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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야권 ‘유리’, 여권 ‘절대 불리’지만…

‘18세 투표권’ 누가 웃을까

  • 배종찬 |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야권 ‘유리’, 여권 ‘절대 불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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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선거권 확대…보수층 ‘반대’, 진보층 ‘찬성’ 압도적, 중도층은 ‘팽팽’
  • ● 18세 유권자 60만여 명…대선 결과 가를 결정적 변수?
  • ● 선거권 연령 하향, 당리당략 아닌 정치 변혁 차원으로 풀어야
대선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조기 대선이 거론되면서 후보들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대세론이 거론되기도 하고 앞서 나가는 1위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나머지 후보들 간의 연대설도 파다하게 흘러나온다.

대통령 조건으로 통치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당선 전략 또한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자질을 가지고 있어도 대통령이 되지 못하면 만사 도루묵이다. 선거 승패는 득표력에 달려 있다. 세대, 이념, 지역 간 대결 구도가 더욱 첨예해지면서 선거에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환경을 만들고 싶은 욕심은 인지상정이다.

지난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버니 샌더스 돌풍의 진원지는 젊은 세대의 표심이었다. 세상을 바꾸고 싶은 미국 청년들에게 샌더스 상원의원은 드라마 ‘도깨비’에서 공유가 열연한 김신 같은 존재였다. 미국의 선거 연령은 만 18세다. 대학 1학년에 해당하는 유권자들이 샌더스 열풍의 진원지였다. 학생 인구가 많고 젊은 세대 인구가 많은 지역일수록 힐러리 클린턴은 샌더스 열풍에 막판까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본선에서 클린턴이 패한 결정적 이유 중 하나가 샌더스 지지표를 흡수하지 못한 데 있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참정권 확대는 국제적 추세

우리 정치권에서도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선거 연령 만 18세 하향’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과연 가능할까. 그리고 인생 첫 투표권을 가지는 연령이 만 18세가 된다면 당장 이번 대선에서는 누가 그들의 마음을 가져가게 될까.



우선 만 18세부터 투표권을 부여하자는 논의가 본격화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투표 연령대 하향은 유권자 숫자가 늘어난다는 의미다. 늘어나는 유권자의 정치적 성향이 어떠한지에 따라 각 당의 이해관계는 판이해진다.

투표일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통계청 기준에 따르면 만 18세로 선거 연령이 낮아지면 유권자 수가 60만 명 이상 늘어난다. 천안시나 전주시 인구 전체 규모에 가까운 유권자가 늘어나는 셈인데, 선거에 주는 영향력은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넘는다.

역대 선거에서 1위와 2위 후보의 득표 차와 비교하면 ‘만 18세 유권자’의 등장은 그 자체로 선거의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던 1997년 제15대 대통령선거에서 김대중 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표차는 39만여 표였다. 2002년 대통령선거에서도 노무현 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표차는 57만여 표였다. 두 번의 초접전 선거에서 1위와 2위 후보의 득표차는 만 18세 유권자의 숫자보다도 적다(그림1).

선거 연령 하향 논의가 제기된 데는 정치권의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명분이 함께 작용한다. 광화문을 가득 메운 촛불 민심은 전대미문의 탄핵 국면에서 정치권 전체를 향한 분노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집권당은 대통령의 국정 농단 상황에서 무기력했고, 야권은 대통령과 정부 내에서 무참히 저질러진 비선 사태를 더 빨리 파악해서 처단하는 국정 감시자 기능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

간접 민주주의, 즉 대의제 민주주의는 국민에게 만족보다 실망감을 보태고 말았다. 국민 주권주의의 확대와 직접 민주주의 강화라는 측면에서 만 18세로 유권자 연령 하향 조정 주장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만 13세까지 선거 연령을 하향하자는 요구조차 나올 정도다.

많은 국가의 유권자 연령은 우리보다 낮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나라들도 대체로 선거 연령이 만 18세다. 미국, 독일은 말할 것도 없고 푸틴의 철권통치가 지배하는 러시아도 만 18세부터 선거가 가능하다. 일본은 이전에는 만 20세였지만 2016년 선거법을 개정하면서 만 18세로 유권자 연령을 하향 조정했다. 국제 사회의 참정권 확대 흐름에 비춰보더라도 선거 연령 하향은 더 이상 거스르기 힘든 시대적 대세로 보인다.


정치권의 복잡한 셈법

그러나 한국 정치로 돌아오면 만 18세 선거 연령 하향을 두고 복잡한 셈법이 작동한다. 먼저 각 정당의 태도다. 현재 만 19세의 투표 성향이나  탄핵 국면을 보더라도 만 18세 유권자에 대한 각 당의 태도는 첨예하게 엇갈린다. 진보 성향이 강한 만 18세 유권자 확대에 대해 보수정당은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새누리당은 진보 성향의 유권자 수가 늘어나는 데 쌍수를 들어 환영할 리 만무하다. 표면적으로는 현재 고등학생 신분인 만 18세 유권자들이 정치적인 환경에 노골적으로 노출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대학 입학을 앞둔 상황에서 학교가 또 하나의 선거판이 될 경우 그 책임과 부작용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논리다. 실제 만 18세 유권자가 현실화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 설득력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 논의되는 학제 개편안(9월 신학기제)이 이뤄질 경우 이러한 명분은 사라진다. 바른정당은 새누리당에서 탈당한 개혁보수신당(가칭) 시절에는 선거 연령 하향에 적극적인 편이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유보하는 쪽으로 태도가 바뀌었다.

