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호

부동산 전문가 3人 “아파트값 당장 안 떨어진다”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21-04-0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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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 작년 절반

    • 쏟아지는 토지 보상금, 부동산값 더 끌어올릴 것

    • 6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이후 ‘매물 잠김’ 예상

    • 두 동짜리 소형 아파트 청약 경쟁률 367대 1 … 여전한 매수 심리

    • “집값 너무 올랐다. 버블 머잖아 꺼진다” 전망도

    올해 서울에 예정된 아파트 입주 물량은 약 2만7000가구로, 4만9000가구 수준이던 작년의 절반 수준이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내려다본 아파트 단지. [뉴스1]

    올해 서울에 예정된 아파트 입주 물량은 약 2만7000가구로, 4만9000가구 수준이던 작년의 절반 수준이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내려다본 아파트 단지. [뉴스1]

    “수도권 주택시장은 당분간 더 오를 여지가 있다. 경기가 풀리는 데다 서울시에 각종 개발 재료가 있어서다. 조만간 값이 떨어질 그림은 아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 전망이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작년 절반 수준이다. 전국 미분양 아파트 수도 관련 통계 작성 후 최저 수준이다. 공급이 씨가 말랐는데 수요는 계속 많다. 당분간 집값 강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조영광 하우스노미스트 분석이다. 

    “국토교통부(국토부)가 올해 3기 수도권 신도시 토지 보상금으로 9조1000억 원을 풀기로 했다.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된 만큼 토지주가 이 돈으로 직접 아파트를 사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대신 자녀 아파트 매입 지원 또는 상가건물 매입 등에 나설 공산이 크다. 이 돈 대부분이 결국 다시 부동산시장에 들어온다. 올 하반기부터 그러잖아도 넘쳐나는 유동성이 더 커질 것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 예측이다. 




    공급 부족, 넘치는 유동성 … 집값 떨어지기 어렵다

    2월 4일 정부는 주택 대량 공급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2·4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후 잠시 안정 국면에 접어든 듯 보이던 부동산시장이 최근 다시 요동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의혹으로 촉발된 이른바 ‘LH사태’가 수요자 불안을 부추기는 양상이다. 상당수 전문가는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 기조, 인플레이션 등을 감안하면 지금은 집값이 떨어질 국면이 아니다”라면서 “정부의 강력한 주택 공급 의지가 매수 심리를 상당 부분 억제했는데 LH사태로 시장 신뢰에 균열이 생긴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2·4 대책’의 핵심은 ‘공급 폭탄’이다. 당시 국토부는 2025년까지 서울 32만3000가구를 포함해 전국에 주택 총 83만6000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3기 수도권 신도시 등에 이미 짓기로 한 127만 가구를 더하면 전체 물량이 200만 가구에 달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시 이 정책을 소개하며 “공급쇼크 수준”이라고 자평했다. 

    노태우 정부도 주택시장 불안으로 지지율이 급락하자 1988년 ‘주택 200만호 건설 계획’을 발표한 일이 있다. 그 일환으로 경기 분당, 일산 등 1기 수도권 신도시를 조성했다. 전국 주택 수가 750만호 남짓하던 시절이다. 박인권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1991년 신도시 입주는 부동산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줬다. 그것을 계기로 서울 집값이 안정됐다”고 평가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도 “우리나라가 부동산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집값이 크게 떨어진 건 딱 세 번뿐이다. 첫 번째가 노태우 정부의 주택 200만호 공급, 두 번째는 1998년 IMF 외환위기, 세 번째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라고 밝혔다. 달리 말하면 ‘물량 폭탄’이나 외부 돌발 악재가 없는 한 국내 부동산시장에서 한번 오른 가격은 웬만하면 유지된다는 의미가 된다. 고 원장은 “부동산시장은 침체기에 접어들어도 매물 가격이 뚝뚝 떨어지기보다 시세가 거의 움직이지 않는 보합 또는 소폭 하락하는 약보합 경향을 보이는 게 보통”이라고 설명했다. 


    200만호 공급 약속, 당장은 아니다

    2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 브리핑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택 80만호 신규 공급 구상을 밝히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 브리핑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택 80만호 신규 공급 구상을 밝히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때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집값 하락을 야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실은 달랐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부동산시장에서 일상적 경기침체는 유동성을 못 이긴다. 코로나19 이후 세계적으로 공급된 유동성 덕에 중산층 이상의 구매력은 오히려 커졌다. 세계 각국이 저금리 정책을 펴는 만큼, 당분간 부동산시장 폭락을 가져올 만한 외부 악재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박 전문위원 설명이다. 

    “금리가 단기간에 1%쯤 오르면 주택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 1년 안에 금리가 3%쯤 오르면 폭락세가 나타날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나 일본 부동산 버블 붕괴 때 공통적으로 금리가 3% 넘게 올랐다. 그러면 시장이 망가진다. 문제는 정부가 지금 부동산값을 잡겠다고 이런 처방을 내놓을 것인지다. 현재 세계 각국 정부는 ‘상생’을 목표로 경제를 운용하고 있다. 금리를 낮게 유지하고 유동성을 풍부하게 공급해 시장에 돈이 골고루 돌아가게 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만 금리가 급격히 올라가리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현재로서 집값을 떨어뜨릴 방법은 주택 대량 공급 정도밖에 없다. 정부가 약속한 200만호가 시장에 나와 집값을 안정시킬 시점은 언제가 될까. 조영광 하우스노미스트는 “당장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정부가 밝힌 시간표를 봐도 대규모 공급 시작 시점이 2025년 무렵이다. 지금부터 그때까지는 입주 예정 아파트가 드물고, 미분양 물량은 없다시피 하며, 재건축도 막힌 사실상 ‘공급 절벽’ 상황이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6월 1일 시작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양도세) 중과 정책도 공급 부족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조정대상지역에 주택을 두 채 가진 사람이 집을 팔 경우 양도세는 기본세율(6∼42%)에 구간별로 10%포인트를 더한 16∼52%다. 3주택자에게는 20%포인트 높은 26∼62% 세율을 적용한다. 6월부터는 여기에 다시 10%포인트씩 추가된다. 2주택자 세율은 26∼65%, 3주택자는 36∼75%인 셈이다. 

