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이 개장된 1960년대는 이런 조각 미술관이 설립될 수 있는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초대형 조각 작품들이 이때 막 출현하기 시작했고, 가격도 비교적 낮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존 미술관이나 수집가들에겐 이런 대형 작품을 전시할 공간도 없고, 전시하려는 의욕도 없었다. 이런 시기에 옥덴과 스턴은 적절한 위치에 적절한 규모의 땅을 마련해 적은 돈으로도 훌륭한 작품들을 확보할 수 있었으니, 스톰 킹 아트센터가 탄생할 최적의 조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설립자들이 처음부터 이런 대규모 전시장을 계획했던 것은 아니다. 만들다보니 오늘날의 모습이 된 것이다. 스톰 킹은 불과 30여 년 만에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발돋움하며, 조각 작품은 공원이나 미술관 정원에 장식물로 진열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버렸다. 스톰 킹은 기업으로 말하자면 성공한 벤처다. 조각이라는 ‘업종’ 선택도 기발했고, 그중에서도 대형 조각물에 집중한 것은 더 기발한 착상이었다. 사업에서 성공한 기업가 기질이 예술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 셈이다. 스턴 역시 “우리가 가진 예산으로 유럽의 명화를 사려고 했으면 한 점도 못 샀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스톰 킹의 자금원은 옥덴재단이었다. 재단의 운영과 미술관 경영은 스턴이 담당했다. 재단의 물적 배후에는 옥덴의 쇠못 회사 Star Expansion Company가 있었다. 1974년 옥덴이 사망하자 스턴이 장인의 지분을 물려받았고, 1980년대까지 이 회사는 스톰 킹의 주요 자금원 노릇을 했다. 아시아에서 값싼 쇠못이 쏟아져 들어오자 스턴은 1997년 회사를 매각하고 그 돈으로 미술관 운영에 더 공을 들였다.
옥덴이 사망할 때까지 이 미술관 소장품은 모두 옥덴재단이 직접 구입한 것들이었다. 이후에는 스턴이 대형 조각품에 역점을 두고 수집했다. 그때부터 드넓은 벌판에 대형 작품이 하나둘씩 설치되기 시작해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현재 스톰 킹 아트센터의 주요 자금원은 옥덴/스턴 투자기금(Ogden/Stern Investment Fund)과 옥덴재단이다.
용접공 출신 거장
미국 추상표현주의 조각을 창시한 데이비드 스미스는 스톰 킹이 조각 미술관으로 명성을 날리게 한 주인공이다. 옥덴이 1967년 구입한 13점의 스미스 작품이 이 미술관의 ‘종자 작품’이기 때문이다. 옥덴은 이를 계기로 조각 전문 미술관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본관 건물 바로 옆에는 지금도 10점의 스미스 작품이 촘촘하게 전시돼 있다. 이들 작품은 대부분 1960년 전후에 만들어진 것들로 스미스의 예술적 특성이 매우 잘 드러난다고 평가받는다.
스미스는 인디애나 주에서 태어나 열다섯 살 때 오하이오 주로 이주해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녔다. 스무 살 때 뉴욕으로 가서 미술 공부를 시작했으며, 거기서 많은 작가와 교류하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혀나갔다. 뉴욕 주의 북쪽 끝, 볼턴 랜딩(Bolton Landing)이란 곳에 작업장을 마련하고 역시 조각가인 부인 도로시 데너(Dorothy Dehner)와 함께 작업에 몰두하면서 미국 추상표현주의 조각의 대가로 인정받았다. 옥덴은 볼턴랜딩으로 직접 찾아가 그의 작품을 구입했다고 한다.
스미스는 본래 그림과 공예를 공부했지만, 금속 용접에 재미를 붙이면서 조각가로 변신했다. 제 2차 세계대전 중에는 기차 제조회사에서 용접공으로 일했을 정도로 용접에 정통한 인물이다. 추상 작품을 주로 만드는 그는 조각 분야에서 미국 추상표현주의를 개척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철과 스테인리스를 용접해 작품을 만든 첫 조각가로도 인정받는데, 그전에는 거푸집을 만들어 청동주물을 찍어내는 조각이 대세였다.
다섯 살 연상 도로시 데너와는 25년 결혼생활 후 이혼했고, 재혼한 부인과의 사이에서 두 딸을 얻어 작품에 딸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스미스는 59세의 비교적 이른 나이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미국의 유명 미술관은 거의 모두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스톰 킹은 마크 디 수베로(Mark Di Suvero· 1933~ )의 전용 전시장이라도 되듯 남쪽 넓은 벌판의 아주 좋은 위치에 그의 대형 작품 5점을 설치하고 있다. 어느 것도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는 대작들이다. 작품명을 나열하자면 ‘Mother Peace’ ‘Mozart‘s Birthday’ ‘Pyramidian’ ‘Frog Legs’ ‘Neruda‘s Gate’ 등이다.
본관 언덕에서 내려다보면 이 작품들은 각기 개성이 뚜렷하다. 어느 하나 평범한 것이 없다. 추상 작품 역시 작가 나름의 의도와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관람하는 이들은 꼭 거기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자기 나름대로 감상하고 해석하면 그만이다. 그림이든 조각이든 이런 것이 추상 작품의 매력이다.
건물 10층 이상 높이의 작품도 있을 정도로 디 수베로의 작품은 거대하다. 가까이 다가가면 그 규모에 압도당한다. 전체는 물론 부분 부분이 매우 섬세하게 다듬어졌다. 거대한 철골이지만 균형성과 미적 아름다움을 소홀히 하지 않은 것이다. 스톰 킹이 아니었다면 이런 거대 작품의 진가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을까.

행위예술가이자 조각가 장후안의 ‘Three Legged Budd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