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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언론 ‘내로남불’ 드러낸 ‘틱톡의 진보들’

[잇츠미쿡] 중간선거 여론戰 시작!

  •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전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美 언론 ‘내로남불’ 드러낸 ‘틱톡의 진보들’

  • ● 보수 익명人 신상 공개한 ‘워싱턴포스트’
    ● 바이든에 유독 관대한 주류 언론
    ● 진보 진영 극단화가 불러온 이념戰
‘틱톡의 진보들’ 사태는 미국 중간선거를 둘러싼 여론전 신호탄이다. [gettyimage]

‘틱톡의 진보들’ 사태는 미국 중간선거를 둘러싼 여론전 신호탄이다. [gettyimage]

4월 19일 ‘워싱턴포스트’의 기술·문화 담당 기자 테일러 로렌즈(Taylor Lorenz)가 쓴 기사는 미국 사회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이 기사는 SNS에 게시된 동영상, 사진, 문서 등에서 진보 진영을 공격할 만한 자료만 골라 트위터 계정 ‘틱톡의 진보들(Libs of TikTok)’에 게시해온 익명인의 신상을 공개하는 내용이었다. 이 인물은 신변 안전을 이유 삼아 익명으로 트위터 계정을 운영해 왔다. 미국 3대 유력지로 꼽히는 거대 언론 워싱턴포스트가 개인의 신상을 폭로한 이 사건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일촉즉발 상태에 있던 보수와 진보 사이 이념 갈등을 수면으로 끌어냈다.

틱톡의 진보들, 진보를 위협하다

‘틱톡의 진보들’은 진보 진영에 비판적 게시물을 게시한다. 120만 명이 넘는 팔로어를 보유한 만큼 영향력이 크다. 11월 중간선거를 둘러싼 여론전에서 보수 진영의 첨병 노릇을 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틱톡의 진보들’은 진보 진영에 비판적 게시물을 게시한다. 120만 명이 넘는 팔로어를 보유한 만큼 영향력이 크다. 11월 중간선거를 둘러싼 여론전에서 보수 진영의 첨병 노릇을 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틱톡의 진보들’이란 이름의 트위터 계정이 생긴 건 지난해 4월 말이다. 계정 운영자는 “미국에서 급진적인 젠더(gender) 교육이 이뤄진다”며 이를 비판하는 영상과 자료를 찾아 올리기 시작했다.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된 자료를 찾아 무슨 내용인지 짤막하게 소개하는 형식이다.

게시된 영상의 내용은 대개 다음과 같다. 한 트랜스젠더 어린이집 교사가 아이들에게 매일 성정체성을 선택하게끔 지도한다. “어제는 네가 여성을 선택했지만 오늘은 남성을 고를 수도 있고, 내일은 어느 쪽도 아닌 트랜스젠더를 고를 수도 있으니 선택해 보라”고 한다. 역시 트랜스젠더인 다른 어린이집 교사는 아이들이 성정체성을 선택할 때 남성과 여성 중에서만 고르지 않도록 유도한다.

학교 측의 성정체성 정책 관련 공문도 등장한다. 학교에서 화장실이나 샤워실을 이용할 때 남녀 구분 없이 학생 스스로 속한다고 생각되는 성정체성에 맞춰 원하는 성별 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즉 겉으로 보기에 남성이지만 학생 스스로 여성이라고 생각한다면 여학생들이 이용하는 화장실사워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보수 진영은 이러한 게시물에 주목했다. 진보 진영에 비판적인 중도층도 관심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 여름 청취자만 1000만 명 이상에 달할 만큼 미국에서 영향력 있는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이자 인플루언서 조 로건이 ‘틱톡의 진보들’에 올라오는 내용을 언급하면서 ‘틱톡의 진보들’의 팔로어는 수십 만 명으로 급증했다.



로렌즈 기자는 기사에서 ‘틱톡의 진보들’이 성소수자 권리를 제한하는 법을 만드는 데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3월 말 플로리다에서 제정된 ‘교육에 있어서 부모의 권리(Parental Rights in Education)법’이 예시다. 제정 반대 측에선 ‘게이 언급 금지(Don’t Say Gay)법’이라고 한다.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교사가 부모 동의 없이는 성정체성 교육을 할 수 없도록 함이 이 법의 핵심이다. 로렌즈 기자는 이 법 제정 과정에서 론 드산티스(Ron DeSantis) 플로리다 주지사의 대변인이 관여했다고 썼다. 그가 ‘틱톡의 진보들’에 올라온 영상과 자료를 본 후 법 제정 과정에 의견을 개진했으며 결과적으로 ‘틱톡의 진보들’이 직접 영향을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글의 골자다.

