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동물萬事㉔]사자 vs 호랑이 결판나지 않는 라이벌전…

라이거와 타이곤은?

  • 이강원 동물칼럼니스트

    powerranger7@hanmail.net

    입력2021-03-17 10: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자연에서 못 만나는 사자와 호랑이

    • 사파리서 만나도 결판 못 내는 라이벌

    • 사자·호랑이 없는 남미는 재규어가 왕

    • 표범은 나무타기, 치타는 달리기로 활로 찾아

    사자와 호랑이 중 어떤 동물이 더 강한 맹수인지 쉽게 판별할 수 없다.  [GettyImage]

    사자와 호랑이 중 어떤 동물이 더 강한 맹수인지 쉽게 판별할 수 없다. [GettyImage]

    축구의 대륙 유럽에서도 영국 ‘프리미어리그’와 스페인 ‘라리가’는 최고 수준의 프로축구 리그다. 대부분의 프로축구 선수들의 꿈의 무대라 불릴 정도다. 현존하는 최고의 축구선수로 꼽히는 리오넬 메시(Lionel Messi)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Cristiano Ronaldo)도 10여 년이 넘게 영국과 스페인 리그에 몸담았다. 당시에도 두 선수는 축구계 최고의 선수이자 맞수였다. 호사가들은 둘 중 어떤 선수가 더 뛰어난지를 두고 설전을 벌였으나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두 선수가 뛰고 있는 리그가 달랐기 때문이다. 

    2008~2009년 메시는 스페인 명문 FC바르셀로나(Barcelona), 호날두는 영국의 강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Manchester United) 선수였다. 도버해협이 두 나라를 가르고 있으니 유럽 최강 축구팀을 결정하는 UFEA챔피언스 리그나 월드컵이 아니라면 두 선수가 맞붙을 일은 없었다. 

    축구선수는 매 경기 ‘기록’이라는 성적표를 받는다. 공격수는 득점이나 어시스트 수가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 성적표만으로 선수 간의 우열을 가리긴 어렵다. 같은 리그에서 뛰는 선수라면 기록으로 비교가 가능하다. 하지만 서로 다른 리그에서 활동하는 선수를 기록으로만 비교하기는 곤란하다. 

    고양잇과 육식동물에는 39개의 종이 있다. 이 정점에 있는 동물이 사자와 호랑이다. 둘 중 어떤 동물이 진정한 맹수의 왕인지를 두고도 설왕설래가 벌어진다. 결판은 쉽게 나지 않는다. 축구로 비유하자면 사자와 호랑이는 각자 다른 리그에서 활동한다. 아프리카 사바나에는 사자가, 아시아 밀림에는 호랑이가 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기 때문에 둘의 먹잇감과 경쟁자가 다르다. 생활환경이 다르므로 그 비교가 객관적일 수 없다. 호랑이의 사냥 성공률이 사자에 비해 몇% 높다고 해서 호랑이가 사자보다 낫다고 보긴 어렵다는 이야기다.

    사자와 호랑이의 대결 같은 ‘메호대전’

    2010년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호날두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났다. 그가 새로 둥지를 튼 곳은 레알 마드리드(Real Madrid). 라리가에 있는 팀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메시가 뛰고 있는 FC바르셀로나와 리그 우승을 두고 다투는 맞수이기도 하다. 호날두의 이적과 동시에 두 선수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일명 ‘메호대전’으로 불리는 싸움은 2018년 호날두가 이탈리아 축구 리그 ‘세리에A’의 명문 축구팀인 유벤투스(Juventus)로 이적하며 막을 내리게 된다. ‘메호대전’에서는 두 선수의 역량을 수치로 비교할 수 있다. 



    결과는 무승부였다. 호날두는 라리가에서 9시즌을 뛰며 리그 292경기에 출전해 311골을 넣었다. 리그 경기당 1.065골이다. 같은 기간 메시도 대단했다. 309경기에 출전해 329골을 넣었다. 메시의 경기당 득점을 소수점 넷째 자리에서 반올림하면 1.065가 된다. 호날두와 같은 수치다. 

    축구판 사자와 호랑이의 싸움이 ‘메호대전’이다. 이런 싸움에는 승자가 없다. 호랑이와 사자는 메시와 호날두처럼 같은 장소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 호랑이는 아시아, 사자는 아프리카로 아예 사는 대륙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람이 만든 동물원에서야 겨우 얼굴을 맞댄다. 호랑이와 사자 등 맹수를 풀어놓고 기르는 사파리에서는 맹수의 왕좌를 두고 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여기서도 결판은 쉽사리 나지 않는다. 사자가 이길 때도 있지만 호랑이가 이길 때도 있다. 둘 중 한 종이 절대적 우위를 점하는 경우는 없다. 

