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호

내 마음에 각인된 ‘그날’의 커피

[김민경 ‘맛’ 이야기] 믹스커피에서 에스프레소까지

  •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입력2023-02-0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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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11월, 갱도에 갇힌 광부들이 ‘믹스커피’로 생명을 건졌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커피를 다시 보게 됐다. 1976년 태어난 밀레니엄세대인 믹스커피는 대한민국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믹스커피 전에는 동결 건조한 커피, 일명 ‘알커피’에 구수한 프림, 흰 설탕을 입맛대로 컵에 넣고 섞어 마셨다. 내 인생의 첫 커피는 ‘커피 하나, 프림 셋, 설탕 셋’이었고 그다음에는 믹스커피를 만나 지금껏 함께하고 있다. 내 인생의 좋은 친구 ‘커피’와 맺은 인연과 삶의 순간순간을 흐뭇하게 한 특유의 맛과 향을 기억해 냈다.
    배큐엄포트 커피. Gettyimage]

    배큐엄포트 커피. Gettyimage]

    급류에 올라타 바라보는 풍경처럼 속도감 넘치는 커피 유행에 휩쓸리며 오늘까지 왔다. 초등학교 때 아빠가 홍콩에서 일본산 커피머신을 들고 오신 이후 집 안 곳곳에서 헤이즐넛 향이 났다. 동네 아줌마들끼리 선물로 주고받던 달콤한 향의 블루마운틴 커피 가루에서 나던 향이다. 헤이즐넛 블루마운틴은 이후 티백으로도 나와서 또 온 집 안을 돌아다녔다. 대학에 들어갈 무렵 지금의 아메리카노와 비슷한 커피를 파는 커피 전문점이 생겼다. 대학에 입학하자 커피 전문점은 화장을 고치고, 시간을 죽이며, 소개팅을 하는 장소가 됐다. 이때까지 커피는 구실일 뿐이었다.

    스무 살엔 친구가 신촌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당시 신촌·홍대 부근의 여러 공연장에서 활약하던 가수들이 자주 온다기에 가보았다. 마치 과학자나 쓸 것 같은 기계 즉, ‘사이폰 드립’, 정확하게는 배큐엄포트(Vacuum pot) 커피를 그때 처음 봤다. 쓴맛이 부드럽게 퍼져 있고, 향긋하며, 뜨거운 대신 따끈해서 좋았다. 지금도 신촌 그 카페에 가면 배큐엄커피를 맛볼 수 있다. 같은 시절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베트남 쌀국수 식당은 연유 커피가 명물이었다. 컵 바닥에 연유를 잔뜩 넣고, 베트남식 드리퍼에 커피 가루와 따뜻한 물을 부어 나간다. 새까만 커피와 연유를 재빠르게 섞으면 크림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음료가 된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이탈리아로 갔다. 요리 학교를 마치려면 반드시 일정 시간 견습생으로 식당에서 일해야 했다. 대체로 보조의 보조 역할이었는데 밤 한 가마니를 주면 껍질을 벗기고, 한 박스의 양파를 썰고, 한 바구니의 아티초크를 손질하고, 한 양동이의 생선뼈와 내장을 제거하곤 했다. 그 사이사이에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누구라도 커피만큼은 마음 편히 마실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사진은 이탈리아 커피 전문점. [Gettyimage]

    이탈리아 사람들은 누구라도 커피만큼은 마음 편히 마실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사진은 이탈리아 커피 전문점. [Gettyimage]

    이탈리아의 ‘커피 인심’은 전 세계에서 가장 따뜻하다. 카페에 가서 에스프레소 두 잔 값을 내고 한 잔만 마신다면 먹지 않은 한 잔이 남는다. 주머니에 커피값이 부족한 누군가를 위해 남겨두는 것이다. 이는 누구라도 커피만큼은 마음 편히 마실 수 있어야 한다는 이탈리아만의 나눔 활동인 ‘카페 소스페소(caffè sospeso)’다. 나누고 배려하는 문화의 중심에 에스프레소가 있다. 배는 부르지 않겠지만 마음을 살찌우는 문화다. 그 덕분에 견습생인 내게도 품질 좋은 에스프레소가 밤낮 얼마든지 제공됐다. 누구든 눈만 마주치면 “커피 한잔할래?”가 생활이었으니까.

    현재 내가 가진 커피 습관은 그때 뿌리내린 것이다. 기름이 돌 정도로 까맣게 볶은 커피콩을 분쇄해 추출기에 약 7g을 담고, 꾹꾹 골고루 눌러, 섭씨 90도 정도의 물을, 9bar라는 엄청난 압력으로 25초 정도 통과시켜 25㎖의 커피를 얻는다. 기름이 반들반들 도는 구릿빛 크레마 밑에 숨어 있는 에스프레소로 커피를 배웠고 내 혀는 강렬한 맛에 단단히 길들었다.



