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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기자가 만난 사람

교육 일선 뛰어든 교육 수장 이돈희 민족사관고 교장

“정부는 앞서가는 집단 견제 말고, 뒤처진 집단 관리에 신경 쓰라”

  •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교육 일선 뛰어든 교육 수장 이돈희 민족사관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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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 때 김우중 대우그룹 전 회장의 형인 김덕중 교수가 새교육공동체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습니다. 그러다가 교육부 장관이 됐고 후임으로 제가 위원장이 됐죠. 1999년 대통령에게 자사고 설립을 건의했죠. 공동체 위원장 하다가 교육부 장관이 됐을 때 기자들이 자사고에 관해 물어 몇 마디 했더니 ‘동아일보’에서 1면 톱기사로 ‘자사고 도입 방침’이라는 기사를 실었어요. 담당부서에서 추진하다가 내가 장관을 그만뒀고 한완상 부총리 때 민사고가 첫 케이스로 시범학교가 됐죠.”

전국에는 6개 자사고가 있다. 그중 광양제철고, 포항제철고, 울산청운고는 사원 자녀 학교 형태로 운영된다. 명실상부한 자사고로는 민사고와 상산고가 꼽힌다.

-자사고의 등록금이 일반고의 세 배이고 기숙사비도 받으니 서민층 자녀는 다니기 어렵겠군요.

“민족사관고만 놓고 보면 실제로 귀족학교가 돼 있어요. 최 회장이 초기에는 파스퇴르유업에서 생기는 이익금으로 학교를 지원했습니다. 30명의 학생을 선발해 완전 무상으로 교육을 시켰습니다. 학비 부담이 없으니 계층에 관계없이 올 수 있었죠. 그러나 외환위기로 파스퇴르가 부도나 학교 지원이 어렵게 됐죠. 그래서 기숙사비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2000년 자립형 사립고가 되고부터는 수업료도 받았죠. 한달 평균 수업료 20여 만원, 학교 운영비 20여 만원, 그리고 기숙사비를 합하면 월 150만원 가까이 됩니다. 저소득층에서는 부담하기 어렵죠.

저소득층 자녀들은 들어오기도 어려워요. 학교 성적만 가지고는 안 되니까요. 토플과 각종 경시대회 성적을 함께 평가하지요. 민사고 입시를 준비하는 학습이 필요하잖아요. 민사고 학생들 중에는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 준비를 한 경우도 있어요. 그러려면 학원 비용이 만만찮겠지요. 그래서 귀족학교가 됐어요.



자사고는 정부가 일절 지원을 안 하니까 저소득층 아이라고 해서 별도로 책정해 줄 수 있는 장학재정이 없죠. 교장으로서 문제점을 느끼고 있습니다. 중산층 이상 가정의 자녀들도 저소득층 아이들과 교우관계를 가져야 그 세계를 이해하는 경험이 생기죠.

고민하다가 ‘덕고 장학생’이라는 제도를 만들었어요. 일정 비율의 학생을 저소득층 자녀들 중에서 선발한다 하더라도 공부할 준비가 안 된 학생을 받아봐야 오히려 열등감만 형성되기 쉽죠. 덕고 장학생은 다른 학교 2학년 아이들 가운데 뛰어난 잠재력을 지닌 저소득층 자녀들을 방학 때 데려다가 교육하는 제도지요. 학교에 재정이 없으니까 기업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지방자치단체에도 공문을 보냈죠. 덕고 장학생 30명을 목표로 세일즈를 했는데 겨우 열두세 명 정도 확보했어요. 내가 평생 선생만 한 사람이라 가깝게 지내는 기업인이 적고….”

민사고는 덕고산(德高山·해발 1125m) 자락에 둥지를 틀고 있다. 민사고가 들어서려고 그랬는지 산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교가(校歌)도 ‘덕고산 정기 뻗어 머문 곳이 어디인가’로 시작한다.

자립형 사립고가 조기 유학 대안

-정부가 자사고를 20개 정도로 확대하는 방침을 발표했어요. 서울 강북에서 중앙고, 이화여고와 강남의 중동고가 자사고로 전환할 준비를 하고 있지요. 중동고는 은평뉴타운으로 옮겨가 려는 의사를 갖고 있는 모양입니다.

“자사고를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족사관고 입시 경쟁률이 4대 1 정도 됩니다. 까다로운 지원자격을 충족시키고 나서도 4대 1의 경쟁을 뚫어야 하니까 엄청나게 어렵죠. 내신 반영비중은 이전보다 낮춰서 상위 5% 안에만 들면 되지만 토플 점수, 경시대회 성적이 따라붙어야 하죠. 2004년 신입생부터 150명을 뽑고 있는데, 150명으로 딱 자르고 나면 아까운 아이들이 떨어집니다. 민사고가 두 개쯤 더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횡성 산골에 있는 민사고 학생들은 가족과 떨어져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한다. 기숙사 학교(boarding school)의 강점은 무엇일까.

“우선 등하교에 소모되는 시간이 없죠. 일반 고등학교 학생들은 등하교에 두 시간은 걸릴 거예요. 우리 학교는 8교시 체제로 운영하죠. 8시 반부터 시작해서 5시 반에 8교시가 끝나요. 우리는 2시간을 IR(Individual Research)시간으로 써요. 자기들이 공부하고 싶은 것을 공부하고, 클럽 활동을 하기도 하고, 교사가 정규교육 과목 이외의 것을 가르치기도 하죠. 다른 학교 학생들이 학교 오고 가는 시간에 하는 셈이죠.

기숙사에서 친구하고 시간을 보내는 집단생활의 장점도 있죠. 학교 안에 클럽이 80여 개 있어요. 공부하다가 친구나 상급생의 도움을 받죠. 우리 학교의 교육과정도 좋지만 아이들이 만들어놓은 분위기가 민사고의 가치입니다. 그게 대단합니다. 월요일 아침 애국조회 시간에는 시상을 합니다. 교내외의 토론대회, 스피치대회, 작문대회, 과학 전시대회, 봉사대회에서 받아온 상을 전달하는 데 30분 걸려요. 그래서 시상 시간을 줄이느라 요새는 상장 내용을 다 읽지 않아요. 기숙사 학교니까 그게 가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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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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