    당초 정부는 이 제도 시행을 앞두고 세금 부담을 줄이려는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공급이 많지 않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부동산 거래는 계약 후 잔금 지급까지 보통 2~3개월이 소요된다. 3~4월이 지나면 양도세 회피 매물이 나오기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권 교수는 “다주택자 입장에서 보면 현재 세율도 충분히 높기 때문에 집을 내놓기 부담스러운 것”이라며 “정부가 6월 전 양도세를 일시적으로라도 낮춰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나오게 유도했으면 거래시장이 정상화되고, 결과적으로 전월세시장도 안정됐을 텐데 시기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다주택자 양도세가 지금보다 더 오르는 6월 이후에는 다주택자 매물이 사실상 잠길 것이라는 게 상당수 전문가 분석이다.

    두 동짜리 소형 아파트 청약 경쟁률 367대 1

    경기 하남 교산신도시 예정지 풍경. 정부는 올해 이곳을 비롯한 3기 수도권 신도시 토지 보상금으로 9조1000억 원을 풀기로 했다. [뉴스1]

    경기 하남 교산신도시 예정지 풍경. 정부는 올해 이곳을 비롯한 3기 수도권 신도시 토지 보상금으로 9조1000억 원을 풀기로 했다. [뉴스1]

    주택 공급이 다소 부족해도 매수 희망자가 많지 않다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현실은 다르다. 3월 3일 올해 서울에서 처음으로 분양한 자양하늘채베르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367.4대 1을 기록했다. 자양하늘채베르는 2개동 165채 규모 단지다. 이번에 전용면적 46m² 크기 소형 아파트를 일반 분양으로 공급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규모 단지, 소형 평형 아파트는 청약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지 않았다. 최근엔 당첨만 된다면 어느 아파트라도 좋다는 수요가 넘쳐난다. 자양하늘채베르 평균 분양가는 3.3㎡당 2580만 원으로, 현재 자양동 시세의 약 70% 수준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몇년 간 급등하는 집값을 속수무책 바라보기만 했던 무주택 서민에게 청약은 이제 ‘벼락거지’ 상황을 극복할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진다”며 “4월 서울 서초구에서 ‘래미안 원베일리’ 분양이 시작되면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 주택 매수 심리가 얼마나 큰지 또 한 번 확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 원베일리 일반 분양가는 3.3㎡당 평균 5600만 원이 넘는다. 사상 최고액이지만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지 않다. 주위 아파트 시세가 3.3㎡당 1억 원에 이르는 까닭이다. 박합수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원베일리에 이어 분양이 예정된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도 주변 시세보다 많게는 10억까지 저렴하게 분양하는 이른바 ‘로또 아파트’로 평가된다. 이런 단지가 경쟁률 수백 대 1을 기록하며 분양에 성공하면 현재 주택 매수를 망설이는 수요자들 사이에서 ‘나도 더 늦기 전에 집을 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심리가 커져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올해부터 주택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하는 전문가도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원장은 “부동산시장에는 사이클이 있다. 지금은 사이클상 고점에 임박한 때로, 곧 거품이 빠지는 시기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고 원장 분석이다. 

    “최근 7~8년간 국내 주택 값은 역대 최고 상승 기간, 상승 폭 기록을 갈아치우며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시장에 공급된 과도한 유동성, 시장 참여자의 가격 상승 기대감 등이 한꺼번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영원히 계속될 수는 없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현재 부동산 가격의 10~20%는 거품(버블)일 수 있다. 거품은 언젠가 빠진다. 또 부동산 경기침체는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 지금 수익을 노리고 부동산시장에 뛰어드는 건 위험한 일일 수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지금은 집을 살 때가 아니다”라는 의견이다. 그는 “부동산 값이 단기간에 너무 올랐다. 당분간 숨 고르기를 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부동산시장에 아예 신규 공급이 끊어진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 정부의 주택 공급 의지가 확고하다. 그렇다면 정상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어떤 자산도 100배, 200배 계속 오르지는 않는다. 다시 오른다 해도 쉬어가는 타이밍이 온다. 지금이 그렇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매수를 계획하는 사람은 당분간 시장 상황을 지켜보라”고 조언했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 소득이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집값만 무한대로 오를 수는 없다. 하반기에 3기 수도권 신도시 사전분양이 시작되는 등 공급이 확대되면 집값이 안정을 찾아갈 것이다. 심지어 정부가 계획한 주택 200만 가구 입주 시기가 서로 맞물리면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수도 있다. 이를 막으려면 정부가 시기 조절에 나서야 할 것이다. 1년 정도는 관망하고, 매수 시점을 살펴보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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