    사자와 호랑이의 능력이 비슷한 원인은 혈연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두 맹수는 같은 표범속(屬)에 속한다. 그만큼 유전적으로 가깝다. 두 동물은 당대에 라이거(liger)와 타이곤(tigon)이라는 후손을 낳을 수 있을 정도다. 라이거는 아버지가 사자, 어머니는 호랑이인 동물이다. 타이곤은 그 반대다. 하지만 그 후손은 지속적인 번식력이 없다. 말과 당나귀도 말속으로 속이 같지만 이들의 잡종인 노새(수컷 당나귀와 암컷 말)와 버새(암컷 당나귀와 수컷 말)도 후손을 볼 수 없다.

    사자·호랑이 없는 곳도 백수의 왕 있다

    강자가 약자의 고기를 먹는 약육강식(弱肉强食)은 자연의 질서다. 식육목(食肉目)은 약한 자의 고기를 먹는 강자의 모임이다. 좌장은 ‘빅캣’이라 불리는 대형 고양잇과 맹수다. 빅캣은 놀라운 운동신경과 강력한 근육을 가지고 있다. 이는 훌륭한 사냥꾼이 되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고양잇과 동물은 실전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무기도 3개나 보유하고 있다. 날카로운 단검 같은 발톱, 단단한 뼈도 부술 수 있는 이빨, 무엇이든 찢을 수 있는 억센 턱이다. 

    사자와 호랑이는 고양잇과 맹수가 모두 가지고 있는 3가지 무기 외에도 또 하나의 특성이 있다. 바로 큰 울음소리다. 수사자의 체중은 성인 남성의 3배다. 수사자가 포효하면 소리가 수km 밖까지 들린다. 사자의 배가 증폭장치(amplifier) 같은 역할을 해서다. 배에서 증폭된 소리는 성대를 거쳐 대지에 퍼진다. 호랑이의 울음소리도 크다. 사자와 비슷한 수준이다. 두 맹수는 큰 울음소리로 영역 표시를 한다. 이들의 표효를 사람의 언어로 해석하자면 ‘관계자 외 출입금지’다. 

    사자와 호랑이가 없는 곳에서는 다른 큰 맹수가 왕 역할을 한다. 사자와 호랑이 다음으로 체구가 큰 고양잇과 동물은 재규어(jaguar)다.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재규어는 맹수의 왕이다. 이곳에는 재규어보다 큰 맹수가 없다. 재규어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는 무장한 인간뿐이다. 

    재규어의 체구는 표범의 두 배지만 외모는 퍽 닮았다. 두 동물의 전신은 검은색 무늬로 덮여있다. 그 무늬 탓에 외모가 비슷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무늬 덕분에 이 둘을 확실히 구분할 수 있다. 재규어의 무늬 안에는 눈동자 같이 보이는 작은 점이 있다. 반면 표범의 무늬는 빈 곳 없이 까맣게 채워져 있다. 

    재규어와 표범은 동물원이 아니면 야생에서 만날 가능성이 낮다. 표범이 사는 대륙에서 재규어가 사는 대륙인 남아메리카로 갈 방법은 없다. 지느러미나 날개가 없는 네발짐승이 헤엄쳐서 대양을 건너는 것은 불가능하다. 둘을 구분해야 하는 상황은 동물원에서나 벌어진다. 구분이 그다지 어렵지도 않다. 무늬와 덩치만 잘 보면 쉽게 표범과 재규어를 분별할 수 있다. 

    대형 고양잇과 맹수(빅캣)가 없는 곳의 왕은 갯과 맹수다. 미국 북서부 옐로스톤공원의 균형자는 회색늑대 무리다. 늑대는 엘크나 무스 같은 대형 초식동물의 개체수를 조절해 숲의 건강을 지킨다. 재규어는 늑대 무리가 공원에서 하는 역할을 남아메리카 밀림에서 한다. 

    대형 포식자는 숲에 사는 다른 생물에게 꼭 필요하다. 초식동물의 개체수가 너무 늘어나면 숲의 생태계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서식지 파괴나 밀렵으로 대형 맹수의 수가 감소하면 초식동물이 과잉 번식해 식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나무 올라타 식량 지키는 치타

    표범은 사냥한 먹잇감을 나무 위에 걸어두는 습성이 있다. [Pixels]

    표범은 사냥한 먹잇감을 나무 위에 걸어두는 습성이 있다. [Pixels]

    체구가 작은 표범과 치타는 먹이피라미드 정점의 지배자가 아니다. 이들은 10~40kg 내외의 중형 초식동물을 먹이로 삼는다. 사자나 호랑이도 이 크기의 동물을 주로 사냥한다. 자신보다 강한 맹수와 먹잇감을 두고 경쟁하는 형국이다. 사냥에 성공해도 안심할 수는 없다. 몸집이 더 큰 맹수가 나타나면 사냥감을 내줘야 한다. 악조건 속에서도 표범과 치타는 멸종하지 않고 꿋꿋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생존 비결은 발톱이다. 다른 고양잇과 동물도 발톱을 주 무기로 사용한다. 표범과 치타는 다른 고양잇과 동물들과 발톱의 사용법이 다르다. 

