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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지방선거 패하고 李만 이기면 최악의 결과

[정치 인사이드] 돌아온 이재명에게 열린 길, 막힌 길

  • 김대현 시사평론가·대현TV 운영자 kimdaehyun15@gmail.com

민주당 지방선거 패하고 李만 이기면 최악의 결과

  • ● 국회 무혈입성 뒤 당권 도전 수순
    ● ‘비주류 이재명’ 브랜드와 배치돼
    ● 이회창·정동영·홍준표 대선 뒤 ‘흑역사’
    ● 김대중·노무현의 결 다른 대권 도전
    ● 與野 ‘강 대 강’ 대치 국면 악화할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5월 8일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5월 8일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위기의 민주당에 힘을 보태고 어려운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위험한 정면 돌파를 결심했습니다.”

5월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인천 계양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며 한 말이다. 이 고문은 또 “국민의힘 측의 과도한 비방과 억지 공격도 (보궐선거) 출마의 한 요인임을 부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 고문이 출마 선언을 한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은 수백 명의 민주당 지지자로 북적였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을 사흘 앞둔 터라 0.73%포인트 격차로 석패(惜敗)한 3·9 대선의 아쉬움을 달래기라도 하듯 설욕을 다짐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고문은 대선 패배 후 2개월여 시간이 흐르는 동안 단 3번의 외출을 했을 뿐 두문불출했다. 이 고문은 “사실 제가 죄인 아니겠나”며 “문밖에 나가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정면 돌파냐 측면 돌파냐

민주당 대선후보에서 국회의원 후보로 처지가 바뀐 이 고문. 그를 바라보는 일부 시민은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위기의 민주당을 구하겠다’거나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겠다’는 주장이 당 지도부가 아닌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자 입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국민은 대선을 통해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의 실정(失政)을 심판했다. 그럼에도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 고문은 반성과 성찰 대신 비방과 공격을 출마의 변으로 내세웠다. ‘민주당이 왜 위기에 처했는지’에 대한 진단과 처방은 없었다.



특히 이 고문의 정치적 연고지인 경기 성남 분당갑 대신 인천 계양을 출마를 선택한 건 ‘위험한 정면 돌파’가 아닌 ‘손쉬운 측면 돌파’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상당하다.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이 고문의 당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이 지역은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될 정도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2000년부터 인천 계양을에서 다섯 차례 당선된 송영길 전 의원이 지역구를 내놓고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음에도 지역 내 정가는 미동조차 없다. 민주당은 이번 보궐선거도 ‘따놓은 당상’이라고 여기는 분위기다.

보수정당의 맥을 잇는 국민의힘 전신 정당이 인천 계양을에서 승리한 총선은 2000년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장 가깝게는 1999년 재보선 때 계양·강화갑에서 안상수 후보가 승리한 적이 있다.

3·9 대선에서도 인천 계양을 개표 결과 이재명 후보는 52.13%를 얻어 윤석열 대통령(43.56%)을 크게 앞섰다.

5월 10일 국민의힘은 이 고문에 맞설 대항마로 윤형선 인천 계양을 당협위원장을 공천했다. 윤 위원장은 인천시의사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인물이다. 이른바 ‘자객 공천’ 콘셉트에 맞춰 윤희숙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지역 밀착형’ 기조와 맞지 않아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날 윤상현 국민의힘 6·1 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은 “(인천 계양을에서) ‘지역 밀착형’ 후보를 선정하는 게 훨씬 이 싸움에 좋겠다는 전략적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혁신 주도해야 대통령 거머쥐는데…

3월 10일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발언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3월 10일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발언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 고문이 국회 입성에 성공한다면 대선 ‘재수’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민주당 내 차기 대선 구도 또한 ‘이재명 대 비(非)이재명’으로 급속히 재편될 수밖에 없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했던 다수 국회의원은 8월 전당대회에서 이 고문이 당대표로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민주당의 역학 구도로 보면 친명계(친이재명계)와 친문계(친문재인계)의 경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 고문이 의원직에 이어 당권마저 접수하면 2024년 총선에서 친명계는 공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다. 이 고문의 당권 획득과 친명계의 행보가 공생관계에 놓인 셈이다.

