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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東亞 연중기획 | 결혼, 패러다임이 바뀐다

“결혼은 과학… 데이터 분석으로 ‘웨딩문화’ 바꾼다”

박지영 꽃반지 대표

  • 배수강 기자|bsk@donga.com

“결혼은 과학… 데이터 분석으로 ‘웨딩문화’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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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연구팀과 1년 연구 끝에 ‘매칭시스템’ 개발
  • ● 성격·심리·감성 분석…“최적 배우자 찾는다”
  • ● 가입비 무료, 사례금은 기부, 매칭플래너 4단계 교육
  • ● 사회적기업…목표는 일자리 창출, 결혼문화 정착
  • ● ‘봉사왕’ 국밥집 사장, 공익광고 모델 출신
부산의 한 돼지국밥집 사장이 결혼정보회사를 차렸다. 결혼중개업에 뛰어든 거야 개인 자유의지이지만 그의 행보가 심상찮다. 회원들의 인적 데이터와 배우자 이상형을 바탕으로 만남을 주선하는 여느 회사와 달리 데이터 분석을 통해 배우자를 찾는 ‘매칭시스템’을 개발하는가 하면 휴대전화와 PC,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합 지원하는 서버도 갖췄다. 보통 100만~200만 원씩 하는 가입비도 받지 않고, 결혼 성사금도 회원이 알아서 기부하도록 했으니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회사는 결혼중개업에선 볼 수 없는 예비사회적기업이자 다울 사회적협동조합 조합사. 따라서 영리 추구보다는 여성 일자리 창출과 올바른 결혼문화 정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설명회도 하기 전에 입소문을 타고 전국 12개 센터가 문을 열었다. 기존 업체들이 긴장하는 이유다.

주인공은 박지영(39) 합천일류돼지국밥 동래점 대표. ‘서울 사람’이 부산의 특미(特味) 돼지국밥집을 운영하게 된 사연부터 인터뷰를 시작했다.




돼지국밥집 사장 된 사연

원래 외식업에 관심이 많았나요?
“전혀요. 뮤지컬과 영화계 분장팀에서 일했어요. 장혁·이범수 주연의 영화 ‘정글주스’(2002) 분장팀에서 경험을 쌓았고, KBS 재연드라마 ‘구미호’ 편에서는 배우로 출연하기도 했어요. 한창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머니가 ‘부산 사상에서 돼지국밥집을 열겠다’고 하시더군요. 2003년 봄이었는데, 당시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어머니가 일거리를 찾고 있었거든요. 국밥집이라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죠. 일주일 내로 서울 풍납동 집에서 짐을 싸서 내려와 식당일을 하라더군요(웃음).”   
     
어머니 말을 잘 듣는 딸이었군요.
“어머니가 갑자기 가장이 된 상황이고 남동생은 유학 중이어서 장녀로서 어머니 뜻을 거역할 수 없었죠. 식당이라곤 처음 해보는 사람이 직원만 20여 명인 큰 국밥집을 열었으니 어떻겠어요. ‘물정 모르는 서울내기’가 사장이니 식당 일을 잘 아는 직원들에게 휘둘릴 수밖에요. 그런데 어느 날 이왕 시작한 일이니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머니와 함께 틈만 나면 도축장에 가서 돼지고기 등 식자재 유통 방식을 배우고, 3년간 국밥집 400여 곳을 찾아다니면서 ‘연구’했어요. 그런데 2004년 경부선 KTX가 개통되면서 국밥집이 ‘떴어요’.”



KTX 개통과 국밥집 매상에 어떤 상관관계가….
“부산에서 처음 돼지국밥을 먹었는데 입맛에 맞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우리가 자신 있게 내놓을 맛을 찾았는데, ‘강한 맛’을 선호하는 부산 분들에게는 안 맞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KTX가 개통되자, 공단지역인 사상으로 출장을 오거나 바닷가를 찾는 피서객이 늘면서 외지 손님이 부쩍 늘었어요. 이분들이 ‘맛집’이라고 소개하니 방송 섭외도 들어오고…. 국밥집은 더운 여름엔 겨울보다 매출이 30~40% 정도 줄기 마련인데, 2007년부터는 8월 매출이 1월 매출을 추월했어요.”

