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호

中의 장기이식 의약품 임상 허용이 WHO 밀착 불렀다

세계 언론이 본 ‘중국의 꼭두각시 WHO’

  • 최창근 객원기자

    caesare21@hanmail.net

    입력2020-06-0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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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티오피아 출신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 연일 親中 행보

    • 아프리카에서 중국은 ‘큰형님’

    • 날로 증대되는 ‘차이나 머니 파워’

    • 국제 보건·의료기구, 중국 내 불법 장기 적출·이식 묵인

    “세계보건기구(WHO)는 매우 중국 중심적(very China-centric)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체 가방(body bags)을 더는 치우고 싶지 않다면 WHO를 정치화 말라”(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일로이던 4월 8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간 설전(舌戰)이 벌어졌다. 미국 대통령과 세계보건기구 수장은 왜 독기 서린 혀로 상대방을 비난한 것일까. 

    핵심 원인은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과 WHO의 친중(親中) 행보다. 1월 9일 중국 우한(武漢)에서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1월 23일 중국 정부는 ‘우한 봉쇄령’을 발령했다. 한국 등 인접 국가에서 환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바이러스가 일파만파로 퍼지던 1월 28일 중국을 방문한 거브러여수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면담하면서 “전염병 대처에 중국 정부가 보여준 확고한 해결 의지와 시의적절하면서도 효과적인 대처가 감탄스럽다”고 상찬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시진핑 주석은 개인적으로 훌륭한 리더십과 지도자적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대처는 단지 자국민을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 세계 사람들을 보호하고 있다”고도 했다. 1월 29일 기자회견에서는 “시 주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있다는 점과 그 대응에 개인적으로 적극 관여하고 있다는 점이 아주 인상적이고 고무적이었다. 중국의 조치 덕분에 바이러스가 다른 나라로 확산하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됐으므로 중국을 거듭 칭찬해야 하겠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 수장의 시진핑 상찬(賞讚)

    그사이 중국 내 확진자는 5000명에 육박했다. 1월 30일이 돼서야 WHO는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때늦은 조치라는 비난이 나왔다.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소극적 행보라는 해석도 붙었다. 이와 관련해 시진핑 주석이 1월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에게 코로나19 팬데믹 경고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슈피겔이 5월 10일 보도하기도 했다. WHO는 즉각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과 시 주석 간에 통화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코로나19’ 명칭과 관련해서도 WHO와 거브러여수스의 ‘중국 눈치 보기’ 논란은 이어졌다. 1월 13일 WHO는 우한발 신종 바이러스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코로나19)’라고 명명했다. 그러면서 ‘우한 폐렴’ ‘우한 바이러스’ 등 지역명이 들어간 명칭이 차별·혐오를 조장할 수 있어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새로운 전염병의 이름을 지을 때 특정 지역이나 사람, 동물 이름을 병명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2015년 WHO 권고에 따른 것이라고 하지만 “중국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따라붙었다. 종전의 ‘스페인 독감’ ‘아프리카 돼지열병’ ‘일본 뇌염’ 등의 질병명이 사용되는 것과 대비돼 특정 국가 봐주기 논란이 일어났다.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선언 시기를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3월 11일 거브러여수스는 코로나19 확산에 대해 “팬데믹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발표했다. 114개국에서 11만8000명이 확진, 4291명이 사망한 시점이었다. “특징지을 수 있다는 평가”라는 모호한 화법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에티오피아의 ‘보건의료 혁명가’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신화=뉴시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신화=뉴시스]