    한국에 돌아와 작은 잡지사의 막내 기자로 일을 시작했다. 운이 좋게도 이탈리아 요리학교 동문인 편집장과 섬세한 미식가인 발행인을 따라다니며 매끼 에스프레소를 얻어 마셨다. 그땐 내 커피의 시작과 끝은 모두 에스프레소구나 했다. 하지만 머지않아 새로 물꼬가 터진 급류에 휘말리게 된다.

    겨울날, 모카포트에서 뽀글뽀글 터지는 진한 쓴맛

    모카포트에서 진하고 쓴 커피가 뽀글뽀글 올라오고 있다. [Gettyimage]

    모카포트에서 진하고 쓴 커피가 뽀글뽀글 올라오고 있다. [Gettyimage]

    내가 일하는 사무실은 단열재 없이 시멘트로만 지어진 낡은 건물에 있다. 여름엔 꽤나 선선해 좋을 때가 많은데 겨울이 되면 바깥보다 안이 더 춥게 느껴지는 날이 허다하다. 아침마다 어두컴컴하고 냉기 가득한 사무실에 도착해 불을 켜고, 창문을 열고, 기름 난로에 불을 지핀다. 모카포트에 물과 커피를 채우고 난로 위에 올려두고 기다린다. 그사이 컴퓨터를 켜고, 일력을 넘기며 오늘 할 일을 떠올리다 보면 어느새 치이익 소리와 함께 작은 포트 안에 새까맣게 커피가 차오른다. 커피 향이 사무실을 벗어나 계단이 있는 복도까지 간다. 1년 365일 습기 냄새를 머금은 건물에 좋은 향이 돈다. 춥기만 한 이곳에 더 열심히 오게 되는 이유다.

    모카포트는 수증기 압력을 이용해 커피를 추출하는 도구다. 바닥면이 있는 물통에 커피를 담고, 평평한 깔때기처럼 생긴 커피 바스켓에 커피 가루를 담아 그 위에 올리고, 손잡이가 달린 포트를 놓고 돌려서 꽉 닫는다. 열을 가하면 물이 커피를 통과해 포트 쪽으로 뽀글뽀글 올라와 모인다. 이 커피는 색이 아주 새까맣고, 맛이 진하고 쓰며 향이 폭발적으로 난다. 에스프레소에 비하면 크레마가 없고, 다소 텁텁하다. 사실 모카포트의 앙증맞고 독특한 생김새는 전 세계인에게 호응을 얻었지만 그 커피 맛을 즐기는 이는 별로 없다. 한동안 친구와 가족에게 내가 즐겨 선물한 모카포트 중 대부분은 커피 추출보다 진열장에 놓여 있는 게 일이다. 오로지 이탈리아의 가정집에서만 마르고 닳도록 모카포트로 커피를 만들어 마신다.

    겨울 아침의 커피 루틴 이후에는 캡슐커피, 프렌치프레스, 드립백 같은 걸 활용하며 하루를 보낸다. 사무실 찬장에 수동 에스프레소 머신이 숨어 있으나 수년째 꺼내지 않는다. 호기롭게 구매했지만 커피 가루를 필터 바스켓에 담아 골고루 꾹 누르는 탬핑(tamping)도 어렵고, 긴 손잡이가 달린 포터필터(추출기)를 매번 조였다 풀었다 하는 것도 일이다. 세척도 번거롭다. 이런 노고에 비해 내가 만드는 커피 맛은 그 값을 못 한다. 편리한 건 일회용 드립백이다. 손가락만 한 병에 든 다양한 종류의 콜드브루 커피도 꽤 있다. 그러나 콜드브루 커피는 마셨다 하면 가슴이며 관자놀이가 두근거리는 증상을 동반해 손님용으로 미뤄뒀다. 내겐 그림의 떡일 뿐이다. 드립백은 커피가 든 조그마한 주머니를 벌려 컵에 끼워 올리고 물만 부으면 향도 은은히 퍼져나가 좋다. 나는 이때 괜히 드립포트를 쓰는데 소용없는 짓인 줄 알지만 어딘가 공을 들인 것 같아 기분은 좋아진다.

