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직격 고발

국민연금관리공단 직원 자살로 본 공단 난맥상

무리한 실적경쟁, 원칙 없는 업무처리의 ‘쌍끌이’ 경연장

  • 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국민연금관리공단 직원 자살로 본 공단 난맥상

2/6
숨진 송차장은 이른바 자격업무 담당직원. 통상 연금공단 직원의 업무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자격·징수·급여업무가 그것이다. 이 중 자격업무는 가입자 이력을 관리하며 보험료를 조정하는 게 주된 일.

1989년 의료보험공단(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송차장은 연금공단이 인력을 증원한 1999년 1월 연금공단으로 옮겼다. 자살하기 전까지 4년7개월간 연금공단에서 일한 그는 서울의 지사에서도 근무한 적이 있고, 자격업무를 맡은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남원지사에선 본래 행정지원팀 소속이었다가 지난해 7월 가입자관리팀으로 발령받았다. 연금공단 직급은 1∼6급으로, 전국의 각 지사장들은 1급 직원이다(2급 지사장도 2명 있음). 4급인 송차장은 대리다. 그러나 대리승진 이후 6년이 지나면 ‘차장대우’가 돼 차장으로 호칭이 바뀌었다.

남원지사의 관할구역은 남원시와 임실군, 순창군, 무주군, 진안군, 장수군 등이다. 이 중 진안군은 송차장의 고향이기도 하다. 남원지사의 소속 직원은 모두 28명. 이 가운데 자격업무 담당자는 4명으로, 송차장, 그와 업무대직관계에 있던 동료직원 S씨(35), 여직원 2명이다.

송차장이 유서에서 언급한 ‘소득조정’과 ‘납부예외율 축소’는 과연 어떤 업무일까.

소득조정이란 신고소득이 낮은 가입자의 실제소득을 파악한 뒤 연금보험료 부과기준이 되는 표준소득월액의 등급(1∼45등급)을 그에 맞춰 상향조정하는 업무다. 또 납부예외자란 연금보험에 가입은 되지만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되는 가입자를 말한다. 추후 소득이 발생할 때 보험료를 납부하면 되며, 군입대자나 학생, 재소·감호자, 행방불명자, 실직자 등이 이에 속한다. 따라서 납부예외율 축소는 납부예외자들 가운데 납부예외 사유가 해소된 이들에게 소득신고를 독려해서 보험료를 납부토록 함으로써 납부예외자 비율을 줄여나가는 업무다.



연금공단은 지난해부터 납부예외율 축소사업을 대대적으로 실시해왔다. 2003년 6월말 현재 전국의 국민연금 가입자는 1689만7000여 명. 사업장(직장)가입자는 649만7000여 명, 지역가입자는 1015만7000여 명이다. 납부예외자는 전체 지역가입자 중 42%인 431만9000여 명이나 된다.

연금공단이 소득조정과 납부예외율 축소에 목을 매는 까닭은 소득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사업장가입자와 그렇지 않은 지역가입자 간 신고소득 편차가 커 그동안 줄곧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연금보험료가 소득에서 원천징수되는 ‘유리지갑’인 사업장가입자들과 달리 보험료를 직접 납부해야 하는 지역가입자들에겐 소득조정과 납부예외율 축소가 매우 민감한 사안임을 뜻한다.

송차장의 동료직원 S씨는 “대도시에 소재한 1급지 지사들의 경우 지난 3월부터 소득조정을 해왔지만, 2급지인 남원지사에선 6월부터 시작했다. 반면 납부예외율 축소는 꾸준히 해왔다”며 “송차장이 이들 업무의 제도적 맹점에 대해 회의를 느껴온 건 사실이며, 이는 경찰조사에서도 진술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직원 1인당 소득조정업무 2177건

문제는 이들 업무의 양이 과중해 담당직원들의 업무부하가 극심하다는 점. 연금공단 노조에 따르면 공단측이 올해 3월 개시한 소득조정 1단계 사업의 목표 소득조정대상(가입자의 ‘신고소득’이 연금공단이 자체 기준으로 삼는 ‘신고기준소득’의 60% 미만인 경우) 건수는 무려 106만7000건이다. 반면 전국 80개 연금공단 지사에 근무중인 자격업무 담당자는 490명. 직원 1명당 건수가 평균 2177건에 이른다. 또 8월로 예정된 2단계 사업의 소득조정대상(가입자의 신고소득이 신고기준소득의 80% 미만인 경우) 건수는 232만2000건(추정)으로, 직원 1인당 4738건에 달한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2003년도 1단계 납부예외율 축소사업의 대상 건수도 86만4000건으로 직원 1인당 1763건이나 된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송차장이 유서에서 밝힌 자신의 6∼7월 소득조정 건수 3000여 건은 직원 1인당 평균 건수를 훨씬 웃돈 셈이다. 그는 또 8월부터는 5000여 건을 처리해야 할 상황이었다고 유서에 썼다. 유족에 따르면 송차장은 종종 일거리를 집으로까지 들고와 하곤 했다.

이같은 업무량 폭증 때문에 연금공단은 이른바 ‘국민연금 직장체험 희망자’를 모집, 운영한다. 하지만 명칭만 그럴 듯할 뿐 실상은 앞서 언급한 소득조정과 납부예외율 축소업무 등에 투입하기 위해 뽑는 임시계약직 신분이다. 이는 연금공단이 자체 인력에 비해 업무량이 과다하다는 점을 자인하는 방증이다.

과도한 업무량도 문제지만, 연금공단 직원들의 소득조정업무 행태를 보면 그야말로 요지경이다. 소득조정시 방문 또는 전화를 통해 가입자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대담하는 절차를 거치는 게 원칙. 하지만 업무가 폭주하고 소득조정 실적은 올려야 하니 책상머리에 앉아 ‘직권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대담 등 절차를 생략하고 직원이 가입자의 신고기준소득을 임의로 상향조정한 뒤 이에 따른 연금보험료 조정결과를 안내문으로 통보해버리는 것. 그런 후 가입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상향조정된 보험료를 징수한다.

2/6
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목록 닫기

국민연금관리공단 직원 자살로 본 공단 난맥상

댓글 창 닫기

2022/08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