진영 논리 따라 쪼개진 언론

4월 9일 테일러 로렌즈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MSNBC와 인터뷰하면서 신상 정보 공개로 본 피해를 토로하고 있다. 4월 19일 ‘틱톡의 진보들’ 운영자의 신상을 폭로하는 기사로 ‘이중 잣대’ 논란을 일으켰다. [MSNBC 유튜브 캡처]

4월 9일 테일러 로렌즈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MSNBC와 인터뷰하면서 신상 정보 공개로 본 피해를 토로하고 있다. 4월 19일 ‘틱톡의 진보들’ 운영자의 신상을 폭로하는 기사로 ‘이중 잣대’ 논란을 일으켰다. [MSNBC 유튜브 캡처]

로렌즈 기자는 ‘틱톡의 진보들’ 운영자가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는 부동산중개업자 차야 라이칙(Chaya Raichik)이라고 폭로했다. 그런데 라이칙은 엄연히 비(非)공인이다. 악의적으로 정보를 재가공해 게시하지도 않았다. 이미 공개적으로 게시된 정보를 그대로 올렸을 뿐이다. 신변 안전을 우려해 익명으로 계정을 운영해 왔다. 이에 ‘거대 언론’이 익명의 개인을 상대로 ‘폭로전’을 벌인 게 적절한지 논란이 일었다.

로렌즈 기자의 이중 잣대도 문제가 됐다. 그는 4월 초 ‘MSNBC’와 인터뷰하면서 “가족의 신상 정보가 SNS에 공개됐다. 댓글로 협박도 당했다. 끔찍한 정신적 피해를 보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사소한 신상 정보만 공개돼도 끔찍한 일을 겪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눈물을 흘렸다. “온라인을 통해 여성을 괴롭히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도 강조했다.

언론을 필두로 여론은 둘로 쪼개졌다. ‘폭스뉴스’와 ‘뉴욕포스트’ 등 보수성향 매체는 워싱턴포스트와 로렌즈 기자가 ‘틱톡의 진보들’ 운영자 실명을 공개한 걸 비난했다. 보수 진영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정보를 공개한 건 ‘신상털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진보성향 매체는 일제히 개인정보 공개 당위성을 역설하는 기사와 방송을 내놨다. ‘틱톡의 진보들’의 영향력이 커진 데다 라이칙이 폭스뉴스 방송에 익명으로 인터뷰한 적도 있기 때문에 그를 공인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틱톡의 진보들’ 논란으로 다시 조명받게 된 사건이 있다. 2020년 11월 대통령선거 직전에 불거진 당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차남 헌터 바이든 e메일 스캔들이다. 미국의 진보와 보수, 그리고 양 진영의 언론이 얼마나 갈라져 있는지 보여준 사건이다.

언론 ‘정치질’에 국민 신뢰 바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은 2020년 미국 대통령선거 국면에서 ‘e메일 스캔들’을 일으켰다. 당시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 진보 언론은 바이든 캠프 측 의견을 대변하는 등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은 2020년 미국 대통령선거 국면에서 ‘e메일 스캔들’을 일으켰다. 당시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 진보 언론은 바이든 캠프 측 의견을 대변하는 등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AP 뉴시스]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뉴욕포스트는 헌터 바이든의 노트북에 있던 e메일을 입수했다며 그가 우크라이나와 중국 기업에 아버지를 연결해주는 대가로 거액을 받았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바이든 선거캠프는 기사가 허위라고 반박하진 못하고 다만 e메일 유포에 러시아가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에야 ‘가짜 뉴스’라며 반박했다. 바이든 캠프에서 언론 담당을 하다가 바이든 취임 이후 백악관 대변인이 된 젠 사키(Jen Psaki)는 유포된 e메일 내용을 ‘허위 정보(disinformation)’라고 표현했다.