    둥글게 떨궈야 제맛인 필터커피

    드립커피라고도 하는 필터커피. [Gettyimage]

    드립커피라고도 하는 필터커피. [Gettyimage]

    드립커피라고도 하는 필터커피를 제대로 접한 건 ‘취준생’ 때 잠깐 일한 이탤리언 레스토랑에서였다. 사장님은 유일한 ‘알바생’이던 내게 반자동 에스프레소 기계 다루는 법을 가르쳐 준 다음, 한 달이 지나자 필터커피 내리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당시 손님 중에 에스프레소나 필터커피를 주문하는 사람은 없었다. 어쩌다 한번 단골에게 사장님이 커피를 무료로 내드리는 게 전부였다. 그럼에도 사장님은 매일 원두를 핸드 그라인더에 넣고 간 다음 종이 필터를 접어 도자기 드리퍼에 맞춰 끼우고, 커피 가루를 담아 주둥이가 우아한 드립포트로 물을 졸졸, 둥글게 떨어뜨렸다. 아침마다 요리사, 알바생, 사장님 이렇게 셋이 함께 갓 내린 모닝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했다. 일하는 동안 기회가 될 때마다 배운 대로 커피를 만들어보았으나 사장님 커피 맛과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일을 그만두고 드립커피도 가게도 잊었다. 내가 그만두고 오래지 않아 가게도 문을 닫았다. 늘 알쏭달쏭함을 지니고 있던 사장님은 사진가라는 본업으로 돌아간 게 아닐까 싶다.

    필터커피를 다시 만난 건 6년 뒤 지금 같은 겨울의 해인사에서다. 학교 선배 덕에 해인사에 며칠 묵었는데 그때 방 자리를 내주고 살펴봐 주신 스님께서 차와 커피를 종종 내려주셨다. 미리 옹기에 받아놓은 물을 떠내는 것으로 시작해 각자의 찻잔에 커피가 담기기까지의 과정은 마치 작은 공연 같았다. 군더더기 없는 몸짓과 편안한 대화를 거쳐 나온 커피 역시 유하고 부드러웠다. 그윽하고 다양한 향이 코와 입, 가슴을 채웠다. 머리가 맑아지고 눈을 반짝이게 하는 것이 꼭 좋은 차를 마신 것 같았다. 흰 눈이 소복하게 쌓인 해인사의 풍경에 겹쳐 그날의 커피는 내 혀에, 마음에 각인됐다. 지금 우리 집 찬장 여기저기에 있는 필터커피 도구들은 그날의 인연으로 내게까지 온 것이다.

    요리 선생인 친구에게 원두를 조금 나눠 받았다. 연한 갈색이 돌며 기름지지 않고 보송했다. 깨짐 없이 작은 알갱이가 온전한 원두 두 줌이다. 우리 집에 있는 전자동 커피머신에 쏟아붓는 기름지고 까무잡잡하며 알갱이가 일정치 않은 원두와 확연히 달라 보였다. “이거 한 5만 원어치는 된다. 잘 갈아서 필터에 꼭 내려 마셔봐. 북유럽 스타일로 로스팅한 원두야.” 언제나 내게 ‘신문물’을 전해 주는 그 친구는 이번에도 새로운 바람을 타고 있는 라이트 로스팅 스페셜티커피를 주고 갔다.

    클래스가 다른 ‘스페셜티커피’의 조건

    품질 좋은 커피를 흔히 스페셜티커피라고 한다. [Gettyimage]

    품질 좋은 커피를 흔히 스페셜티커피라고 한다. [Gettyimage]

    나는 커피를 맛으로 마시기보다 도구를 쓰는 재미나 습관으로 마셔왔다. 그러다가 원두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필터커피를 접하며 내게도 커피 입맛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좋아하는 맛을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커피에서 우러나는 신맛, 그중에도 뾰족하게 고개를 쳐드는 에스프레소의 시큼함은 아주 질색한다. 신맛 즉, 산미는 어디에나 있다. 술과 치즈에도 있으니 당연히 커피에도 존재한다. 품질 좋은 커피의 다른 말로 통하는 스페셜티커피 세계에서도 산미는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여기서 내가 진짜 알고 싶은 건 대체로 신맛이 도드라지는 스페셜티커피가 왜 좋은 커피로 여겨지느냐는 것이다. 내 경험치가 부족한 탓이지만, 스페셜티커피에서 ‘스페셜’을 찾지 못하는 게 문제다.

    스페셜티커피라고 하면 SCA(Special Coffee Associations)에서 커핑 점수 80점 이상을 획득한 것을 말한다. 최근에는 지속 가능한 즉, 이력 추적이 가능한 원두인지도 중요한 판별 기준이다. SCA는 커피 품질을 통제하는 기관이 아니기에 강제성은 없지만 이곳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 스타 상품이 될 수 있다. 와인에도 등급 외 고품질 제품이 있듯 SCA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도 개성 있는 마케팅과 독특한 풍미로 무리 없이 팔려나가는 커피도 있다.

