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호

[사바나] “통합당은 메뉴판‧음식‧직원 모두 엉망”

천하람 젊은보수 대표 “낡은 보수 설 자리, 없다”

  •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0-04-23 14:5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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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뉴판 펼치면 ‘옆 식당 맛없다’고만 적혀 있어

    • 민주당은 자신들만의 ‘음식’ 내놓고 ‘서빙’ 직원까지 친절

    • 고압적 직원들 탓에 단골들도 떠나

    • ‘영남 자민련’ 전락할 수도

    ‘사바나’는 ‘회를 꾸는 , 청년’의 약칭인 동아일보 출판국의 뉴스랩(News-Lab)으로, 청년의 삶을 주어(主語)로 삼은 이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입니다.

    천하람 젊은보수 대표. [조영철 기자]

    천하람 젊은보수 대표. [조영철 기자]

    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은 253개 지역구 중 84석을 얻었다. 제1야당이 거둔 성적표 치고는 초라하다. 범위를 청년 정치로 좁혀도 통합당은 약세를 보였다. 통합당 소속으로 지역구에서 승리한 30대 후보는 배현진(37) 송파을 당선자 1명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30대 당선자 5명(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김남국)을 배출했다. 

    보수 혁신을 기치로 내걸고 총선에 도전한 거의 모든 통합당 청년 후보들이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천하람(34) 젊은보수 대표도 그들 중 하나. 대구 출신 변호사인 그는 통합당에 험지 중 험지로 꼽히는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에 출마해 3% 득표를 얻는데 그쳤다. 

    선거 직후 천 대표는 김재섭(33) 전 서울 도봉갑 후보, 조성은(32) 전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과 합심해 통합당 청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 조만간 통합당에 꾸려질 비대위에 청년 위원을 진출시키는 게 목표다.

    궁서체로 적은 ‘올드’한 느낌의 메뉴판

    -총선을 총평하면. 

    “낡은 보수가 설 자리는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려준 선거다. 통합당이 TK(대구‧경북)에서 선방했다지만 민주당 역시 30% 지지를 얻었다. 통합당은 호남에서 3~4% 지지밖에 얻지 못하지 않았나. TK 유권자들이 막판에 통합당에 ‘의리 투표’를 한 것이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180석’ 발언이 없었다면 TK에서도 밀렸을 수 있다.” 



    -청년의 눈에 통합당은 어떻게 보이던가. 

    “우리 당이 식당이라고 하면 메뉴판, 음식, 홀, 서빙하는 직원 모두 엉망이다. 메뉴판은 궁서체로 적혀 있어 올드(old)한 느낌이 난다. 메뉴판을 펼쳐보면 대표 음식이 아니라 뜬금없이 ‘옆 식당은 맛이 없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정작 음식을 주문하면 옆집과 비슷한 메뉴가 나온다.” 

    -민주당은 어떤가. 

    “민주당은 메뉴판이 세련됐고, 펼쳐보면 옳건 그르건, 사람이 먼저라느니 포용 국가라느니 자신들만의 음식이 있다. 서빙하는 직원도 친절하다. 통합당 식당에는 1970~80년대 팔던 메뉴를 잊지 못해 찾아온 옛날 단골들만 있다. 그들마저도 고압적인 직원들 탓에 하나 둘씩 식당을 찾지 않고 있다.”

    “정부 비판 말고 할 줄 아는 게 뭐 있나”

    -막말 논란의 타격도 컸겠다. 

    “순천 시민들이 마음을 열려고 하다가 광주 서구갑 주동식 후보의 ‘5·18 막말’ 직후 마음을 닫았다.(주 후보는 4월 8일 KCTV 광주방송에서 방영된 후보자방송연설에서 ‘광주는 80년대의 유산에 사로잡힌 도시, 생산 대신 제사에 매달리는 도시, 과거 비극의 기념비가 젊은이들의 취업과 출산을 가로막는 도시로 추락했다’고 말했다.) 차명진 후보의 세월호 발언과 황교안 전 대표의 n번방 발언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발언들이 통합당을 공감 능력 없는 정당으로 인식시켰다.” 

    -국민들이 통합당에 화가 많이 난 것 같다. 

    “국민들은 너희가 정부 비판 말고 할 줄 아는 게 뭐가 있느냐고 이야기한다. 이번 선거에서 통합당은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지엽적으로 비판하는데 집중했다. 비전은 말하지도 못하고 끝났다.” 

    -황교안 전 대표의 긴급재난소득 일괄 지급은 국민들이 좋아할 만한 공약 아니었나. 

    “인기영합주의 정책이다. 보수 정당이라면 효율적인 재정 집행을 이야기했어야 한다. 물론 코로나19로 모든 사람들이 어렵지만 특히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지원에 집중했어야 했다.” 

    -선거 이후 통합당은 소득 하위 70%에만 재난소득을 지급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것도 잘못이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약속했으면 지켜야 한다. 이제 와서 기획재정부 핑계를 대며 소득 하위 70%에게만 줘야 한다고 태도를 바꾸면 안 된다. 상황이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보수정당은 말과 행동에 무게를 가져야 한다.”

    쇄신하려면 ‘830세대’ 역할 필요

    21대 국회의원 당선자 중 절반이 넘는 151명이 초선 의원이다. 17대 국회(62.5%) 이후 가장 많다.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에서도 초선 의원 58명이 탄생했다. 

    -의원들이 대폭 물갈이됐다. 통합당 쇄신의 터닝 포인트가 될까. 

    “걱정 반 기대 반이지만 걱정이 더 크다. 당내 초선 의원들의 지역구는 영남권에 많다. TK 지역 25명 중 12명이 초선이다. 초선이기에 열린 자세를 기대할 수는 있지만 TK는 개혁보다 안정을 중시하는 지역이다. 자칫 ‘영남 자민련’으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청년 정치인이 마주한 상황은 어떤가. 

    “쇄신하려면 ‘830세대(1980년대생·30대·2000년대 학번)’의 역할이 필요하다. 아쉽게도 지역구에서 배현진 당선자를 제외하고 30대 후보가 모두 낙선했다. 청년 비대위를 조직하려는 이유는 청년의 목소리에 힘을 싣기 위해서다.”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40대 기수론’을 이야기했는데. 

    “40대든 30대든 다 좋다. 젊은 정치인들이 얼굴 마담으로 사용되고 버려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그걸 할 수 있는 정당이라면 과연 여기까지 왔을까. 위기 상황을 맞았으니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우리 당이 과연 할 수 있을까’ 의구심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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