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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BTS가 군대에 가야 하는 이유

[노정태의 뷰파인더] ‘특별한’ 군복무의 근거는 없다

  •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basil83@gmail.com

그럼에도 BTS가 군대에 가야 하는 이유

  • ● 임윤찬에 대한 잘못된 정보
    ● 국위선양과 적재적소라는 논리
    ● ‘병영국가’와 동전의 양면
    ● 소총수가 된 엘비스 프레슬리
BTS가 지난해 11월 미국 LA 공연 도중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하이브]

BTS가 지난해 11월 미국 LA 공연 도중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하이브]

6월 15일 전 세계 케이팝 팬들이 충격에 빠졌다. BTS가 단체 활동을 잠정 중단하기로 선언한 것이다. 물론 개인별 활동은 이어가겠지만 당분간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으로 음반이 나오거나 무대에 설 일은 없다는 소리다. 9년에 걸쳐 이어져온 신화에 쉼표가 찍힌 셈이다.

사흘 후. 이번에는 비보가 아닌 낭보가 전해졌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인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반 크라이번 국제 피아노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뒤를 이어 또 한 사람의 국제적인 연주자가 탄생했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잘못된 정보가 퍼지기 시작했다. 이번 반 크라이번 콩쿠르 우승으로 인해 임윤찬이 군 면제를 받게 됐다는 내용이다. 현행 병역법상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면 현역 입대 대상자에서 제외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임윤찬이 ‘이번에’ 군 면제를 받게 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는 3년 전인 2009년, 15세의 나이로 윤이상국제콩쿠르 최연소 우승을 통해 병역의 짐을 털어냈기 때문이다.

연이어 들려온 이 두 소식에 일각에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대중음악의 수요는 서양 고전음악보다 훨씬 넓다. BTS는 현재 한국뿐 아니라 세계 대중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아이콘으로 등극해 있다. 다양한 악기를 다루는 국제 콩쿠르는 매년 혹은 몇 년에 한번 씩 꾸준히 열리지만 BTS 같은 글로벌 스타가 한국에서 언제 또 나올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BTS의 팬이나 그들의 병역면제를 지지하는 입장에서는 답답함을 느낄 법도 하다. 세상에 임윤찬을 아는 사람이 많겠는가, BTS를 아는 사람이 많겠는가. 임윤찬도 받는 병역 면제를 BTS가 받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대체 ‘국위선양’을 얼마나 더 해야 BTS의 병역이 면제된단 말인가. 클래식은 고상한 음악이라서 인정해주고, 대중음악은 안 된다는 차별의식인가.



6월 14일 BTS가 단체 활동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이튿날 BTS의 소속사인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모습. [동아DB]

6월 14일 BTS가 단체 활동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이튿날 BTS의 소속사인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모습. [동아DB]

예술요원과 체육요원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역사적 맥락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대체 예술인, 체육인 등에 대한 병역면제는 언제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때는 지금으로부터 약 5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2년 10월, 박정희 대통령은 유신을 선포하고 독단적으로 헌법을 개정해 모든 권력을 본인에게 집중했다. 이렇게 유신체제가 시작됐다. 이듬해인 1973년 1월 1일 산업기능요원 제도가, 3월 3일 예술 체육 분야에 대한 병역특례 제도가 도입됐다.

그렇게 한번 만들어진 제도는 오늘날까지 유지되고 있다. 병역법은 국위선양 및 문화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의 병역 의무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지휘·감독을 받아 병무청장이 정한 해당 분야에서 34개월을 복무하는 것으로 병역의무를 다하는, 이른바 ‘예술요원’ 혹은 ‘체육요원’ 제도다.

