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호

[인터뷰] 오세훈 “윤석열은 중도보수, 안철수는 중도좌파…말 잘 통해”

吳,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확정…“재개발‧재건축 뉴타운지구 대거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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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1-03-23 10:3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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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력시장 후보, 마음의 빚 갚겠다

    • 문재인 정부는 이상한 정부

    • SH ‘셀프 조사’ 아닌 제3자 조사해야

    • 보편‧선택 복지, 민주당의 정치 프레임

    • 野, 중도실용 성향 젊은층 설득해야

    • 코로나 피해 자영업자‧중소상공인 4無 대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집 짓는 시장’이 돼 서울에 주택을 대거 공급하겠다”고 했다. [홍중식 기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집 짓는 시장’이 돼 서울에 주택을 대거 공급하겠다”고 했다. [홍중식 기자]

    ‘오세훈이 돌아왔다.’ 민선 4·5기 서울시장을 지낸 오세훈(60)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23일 안철수(59)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를 꺾고 4·7 재·보궐선거(재보선)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됐다. 오 후보는 2011년 서울시장 중도사퇴 이후 10년 만에 권토중래(捲土重來)의 무대를 마련했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지리멸렬했던 야권에도 모처럼 활기가 돈다. 

    야권 단일화는 지난 22일 한국리서치와 글로벌리서치 등 2개 여론조사 기관이 100% 무선전화(안심번호)를 통해 총 3200명(기관별 1600명)을 상대로 경쟁력과 적합도 조사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오 후보는 이달 초 치러진 국민의힘 경선에서 나경원(58) 전 의원을 제친 데 이어 ‘예선’에서 2연승을 거뒀다. 다른 후보보다 늦은 1월 17일에야 출마선언을 한 뒤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는 모양새다. 이로써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박영선(61)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간 맞대결로 좁혀졌다. 

    오 후보는 “재개발‧재건축 뉴타운 지구를 대거 지정해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했고 “‘집 짓는 시장’이 되겠다”고 했다. 또 “여의도, 상계동, 목동, 압구정동, 대치동, 자양동 등에 있는 낡은 아파트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면 5~8만호가 시중에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택 공급을 시정(市政)의 우선순위에 놓겠다는 생각이 비친다. 그가 그린 청사진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LH 수사, 바로 압수수색부터 했어야

    -왜 박영선이 아닌 오세훈이어야 하나. 

    “굳이 고른다면 경력운전사의 택시를 타겠나, 초보운전자의 택시를 타겠나. 나는 경력시장 후보다. 2011년 이후로 단 하루도 서울을 잊지 않았다. 항상 서울 시민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겠다고 생각해 왔다. 박영선 후보도 자질이 훌륭한 분이지만, 나의 경험이 (서울 시정에는) 상대적으로 더 빛을 발하리라 생각한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투기 논란이 좀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민심의 분노가 상당한데, LH사태의 본질이 무엇이라고 보나. 

    “LH 투기 사태 본질은 ‘무능’이다. 3기 신도시 이전에 1·2기 신도시가 있었다. 그때도 부동산 투기가 있었다. 당연히 3기 신도시 발표 과정에서 투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미리 단속을 했어야 했다. 미리 경고하고 조치를 취했다면 LH 사태가 터지지 않았거나, 미미한 크기로 일어났을 것이다. 이런 사태가 다시 터진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무능 탓이다. 대처도 잘못됐다. 사건 발생을 인지했으면 바로 압수수색을 하고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압수수색이 너무 늦게 진행됐다. 앞으로도 LH 사태 진행 상황을 주시하면서 국민의힘이 정부의 행동을 철저히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돕겠다.” 

    -정부가 꾸린 LH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에 검찰이 빠졌다. 

    “문재인 정부는 이상한 정부다. 수사권을 갖고 있는 검찰의 손발을 묶어놓고 특검을 하자고 한다. 앞으로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특검을 할 건가? 특검을 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특검 수사를 위한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중요한 증거는 모두 사라질 것이다. 지금은 ‘LH 특검’을 하자고 할 게 아니라 검찰에 수사권을 되돌려줘야 할 상황이다. 수사력으로 볼 때 특검이 삽이라면, 검경합동수사본부는 포클레인이다.” 