박 대표는 일을 시작하면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똑순이’ 형이다. 외식 분야 전문가가 되겠다는 생각에 성균관대, 연세대, 서울대 식품영양산업 CEO 과정과 FCEO(프랜차이즈 CEO) 과정을 다녔고, 현재 부산대 경영대학원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서울에서 수업을 들을 때는 유명 설렁탕, 순대국밥 전문점을 찾아 벤치마킹했고, 막차를 타고 부산에 내려와 돼지육수를 연구했다. 2013년에는 돼지국밥 육수로 특허를 받기도 했다.



“2차 나갑니까?”

20대 중반의 앳된 여성이 억척스러운 식당일을 하다 보니 마음의 상처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그 경험이 나눔의 가치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면서 그의 인생도 바뀌었다.

“화장을 하고 카운터에 앉아 있는데 어떤 손님이 ‘요즘은 국밥집 직원도 2차 나가냐’며 불쾌한 농담을 하더군요. ‘대학 졸업하고 직장을 못 구해서 식당에서 일하느냐’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50, 60대 아주머니 직원들에게 손톱 관리와 머리수건 착용 등 위생교육을 시키면 ‘어린애가 뭘 안다고’ 하면서 무시하는 분이 태반이었죠. 그런데 식당 일을 하면서 어릴 때 경험하지 못한 여러 사회적 문제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접할 수 있었죠. 배를 곯는 아이도 보고, ‘가족을 먹여 살리려고’ 식당 일 마치고 ‘투 잡’ 뛰는 아주머니들도 만나고…. 결혼업체를 차린 것도 이런 경험 때문이죠.”

두 아이의 엄마인 박 대표가 봉사활동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2008년 사상 지역 보육원 아이들을 식당으로 불러 국밥을 ‘대접’했는데, 아이들이 수육을 잘 못 먹더라고요. 고기를 잘 못 먹어서 낯설어 하는 모습에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저소득층 아이들이 ‘매달 특식(돼지국밥) 먹는 날을 기다린다’고 웃을 때는 저도 눈물이 나더라고요.

사상구에서 시작한 ‘국밥 나눔’ 활동을 2012년부터는 동래구까지 넓혔다. 그해 동래점을 열고 8개월간은 약 1000인분의 돼지국밥을 매달 동래구청 푸드뱅크에 기부했다. 포장 팩에 국물과 고기를 담아 기부했는데, 구청에서 걱정이 됐는지 ‘무리하지 말라’는 전화도 걸어왔다. 이후 매월 250인분씩  동래구 관내 지역아동센터에 보내고 있다. 2013년부터는 식당 주차장에서 이틀간 배추 400포기를 씻고 절이고 양념에 버무려서 담근 김장 나누기 봉사활동을 했다. 내친김에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고 부산시 식품안전컨설팅 자문위원으로 재능기부 강의에도 나섰다. 박 대표의 사연은 지역 일간지 ‘부산일보’에 소개됐고, 지역방송 KNN의 ‘공익 광고’로 만들어졌다. ‘자영업분야 신지식인 선정’ ‘대한민국 자랑스런 워킹맘 100인 선정’ 등 수많은 상도 받았다.


꽃반지 매칭시스템

“봉사를 하면서 일자리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제대로 된 일자리가 많으면 생계를 위해 고단한 ‘투 잡’을 하거나, 고기 못 먹는 저소득층 아이도 없을 거잖아요?  그래서 사회적기업을 만들어 저소득층 아주머니들이 자립하도록 도와야겠다고 생각했죠.”

박 대표는 2013년 (주)그루나래를 설립해 이듬해 부산시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았다. 세계적인 사회적기업 ‘탐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아토피 어린이를 위한 내복도 만들어보고,  커피숍과 견과류 식품도 만들면서 ‘자립 모델’을 연구했다. 그러나 사회적기업은 각 매장을 사회적기업으로 등록해야 했고, 기존 유통 시스템과 경쟁하는 데에 힘이 부쳤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뭔지 고민하다가 ‘결혼’을 떠올렸어요. 결혼 얘기만 나오면 아주머니들은 자신들이 ‘남자 보는 눈이 있다’며 한참 수다를 떨더군요. ‘이거다’ 싶었죠.”