그 내용은 법 제정 후 큰 수정 없이 유지돼 왔다. 그런 탓에 병역의무가 18개월로 줄어든 지금도 무려 34개월, 거의 두 배 가까이 되는 긴 시간을 보내야 한다. 하지만 당사자들뿐 아니라 모든 국민은 예술요원 혹은 체육요원이 되는 것을 ‘군 면제’로 여긴다.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후 자신이 본래 활동하던 분야에서 하던 일을 계속하면 되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방식으로 병역의무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예술, 체육 특기자뿐만이 아니다. 1989년 이후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WorldSkills)에서 입상할 경우 상금과 함께 위에서 말한 사실상의 병역면제 혜택이 주어진다. 산업기능요원으로 편성돼 병역의 의무를 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요원, 체육요원, 산업기능요원. 이들 각각이 군 면제를 받는 조건은 모두 유사하다. 특정한 국제 대회에서 수상하는 것이다. 예술요원은 국제 콩쿠르, 체육요원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산업기능요원은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우승하거나 메달을 목에 걸면, 짧은 기초군사훈련 이후 자신이 원래 하던 분야의 일을 계속해나갈 수 있게끔 해주는 것이다.

특별한 재주의 유무

이러한 제도의 탄생과 존속 이유는 분명했다. 첫째, 국위선양. ‘국제 대회’에서 한국의 이름을 빛냈으니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적재적소. 국제 대회에서 수상할 정도의 능력을 지닌 사람이라면 군대에서 평범하게 총을 들고 군복무를 하는 것보다 그 사람이 하는 일을 계속하게 해주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당시는 인구 구조상 젊은이들이 많아 현역병으로 입대하고 싶어도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나오던 시절이다. 또한 ‘세계적 인물’이 나와 해외에서 활동하며 외화벌이를 하거나 국위선양을 한다면 기꺼이 수긍할만한 대중적 분위기가 조성돼 있었다. 설령 그런 모든 요소가 갖춰져 있지 않더라도, 원래 강력한 권력자였지만 유신헌법을 통해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힘을 갖게 된 박정희의 뜻이 실린 제도인 만큼 반대는 있을 수 없었다.

다시 말해 예술요원, 체육요원, 산업기능요원 등에 대한 병역특례는 ‘병영국가 대한민국’과 동전의 양면을 이루는 것이었다. 유신 독재 체제는 온 나라를 북한과 일전을 대비하는 거대한 군부대와 같은 것으로 취급하고 있었다. 현역 군인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모든 국민은 총사령관 박정희의 명령에 따라야 하는 잠재적 군인이었다.

이는 마치 군대에서 갑자기 ‘높은 분’들이 ‘미대 나온 인원 거수’ 하라면서 불러내고, ‘음대 나온 사람 노래 해봐라’ ‘사회에서 전기기술 배웠던 사람 나와서 여기 전등 갈아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온 국민이 잠재적 군인이며 병역 자원이라면, 그들 중 일부를 떼어내어 ‘국위선양’이라는 더 중요한 임무에 투입하는 것 역시 박정희와 유신체제의 눈으로 볼 때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특별한 재주가 없는 이들은 총을 들고 휴전선에서 나라를 지킨다. 특별한 재주를 지닌 이들은 ‘태극전사’가 돼 국제 콩쿠르라던가 올림픽, 혹은 기능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와 나라의 이름을 빛낸다. 우리 대한민국이 북한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과시하는 막중한 임무를 띤 채, ‘총성 없는 전쟁터’에서 싸워야 한다. 이렇듯, 병역특례란 병영국가의 파생물로 등장하는 개념이었다.

“나는 이제 평범한 젊은이에 불과하다”

BTS의 병역 면제 여부를 둘러싼 논의를 건설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예술요원이나 체육요원 같은 제도를 박정희가, 그것도 유신 독재를 시작한 직후에 만들었으니 옳지 않고 없애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좋건 싫건 많은 부분 그 시대의 유산 위에 살아가고 있다. 단지 특정 시대의 산물이라는 이유만으로 단번에 없애야 한다는 식의 태도는 더 큰 혼란을 불러올 뿐이다.

병역의무에 대해 우리가 가져야 할 원론적 입장은 분명하다. 병역은 온 국민이 짊어져야 하는 의무다. 국가가 나를 병역 자원으로 차출할 때 국가는 나에게 의식주를 제공하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군복무는 국민의 의무이며, 의무란 그 개념 정의상 강제적인 것이며, 내가 어떤 의무를 수행한다 해서 그에 따른 보상이 반드시 주어져야 하는 것이 아니다. ‘특별한’ 사람이라 해서 ‘특별한’ 군복무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그 어떤 합리적 근거도 없다.