    오 후보는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주택도시공사(SH)도 주목해야 한다. 서울시장이 되면 취임 직후 감사를 통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할 생각”이라면서 “감정가 조작이나 이권이 개입했을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같은 달 11일 SH 공사는 “4일부터 10일까지 직원과 직원가족의 토지 등 보상여부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토지투기 의심직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사대상은 임직원 1531명, 직원 가족 4484명 등 총 6015명이었다고 한다. 

    -SH는 직원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토지 투기 의심 직원은 없다고 발표했다. 

    “SH 스스로 조사하면 토지 투기 의심 직원이 나오겠나? ‘셀프 조사’가 아닌 제3자 조사를 해야 한다. 차명 이용 투기까지 샅샅이 수사할 필요가 있다. 서울은 마곡지구 개발이 끝나고 이제 대규모 택지 개발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SH 직원들의 부정행위를 예방하려면 LH와 다른 해법이 필요하다. 우선 내가 시장 재임 시절 시행했던 분양원가공개, 후분양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 또 SH가 연관된 모든 공공재개발, 재건축에서의 투자금지원칙도 세워야 할 거다. 공사과정, 인허가와 하도급, 납품, 등기업무 법무사 소개까지 전산시스템에 투명 공개해야 한다. 직원이 업무를 하면서 얻은 정보로 부당이득을 취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그는 구체적 대책으로 ▲ SH 개발부서로 한정된 보안각서를 전 직원으로 확대해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 부패방지법 가중처벌조항에 근거해 부당이득의 2~3배 환수 등을 꼽았다.


    “5~8만호 시중에 나올 수 있어”

     김종인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장(가운데)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4·7 재·보궐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서울동행 제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이종배 부위원장, 주호영 상임부위원장, 김 위원장,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정진석 상임부위원장. [안철민 동아일보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장(가운데)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4·7 재·보궐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서울동행 제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이종배 부위원장, 주호영 상임부위원장, 김 위원장,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정진석 상임부위원장. [안철민 동아일보 기자]

    -당선 되면 일주일 안에도 재건축, 재개발 규제를 풀 수 있다고 했다. 서울시 입성 후 가장 먼저 시행할 부동산 정책은 무엇인가. 

    “‘일주일 안’은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취임하면 최단 시일 내에 도시계획위원회를 개최해 서울시 방침을 변경할 수 있다. 여의도, 상계동, 목동, 압구정동, 대치동, 자양동 등에 있는 낡은 아파트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면 5~8만호가 시중에 나올 수 있다. 앞에 언급한 지역에는 안전 문제가 심각한 아파트도 여럿 있는데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을 막고 있다.” 

    2011년 10월 27일 취임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오 전 시장의 정책을 자주 뒤엎었다. 세간에는 ‘오세훈 지우기’라는 표현이 회자됐다. 국민의힘은 박 전 시장 재임기간을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당선되면 다시 살리고 싶은 ‘오세훈 표 정책’이 있나. 

    “박 전 시장이 가장 잘못한 게 ‘재건축‧재개발 적대 정책’이다. 나는 약 700개 가까이 재개발, 재건축 뉴타운 지구를 지정해 놨다. 그런데 몇 년 만에 (박 전 시장이) 400개를 해제해 버렸다. 그것 때문에 서울에서 (지난) 10년 동안 나올 수 있었던 25~30만 가구의 신규 주택 공급이 없어졌다. 그것이 최근 주택 시장 대참사의 출발점이 됐다. 가장 살리고 싶은 ‘오세훈 표 정책’은 재개발‧재건축 뉴타운 지구를 대거 지정해 빠르게 추진하는 것이다. ‘집 짓는 시장’이 돼 5년 동안 서울에 주택을 대거 공급할 생각이다.” 

    오 후보의 시련기는 2011년 8월 24일 ‘무상급식 지원 범위에 관한 서울특별시 주민투표’ 이후 시작됐다. 투표함 개봉 기준인 투표율 33.3%를 넘지 못해 개표가 무산됐고, 이틀 후 그는 서울시장 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당시 그가 자주 쓰던 표현이 “복지 포퓰리즘 정책은 거부하겠다”는 것이었다.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에서부터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른바 ‘신복지’까지 다시 복지 담론이 회자되고 있다. 오 후보가 생각하는 복지란 무엇인가. 