    표범은 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하는 동물이다. 다른 고양잇과 동물은 지상에만 머물지만, 표범은 나무 위의 공간도 자신의 영역으로 삼는다. 표범에게 지상이 사냥터라면 나무 위는 안식처다. 나무에 올라 쉬거나, 식사를 하고 다음 사냥을 준비한다. 

    표범은 다른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나무 위에 안식처를 꾸렸다. 표범이 사는 곳에는 경쟁자가 많다. 아시아에는 호랑이, 아프리카에는 사자와 하이에나가 있다. 표범은 그들과 충돌을 피한다. 표범은 일대일로 이길 수 있는 맹수를 만나도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다. 대표적 예가 하이에나다. 하이에나가 혼자라면 표범이 쉽게 하이에나를 제압할 수 있다. 

    그러나 야생의 하이에나는 혼자 다니는 일이 드물다. 하이에나 떼는 사자도 피하는 사바나의 강자다. 무턱대고 덤벼들었다가는 어렵게 잡은 먹이뿐만 아니라 목숨까지 잃을 위험이 크다. 다른 맹수의 강도질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올 수 없는 곳에 식량을 비축하는 편이 현명하다. 이 같은 이유로 표범은 사냥이 끝나면 나무의 높은 가지에 먹이를 걸어둔다. 

    표범은 나무에 잘 오를 수 있는 신체를 타고났다. 표범은 다른 고양잇과 맹수에 비해 몸이 가볍다. 암사자는 성인 남성 2명 체중(100~190㎏)이며, 수사자의 체중은 3명(160~250㎏) 정도다. 호랑이도 비슷하다. 반면 표범의 체중은 수컷이 37~90㎏, 암컷은 28~60㎏에 불과하다. 뒷다리 힘도 표범이 나무를 잘 타고 오르는 이유 중 하나다. 표범의 뒷다리에는 자기 체중과 먹잇감을 합친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근육이 있다. 

    날카롭고 견고한 발톱도 표범의 나무 타기를 돕는다. 날이 선 표범의 날카로운 발톱은 나무를 찍고 오르기에 안성맞춤이다. 산악인들이 암벽이나 빙벽을 찍어서 오르는 피켈처럼 표범은 나무에 발톱을 박아가며 나무를 오른다. 

    나무에 오르는 능력 덕분에 표범은 안전하게 식사할 수 있다. 사냥에도 도움이 된다. 표범은 원숭이 등 나무 위에 사는 동물도 종종 사냥한다. 나무에 오르지 않는 동물을 사냥하는 데에도 나무 위 안식처가 도움을 준다. 표범은 나무 위에 매복하다가 지나가는 동물을 습격한다. 표범이 자신의 체중을 실어 나무 위에서 뛰어내려 공격한다. 머리 위까지 경계하지 않던 사냥감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다.

    발톱 스파이크로 사바나 육상 정점 선 치타

    고양잇과 동물은 발톱을 숨겼다가 사냥할 때 이를 꺼내 사용한다. 발톱을 숨기면 사냥감에 접근할 때 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고양잇과 동물을 은밀한 사냥꾼이라고 한다. 비범한 사냥꾼 치타는 고양잇과 동물의 발톱 사용 방식을 거부한다. 치타는 평시에도 발톱을 드러낸다. 노출된 발톱은 지면에 닿는다. 다른 고양잇과 동물들과 달리 발톱이 마모될 가능성이 높다. 다른 고양잇과 동물과는 달리 그 끝이 날카롭지 않다. 치타는 발톱을 무기로 쓰지 않는다. 치타의 발톱은 더 빠르게 달리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임팔라, 가젤 등 발 빠른 초식동물은 사냥꾼과의 추격전에서 급선회 기술을 사용한다. 갑자기 방향을 바꿔 추격자의 중심을 잃게 만들려는 전략이다. 사냥꾼의 균형이 무너지면 사냥감이던 초식동물은 생존에 성공한다. 

    치타는 급선회에 쉽게 당하지 않는다. 달리기에 최적화된 신체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균형을 잃을 가능성이 낮다. 치타는 굵고 긴 꼬리를 무게추로 사용해 신체의 균형을 잡는다. 게다가 치타는 스파이크도 신고 있다. 노출된 발톱이 야구화나 골프화의 바닥에 박힌 스파이크 역할을 한다. 급격한 방향 전환에도 쉽사리 미끄러지지 않는다. 

    사슴이나 영양류 초식동물은 쉽사리 사자나 호랑이에게 잡히지 않는다. 빠른 다리로 큰 맹수를 쉽게 따돌린다. 하지만 표범과 치타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표범은 초식동물의 사각지대인 나무 위에서 습격에 나선다. 치타는 빠른 다리로 도망치는 초식동물을 넘어뜨린다. 사자, 호랑이, 재규어처럼 서식지 최강의 맹수가 아니더라도 살아남는 법은 있기 마련이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