미국의 전설적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가 모범 사례를 보여준다. 엘비스는 한창 인기의 절정에 오른 1957년, 당시만 해도 징병제를 유지하던 미국 국방부의 징집 대상이 됐다. 따로 제도가 없었던 탓에 병역 면제는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 대신 해군은 개인 숙소를 포함한 특별대우를 약속했고, 육군은 해외 순회공연 및 자유로운 방송활동 및 인터뷰를 보장하겠다고 했다.

엘비스는 어떻게 했을까. 1958년 3월,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마이크 앞에 선 로큰롤의 황제는 담담하게 선언했다.

“나는 이제 평범한 젊은이에 불과합니다. 병역의 의무를 하기 위해 이곳에 왔으니 특별한 대우도 바라지 않습니다.”

그는 서독에서 소총수로 군복무를 평범하게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물론 그의 부대 앞에는 매일 수많은 팬들이 진을 치고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엘비스의 이런 판단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엘비스의 매니저부터가 “해군과 육군의 제안을 받아들였다간 수백만 미국 젊은이들이 화를 낼 것”이라고 보았다. 대중의 심리를 읽어내는 올바른 결정을 내린 것이다. 매니저와 엘비스의 판단은 정확했다. 로큰롤의 황제가 갖게 된 2년의 공백은 외려 팬들의 마음을 더욱 뜨겁게 달궜다.

앨비스의 무대는 파격적이었고 선정적이었다. 미국 주류 사회는 그를 곱게 보지 않았다. 팬들의 지나친 사랑 또한 반감 요소였다. 그랬던 앨비스가 ‘평범한 미국 청년’으로 군복무를 마쳤다는 점은, 그의 팬을 넘어 대중 전반에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리하여 엘비스는 1977년 갑자기 세상을 뜬 후에도 사랑받는 전무후무한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됐다.

5월 30일 강원 인제군 육군 12보병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열린 신병 입영식에서 입영 장병들이 가족들의 환송을 받으며 연병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5월 30일 강원 인제군 육군 12보병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열린 신병 입영식에서 입영 장병들이 가족들의 환송을 받으며 연병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위인설법은 위험하다

한국 사회의 폭넓은 병역특례는 병영국가라는 기형적 체제의 산물이다. 하지만 병영국가의 문제를 징병제 그 자체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앞서 엘비스 프레슬리의 군 입대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시피 징병제를 유지하는 모든 나라가 병영국가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깝게는 북한, 멀리는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는 강대국을 인접하고 있는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다. 독립된 핵무장을 하고 있지도 않다. 재래식 병력의 규모를 크게 유지할 수밖에 없고 징병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요컨대 한국인에게 군대란 대한민국이라는 ‘국민국가’를 유지하게 해주는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BTS를 위해 병역특례에 대한 제도를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이는 ‘위인설법(爲人設法)’, 문자 그대로 특정인을 위해 법을 만들고 고치자는 말이나 다름없다. 수십 만 명의 젊은이들이 청춘을 바쳐 대한민국을 지키고 있다. 이런 나라를 북한과 다른 나라로 만들어주는 가장 중요한 변별점 중 하나가 법치주의다. 위인설법은 법치주의의 가치를 크게 망가뜨리는 일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금껏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대중음악 시장에서 동아시아인 남성 그룹이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은 일은 없었다. BTS는 대한민국, 더 나아가 동아시아의 자랑이다. 그 일곱 명의 귀한 재능이 더 큰 논란 없이 군복무를 마친 후 팬들 앞에 서기를 바란다. 마치 엘비스 프레슬리에게 그랬던 것처럼, 팬들과 대중은 더 큰 환호성을 보낼 준비가 돼 있다.


노정태
● 1983년 출생
● 고려대 법학과 졸업, 서강대 대학원 철학과 석사
● 前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 한국어판 편집장
● 저서 : ‘불량 정치’ ‘논객시대’ ‘탄탈로스의 신화’
● 역서 : ‘밀레니얼 선언’ ‘민주주의는 어떻게 망가지는가’ ‘모던 로맨스’ 外



신동아 2022년 7월호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basil8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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