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호

“엄마, 화장실에 돼지가 살아요” 농가에서 숙식하며 문화 속으로...

제주 팜스테이 4選

  • 조규희 기자

    playingjo@donga.com

    입력2020-06-04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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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구나 들르는 명소가 아닌, 제주 그 자체를 만나볼 수는 없을까. 제주의 마을에서 머물며 제주 사람들도 만나고, 동네마다 색다른 제주의 맛을 경험할 수는 없을까. 이런 생각을 한다면 제주 ‘팜스테이’를 노크해보자. 제주 농가에서 숙식하며 농사와 생활, 문화 체험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농촌체험 여행 프로그램으로, 농협중앙회가 주관한다. 제주 인심도 느끼고 천혜의 자연환경이 어우러진 현대 예술도 체험하는 제주 팜스테이 4곳을 소개한다.

    본래의 제주를 만나다…어멍아방잔치마을

    어멍아방잔치마을.

    어멍아방잔치마을.

    서귀포 신풍리 어멍아방잔치마을에서는 독특한 섬 문화와 살아 숨 쉬는 민속을 만날 수 있다. 한라산과 바다, 바람과 돌이 어우러진 제주에서 정겹고 소박하게 살아온 사람들도 직접 만날 수 있다. 

    ‘새롭고 풍요로운 마을’이라는 신풍리(新豊里)에선 빙떡 만들기, 집줄 놓기, 전통혼례 체험, 야생초 천연염색을 경험할 수 있다. 빙떡은 메밀가루를 묽게 반죽해 얇게 편 위에 무채를 넣고 말아 지져낸 떡. 집줄은 바람이 강한 제주에서 지붕이 날아가지 않게 그 위로 단단하게 엮어 맨 줄로, 마을 주민과 함께 만들어볼 수 있다. 제주 조랑말도 타보고 연지 곤지 찍는 전통 혼례도 구경한다. 돼지 두 마리가 살고 있는 ‘돗통시’에서 도시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제주식’ 화장실 체험도 해본다. 

    마을 이곳저곳 둘러보면 특이한 형태의 저수지를 발견할 수 있다. ‘던데 못’은 가축용 물과 아이들의 놀이터가 한곳에 결합된 형태로, 저수지에 두 개의 연못이 있다. 작은 원 형태의 아이들 연못은 저수지 한가운데 설치돼 작은 돌길로 사람만 드나들 수 있다.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삶을 살아온 선조의 지혜가 녹아 있다. 

    2002년부터 팜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해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할 수 있고, 전통 초가 민박에서도 숙박이 가능하다. 마을 근처 폐교가 ‘성산 청소년수련원’으로 개장해 단체 체험자의 숙박도 가능하다.

    의자 1000개가 놓인 낙천리아홉굿마을

    아홉굿마을.

    아홉굿마을.

    동네 안 의자마다 독특한 이름이 있는 것도 모자라 의자 수가 1000개인 마을이 있다. 이 의자, 저 의자에 엉덩이를 대보고, 때로는 누워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차고 넘치는 것이 의자니 남 눈치도 볼 필요가 없다. 2003년 ‘의자 닉네임 짓기’ 공모를 통해 의자 1000개는 각자의 이름을 갖게 됐다. ‘서 있는 사람은 오시오. 나는 빈 의자’ 부터 ‘이 사람을 사랑해’라는 이름을 가진 의자도 있다. 마음에 드는 의자와 통성명을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라산 중산간 지역에 위치한 낙천리아홉굿마을은 밤에는 풀벌레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장수풍뎅이가 창문으로 날아와 인사하는 천혜의 청정 마을이다. 제주에서는 보기 드문 아홉 개의 샘(굿)이 있는 곳이다. 한곳에 모여 있는 아홉 개의 샘을 보며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다. 연못은 주민과 가축의 식수, 여자 남자 목욕탕으로 사용된다. 하늘이 내려줬다는 낙천의 물맛을 보면 1000가지 기쁨을 느낄 수 있다고 하니 직접 마셔보는 것도 좋다. 전통체험 마을답게 감귤, 봄 토마토, 오이 수확 등 농사 체험이 가능하고 보리빵, 보리수제비, 보리피자도 만들어볼 수 있다.

    제주 인심을 만나다…유수암마을

    유수암천.

    유수암천.

    감귤, 콩, 감자를 재배하고 제주 흑돼지 사육으로 생업을 이어가는 인구 1000명의 작은 마을. 한라산 중턱, 해발 200~250m 중산간에 자리한 유수암 마을은 강씨, 이씨, 변씨 집성촌이다. 

    사시사철 흐르는 용천수인 유수암천을 중심으로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제6호로 지정된 팽나무 군락과 무환자나무 등 고목들이 마을을 감싼다. 특히 무환자나무는 본래 중국에서 도교를 믿는 사람들이 즐겨 심던 나무로, 그 열매가 귀신을 쫓는 힘이 있다고 한다. 열매는 염주를 만들고 과육은 비누 대용품으로 쓰인다 하니, 동네 어르신의 허락을 받고 과육을 비누 대신 사용해 보는 것도 좋다. 중황석(솔동산 돌), 동선돌, 서선돌, 남모난돌, 북왕돌 등 오방석이 유수암마을을 지키고 있으니 마을을 걷다 마주치면 알은체해 보자. 

    돌하르방캐릭터 채색, 전통 오메기떡, 전통두부, 자연색칼국수, 천연비누 만들기 체험도 참가자들을 반긴다. 마을 밭에서 고구마를 캐고 감귤을 딸 수 있다. 주변에 널린 쑥, 애덕나무, 억새 등의 자연 재료로 옷감 천연염색을 해볼 수 있다. 편백나무, 산나무, 소나무 등으로 탁자, 의자, 책꽃이, 컴퓨터 받침 등을 손수 만들어보는 목공 체험도 인기가 높다.

    제주에 예술을 더하다…저지리예술마을

    저지리예술마을.

    저지리예술마을.

    환상숲, 유리의성, 생각하는정원 등 이름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마을. 문 밖을 나서면 제주현대미술관, 김창열미술관, 최형양 화백 전시실 등 곳곳에 미술관을 만날 수 있다. 한라산 서북쪽 해발 120m에 위치한 저지리예술마을은 저지오름을 중심으로 형성된, 400여 년 역사를 가진 마을이다. 느리게 흘러가는 자연의 시간 속에서 예술을 만나는 것도 이색적이다. 나홀로 머무는 방랑객이 유독 많은 저지리예술마을에는 낭만 가득한 숙소도 마련돼 있다. 문화, 예술 분야 작가가 마을에 살고 있다고 하니 스쳐 지나가는 주민에게서 낯선 예술혼을 느낄지도 모른다. 

    김창열 화백의 작품 220점을 무상 기증받아 세워진 김창열미술관에서는 작가가 일생 동안 일궈온 작업과 사유를 엿볼 수 있다. 김 작가는 초기에는 추상화 화가로 불렸으나 1972년부터 물방울이라는 소재를 다루며 ‘물방울 작가’로 알려졌다. 

    생각하는정원은 1968년부터 황무지를 개척해 1992년 문을 열기까지 농부 성범영 씨의 생각과 집념으로 만들어진 정원이다. 제주를 찾는 국빈들이 꼭 한 번 방문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전시관, 화원, 미로, 조형물이 유리로 꾸며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유리의성에서는 이탈리아, 체코, 일본 등지 유리 명장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불꽃으로 유리를 녹여 목걸이를 만들거나, 색상과 두께가 다른 유리를 녹여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글라스 퓨징’ 등 유리공예도 체험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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