    “국민을 안심하게 해주는 것이다.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복지를 하려면 합리적이고 현실적으로 복지 정책을 펴야 한다. 보편 복지, 선택 복지라는 구분은 민주당이 제시한 정치 프레임이다. 부자에게도 100만원, 가난한 사람에게도 100만원씩 동일 금액을 주는 건 ‘엉터리 복지’다. 정말 큰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더 주고, 도움이 적게 필요한 사람에게는 덜 주는 ‘스마트 복지’가 필요하다. 또 (시장이 되면) 근무시간의 절반을 어려운 분, 소외된 분, 도움이 필요한 시민과 함께 하겠다.”


    “무이자·무보증·무담보·무서류 대출”

    -야권이면서도 ‘올드 보수’ 혹은 ‘극우 보수’가 아니라는 점에서 오세훈, 안철수, 윤석열 세 사람을 삼총사라 부르기도 하더라. 

    “감사하다. 나는 중도 보수다. 윤석열 전 총장의 정확한 이념은 모르겠지만 중도 보수 정도일 거라 생각한다. 안철수 후보는 우리 반대편에서 (정치를) 출발했으니 중도 좌파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대화가 잘 될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 어떤 행보를 해야 하나. 

    “민생 실용노선으로 가야 한다. 중도층이 국민의힘을 따라오라 할 게 아니라 중도층의 기호(嗜好)를 분석해 국민의힘 정체성에도 맞고 중도층도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 또 국민의힘에 젊은 인재를 더 많이 모으려 노력해야 한다. 내 캠프의 중핵은 20~30대다. 이들 중에는 중도실용 성향이 많다. 국민의힘이 중도실용 성향의 젊은층을 집중 설득해야 한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20~40대 사이에서 낮다. 젊은층과 활발히 소통해 (그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해야 하고, 이를 통해 국민의힘 정체성에도 맞는 대안을 제공해야 한다.” 

    -젊은층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요즘 젊은층 사이에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란 말이 널리 퍼져 있다고 들었다. 국민의힘이 ‘청년의힘’이 돼야 하는데, 그러질 못해 나도 답답하다. 나는 ‘청년의힘’이 되고 싶다. 젊은이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 시대에 행복하셨나. 행복하지 않으셨다면 야권 서울시장 단일후보를 선택해주시길 바란다. 10년 전 서울시장으로 일하면서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나 장기전세주택 시프트처럼 서울시 공무원과 함께 했던 일이 있다. 나를 믿지 마시고 내가 서울시 공무원들과 과거에 같이 했던 일을 봐 달라. 나와 서울시 공무원들이 예전에 했던 일이 마음에 들면 이번 선거에서 나를 지지해주시기를 바란다.” 

    -서울시장으로 취임하면 가장 먼저 펼 정책은 무엇인가. 

    “코로나19 때문에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들을 살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예비후보 시절 PC방에 가보는 등 자영업 실상을 직접 느꼈다.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관련 자영업자 대책을 내놨는데, 이렇게 하다간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 때문에 굶어죽겠다고 생각했다. 서울시장에 취임하자마자 코로나19 거리두기 매뉴얼을 업종별로 세분화하겠다. 문재인 정부처럼 일률적으로 밤 9시, 10시로 정하는 것은 잘못된 대책이다. 그리고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중소상공인에게 한도 1억 원까지 ‘4무(無) 대출’을 바로 해드리겠다. 1년간 무이자에 무보증·무담보·무서류 대출이다.”


    ‘첫날부터 능숙하게’

    인터뷰 말미에 오 후보는 “지난 10년 동안 항상 본능적으로 서울을 생각해 왔다. 과거에는 머리로 일했지만, 이제부터는 가슴으로 일하겠다”고 했다. ‘돌아온 오세훈’이 자신의 3번째 서울시장 선거에서 어떤 존재감을 보여줄지 눈길이 쏠린다. ‘첫날부터 능숙하게’가 그의 선거 구호다.



    고재석 기자

    고재석 기자

    1986년 제주 출생. 학부에서 역사학, 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5년 하반기에 상아탑 바깥으로 나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유통, 전자, 미디어업계와 재계를 취재하며 경제기자의 문법을 익혔습니다. 2018년 6월 동아일보에 입사해 신동아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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