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호

백신 안심? 오히려 불안해해야 하는 5가지 이유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21-03-1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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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월 이후 세계 코로나19 감염·자 재확산 조짐

    • 佛·獨·伊 확진자 급증으로 봉쇄조치 강화

    • 백신 효과 낮추는 바이러스 변이 급증

    • 백신 접종 못 하는 어린이·청소년 감염률 상승

    • 백신 수급 비상…2분기 필요량 310만 명분 이상 부족

    • 백신 부작용 공포로 응급의료 수요 급증 전망

    • 전문가들 “11월 집단면역 달성, 사실상 어려울 것”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3월 17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의 94% 이상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다. [뉴스1]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3월 17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의 94% 이상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다. [뉴스1]

    3월 17일 0시 기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백신 접종자 수는 62만1734명이다. 2월 26일 접종이 시작된 후 19일에 걸쳐 국민 약 1.19%가 1차 접종을 끝냈다(인구 5200만 명 기준). 현재 국내에서 사용하는 화이자 및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2회 접종해야 예방 효과가 완성된다. 아직 갈 길이 먼 셈이다. 

    정부는 적어도 인구 70% 이상이 2차 접종을 완료해야 우리 사회가 집단면역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집단면역은 집단 구성원 상당수가 특정 감염병에 대한 면역력을 갖게 되는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감염병 확산이 느려지거나 아예 멈춘다. 면역이 없는 사람도 상대적으로 안전해질 수 있다. 정부는 9월까지 인구 70% 이상이 백신 1차 접종을 완료하면 11월 무렵 집단면역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마스크 쓰기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 지난해부터 이어온 방역조치만으로 코로나19 전파에 맞서야 한다.

    백신과 함께 찾아온 코로나19 방역 위기

    한때 우리나라는 백신 없이도 세계가 부러워하는 ‘철통 방역’을 자랑했다.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3월 17일 0시 기준 국내 신규 발생 확진자 수는 452명이다. 지난해 8월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차 대유행 정점보다 오히려 많은 수준이다. 당시 신규 환자가 가장 발생한 8월 27일 환자 수는 441명이었다. 최근 1주일 통계만 확인해도 3월 11일(465명), 12일(488명), 13일(490명), 14일(459명) 확진자 수가 ‘2차 대유행 최고점’ 때보다 더 많다. 

    코로나19 환자가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는 점도 문제다. 많은 전문가는 최근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고 있음에도 국내 코로나19 대응은 지난해보다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첫 번째 원인으로 꼽히는 게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대한 대중의 피로감이다. 시민들이 1년 넘게 이어진 방역 조치에 지쳐가는 상황이다. 이때 백신접종이 시작되면서 “이제는 좀 안전해지겠지” 하는 정서가 확산하고 있다. 그 여파로 방역 조치 위반이 늘고,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현상은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미국, 유럽 등 우리보다 앞서 백신접종을 시작한 나라들도 확진자 수 증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겨울 이후 각국 정부의 강력한 방역 조치로 수그러들었던 세계 코로나19 환자 수가 3월 첫 주 증가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백신 공급량 부족

    3월 11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확진자를 응급실로 이송하고 있다. [뉴스1]

    3월 11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확진자를 응급실로 이송하고 있다. [뉴스1]

    국내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게 만드는 두 번째 위협 요소는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다. 현재 접종하는 코로나19 백신은 영국 또는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가 지구를 뒤덮기 전 개발됐다.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효과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세 번째, 우리 인구의 약 15%를 차지하는 어린이·청소년이 코로나19 예방접종을 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코로나19 임상시험은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우리나라에서는 만 18세 이상이 접종 대상이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어린이들은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이 낮은 것으로 여겨졌다. 최근 연구 결과는 다르다. 이스라엘 통계에 따르면 2세 미만 아동 누적 감염자 수가 지난해 11월 377명, 12월 1526명에서 1월 5780명으로 급증했다. 두 달 새 15배가 된 것이다.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어린이·청소년 백신 접종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코로나19 통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네 번째로 살펴볼 방역 위험 요인은 코로나19 백신 공급 부족이다. 정부 시간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인구의 23%인 1200만 명이 1차 접종을 마쳐야 한다. 그러나 상반기 국내 도입이 확정된 백신 물량은 890만 명분이 채 안 된다. 접종 대상자 가운데 310만 명 이상이 백신을 맞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올봄 이후 한국을 코로나19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마지막 원인은 의료계 부담 증가다. 국내 코로나19 관련 의료진은 지난해부터 1년 이상 방역 관리 및 환자 진료 등으로 과로에 시달렸다. 최근 환자 수가 급증해 업무 부담이 늘어난 상황이다. 여기에 전 국민 대상 코로나19 예방접종이 본격화하면 인력 부족이 심화할 소지가 있다. 삼중고를 겪고 있는 의료계에 최근 또 하나의 복병이 나타났다.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이다. 