    왜 세계 193개 국가가 가입한 세계보건기구 수장(首長)은 비난을 무릅쓰면서까지 친중 행보를 보이는 것일까. 거브러여수스는 1965년 에티오피아 아스마라에서 태어났다. 7세 때 세 살 어린 남동생이 홍역으로 세상을 떠났다. 동생의 죽음은 그의 인생행로에 영향을 끼쳤다. 보건 전문가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1986년 아스마라대(University of Asmara) 생물학과 졸업 후 쿠데타로 집권한 에티오피아 사회주의 군사정부 내 보건부 산하 기관에서 청소년 공중보건 전문가로 활동했다. 이후 영국 유학길에 올라 1992년 런던대(University of London)에서 면역학·감염증 전공으로 석사 학위, 2000년 노팅엄대(University of Nottingham)에서 공중보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1년 거브러여수스는 에티오피아 티그라이주(州) 보건국장으로 임명됐다. 재직 중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에이즈)·뇌 수막염 등 질병의 발생률 감소에 기여했다. 티그라이주 소재 병원·공중진료소의 전산화 부문에서도 성과를 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03년 에티오피아 보건부 차관으로 임명됐으며 2005~2012년 장관으로 일했다. 보건부 장관 재임 기간 에티오피아 공공 의료 시스템 확충, 영아 사망률 감소에 주력해 성과를 냈다. 결핵·말라리아·에이즈 등의 치명률을 최고 90%까지 낮춰 ‘보건의료 혁명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2년 12월 하일레마리암 데살렌 에티오피아 총리는 거브러여수스를 외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2017년 5월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제70차 세계보건총회(WHA)에서 거브러여수스는 제8대 WHO 사무총장으로 피선됐다. WHO 사무총장은 임기 5년으로 중임(重任)할 수 있는데 WHO 집행이사회가 단일 후보를 추천하고 회원국들에 가부(可否)를 묻는 방식으로 선출해 왔다. 거브러여수스 이전 7명의 사무총장은 집행이사회에서 이 같은 방식의 간선제로 뽑혔다. 역대 사무총장은 유럽과 미주, 동아시아 출신이었다. 이는 아프리카와 중동, 동남아시아 지역 회원국의 불만을 초래했다. 결국 194개 전 회원국이 투표하는 직선제로 사무총장 선출 방식이 바뀌었다. 185개 회원국이 참여한 사무총장 선거에서 거브러여수스는 영국 출신 데이비드 나바로 전 유엔 에볼라 대책 조정관, 사니아 니슈타 전 파키스탄 보건부 장관을 제치고 절반을 넘는 95표로 당선됐다. 이 같은 압승에는 아프리카 55개 회원국의 지지가 바탕이 됐다. 거브러여수스는 WHO 역사상 첫 비(非)의사 출신 수장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쓰기도 했다. 

    거브러여수스의 WHO 사무총장 당선 과정과 그의 친중 행보에는 중국의 입김이 짙게 배어 있다. 거브러여수스의 모국(母國)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친중 국가다. ‘아프리카 속 중국’이라는 별칭도 있다. 2014년 7월 블룸버그통신은 ‘에티오피아, 제2의 중국으로 탈바꿈(Turning Ethiopia Into China’s China)’ 제하의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에티오피아는 중국의 대(對)아프리카 원조 최대 수혜국이다. 2000~2017년 중국은 137억 달러에 달하는 차관을 에티오피아에 공여했다.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참여국인 에티오피아의 사회간접자본 건설에도 중국은 적극적이다.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와 이웃 나라 지부티를 잇는 756㎞ 화물철도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철도 사업에는 40억 달러(4조5000억 원)의 자금이 투입됐다. 그중 중국수출입은행이 29억 달러를 대출해 줬다. 시공도 중국 국유기업 중국철로총공사(CREC), 중국토목공정집단(CCECC)이 맡았다. 지부티 수도 지부티항(港)은 2017년 중국 최초 해외 해군기지가 건설된 곳이다. 지난해 12월 1인당 국내총생산(GDP) 772달러(90만 원), 세계 GDP 139위 수준의 빈국(貧國) 에티오피아는 인공위성 발사에도 성공했다. 중국이 기술·자금을 원조한 결과였다. 

    중국은 아프리카의 ‘다거(大哥·큰형님)’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수립 이후 대(對)아프리카 투자·지원을 이어왔다. 반(反)제국주의 동맹을 명분으로 아프리카 식민국가 독립운동도 물심양면 지원했다.

    차이나 머니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

    ‘왜 국제의료기구들은 중국을 신뢰하는가’라는 제목의 미국 격주간지 ‘내셔널 리뷰’ 기사.

