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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타깃 돼버린 플랫폼… 카뱅서 ‘카카오’ 사라지나

[금융 인사이드]

  • 나원식 비즈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입력2023-11-10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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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카카오 횡포 정부가 제재해야”

    • 주가조작 혐의 받아… 카뱅 대주주 자격 상실할 수도

    • “카뱅 장기간 제자리걸음 할 것”

    [Gettyimage, 카카오뱅크]

    [Gettyimage, 카카오뱅크]

    “카카오 택시의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 반드시 정부가 제재해야 한다.”

    11월 1일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택시 기사가 “카카오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가 너무 심하다”고 토로한 데 따른 답변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택시 호출 서비스 ‘카카오T’는 플랫폼 시장에서 점유율이 95%에 육박한다. 2위 사업자는 ‘우티(UT·티맵모빌리티와 우버 합작사)’로 점유율이 5% 미만에 그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곧장 입장문을 내고 “가맹 택시 수수료 등 택시 수수료 체계 전면 개편을 위해 택시 기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긴급 간담회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독과점으로 인한 시장의 왜곡과 이에 따른 소비자들의 피해가 발생한다면 정부·정치권이 나서서 바로 잡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예고했듯 앞으로 합리적 수수료 체계를 만든다면 큰 문제없이 지나갈 수도 있는 일이다.

    카카오 처지에선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윤 대통령의 작심 발언을 있는 그대로, 카카오T의 독과점 문제에 대한 지적으로만 해석하는 이는 많지 않다. 현 정부의 카카오에 대한 전방위 압박의 일환으로 보는 사람이 대다수다. 대통령이 특정 기업을 공개 석상에서 강하게 비판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있던 날 국민연금은 카카오와 카카오페이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지분율도 줄였다. 단순투자는 단순 의결권만 행사하지만 일반투자는 이사 선임 반대, 위법행위 임원에 대한 해임 청구 등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경영에 개입할 여지를 열어둔 셈이다.



    이복현 “카카오 처벌 적극 검토”

    11월 1일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카카오 택시의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2일 서울 중구 서울역 택시 승강장에 정차한 카카오 택시. [뉴스1]

    11월 1일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카카오 택시의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2일 서울 중구 서울역 택시 승강장에 정차한 카카오 택시. [뉴스1]

    카카오는 정부의 전방위 조사를 받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타 택시 호출 서비스 가입 택시에 불이익을 줬다는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은 바 있고, 근래 중소벤처기업부는 카카오 계열사의 스타트업 기술 탈취를 조사하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금융감독원의 움직임이다. 금감원이 가장 앞장서서 카카오에 대한 정부의 압박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 이번 윤 대통령의 작심 발언이 이복현 금감원장의 행보에 다시 한번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집권 후 윤 대통령은 은행의 ‘이자 장사’를 비판하는 등 때마다 이 원장에게 힘을 실어주곤 했다.

    10월 26일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카카오의 공개매수 과정에서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 두 곳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2월 두 회사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참여했을 당시 경쟁사이던 하이브의 주식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2400억 원가량을 투입해 시세를 조종했다는 게 금감원의 조사 결과다.

    검찰 송치 이틀 전인 10월 24일 이복현 원장은 이와 관련해 “최근 문제 된 건(카카오)에 대해서는 법인에 대한 처벌 여부 등을 적극적·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카카오 수사에 대한 이 원장의 강한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이복현 원장의 이 말이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와 관련한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와 금융권의 관심을 끌었다. 통상적으로 금융사 대주주에겐 깐깐한 자격이 요구된다. 국민의 자산을 기초로 사업을 영위한다는 판단에서다. 인터넷은행 역시 마찬가지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의 ‘사회적 신용 요건’은 대주주가 “최근 5년간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세조종 혐의로 카카오가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게 되면 금융 당국은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리게 된다. 통상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이 내려지면 금융 당국이 제시한 기일 내에 문제를 해결해야 대주주 자격이 유지된다. 문제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대주주 자격이 없다고 판단돼 6개월 안에 보유 지분 가운데 10%를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처분해야 한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한 대주주다. 대주주 자격을 잃게 되면 지분 17.17%를 정리해야 하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카카오뱅크’에서 ‘카카오’를 떼야 할 수도 있다.

    카뱅 경쟁력 하락 불가피

    10월 23일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10월 23일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카카오가 대주주 자격을 잃는다면 현재 지분 구조에 따라 한국투자증권이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27.17%)의 뒤를 이어 한국투자증권(27.17%), 국민연금공단(5.30%), KB국민은행(3.20%), 서울보증보험(2.23%) 순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벌금형 이상을 받더라도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대법원 판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모든 과정이 끝나는 데 3~5년의 시간이 걸리니 당장 카카오 간판이 떨어지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또 카카오가 카카오뱅크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가 많다. 2019년 최대주주 자리를 한국금융지주로부터 넘겨받은 후 카카오는 카카오뱅크로부터 매년 수백억 원에 달하는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법적 공방이 진행될 경우 카카오뱅크 등 카카오 계열 금융회사가 신사업 인허가를 따기 어려워진다는 점은 문제로 꼽힌다. 실제 금융 당국은 5월 카카오가 시세조종 의혹으로 조사를 받자 카카오뱅크의 마이데이터 및 전문개인신용평가업의 허가 심사를 보류한 바 있다.

    카카오뱅크의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리라는 평가도 나온다. 카카오뱅크가 단기간에 경쟁력을 갖게 된 비결은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으로서 갖는 인지도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과의 연계성 덕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카카오가 사명(社名)에서 사라진다면 이런 장점을 잃게 된다.

    카카오뱅크는 입장 표명을 자제하는 모양새다. 대신 카카오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11월 6일 카카오는 판교 본사에서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주재로 2차 공동체 경영회의를 열고 경영쇄신위원회를 출범하기로 결정했다. 위원장은 김 센터장이 직접 맡는다.

    김 센터장은 회의에서 “지금까지 각 공동체의 자율과 책임경영을 위해 권한을 존중해 왔지만 창업자이자 대주주로서 창업 당시 모습으로 돌아가 위기 극복을 위해 앞장서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이해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발로 뛰며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일각에선 총선이 끝나거나 정권이 바뀐 후엔 카카오에 대한 압박이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거론된다”면서도 “현 정권의 의지가 워낙 강해 보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카카오뱅크가 장기간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카카오로선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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