    방역 당국 통계에 따르면 3월 17일 0시 기준 코로나19 예방접종 이상반응 신고 사례는 9003건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예방접종 개시 후 피접종자 상당수가 근육통, 두통, 발열, 오한, 메스꺼움 등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찾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일반 병원이 발열 환자 진료를 꺼리자 의사를 만나려고 응급실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상당수 의료진이 환자 대응에 허덕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수가 더 늘면 응급환자 진료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최근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시작되면서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사회적 기대감이 커졌다. 많은 사람이 올 겨울쯤엔 마스크를 벗고, 가까운 사람들과 자유롭게 어울리는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를 방해할 장애물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는 상황이다. 많은 전문가는 11월 집단면역 달성을 “현실적으로 어려운 목표”라고 말한다. 지금부터 국내 코로나19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다섯 가지 요인, 그리고 집단면역 달성 실현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자.


    위험 하나 3월 이후 세계적 코로나19 확산 조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던 1월 11일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며 국민 참여를 독려했다. [뉴어크=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던 1월 11일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며 국민 참여를 독려했다. [뉴어크=AP/뉴시스]

    “코로나19 백신 도착은 큰 희망의 순간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집중력을 잃는 순간이기도 하다.” 

    마이크 라이언 세계보건기구(WHO) 긴급대응팀장이 한 말이다. 국제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 집계에 따르면 지난겨울 최악으로 치달았던 코로나19 확산세는 1월 중순에 접어들며 한풀 꺾였다. 1월 11일 기준 ‘직전 1주일간 세계 코로나19 평균 확진자 수’는 74만6091명이었다. 1월 18일엔 66만7563명으로 줄었다. 2월 22일이 되면 신규 환자 수가 36만6593명에 그친다. 하지만 6주간 이어지던 환자 수 감소 흐름은 2월 마지막 주에 멈췄다. 3월 1일 기준 주간 확진자 수는 38만7673명으로 7주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바이든 정부 출범 후 코로나19 확산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미국도 최근 상황이 악화했다. 로셸 월렌스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3월 1일 백악관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일주일간 평균 확진자 수 및 사망자 수가 직전 주에 비해 약 2% 늘었다”고 보고했다. 미국은 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접종자 수가 가장 많은 나라다. 3월 1일 현재 1회 이상 백신을 맞은 사람 수가 9000만 명 수준이다. 그럼에도 확진자 수가 늘어난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백신 효과가 접종 즉시 나타나지 않는 반면, 방역 의식은 그보다 빨리 낮아지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백신접종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이스라엘과 세계 최초로 접종을 시작한 영국의 경우도 접종 시작 한 달 후 확진자 수가 각각 2.7배, 5.5배까지 증가했다는 통계가 있다. 

    백신 제품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완전해지는 건 2차 접종하고 1~2주 뒤부터다. 그사이에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감염 위험이 있다. 

    월드오미터 집계를 보면 미국은 올 초 하루 확진자가 30만 명을 넘다가 2월 중순 5만7000명 선까지 감소했고, 2월 말 다시 8만 명대로 늘었다. 이런 현상은 백신접종에 속도를 내는 유럽 각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해 겨울 하루 8만8000명대에 이르던 확진자 수를 1만 명 대까지 떨어뜨렸다. 그러나 최근 다시 2만1000명 수준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유럽연합(EU) 국가 가운데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는 독일도 3월 둘째 주 확진자 수가 전주보다 33%나 늘면서 코로나19 확산 차단에 비상이 걸렸다. 3월 14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유럽 각국 정부가 신규 확진자 수 급증을 막고자 강력한 방역 조치를 재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는 15일부터 전국 절반 이상을 고위험지역(레드존)으로 지정해 건강·업무 등의 사유가 없는 한 외출을 금지하기 시작했다.

