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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재계3세 집중탐구

근성, 파격, 타이밍으로 실적, 이미지 동시 사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dom

근성, 파격, 타이밍으로 실적, 이미지 동시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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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현대家와의 ‘일대일 계약’…“삼성에선 파격”
  • ● 경영참여 후 호텔신라 매출 · 주가 크게 올라
  • ● 승부근성, 겸손 함께 갖춘 ‘리틀 이건희’
  • ● 측근 통해 전해지는 간접 메시지…“직접 소통 나설 때”
근성, 파격, 타이밍으로 실적, 이미지 동시 사냥
대한민국 재계 3세 중 현 시점에서 가장 높은 주가를 자랑하는 이는 아마도 이부진(45) 호텔신라 사장일 것이다. 이른바 ‘택시 사건’으로 대중에게 감동을 안긴 그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아예 사업장을 폐쇄하는 용단으로 박수갈채를 받았고, 라이벌 현대가(家)와의 전격 합작으로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 경쟁에서 승리해 경영 능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 사장을 향한 대중의 관심과 호의는 지난 7월 2일 서울 용산에서 열린 ‘대한민국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비전 선포식’에서 있었던 에피소드에서도 읽힌다. 선포식에는 신규 면세점 사업권 획득에 함께 나선 이 사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사장을 비롯해 정·재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그런데 공식 행사가 끝나고 테이블에 앉은 이 사장에게 기자들이 몰려와 명함 교환을 요청하는 바람에 그는 양손 한가득 명함을 쥐고 기자들과 인사하랴, 같은 테이블에 앉은 내빈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하랴 한동안 혼이 났다.

“한 株도 더 갖는 것 없다”

‘VIP급’ 인사들은 대개 명함에다 휴대전화 번호를 넣지 않는다. 설사 번호가 있다 하더라도 전화를 걸면 보좌진이 받는다. 이걸 모를 리 없는 기자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장의 명함을 손에 넣고자 한 것은, 그만큼 그가 중요한 보도 대상임을 방증한다고 하겠다.

사명(社名)은 ‘호텔신라’지만 호텔보다 면세사업이 더욱 중요해진 지는 꽤 오래됐다.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에 합류한 2001년 60%이던 면세사업의 매출 비중은 2014년 90%로 크게 올랐다. 영업이익 비중은 100%가 넘는데, 호텔사업이 적자이기 때문이다(2014년 면세사업 영업이익은 1500억 원에 가깝다). 따라서 무려 15년 만에 나온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사업권을 따낸 것은 호텔신라로서는 기업의 명운(命運)이 걸린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면세 강자’ 호텔신라에도 약점이 있었다. 서울 시내에 마땅한 부지가 없을뿐더러 호텔신라의 국내 면세시장 점유율이 30%가 넘어 독과점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이부진 사장은 현대산업개발과 손잡음으로써 이런 문제를 일거에 해소했다. 현대산업개발은 부지(용산역 아이파크몰)는 있지만 면세사업 경험이 없기 때문에, 업계는 이 ‘정략결혼’을 ‘신의 한 수’로 평가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이 우리 회사를 찾아와 면세사업을 벤치마킹하던 중 자연스럽게 합작 얘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사촌(신세계)을 외면하고 다른 집안(현대)과 손잡았다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서는 “신세계로부터 합작 제안을 받은 바 없을뿐더러, 경영자가 사업 시너지보다 혈연을 중시해 의사결정을 한다면 그거야말로 비판받을 일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주)HDC신라면세점은 호텔신라와 현대 측이 지분을 50대 50으로 보유한다. 보통 자금을 절반씩 부담해 합작하더라도 의사결정의 이니셔티브(initiative)를 쥐려는 쪽이 주식 1주라도 더 갖기 마련이다. 하지만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은 어느 쪽도 주식 1주를 더 갖지 않는다고 한다. 삼성 출신의 한 인사는 “삼성은 ‘내가 결정하겠다’는 욕구가 굉장히 강한 집단이라 어떤 식으로든 우위를 점하는 형태로 합작하는 게 보통”이라며 “이부진 사장이 이런 관례를 깨고 현대 측과 손을 잡은 것은 삼성그룹 내에선 매우 의외의 일로 받아들인다”고 촌평했다.

출산 한 달 만에 해외출장

이 사장의 경영 능력은 이미 입증됐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우선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그가 기획부 부장으로 호텔신라에 합류한 2001년 4300억 원이던 매출은 2014년 2조9000억 원으로 6배 이상 뛰었다. 주가도 6700원에서 현재는 11만 원을 상회한다. 호텔신라 출신 한 인사는 “삼성그룹에서 호텔신라 비중이 워낙 작다보니 이부진 사장이 오기 전에는 면세사업에 적극 투자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처음에는 오너 딸이라고 해서 반감 어린 시선이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경영 성과가 좋다 보니 지금은 그런 게 거의 다 희석됐다. 기업을 꾸준하게 키워나갈 것으로 기대하는 시선이 많다”고 전했다.

이 사장은 이번 면세점 사업권 획득 말고도 그간 승부사적 기질을 자주 보여줬다. 2010년 인천국제공항에 세계 최초로 루이비통 공항면세점을 유치했고, 지난해에는 세계 3대 공항인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서 화장품, 향수 등의 사업권을 따내 해외시장을 넓혔다. ‘리틀 이건희’라는 그의 별명은 외모뿐만 아니라 집요한 승부 근성까지 아버지를 닮았기 때문에 붙여진 것.

그가 열성과 끈기의 경영자임을 짐작하게 하는 에피소드는 여럿이다. 그가 2001년 호텔신라에 합류해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주방, 청소, 음식물 잔반 처리장 등 후방 부서(Back of the House). 그는 후방 부서 스터디를 통해 호텔 전 부서에 표준화 작업을 실시했고, 아예 호텔 객실에 묵으면서 업무 처리를 꼼꼼하게 챙겼다고 한다. 호텔신라 임원들에 따르면 밤늦게까지 회의를 하거나 새벽에 메일을 보내는 일도 다반사라고 한다. 결혼 8년 만에 임신했을 때는 허리에 복대를 차고 다니며 업무에 매달렸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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