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지역경제는 현대제철을 꼭지로 철강 생태계가 촘촘히 짜여 있다. 현대제철의 열연강판을 현대하이스코, 동부제철 등이 가져가 냉연강판으로 만들고, 이것이 스틸서비스업체로 옮겨져 자동차 외판재 등으로 가공돼 현대차, 기아차 등으로 최종 납품된다. 이밖에 400여 개의 각종 철강업 관련 부품, 소재, 정비 회사가 당진 내에 포진해 있다.
(주)엠텍이엔지도 이런 철강업체 중 하나다. 2002년 한보 출신의 강성진 대표가 설립한 이 회사는 전기로 엔지니어링 업체로 지난해 157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강 대표는 “현대제철 등 당진 소재 대기업에 납품하면서 기술력을 키워 고객을 전국으로, 해외로 확대하고 있다”며 “전체 매출의 20%가량이 수출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이 회사 직원 대부분도 외지에서 왔다.
현대제철은 일관제철소 건설에 9조4850억 원을 투입했다. 현대제철이 집계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생산유발효과 45조8810억 원, 고용창출효과 20만6100명. 3고로 건설현장에만 매일 1만1000여 명의 인력이 투입되고 있다.
자연히 당진은 인구가 늘었고 지역경제에도 활기찬 바람이 불고 있다. 당진 출신으로 천안에서 BMW 딜러를 하고 있는 최재혁 씨는 “충남에서 천안 다음으로 고객이 많은 곳이 당진”이라며 “현대가 투자를 시작한 뒤 땅값이 올라 부자가 된 고향 어르신도 많고, 철강업종에 종사하는 분들도 살림이 넉넉한 편”이라고 전했다.
1990년대 12만 명 선이던 당진 인구는 한보 부도 등의 여파로 한때 12만 명 밑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현대가 들어오면서 인구가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일관제철소를 짓기 시작한 2006년에만 1년 새 1만 명 이상 늘었다. 2013년 1월 현재 당진 인구는 15만4000여 명. 당진시청 관계자는 “매달 400여 명씩 증가하는 셈”이라며 “외국인 근로자도 5000여 명으로 주로 철강업종에 종사한다”고 설명했다. 고용률은 67%로 전국 76개 시 중 3위다.
당진에는 ‘당총’이란 말이 있다. ‘당진에선 총각’이란 뜻으로 가족을 타지에 두고 혼자 당진에 와서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현대제철 당진공장만 해도 직원 4500명 중 2100명이 ‘당총’이다. 송악읍 복운리에는 ‘이주단지’라고 불리는 원룸타운이 형성돼 있다.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200여 채 원룸 건물에는 주로 ‘당총’들이 산다. 당진의 성비는 107.7로 충남에서 남성인구 비율이 가장 높다.
“쇳물이 포항보다 많다”

당진읍내인 수청동 일대는 언뜻 봐도 잘 구획된 신도시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7년 전 LH가 조성한 아파트단지와 근린상가단지엔 활력이 넘친다. 아파트단지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롯데캐슬 등 ‘브랜드’ 아파트들도 최근 분양을 마쳤다. 수청동 주민 구본천 씨(64)는 “평당 1500만 원대에 달하는 부자동네”라며 “쇳물이 포항보다 많다니 잘살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현대제철이 일관제철소를 건설한다고 했을 때 지역민들은 반대하고 나섰다. 조상 대대로 벼농사를 짓던 땅에 제철소가 들어와 환경이 오염되는 것을 염려했다. 철광석과 석탄을 쌓아놓으면 바람에 날려 주변으로 흩어지고 비가 오면 빗물에 상당량이 씻겨 내려가는 게 사실이다. 이런 우려는 현대제철이 5500억 원을 투자해 ‘친환경 제철소’를 짓기로 하면서 해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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