    위험 둘 백신 효과 낮추는 변이 바이러스 확산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는 배경에 방역 의식 해이뿐 아니라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있을 것으로 의심한다.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월 “영국, 브라질, 남아공 등에서 시작된 변이 바이러스가 빠른 속도로 세계에 퍼져나가고 있다. 바이러스 변이 속도가 과학자들 예상보다 빠르다”고 보도했다. 

    김우주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병원체가 전파력을 키우고 중증 환자 사망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이된 양상이 드러난다. 현재 개발된 백신이 이런 변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예방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가 개발한 백신의 남아공발(發) 변이 바이러스 예방 효과는 기존 바이러스의 6분의 1 수준이다. 이에 대응하고자 모더나는 총 2회 접종하도록 설계된 현재 백신을 한 번 더 접종할 경우 변이 바이러스에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이는지 확인하는 임상시험에 나설 계획이다. 김우주 교수는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대응하려면 우리도 충분한 양의 백신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백신이 있어야 뭐라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험 셋 어린이·청소년 감염 위험 증가

    최근 세계 각국에서 어린이·청소년의 코로나19 감염이 급증하는 것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이 배경에도 코로나19 변이가 있는 것으로 의심한다. 2월 9일 영국의학저널(BMJ)은 1월 한 달 동안 이스라엘에서 5만 명 이상의 어린이와 청소년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고 보도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만 16세 이상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진행한 이스라엘에서 어린이·청소년 미접종은 심각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BMJ는 이스라엘 정부 당국자 발언을 인용해 “이스라엘 전문가들은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를 어린 연령층 감염 확산의 원인으로 추정한다”고 전했다. 12월 중순 이스라엘에 해당 바이러스가 나타난 뒤 하루 신규 확진자 중 10세 이하 어린이 비율이 23%까지 증가했다는 이유에서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1월 30일 “변이 바이러스가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더 잘 전파된다는 우려할 만한 징후가 있다”고 밝혔다. 

    이런 양상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월 10일 기준 전체 환자에서 10~19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6.31%(4334명), 0~9세 3.61%(2476명)였다. 한 달 뒤인 2월 10일 10~19세 환자 비율은 6.72%(5503명), 0~9세는 3.90%(3194명)가 됐다. 3월 10일이 되면 이 비율이 0~19세 6.79%, 0~9세 4.13%로 또 오른다. 소폭이지만 어린이 및 청소년 확진자 비율 상승 추세가 뚜렷하다. 전문가들은 최근 대면수업이 확대된 상황에서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어린이·청소년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할 것을 우려한다.


    위험 넷 코로나19 백신 공급 부족

    이런 위험을 사전에 막으려면 백신접종이 가능한 성인 인구 백신접종률이 더욱 높아져야 한다. 정부는 3월 23일부터 65세 이상 요양병원 입소자 등에 대한 백신접종을 시작한다. 뒤이어 특수 교육 및 장애인 교육 교사부터 시작해 유치원, 어린이집, 초등학교 1∼2학년 저학년 교사 등으로 접종을 확대할 예정이다. 비즈니스 출장 등 경제활동 목적 출국자 또한 2분기부터 백신접종 대상에 포함된다. 상반기 중 국민 1200만 명을 대상으로 1차 예방접종을 끝내는 게 정부 목표다. 문제는 이들에게 놓을 백신이 아직 다 준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정부가 확보한 코로나19 백신 물량은 △국제백신공급기구(COVAX·코백스) 1000만 명분 △아스트라제네카 1000만 명분 △화이자 1300만 명분 △얀센 600만 명분 △모더나 2000만 명분 △노바백스 2000만 명분 등 7900만 명분이다. 이 중 코백스가 제공하는 화이자 백신 5만8000명 분, 아스트라제네카가 제공하는 백신 78만7000명분만 국내에 들어와 있다. 여기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455만 명분, 화이자 백신 350만 명분 등 모두 889만5000명분이 상반기에 공급될 예정이다. 1200만 명이 맞기에는 약 310만명분이 부족하다. 현재 정부는 하루빨리 백신을 추가 도입하고자 얀센, 모더나, 노바백스 등 여러 백신 제조사와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언제 백신이 국내에 들어올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우리보다 앞서 백신 확보에 나선 선진국들이 인구의 최대 5~6배에 이르는 물량을 입도선매한 점도 백신 도입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자료에 따르면 미국이 구매 계약을 맺은 백신은 18억1900만 명분으로, 인구(3억2900만 명) 대비 5.5배다. 이탈리아(422%), 영국(421%), 독일 (394%) 등도 막대한 양의 백신을 확보했다. 그러잖아도 백신 생산량 부족이 부족한 터라 많은 이가 백신 수급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위험 다섯 코로나19 백신접종 부작용 공포