    2017년 기준으로 한국에 약 9만 개의 카페가 있었다. 지금은 여러 이유로 다소 줄었거나 늘었다고 해도 놀랍도록 큰 수치다. 게다가 서울 도심 여기저기를 걷다 보면 크고 작은 커피 가게에서 스페셜티커피라는 문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다지도 많은 스페셜티커피가 있으니 무수한 선택지가 내 앞에 펼쳐진 셈이다. 이제 나의 스페셜티커피를 찾아봐야겠다 싶을 때 마침 좋은 기회가 생겼다.

    지인의 소개로 프랑스에서 스페셜티커피 개척자로 알려진 크리스토프 세르벨과 커피 타임을 갖게 됐다. 세르벨은 꼬마 때부터 커피 가운데서 자란 사람이다. 조부모를 시작으로 부모와 그 자신까지 규모는 다르지만 커피로스터리를 운영한다. 2009년에는 프랑스에 스페셜티커피 브랜드인 테르드카페(Terres de Café)를 설립했고, 최근 한국에도 두 군데 문을 열었다.

    커피라는 단어에 가두기 힘든 별의별 향

    프랑스 스페셜티커피 전문 브랜드 테르드카페. [TERRES DE CAFE]

    프랑스 스페셜티커피 전문 브랜드 테르드카페. [TERRES DE CAFE]

    스페셜티커피라는 개념은 1970년대 중반 스페인의 커피 문화가 미국에 상륙하면서 생겼다. 다들 기억하겠지만 그전까지만 해도 ‘꾸룩꾸룩’ 소리를 내며 커피 가루를 통과해 내려온 커피맛 물이 커피로 통용됐다. 이런 와중에 중남미의 신선한 원두를 볶고 갈아 풍미를 살려 내린 ‘살아 있는 커피’는 말 그대로 ‘스페셜’할 수밖에 없었다. 이 커피의 맛과 문화가 미국으로 옮겨졌고, 그때부터 품질 좋은 커피의 기준이 만들어지며 상품화가 시작했다. 어언 50년이 지난 지금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 입맛도, 커피를 평가하는 기준도, 유행도 달라졌을 것이다. 이를테면 커피가 품은 풍미를 700가지로 표현할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세르벨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내 앞에도 필터를 거친 커피 한 잔이 놓였다. 연하게 우린 홍차처럼 볼그스름하면서 맑은 빛을 띠는 따뜻한 음료다. 라이트 로스팅, 요즘에는 노르딕 로스팅으로 불리기도 하는 원두를 사용한 커피다. 원두는 라이트(약), 미디엄(중), 다크(강) 로스팅의 세 단계로 크게 구분해 볶는 과정을 거친다. 나를 처음 길들인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는 대체로 강배전 원두를 쓴다. 쓰고 기름지고 진한 것이 특징이다. 사실 나는 ‘라이트 로스팅 원두는 대체로 시큼하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그와 만난 자리에서 맛본 커피는 찻잎을 발효시켜 허브와 과일을 보태 발효한 것처럼 풍미가 다채로웠다. 코로 느껴지는 향이 커피라는 단어에 가둘 수 없을 만큼 풍성하고 맛은 떫지도 시지도 쓰지도 않다. 이런 커피라면 SCA에서 빵점을 받더라도 내게는 스페셜티커피이겠다 싶었다. 물론 세르벨이 취급하는 모든 커피는 SCA에서 최소 80점, 대체로 85점 이상을 받은 것들이다. 눈이 동그래진 내 앞에서 그는 이 한 잔의 커피가 내 앞에 놓이기까지 거친 진짜 공정에 대해 설명해 줬다.

    한 잔의 특별한 커피를 위해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역시 ‘지속가능성’이다. 환경 친화적이어야 하고, 원두를 키우는 사람과 세르벨처럼 원두를 관리하고 커피로 판매하는 사람과의 협력 관계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그 다음엔 매일같이 발전하는 원두를 숙성하고 가공하며, 보관하고 유통하는 기술이 안정적이어야 한다. 기술의 토대에는 원두의 품질과 상태를 평가하는 수많은 사람의 꾸준한 본능과 경험이 있다. 농장에서 공장까지 한발 한발 지속 가능한 과정을 밟아 고향이 어디고 누가 생산했는지 알 수 있는 원두가 우리에게 온다. 우리는 수많은 원두 가운데 내 취향에 맞는 걸 찾아야 한다. 나는 지금까지 점쟁이처럼 그걸 찍어 맞추려 했다. 바리스타라는 중요한 사람을 건너뛴 결과다. 무뚝뚝한 얼굴로 “신맛은 싫어요”라고 외치기 전 바리스타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오늘은 어떤 원두를 추천하는지, 나는 오늘 어떤 상태인지 서로의 패를 친절하게 보여주며 주문한다. 그다음엔 내가 속한 공간과 앉은 자리, 오감을 자극하는 카페 분위기에 바리스타의 솜씨가 겹친 오늘의 커피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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