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월호

국적 포기, 영주권 취득으로 아들 병역면제 받은 현직 고위 공직자들

  • 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5-06-24 17: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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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환 의원 “장남, 국적 포기로 병역 면제 받은 뒤 귀국해 직장생활”
    • ▶박성범 의원 “차남, 특파원 시절 영주권 취득…고령으로 군대 못 가”
    • ▶이승신 소보원장 “외아들, 미국시민권 얻어 유학비 절약하려 국적 포기”
    국적 포기, 영주권 취득으로 아들 병역면제 받은 현직 고위 공직자들

    한 징병 대상자가 서울 영등포구 대방동 서울지방병무청 제1징병검사장에서 안과 검사를 받고 있다.

    ‘신동아’는 병무청 자료를 단독 입수해 국적 포기 및 영주권 취득으로 아들이 병역의무를 면제받은 현직 1급 이상 고위 공직자, 공공기관 기관장, 국회의원의 실명과 사연을 공개한다. 병무청이 ‘공직자 등의 병역사항신고 및 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들의 자료를 공개한 점을 감안, 실명을 공개하기로 했다.

    최근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의 발의로 국적 관련 법률 개정이 논의되면서 국적 포기로 인한 전·현직 공직자 자제의 병역면제 논란이 크게 불거졌다. 이런 마당에 법적 공개대상인 현직 고위 공직자 자제 전원의 관련 현황이 알려지기는 처음. 취재 결과 영주권 취득에 의한 병역면제도 국적이탈에 의한 병역면제와 비슷한 유형이라 함께 공개했다.

    병무청 자료에 따르면 ‘공직자 등의 병역사항신고 및 공개에 관한 법률’의 대상인 고위 공직자, 공공기관 고위 간부, 선출직 공직자(국회의원·지방의회 의원 등) 중 아들이 병역 면제처분을 받은 사람은 513명이다. 면제 사유는 질병이 462명으로 가장 많고, 이밖에 장기 대기(26명), 고령(5명), 수형(5명), 학력(2명) 순이다. 국적 포기에 의한 병역면제 사례는 7명이고, 영주권 취득에 의한 면제는 5명이다.

    국적 포기로 아들이 병역면제된 공직자는 한나라당 김태환·정의화 의원, 열린우리당 서혜석 의원, 금융감독원 임석식 전문심의위원, 한국소비자보호원 이승신 원장, 정보통신부 진대제 장관, 한국방송공사(KBS) 정연주 사장이다. 영주권 취득으로 아들이 병역면제된 공직자는 금융감독원 A부원장(최근 퇴사), 모 광역시 교육위원회 소속 이모씨, 모 군의원, 모 시의원, 한국방송공사 정연주 사장이다.

    이들 외에 열린우리당 유재건·강봉균 의원, 한나라당 박성범 의원의 아들도 영주권 취득을 사유로 사실상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임명 과정에서 아들의 병역 문제가 공개된 진 장관과 정 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공직자들을 인터뷰해 구체적인 사연과 아들의 근황을 직접 들었다. 이들은 한 사람도 예외없이 “병역면탈의 목적으로 국적을 포기한 것은 절대 아니다”고 밝혔다. 이들 중 일부는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국적법 파문 나서 걱정했었다”

    한나라당 김태환 의원의 장남은 1969년 미국에서 태어나 이중국적 상태로 있다가 1988년과 1997년 두 차례 징병검사를 연기한 뒤 2002년 한국국적을 포기해 병역을 면제받았다. 김 의원은 아시아나항공 부사장을 역임한 기업인 출신으로, 2004년 총선 때 경북 구미에서 당선된 초선 의원이다. 김 의원의 설명이다.

    “아들이 국적을 포기한 2002년 무렵엔 국회의원을 할 생각이 없었다. 그때 정치를 하겠다는 뜻이 있었다면 말렸겠지만…. 그러나 본인이 한국국적 대신 미국시민권을 원하는데 이를 못하게 강요할 수는 없지 않으냐. 상사주재원으로 해외근무가 잦은 나 때문에 아들이 초등학교는 일본, 중학교는 미국, 고등학교는 일본에서 보내며 고생을 많이 했다. 아들은 미국 대학을 나와 시민권을 얻은 뒤 뉴욕에서 직장을 구했다. 국회의원 당선 이전의 일이고, 총선 때 시민단체에서도 문제삼지 않았다.”