진보 진영 언론은 더 노골적이었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CNN, MSNBC, 공영라디오방송 NPR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은 헌터 바이든 스캔들을 보도하지 않거나 바이든 측 주장을 ‘받아쓰기’해 보도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도 한통속이 됐다. 페이스북은 헌터 바이든 e메일 스캔들을 보도한 뉴욕포스트 기사 공유를 제한했다. 트위터는 기사를 공유하지 못하게 했을 뿐 아니라 뉴욕포스트 트위터 계정을 일시 정지했다. 폭스뉴스 등 보수성향 일부 매체만 뉴욕포스트 기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올해 3월에야 헌터 바이든의 e메일 내용이 조작되지 않았음이 확실시됐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이 e메일이 진본임을 인정하는 기사를 내놓았다. 트위터 최고경영자(CEO)이던 잭 도시는 잘못을 인정하며 공식 사과했지만 마크 저커버그 메타(당시 페이스북) CEO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경제매체 ‘이코노미스트’는 여론조사기관 유고브(YouGov)에 의뢰해 3월 26일부터 29일까지 4일 동안 미국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언론매체 보도에 대한 신뢰 관련 항목이 있었다. 조사 결과 가장 많은 사람이 신뢰하는 매체는 정치 뉴스를 다루지 않는 날씨 방송 ‘웨더채널’. 2위는 영국 매체 BBC, 공동 3위는 미국 공영방송 PBS, 경제매체 ‘월스트리트저널’이었다.

좌파(진보) 혹은 우파(보수)를 대표하는 매체의 성적은 좋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는 신뢰(35%)와 불신(30%) 차이가 5%포인트에 불과했다. 뉴욕타임스는 신뢰(36%)와 불신(33%) 차이가 3%포인트였다. 심지어 폭스뉴스는 불신한다는 응답자(45%)가 신뢰한다는 응답자(30%)보다 더 많았다.

응답자의 정치 성향에 따른 분석 결과는 더 극단적이다. 민주당 지지자는 폭스뉴스를 제외하고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PBS, CBS, NBC, CNN 등 대부분의 언론을 신뢰했다. 반대로 공화당 지지자들은 폭스뉴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언론을 신뢰하지 않았다. 이코노미스트의 여론조사 결과는 미국 언론이 ‘다수 민주당 언론’ 대 ‘소수 공화당 언론’으로 나뉘어 있음을 방증한다.

진보 언론, 머스크發 균열에 불안?

4월 29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에 미국 진보 진영의 극단화를 비판하는 내용의 만화를 게시했다. [트위터 캡처]

4월 29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에 미국 진보 진영의 극단화를 비판하는 내용의 만화를 게시했다. [트위터 캡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4월 29일 트위터에 카툰 하나를 공유했다. 그는 의사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취지로 트위터 인수에 나선 바 있다. 머스크가 게시한 카툰은 민주당 지지자이면서도 민주당의 급진성을 비판해 온 진화생물학자 콜린 라이트(Colin Wright)가 지난해 8월 그린 것이다. 라이트가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시간을 되돌려 생각해 보니 2008년 자신의 정치 성향은 중간에서 좀 더 왼(진보)쪽에 가까웠는데, 시간이 지나며 진보 진영 친구들이 점점 더 왼쪽 극단으로 이동하면서 의지와 무관하게 자신이 보수 진영과 가깝게 돼버렸다는 것. 즉, 미국 진보 진영이 최근 10여 년 사이 극단화됐다는 뜻이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하겠다고 한 뒤 진보 진영 매체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은 “세계 최고 부자가 언론까지 장악하려 한다” “SNS 검열을 줄이면 허위 정보, 조작된 정보, 폭력을 조장하는 정보 등이 활개 칠 것”이라며 머스크를 비판했다.

폭스뉴스를 비롯한 보수성향 매체는 “머스크가 의사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려 하자 여론을 장악해 온 주류언론과 진보 진영의 기득권 세력이 공격한다”고 주장하며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11월 중간선거는 바이든 정부 임기 후반을 책임질 연방의회를 장악할 세력을 가르는 중요한 싸움이다. 선거 날이 가까워질수록 민주당 성향 주류 언론과 공화당 성향 보수언론 사이 이념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틱톡의 진보들’ 사건이 이 전쟁의 신호탄이다.



신동아 2022년 6월호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전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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