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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인건비에 놀라고 잰 손재주에 반했다

한국기업 투자 급증…베트남·미얀마·캄보디아

  • 윤성학 | 고려대 러시아CIS연구소 교수 dima7@naver.com

싼 인건비에 놀라고 잰 손재주에 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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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중국 위기가 베트남엔 기회
  • ● 영어공부, 외자 유치 열기
  • ● 미얀마는 북한의 미래상?
  • ● 달러로 여행 다니는 캄보디아
싼 인건비에 놀라고 잰 손재주에 반했다

베트남 호찌민시의 롯데마트 오토바이 주차장.(위) 황금으로 덮인 미얀마의 ‘슈웨지곤 파고다’(아래)

동남아시아가 중국을 대신할 생산기지이자 신흥 시장(emerging market)으로 뜨고 있다. 중국 경제가 위기를 겪으면서 동남아에 대한 관심은 특히 더 높아졌다. 이 지역 한국 기업들의 활동도 활발하다. 필자는 최근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를 방문해 이들 세 나라의 정치·경제·사회상을 살펴봤다.

동남아시아에서 한국과의 인적, 물적 교류가 가장 활발한 나라는 베트남이다. 한국과 베트남은 한때 서로 피를 흘리며 싸웠지만 지금은 가족처럼 긴밀하다. 한국으로 결혼하러 온 베트남 여성은 약 5만 명에 달한다. 한국 남자와 베트남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2세도 꾸준히 늘고 있다. 14만 명의 우리 교민이 베트남에 거주하고, 지난해에만 83만 명의 우리 관광객이 베트남을 여행했다.

한국은 베트남 1위 투자국

한국은 베트남 내 최대 투자국이다.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 기업은 전자, 섬유, 신발 등 여러 분야에 걸쳐 4024개 업체에 이른다. 투자 규모는 372억 달러로 압도적 1위다.

우리 기업이 베트남에 공장을 짓는 가장 큰 이유는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에 있다. 9200만 베트남 인구 중 30대 미만 젊은 세대의 비율은 60%. 아직 농업에 종사하는 인력이 46%에 달해 노동력은 더 공급될 여지가 있다. 베트남의 최저임금은 지역별로 조금 다르지만 대개 월 130달러 수준이다. 게다가 국제노동기구(ILO) 등의 조사에 따르면 노동생산성도 높아지고 있다.



베트남과는 달리 중국에선 최근 수년 동안 근로자의 임금이 크게 올랐다. 외국 기업에 대한 특혜는 줄고 규제는 강화됐다.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공장을 옮기자’ ‘처음부터 베트남으로 가자’는 한국 기업이 늘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베트남도 중국의 위기를 자국의 기회로 여긴다.

베트남에서 만난 한국인 사장들은 필자에게 “베트남 근로자들이 중국 근로자들보다 더 근면하고 기술도 더 빨리 익힌다”고 귀띔했다. 교육의 질이 우수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기업인은 “국민 개개인에 대한 기초교육이 탄탄하다. 또한 교육열도 높고 성공하고자 하는 동기도 강하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의 성장 모델은 중국이다. 저임금을 바탕으로 외국 투자를 유치해 산업화와 시장경제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과 베트남의 관계는 썩 좋지 않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베트남을 지배하기 위해 수차례 전쟁을 일으켰다. 지난해 5월엔 중국의 석유시추선이 베트남 동해(중국의 남중국해)에 진입해 시추를 강행하면서 베트남 선박을 물대포로 공격했다. 시위라고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던 베트남에서 대규모 반중시위가 일어났고 중국계 공장들이 습격당했다. 중국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해상 실크로드에 가장 부정적인 국가도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잠재적 위협국으로 주저 없이 중국을 꼽는다.

한국 인건비 10분의 1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서 베트남의 경제중심지 호찌민으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보니 캄보디아와 베트남의 차이가 눈에 들어왔다. 버스는 캄보디아에서 ‘무법 질주’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베트남 국경을 넘어서부터는 규정 속도인 시속 70km를 지키면서 준법 운행했다. 캄보디아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헬멧을 쓰지 않는데, 베트남에선 안 쓴 이가 드물었다. 같은 기후와 토양을 가졌지만 캄보디아에선 토지가 방치되거나 목축지로 사용되는 반면 베트남에선 대개 농지로 개간돼 있었다. 베트남에선 뭔가 체계가 잡혀 있고 질서 있게 돌아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베트남 사람들은 부지런하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러나 베트남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베트남에서 신한은행을 외국계 중 두 번째로 큰 은행으로 키운 허영택 현지 은행장은 “베트남은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돈을 벌려는 정글 자본주의로까진 안 갔다. 공동체를 중시하고 노인을 공경하는 농업사회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긍정적 의미와 부정적 의미를 함께 내포한 듯하다.

외국 자본의 관점에서 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을 가진 반면 베트남은 매력적인 게 별로 없었다. 중국이 외국 기업과 자국 기업의 합작을 유도해 자국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동안 베트남은 외국 기업의 단순 하도급 기지로 전락했다. 그 결과 중국은 알리바바, 바이두, 하이얼, 샤오미 등 많은 글로벌 기업을 키워냈지만 베트남은 이런 기업을 만들지 못했다. 고작해야 페트로 베트남 같은 일부 국영기업, 아시아상업은행, 통신회사 FPT, 부동산개발회사 VIN그룹 정도다. 수출 기업은 거의 없다. 국가적으로 축적된 자본 규모도 미미하다. 이런 것이 베트남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주된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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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학 | 고려대 러시아CIS연구소 교수 dima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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