    아들의 근황을 묻자 김 의원은 “지금은 귀국해 서울에서 직장생활(미국 모 컨설팅사 한국지사장)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의 장남(1980년생)도 미국에서 태어나 귀국한 뒤 이중국적 상태로 있다가 2001년 한국국적을 포기, 병역면제처분을 받았다. 정 의원은 의사 출신으로 기업체를 경영하고 있다. 정 의원은 “아들이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미국 대학에 입학하면서 ‘미국국적을 갖고 공부하는 것이 좋겠다’고 해 한국국적을 포기했다. 미국에서 대학원을 마치고 귀국하면 다시 한국국적으로 바꿔 병역의무를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서혜석 의원(변호사 출신)은 2004년 4월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해 2005년 1월 의원직을 승계했다. 서 의원의 장남 이모씨는 1984년 미국에서 태어나 이중국적 상태로 있다가 한국국적을 포기해 병역의무를 면제받았다. 그러나 장남은 2004년 2월 법무부에 국적 회복을 신청해 한국국적을 회복했으며, 2005년 1월 신체검사를 받아 현역판정을 받았다.

    “서 의원의 정계 입문 시점과 장남의 국적 회복 시점이 비슷하다”는 질문에 서 의원은 “장남의 국적 회복 결정과 나의 정계 입문은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서 의원의 설명이다.

    “장남은 한국에서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해 1999년 일찌감치 한국국적을 포기했다. 그러나 고등학교 때 학업에 충실해 의과대학에 들어갔다. 대학 입학 후 마음이 바뀌어 한국국적을 다시 취득한 것이다.”

    이승신 한국소비자보호원 원장의 외아들 정모씨는 1984년 미국에서 태어나 이중국적 상태로 있다가 2002년 한국 국적을 포기해 병역을 면제받았다. 다음은 이 원장의 설명이다.

    “아들은 미국에서 귀국한 뒤 한국에서 외국어고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결정했다. 본인이 2002년 한국국적 포기를 원해서 그렇게 했다. 미국 시민이 되면 한국인에 비해 학비가 3분의 1 정도로 저렴해져 유학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국적을 포기한 것으로 안다. 아들은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면 한국국적을 다시 취득해 병역의무를 마칠 계획이다. 다만 대학원 진학 등이 유동적이어서 유학이 언제 끝날지는 미정이다.”

    “언론이 ‘국적 포기로 인한 아들 병역면제’에 대한 잣대를 본인에게 적용하는 것이 지나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 원장은 “정부산하기관장으로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최근 사회적으로 국적법 개정 파문이 커지면서 서울대 교수인 남편과 아들 문제로 걱정했다. 그러나 아들은 내가 소보원장으로 임명되기 이전에 국적을 포기했다. 병역면탈의 목적이 전혀 아니다”고 주장했다.

    병무청 자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임석식 전문심의위원의 아들(1982년생)은 1999년 국적상실로 병역면제처분을 받은 것으로 돼 있다. 임 전문심의위원은 여러 차례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병무청에 따르면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의 아들(1978년생)은 1998년 ‘가족 모두의 영주권 취득’ 사유로 병역면제처분을 받은 뒤 2003년 한국국적을 포기했다. 정연주 한국방송공사 사장의 장남(1975년생)도 1995년 ‘가족 모두의 영주권 취득’으로 병역을 면제받았으며, 차남(1977년생)도 1995년 같은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은 뒤 2003년 한국국적을 포기한 것으로 돼 있다.

    여야 의원 3명 아들, ‘영주권’ 미필

    한나라당 박성범 의원의 차남(1971년생)은 1990년 ‘국외영주’ 사유로 징병검사를 연기한 뒤 35세인 2005년 6월 현재까지 병역미필 상태다. 박 의원은 “방송국 특파원을 마치고 귀국할 때 함께 못 왔다. 아들은 영주권을 얻어 미국 LA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 귀국을 못하고 있으며 나이가 많아 군대에 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병무청에 따르면 박 의원의 장남(1968년생)도 징병검사 연기, 국외거주 등의 사유로 지금까지 ‘병역미필’로 돼 있다.

    열린우리당 유재건 의원의 아들(1971년생)도 1998년 징병검사를 연기한 뒤 35세인 현재까지 ‘국외영주’ 사유로 ‘병역미필’이다. 유 의원 측근은 “미국에서 태어나 영주권을 받아 계속 생활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현재 국회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다.

    열린우리당 강봉균 의원의 아들(1974년생)은 1993년 영주권 취득을 이유로 소집기일이 연기된 이후 32세인 현재까지 병역미필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강 의원측에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강 의원은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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