    현재 한국이 직면한 또 하나의 어려움은 백신접종 시작 후 응급의료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용수 전남대 의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최근 전국 응급실에는 예기치 못한 폭탄이 떨어졌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예방접종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들로 응급실이 마비되기 직전”이라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이 글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부작용 발생 빈도가 상당히 높다. 고열 통증 근육통 등 경미한 부작용이 거의 모든 사람에게서 관찰되는 듯하다”며 “이는 항체 형성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 있는데 많은 이가 이 문제로 응급실을 찾는다. 의료인보다 훨씬 부작용에 예민한 일반인들이 응급실로 들이닥칠 때, 우리가 과연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응급실 진료가 꼭 필요한 의식 변화, 경련, 혼수, 아나필락시스, 심정지 등이 발생하지 않는 한 (백신 부작용이 나타나도) 응급실 방문을 자제해야 한다. 일반 응급환자의 치료 기회를 빼앗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 접종이 본격화한 후 응급실 포화 상태를 막으려면 예방접종 후 하루이틀 정도 충분한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사회분위기가 필요하다.” 

    조 교수의 제언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도 “백신접종 후 경증 부작용이 나타나는 건 우리 몸에서 면역반응이 잘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다. 국민들이 이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방역 당국이 좀 더 적극적으로 정보를 알리고 소통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후 대응방안’에 대한 자료를 내고 “체온 38.5도 미만, 발생 24시간 이내 발열의 경우 가급적 병원 응급실을 방문하지 말고 항체 형성에 영향을 적게 미치는 아세트아미노펜계열 약물(타이레놀)을 복용하거나 집에서 휴식을 취하라”고 권했다.

    불투명한 11월 집단면역

    인천 가천대길병원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옆 응급실 모습. [뉴시스]

    인천 가천대길병원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옆 응급실 모습. [뉴시스]

    한국은 코로나19 확산 후 세계가 주목한 수준높은 방역 역량을 갖고 있다.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정부가 내놓은 정책에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도 코로나19 유행 확산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문제는 그 '성공'이 집단면역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오히려 장애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2월 26일 ‘제22차 한국과총·의학한림원·과학기술한림원 온라인 공동포럼’에서 국내 코로나19 상황을 ‘바싹 마른 가을 혹은 겨울 장작’으로 묘사했다. 작은 불씨만 있어도 언제든지 큰불로 번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의미에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세계 주요 지역 항체 양성률은 10% 정도다. 반면 국내 방역당국이 2월 14일 발표한 국내 코로나19 항체양성률은 0.3%에 불과하다. 코로나19에 감염돼 항체를 갖게 된 사람이 극소수라는 얘기다. 반면 미국 CDC는 지난해 12월까지 미국인 약 25%가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국민 4명 중 1명이 백신접종 없이도 코로나19 면역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정재훈 가천대 교수는 “우리 국민이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 덕에 우리나라에선 코로나19 감염자가 많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 결과 항체를 가진 사람 수도 매우 적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집단면역을 결정짓는 건 ‘백신 접종률×백신 효과(코로나19 예방률) +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면역획득률’이다. 미국은 예방접종을 통해 추가적으로 40~50% 정도 면역만 제공하면 집단면역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감염으로 인한 면역획득률’이 채 1%도 안 되기 때문에 기댈 곳이 백신접종률과 백신 효과밖에 없다. 백신접종률이 70%에 도달해도 백신 효과가 평균 90%라면 달성되는 집단면역 수준은 63%다. 심지어 한국이 주력으로 접종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임상시험 결과, 코로나19 예방효과가 70% 수준이다. 

    정 교수는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국민 70% 접종 시 집단면역 달성’이라는 표현은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며 “우리나라가 집단면역에 도달하려면 더 많은 국민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우주 고려대 교수도 “인구의 70%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이 형성되기는 어렵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을 감안하면 국민 80%나 그 이상이 접종해야 할 테고, 그러자면 11월 달성 목표를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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