때마침 잘 알고 지내던 지인(양정문 이노포인트 대표)이 자신의 회사가 만드는 ‘매칭(결혼)시스템’에 대해 자문을 구하면서 두 사람은 의기투합했다. 박 대표는 평소 (사)한국청년회의소(JC)와 부산 분권혁신운동본부 등 여러 단체 회원으로 사회활동을 하면서 남성들의 결혼관도 잘 알고 있었다. 양 대표는 박 대표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박 대표는 양 대표를 ‘꿈을 현실로 만들어준 귀인’이라고 표현한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

“토론 끝에 사업 모델을 정했어요. 전국의 꽃반지 센터와 센터에서 일하는 매칭플래너(커플매니저)는 본사 소속이 아닌 파트너로서 독립적으로 활동하는데, ‘꽃반지 매칭시스템’을 바탕으로 일을 해요. 회원이나 센터장, 매칭플래너는 웹브라우저나 애플리케이션(앱)에 회원 요구사항을 보내면, 웹서버는 여러 데이터베이스(DB)에 접근해 검색기준에 맞는 자료를 웹서버에 전달하고, 웹서버는 조회 결과와 요청 자료를 회원 등에 보냅니다. 핵심은 시스템인데요, 기존 업체가 회원가입 시 작성한 인적 자료와 이상형의 배우자상을 바탕으로 해 커플매니저의 ‘감(感)’으로 매칭하는 것을 우리는 과학적으로 시스템화했어요. 회원들의 인적사항과 이상형 배우자,  심리·성격 분석, 직무성향 분석, BMI 지수 분석 등 다양한 분석 프로그램을 통해 ‘짝’을 찾습니다.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이 회원들의 1차 맞선 상대를 골라내면, 매칭플래너가 한 번 더 검토한 뒤 소개하죠. 그러니 자신에게 딱 맞는 이상형을 고를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죠. 현재 전국 12개 센터를 갖췄는데, 각 센터는 사회적기업으로 독립시킬 겁니다.”



결혼 성사율 ↑, 이혼율 ↓

결혼도 과학이군요.
“그렇죠. 결혼의 과학화를 추구한 거죠. 기존 업체는 학력과 경제력, 가족관계 등을 중심으로 전체 9등급을 매겨 비슷한 상대를 만나게 하는데, 남성은 흔히 여성 외모를, 여성은 남성의 경제력과 학력을 따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정작 결혼한 뒤 남편 사업이 어려워지면 부부관계도 흔들리죠. 이땐 아내가 산업전선에 뛰어들 수도 있는데, 이런 아내의 ‘미래 가치’까지 성격·심리 분석을 통해 미리 파악하는 거죠. 결혼하지 않아도 최소한 자신의 성격과 성향은 알 수 있죠.”

결혼업체는 입회비와 결혼성사 후 사례금이 비싼 걸로 알고 있는데요.
“기존 업체는 입회비로 60만~300만 원, 결혼사례금으로 100만~1000만 원을 받는데, 사실 1000만 원 이상 사례하는 경우도 많아요. ‘비용 문턱’이 높아요. 그래서 우린 입회비를 받지 않고, 회원들이 자율적으로 DB를 검색할 수도 있도록 했어요. 회원이 앱을 통해 만남을 요청하고, 만남이 이뤄지면 결제(사파이어, 다이아몬드 등 각 코스에 따라 10만~30만 원)하도록 해 큰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죠. 결혼이 성사되면 사례금도 회원이 자율적으로 기부하도록 했어요. 센터장은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면 포상 실적을 주고요.”


싱크탱크 ‘위키 브레인 연구소’

공익적 성격이 강하니 좋긴 한데, 센터장이나 매칭플래너의 수입은 줄겠는데요?
“대신 PC, 모바일, 앱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서버가 있잖아요. 맞선장소와 상견례를 주로하는 레스토랑이나 예식장, 여행업체, 혼수용품업체, 이삿짐센터, 꽃집, 호텔, 예복 전문점, 인테리어 업체 등 결혼 관련 업체 광고를 통해 수익을 내니 회원 부담은 줄어들죠.”