    ‘왜 국제의료기구들은 중국을 신뢰하는가’라는 제목의 미국 격주간지 ‘내셔널 리뷰’ 기사.

    1960년대 미·소 냉전이 첨예하던 시기 중국이 제3세계 외교를 강화하면서 아프리카 제(諸) 국가들과 유대 관계가 강화됐다. 1960년 이후 1만5000명에 이르는 의사를 아프리카에 파견, 보건외교를 전개했다. 중국은 2000년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China-Africa Cooperation Forum·CACF)을 출범해 매년 3회 각료급 회담을 개최하고 있다. 

    중국 굴기(起) 시대를 맞아 ‘차이나 머니’ 투입도 아프리카에 집중되고 있다. 2005~2018년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를 대상으로 한 투자액은 2970억 달러다. 중국인 200만 명이 아프리카에 진출해 1만 개 이상의 기업을 설립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거브러여수스의 친중 행보는 자연스럽다고도 볼 수 있다. 

    WHO 등 국제기구에 대한 중국의 자금 지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2018~2019년 기준 WHO 예산은 56억2300만 달러(6조8600억 원·WHO는 2년 단위로 예산을 편성한다)다. 그중 미국은 16%인 8억9300만 달러(약 1조900억 원)를 분담했다. 같은 기간 중국은 8600만 달러(약 1050억 원)를 분담하는 데 그쳤다. 미국의 10분의 1 수준이다. 대신 중국은 2017년 거브러여수스 당선 후 600억 위안(10조 원)을 WHO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회원국 분담금과 기부금으로 구성되는 WHO 예산 중 기부금 비율이 분담금의 4배를 상회하는 것에 비춰 볼 때 WHO로서는 ‘거부할 이유가 없는 유혹’이었다. 반면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국익 우선’ 기조에 따라 국제기구 분담금을 꾸준히 줄여왔다. 4월 14일 트럼프는 WHO의 무능력과 정치 편향을 이유로 ‘60일간 WHO 자금 지원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이는 추후 WHO 내에서 중국 영향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WHO와 국제보건·의료기구들이 중국에 호의적인 데는 다른 배경도 있다. 3월 13일 미국 격주간지 ‘내셔널 리뷰’는 ‘왜 국제의료기구들은 중국을 신뢰하는가?(Why Do Global Medical Institutions Trust China?)’ 제하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는 “코로나19 초기 발병 시 중국 정부의 은폐 의혹, 확진자·사망자 수 축소 발표 문제 등 전반적인 중국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는데도 왜 중국 정부의 주장을 WHO를 비롯한 국제 보건·의료 관련 기구들이 신뢰하고 옹호하는 태도를 보이는가?”라고 질문한 후 중국 내 인체 장기 적출, 불법 장기 이식 문제가 그 배경에 있다고 보도했다. 또 중국 정부가 일반 재소자, 위구르족, 파룬궁(法輪功) 수련자 등의 장기 이식·밀매를 방조하는 상황에서 WHO, 세계이식학회(The Transplantaion Society·TTS) 등이 중국은 윤리적인 장기 이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옹호하는 점을 지적했다.

    중국 내 불법 장기 적출·이식·임상실험 묵인

    WHO를 비롯한 국제보건·의료기구가 중국 내에서 행해지는 불법 장기 적출·이식·임상실험을 묵인하는 원인은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영향력 때문이다. ‘국가가 장기를 약탈하다(State Organs)’의 공저자인 독일 인권운동가 아르네 슈와츠는 ‘제약회사에 책임을 묻다’라는 글에서 2005~2010년 중국에서 화이자(Pfizer)·노바티스(Novartis)·로슈(Roche)·아스텔라스(Astellas) 등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1236건의 장기이식 사례를 대상으로 한 약품 실험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구미(歐美)에서는 각국의 의료윤리 관련법 상 허용되지 않는 실험들이었다. WHO 내 의사들과 지도부가 중국에 호의적인 이유 중 하나는 미국 유럽 등에서 금지된 인체 대상 의약품 실험을 중국이 제한적으로 허용함으로써 그들과 관계된 다국적 제약회사나 의사들의 이익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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