하지만 대통령선거가 가까워지자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에서도 선거 연령 하향에 대해 긍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거에 불리한 면이 없지 않으나 선거 연령 하향에 대한 부정적 태도 자체가 젊은 세대의 표를 잃는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참정권 확대에 소극적인 태도가 구시대 정치, 낡은 정치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데 따른 변화로 보인다.

‘만 18세 유권자’ 법률 개정에 기름을 붓듯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선거 연령 조정을 위해 학제 개편까지 본격적으로 거론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최종 법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보수와 진보의 힘겨루기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리얼미터가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의뢰로 1월 4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선거 연령 하향’에 대해 물어본 결과 ‘찬성’ 46%, ‘반대’ 48.1%로 팽팽했다(그림2).

이 조사에서 보수층에서는 반대가 압도적(80.7%)이었고 진보층에서는 찬성이 압도적(67.8%)이었다. 중도층에서는 오차범위 내 연령 하향 의견 비율이 더 높았다(그림2). 정리하면 이념적으로 차이가 뚜렷하다. 선거에서의 유불리 문제가 있고 고등학생에게 참정권이 주어지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이 다르다. 보수에서 불안으로 본다면 진보 쪽에서는 현실이고 개혁적인 모습으로 전달된다.



문재인 유리, 황교안 불리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만 18세 유권자’ 이슈가 대통령선거 전에 현실화한다면 그들의 마음을 훔칠 대권 후보는 누가 될까. 이 천기누설을 풀이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만 18세의 정치적 성향이 만 19세를 포함하는 20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가정에서 성립한다.

다수가 여전히 학생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20대의 집단적 정치 성향은 연령대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 비슷한 문화적 환경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정치 이슈를 바라보고, 비슷한 문화생활을 공유하고, 함께 보는 드라마가 있고, 인기 있는 아이돌 가수에 함께 열광한다. 개인적인 차이는 있지만 탄핵 국면을 공유하고 있고, ‘헬조선’이라는 사회적 비판 의식에 집단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만 18세 유권자들에게 가장 큰 정치적 영향을 끼치는 연령대야말로 20대다. 같은 나이의 친구를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유권자층이다. 20대 선배 유권자로부터 만 18세 유권자에게로 ‘범람효과(Spillover Effect)’가 발생한다.

이런 연령대의 특성을 십분 이해한다면 만 18세 유권자의 등장은 ‘친야반여(야권에 동조적, 여권에는 비판적 성향)’의 결과로 나타난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에는 호의적인 반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등의 여권 성향 인사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불리해진다. 유승민 의원, 남경필 지사 등은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혀왔기 때문에 크게 불리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야권 후보들의 지지율에 반영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생각한다면 상대적인 불이익은 적지 않다.

선거 연령 조정을 정치적인 이해관계로 풀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대통령선거에 주는 영향을 볼 때 보수층의 득표 전략상 호재라기보다는 악재다. 리서치앤리서치가 동아일보와 채널A의 의뢰를 받아 지난 2월 3~4일 실시하고 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내일이 대통령선거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할지’ 물어보았는데, 이 가운데 만 19~29세의 응답만 따로 분석해본 결과, 문재인 전 대표가 30.4%로 가장 높았고 안희정 지사가 11.9%로 그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 이재명 시장, 유승민 의원, 안철수 전 대표 순이었다. 유력한 여권 후보인 황교안 권한대행은 20대로부터 1% 지지율조차 얻지 못했다(그림3). 전체 결과와 비교하면 황 권한대행은 ‘만 18세 유권자’의 등장으로 인한 수혜가 거의 없어 보인다.



‘도깨비’의 김신 같은 지도자

지역 대결보다 세대 대결 구도가 더 강해진 대통령선거에서 ‘유권자 연령’ 문제는 분명 뜨거운 감자다. 득표만 놓고 보면 한쪽이 유리해지면 다른 한쪽이 불리해지는 시소게임이다. 그러나 정치 혁신과 유권자 혁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시대적 흐름에 순응하는 결과로 해석된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대선 후보들이 얼마나 청년 세대와 소통하기 위한 노력했고 앞으로 할 것인지에 달렸다. 국민과 전문가들은 세대 간 소통의 문제에 대해서 수없이 이야기했고 해결책을 제시해왔다. 답은 실천 여하에 달렸다. 18세 유권자들의 표를 욕심내기 이전에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어떤 노력과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더 고민해야 한다. 지은탁(김고은 분)이라는 상처받은 고교생의 마음까지 치료하기 위해 자체 발광했던 김신(공유 분)처럼 그들이 안고 있는 숙제를 공유해줄 ‘도깨비’ 같은 지도자는 어디에 없는지 먼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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