대선에 패배한 장수가 불과 2개월 만에 보궐선거로 국회에 무혈입성한 후 당권까지 거머쥔다면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 이어 도로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바뀌게 된다. 민주당은 3·9 대선 패배 직후 윤호중 원내대표가 이끄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 바 있다.

이 고문의 정치적 재기가 곧 차기 대선의 승리 또는 민주당의 우세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한 정치적 관측은 분분한 편이다.

먼저 이 고문의 원내 입성은 결과적으로 당내 신(新)주류를 태동시키고, 자연스레 기득권화를 부추길 공산이 크다. 이 고문이 민주당의 주류가 되고 나면 그 역시 변화와 개혁의 주체가 아닌 객체가 되고 만다. 친명계가 당을 장악하는 상황은 ‘비주류 이재명’이 그동안 걸어온 정치적 행보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 고문의 출마를 바라보는 진보 진영 인사들의 머릿속은 더 복잡하다. 이들은 5년 뒤 정권 창출을 위해 민주당의 혁신과 인물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나아가 당의 근본적 개혁이 미래 권력을 창출하는 핵심 동력이 돼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예컨대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은 혁신을 단행하는 대신 이회창 총재의 대세론에 의지하다가 결국 노무현 정부의 탄생을 지켜봐야 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민주당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큰 정치를 하려면 무엇보다 혁신의 명분이 중요하다”면서 “지방선거 고전이 예고된 마당에 당 유력 인사가 개혁 대신 586(50대·1980년대 학번·1960년대 출생) 진영과 일종의 타협하는 모양새는 좋은 그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명분·실리 다 잃을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5월 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 고문의 보궐선거 출마에 대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조 의원은 “대선에서 우리는 패배한 것이고, 패배에 대해 성찰하고 이를 계기로 좀 더 성숙하고 나아지는 모습을 한 번은 보여야 한다. 그것 없이 바로 출마한다는 것은 너무 빠르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정부와 함께할 지방정부를 새로 구성한다는 측면에서 여당, 즉 국민의힘에 유리한 구도라는 관측이 많다. 그간 대선 직후 치러진 총선과 지방선거는 대통령을 배출한 집권 여당의 압승으로 이어지곤 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두 달 뒤 치러진 총선과 2018년 문재인 정부 출범 한 달 뒤 치러진 지방선거가 대표적 사례다.

사실 이 고문이 6·1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치 기반이 전무(全無)한 인천 계양을 지역을 비우고 전국 선거 지원 유세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한계가 분명한 일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밀리고 있는 인천시장 선거를 뒤집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이 고문은 위기의 민주당을 살리지도, 지방선거 과반 승리를 달성하지도 못한 채 본인의 승리만을 지키는 최악의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사실 이 고문의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는 명분이 취약하다. 정치 기반이 축적된 경기도와 성남을 버리고 갑자기 인천에 출마하는 건 정치적 도의가 아니라는 비판도 상당하다. 이 고문은 경기 성남시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 2010년과 2014년 두 차례 시장에 당선됐고, 이를 발판으로 2018년 경기지사 선거에서 승리했다.

게다가 6·1 보궐선거는 이 고문의 자택이 있는 경기 성남 분당갑 지역에서도 실시된다. 성남 분당갑은 김은혜 전 국민의힘 의원이 경기지사 출마를 이유로 의원직을 사퇴하며 선거가 실시되는 곳이다. 5월 10일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에 합의하며 대선후보직을 사퇴한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단수 공천했다.

안 전 위원장은 5월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의 인천 계양을 출마에 대해 “도민과 시민의 심판을 피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안전한 곳으로 가는 것은 주민에 대한 참담한 배신행위이자 정치에 대한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이회창 8개월, 정동영 3개월, 홍준표 40일

통상 대선에서 패한 유력 정치인이 재기를 도모하는 경우 자신이 몸담은 정당의 지지뿐만 아니라 중도층을 아우르는 국민적 요구나 시대적 사명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그러는 과정에서 유력 정치인도 성숙의 과정을 거치게 마련이다.

