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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이재명, 증거인멸‧위증교사 전력 있어”

“2018년 백현동 사업 관계자에게 위증 부탁”… 구속영장 청구서 142쪽 중 40쪽에서 증거인멸 가능성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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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3-09-21 13:2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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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실려 가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실려 가고 있다. [뉴스1]

    “법조인 출신임에도 사법질서를 가볍게 여기는 피의자의 위와 같은 태도에 비춰, 피의자가 향후 본건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도 유사한 방법을 동원해 증거 인멸을 할 것이라는 점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신동아’가 입수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의 한 대목이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이 대표의 증거인멸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우려했다. 전체 142쪽 중 40쪽 가량을 증거인멸 가능성에 할애했다.

    검찰은 특히 이 대표가 과거에도 위증 교사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전력이 있다는 점을 짚었다.

    2018년 5월 29일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 열린 경기도지사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이 대표는 “저는 검사를 사칭한 적이 없습니다”라며 “PD가 (사칭)한 것을 옆에서 인터뷰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제가 도와준 걸로 누명을 썼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사건은 2002년 ‘분당 파크뷰 특혜’ 사건 취재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2002년 5월 KBS ‘추적 60분’ 담당 프로듀서 최모 씨는 김병량 당시 성남시장에게 통화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최 씨는 취재를 돕던 이 대표에게 “검찰청이라고 전화를 해 볼까요”라고 물었다. 이에 이 대표는 “그렇게 해 보죠”라고 답했다. 이 대표는 “수원지검에 서모 검사가 있는데 (김병량) 시장도 그 이름을 대면 잘 알겁니다”라고 하며 최 씨에게 사칭할 검사의 이름을 알려줬다. 이 대표는 이 사건으로 2003년 공무원 사칭을 도운 혐의가 인정돼 150만 원의 벌금을 냈다.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김영환 바른미래당 후보가 이 대표의 토론회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이 대표를 고소했다. 2020년까지 재판이 이어졌으나 이 대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렇게 이야기해주면 나에게 큰 도움”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이 대표가 김 전 시장의 수행비서이던 김모 씨에게 위증을 부탁했다고 적시했다. 김 씨는 브로커 김인섭 씨와 함께 백현동 개발사업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12월 하순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이 김인섭 씨를 통해 김 씨에게 위증을 부탁했으나 김 씨는 “당시 상황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2018년 12월 22일 이 대표는 직접 김 씨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김 비서관(김씨)한테 도움 좀 받을 수 있을까 싶어서”라고 말하자 김 씨는 “당시 상황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며 답을 피한다.

    그러자 이 대표는 “이 사건이 매우 정치적인 거래가 있는 그런 사건이었던 걸로 기억된다는 정도, 한번 생각을 해보면 어쨌든 KBS 하고 우리 시장님(김 전 시장) 하고는 실제로 이야기가 좀 됐던 건 맞아요”라며 “정치적으로는 나를 처벌해야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고 KBS 측은 책임을 좀 줄여야 되어서 나한테 덮어씌워야 하는 사건이었던 거예요”라고 자신의 시각에서 사건을 재구성했다. 그러곤 “이렇게 이야기를 해 주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라고 김 씨에게 말했다. 김 씨는 2019년 2월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법정에서 열린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선거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대표의 부탁대로 증언했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피의자(이 대표)는 과거 김 씨에게 위증을 교사한 것처럼 제 3의 인물을 내세워 허위 증언이나 증거를 작출할 가능성도 대단히 높다”며 “피의자에게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 등 구속 사유가 충분하다”고 적었다.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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