산업공학 박사인 양정문 대표는 ‘신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꽃반지 싱크탱크인 ‘위키 브레인 연구소’에서 3명의 박사 연구원이 국내외 DB를 바탕으로 다양한 매칭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미국에선 결혼한 사람의 33%가 상대의 냄새에 이끌려 결혼할 만큼 결혼에서 ‘후각 정보’도 중요하다. 여성이 좋아하는 후각 정보를 계량화해 이에 맞는 남성을 소개하는 시스템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녀의 키 차이, 학력 차이, 부모 동거 여부, 근로 시간 등이 결혼에 미치는 영향 같은 기존 논문은 물론, 다양한 해외 연구와 결혼 희망자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만큼 성사율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지는 박 대표와의 인터뷰.

매칭플래너는 어떻게 뽑나요?
“(주)그루나래에서 매칭플래너를 교육합니다. 주로 기혼 여성이 많은데요, 이들은 ‘결혼의 중요성’ ‘결혼중개업 법률과 제도’ ‘결혼 소비자 문제’ ‘사회적 책임’ 등 4단계 과정을 이수해야 합니다. 강사는 모 대학 법학 교수와 전문가들이 맡고 있고요. 특히 ‘결혼의 중요성’ 과정은 결혼중개업이 단순히 돈만 버는 업이 아니란 걸 명확하게 인식시켜줘요.”

센터장은요?
“꽃반지 센터장 중에는 처음 시작하는 분들도 있고, 기존 결혼중개업체를 운영하는 분도 있습니다. 기존 업체는 대부분 본사 직영으로 센터를 운영하지만 우린 시스템을 함께 이용하는 ‘파트너사’입니다. 기존 업체 분들도 꽃반지 사업계획을 설명하면 ‘함께 하고 싶다’고 해요.”



“상처받는 아이도 줄겠죠”

기존 결혼중개업체에서 ‘가공의 인물’을 내세워 만남을 주선해 문제가 되기도 했지요.
“그래서 결혼중개업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어요. 최근 3만 명의 회원 DB를 보유하고 있다는 분을 만났는데, 회원들의 가입비 입금 내역, 만남 성사 횟수 같은 자료를 보여달라고 했더니 그제야 없다고 하더군요. ‘허위 DB’인 거죠. 우린 ‘위키 브레인 연구소’가 이러한 ‘데이터 리스크’를 걸러냅니다.”

소개는 어떻게 합니까. 단체로 만납니까.
“5월 21일이 부부의 날이잖아요. 둘(2)이 하나(1)된 날. 그래서 매월 21일 ‘프로포즈 데이’ 행사를 열어 단체 만남을 가질 겁니다. 물론 둘이 만나건, 단체로 만나건 그건 회원들이 매칭플래너와 상의해 결정할 거고요.”

박 대표는 ‘사회적 결혼정보회사’를 지향하는 만큼 봉사와 공익성에 방점을 둔다. 예비 커플들이 봉사활동을 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봉사 만남’도 기획하고 있다. 현재까지 13명의 매칭플래너가 4단계 과정을 수료하고 활동 중인데,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하는 매칭플래너를 양성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는 ‘초발심’은 잊지 않는다.  

“전국 300개 ‘꽃반지센터’가 사회적 기업으로 등록하고, 각 센터에 20명의 매칭플래너가 활동하고, 20명의 커플서포터(회원 소개 및 만남 주선자)가 활동하면 12만 개의 일자리가 생겨요(웃음). 보통 결혼정보회사는 1~6개월 내 결혼을 성사시켜 성사금을 받으면 끝이지만, 우리는 결혼 이후에도 부부문제 상담과 임신, 태교, 육아, 교육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케어’하는 종합 결혼정보업체로 나갈 겁니다. ‘파티플래너’ ‘웨딩플래너’ ‘베이비플래너’ 같은 다양한 직업교육도 준비할 거고요. 그렇게 되면 상처받는 아이도 줄어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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