월 재임) 이후 최장수 극장장이란 기록을 세우게 됐다.
“남은 3년간 레퍼토리를 50편까지 늘려야죠. 올해 12월부터 2년간은 가부키 공연장인 일본 국립극장을 모델로 한 해오름극장(대극장) 무대를 한국적으로 전면 수리할 계획입니다. 그 공백을 메우려 예술의전당과 LG아트센터 등의 공연장을 활용하면서 지방 공연장과 공동기획으로 지방 투어도 강화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