실제 역대 대선에서 패배한 인사들의 정치적 재기는 ‘명분과 시간’의 싸움이었다. 1997년 제15대 대선에서 패배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8개월 만에 일선 정치로 복귀했다. 그는 1998년 지방선거 패배로 혼란에 휩싸인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통해 총재로 복귀하며 ‘대권 재수’에 시동을 걸었다. 이회창 총재의 두 번째 대권 도전은 ‘바보 노무현’의 등장으로 끝내 실패하고 말았다. 2002년 대선 패배 후 정계 은퇴를 선언한 그는 5년 뒤 명분 없는 대선 ‘삼수’를 강행함으로써 정계 퇴출 수순을 밟았다.

2007년 제17대 대선에서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로 출마해 역대 가장 큰 표차로 패배한 정동영 전 의원도 석 달 만에 정치 복귀를 시도했다. 그는 대선 패배 후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정치 일선에서 멀어지는 듯했으나 당내 경쟁자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당대표가 되자, 2008년 4월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했다 낙선했다.

이어 2009년 자신의 고향인 전북 전주 덕진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으나 명분 없는 승리라는 비난에 시달렸다.

홍준표 전 의원은 2017년 제19대 대선에서 패배한 직후 당권에 도전하며 휴식기를 거치지 않았다. 당시 대선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인해 고전할 수밖에 없는 선거이긴 했다. 그는 대선을 치른 지 40여 일 만에 당대표로 선출돼 정치 일선으로 돌아왔다. 이후 3·9 대선에서 국민의힘 경선에 나섰지만 ‘정치 신인’ 윤석열 후보에게 밀려 낙마했다. 그는 중앙 정치무대를 떠나 다가오는 6·1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에 도전한다.

이와 달리 1992년 대선에서 패배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 진보 진영은 당시 마땅한 대선주자를 찾지 못한 채 김대중을 다시 호출했다. 정계 은퇴를 선언한 지 2년 7개월 만에 권토중래하며 정치 일선에 복귀한 그는 1997년 대선에서 극적으로 당선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지역주의를 혁파하겠다는 명분을 축적해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승리한 바 있다.

낮은 지방선거 투표율도 변수

2002년 12월 23일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에서 밝게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두 사람의 대권 도전사(史)는 명분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아DB]

2002년 12월 23일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에서 밝게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두 사람의 대권 도전사(史)는 명분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아DB]

이 고문이 자신과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에 대한 경찰 수사를 모면하기 위해 국회의원이 되려는 게 아니냐는 부정적 기류도 팽배하다.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회기 중 불체포 특권을 갖게 돼 수사를 일부 회피할 여지가 생긴다. 이 고문 측은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이 처리된 이후에도 경찰이 경기도청을 압수 수색하는 등 수사망을 좁혀오자 적잖은 부담을 느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만약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와 정치적 ‘빅딜’을 하게 되면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고소·고발건은 취하될 수도 있다. 이 고문이 원내에 진입하면 이와 관련한 정치적 합의 가능성은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재명 등판론을 띄운 또 다른 배경에는 민주당이 석권한 지방정부를 지켜내겠다는 절박함도 있다. 지난 대선에서 이 고문은 1614만7738표(47.83%)를 얻었다. 즉 이 고문의 득표력을 활용해 불리한 지방선거 구도를 비등하게 만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선거 특유의 낮은 득표율은 주요 관전 포인트다. 대선과 달리 역대 지방선거 투표율은 때로는 60% 이하를 기록할 정도로 낮은 편이었다. 실제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전국 투표율은 54.5%, 2014년에는 56.8%, 2018년은 60.2%로 조금씩 높아지긴 했으나 이번 대선 투표율(77.1%)에 비하면 한참 낮은 수준이다.

민주당은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할 경우 대선과는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 고문은 지난 대선 당시 경기와 인천에선 윤 대통령보다 많은 표를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선대위 대변인을 맡았던 현근택 변호사는 “지방선거는 대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다.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시켜야 한다”면서 “그러려면 이 고문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고문이 보궐선거에서 승리한다 해도 여의도 정치에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릴지는 미지수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의 정치 재개가 여야의 ‘강(强) 대 강(强)’ 대치 국면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현 정부와 차기 대권주자 간 충돌은 선명성 경쟁 등의 이유로 늘 반복돼 왔다. 그 과정에서 이 고문이 더 견고해질지, 아니면 반대의 결과를 낳게 될지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 차기 대선은 아직 5년이나 남았다.



신동아 2022년 6월호

김대현 시사평론가·대현TV 운영자 kimdaehyun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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