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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좋은 식물가루조합 카레야 부탁해!

[김민경 ‘맛 이야기’]

  •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몸에 좋은 식물가루조합 카레야 부탁해!

카레가루에는 다양한 향신료와 허브가 들어 있다. [사진=Gettyimage]

카레가루에는 다양한 향신료와 허브가 들어 있다. [사진=Gettyimage]

한창 습하고 덥던 날 엄마가 우리 집 근처 병원엘 온다며 연락을 해왔다. ‘내 고향 친구가 오랫동안 다니던 안과라 믿을 만하다’는 이유 하나로 강원도에서 이곳까지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오신 것이다. 진료를 마친 엄마를 근처 백화점에서 만났다. 우산 같은 양산에, 뭔지 모를 것이 가득 든 작은 가방을 들고 있는 엄마는 긴장이 풀려서인지 휘적휘적 기운이 없어 보였다.

맛있는 것 좀 먹자며 갈비탕, 비빔냉면에 만두, 탕수육에 짬뽕, 돌솥비빔밥 같은 걸 섬기는 내게 대뜸 ‘카레 먹자’고 하셨다. 마침 매운 카레로 유명한 프랜차이즈 식당이 있어 우리는 그곳에서 카레라이스를 시켜 각자 접시를 싹싹 비웠다. 덜 매운 걸 주문했음에도 엄마는 후후, 쓰읍쓰읍 숨을 들고 뱉으며 느릿느릿 드셨다.

나는 엄마가 이렇게 주도적으로 카레를 먹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카레는 오빠와 나만을 위한 메뉴였다. 여러 가지 재료를 작고 반듯하게 썰어 기름과 버터에 골고루 볶은 다음 물을 자작하게 부어 한소끔 끓이고 카레가루를 풀어 뭉근히 익혀 따뜻한 밥에 수북하게 올리고 깍두기랑 먹던 최고의 맛! 엄마는 손대지 않던 요리였다.

빈 카레 접시를 앞에 두고 ‘엄마, 웬일로 카레를 다 드셔?’ 하니 ‘이렇게 꿉꿉해서 온갖 냄새가 땅에서 올라오는 날에는 향긋하고 맛도 개운한 카레가 먹고 싶지’란다. 나는 몰랐다. 엄마도 카레가 먹고 싶은 날이 있다는 것과 이렇게 쿰쿰한 날에 카레가 제격이라는 것을 말이다. 엄마는 종류가 다른 눈 수술을 두 번 받아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고, 지금 그중 하나를 마치고 당신 집에 홀로 계신다. 이참에 카레가루 두어 봉지 들고 가서 주전부리라도 만들어드려야겠다.

카레라이스. [사진=Gettyimage]

카레라이스. [사진=Gettyimage]

허브와 향신료의 복잡 미묘한 앙상블

‘카레’는 흔히 단일메뉴로 인식되지만 실로 그 구조는 아주 복잡하고 종류도 다양하다. 모두가 잘 아는 강황을 비롯하여 커민, 생강, 후추, 시나몬 또는 계피, 코리앤더, 고추, 육두구 등의 가루를 배합하여 만든다. 허브와 향신료의 집성체인 셈이다.



허브와 향신료는 대체로 약용으로 쓰이는 식물의 일부이다. 허브는 잎과 줄기, 향신료는 뿌리, 껍질, 꽃, 열매, 씨앗 등을 일컫는다. 카레의 고향 인도에서는 허브와 향신료를 섞어 집집이 다른 카레를 만들어 먹는다. 이런 혼합 향신료를 통틀어 마살라(Marsala)라고 부르는데, 우리가 흔히 들어본 것이 카레 그리고 가람마살라 정도이다.

카레를 즐긴다면 매운맛이 강한 빈달루, 버터를 넣는 마크니, 시금치와 생치즈가 들어가는 팔락 파니르 등을 맛보거나 들어봤을 테다. 이 외에도 카레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며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는 저마다 고유한 ‘국가적 카레 스타일’도 있다. 우리가 된장과 고추장에 이런저런 부재료를 넣어 ‘나만의 쌈장’을 만드는 것과 별다를 게 없지만 배합이 더 복잡하고 미묘한 셈이다.

고체 형태의 카레. [사진=Gettyimage]

고체 형태의 카레. [사진=Gettyimage]

무엇과도 잘 어울리는 친화력

우리는 고체형, 가루형, 반조리형의 인스턴트 카레가루를 쉽게 구할 수 있고, 다양하게 요리해볼 수 있다. 인스턴트 가루에 파프리카 파우더나 혹은 고춧가루, 좋아하는 드라이 허브를 곁들여 나만의 카레를 만들 수도 있다. 볶음밥에 카레가루를 뿌리면 색은 물론 향에도 먹음직스러움이 더해진다. 참치와 옥수수, 삶은 마카로니 등을 버무릴 마요네즈에 카레가루를 넉넉히 섞으면 기름진 풍미를 줄일 수 있고 물이 쉽게 생기지 않아 좋다.

파스타를 삶아 차가운 샐러드를 만들 거라면 올리브유 드레싱에 카레가루를 넣어 정성껏 풀어 섞는다. 그 다음 오이, 양파, 파프리카 정도만 넣고 버무리면 꽤 근사한 한 끼가 완성된다. 생선이나 고기를 굽거나, 돈가스를 튀길 때에도 카레가루를 재료 표면에 톡톡 두드려 묻힌다. 굽고 튀긴 따뜻한 생선 혹은 고기를 먹는 순간 은근한 향이 입맛을 돋운다. 가지, 호박(주키니면 더 좋다), 콜리플라워, 감자, 단호박, 양파 등을 굵직하게 썰어 오일, 소금, 후추, 카레가루에 대강 버무려 오븐에 구워 먹는 방법도 있다. 연근, 우엉, 고구마에 카레가루를 묻혀 튀겨 먹어도 일품이다.

카레는 절대로 재료를 가리지 않는다. 카레가 품고 있는 수많은 허브와 향신료는 어떤 재료를 만나더라도 어떻게든 멋진 풍미를 만들어 내고야 마는 힘이 있다. 인도에서 태어나 전 세계인의 미각을 사로잡고도 모자라 나라마다 토착화된 카레가 아닌가. 여름 끝물에 다다라 지치고 무뎌진 입맛을 다양하게 깨워줄 친구로는 이만한 게 없지 싶다.

카레가루를 섞은 튀김옷. 카레가 들어간 요리는 색다른 맛이 난다. [사진=Gettyimage]

카레가루를 섞은 튀김옷. 카레가 들어간 요리는 색다른 맛이 난다. [사진=Gettyimage]



신동아 2022년 9월호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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