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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g짜리 공 치면서 황소 잡듯 해서야…”

‘골프 박사’ 윤환병 삼원수출포장 회장

  • 글·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사진·조영철 기자 korea@donga.com

“50g짜리 공 치면서 황소 잡듯 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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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g짜리 공 치면서 황소 잡듯 해서야…”
사뿐사뿐 걸었다. 10km를 4시간 반 동안 걸었다. 경기 양주시 레이크우드컨트리클럽(27홀, 9004m)에선 무(無)전동카트 정책에 따라 코스에서 줄곧 걸어야 한다. 4월 3일 한낮 초록 기운을 머금은 페어웨이 잔디를 밟을 때 그 보드라운 느낌이 온몸으로 전해져 소름이 돋았다. 순례길이 따로 없었다. 전동 카트를 타지 않은 것뿐인데 왜 이리 자유롭게 느껴지는 걸까. 퇴직 후 1만2000km 비단길을 걸으며 비로소 삶의 참 의미를 깨달았다는, ‘나는 걷는다’의 작가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떠올랐다.

국내 골프장에선 여간해서 걷는 즐거움을 만끽하기 힘들다. 라운드 조(組) 간격이 앞뒤 7~8분으로 촘촘한 데다 홀이 대개 경사가 심한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평지에 가까운 레이크우드에선 골프백 2개를 얹은 수동 카트를 캐디 2명이 하나씩 끌었다. 그럼에도 라운드 시간은 전동 카트를 이용할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페어웨이 한가운데까지 카트를 끌고 가니 낭비되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라운드 내내 자연과 온전하게 하나 된 기분이었다.

69세에 드라이브 거리 250m

이날 윤환병(69) 삼원수출포장 회장과 라운드에 나섰다. 삼원수출포장은 갤럭시 스마트폰 같은 수출품의 포장재를 만드는 회사다. 레이크우드 운영위원장인 윤 회장은 아마추어 골퍼들 사이에 소문난 ‘골프 박사’. 룰, 기술, 유머, 철학 등 골프에 관련된 방대한 지식을 갖춘 인물이다. 평소 그와 가깝게 지내는 만화가 이상무 씨, 골프 칼럼니스트 조주청 씨도 라운드를 함께했다. 이 씨는 히트작 ‘독고탁’과 ‘싱글로 가는 길’ 등 골프 만화로, 조 씨는 전 세계 골프 코스 탐방 칼럼으로 잘 알려진 골프계의 명사들이다. 덕담을 주고받고 인생 이야기도 나누며, 유쾌한 몇 시간이 봄 햇살처럼 따사로이 흘렀다.



윤 회장은 69세에도 드라이버샷 거리가 250m에 달하는 괴력의 소유자였다. 아이언샷은 자로 잰 듯 정확했다. 체구는 크지 않지만 임팩트를 어떻게 줘야 하는지 원리를 꿰뚫고 있었다. 그는 “50g짜리 골프공을 치기 위해서는 50g의 힘만 있으면 된다. 황소를 때려잡을 만한 힘이 필요한 게 아니다”라고 한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의 말에 스윙의 핵심이 담겨 있다고 했다.

“아이언샷의 정확성을 기르려면 반복해서 연습하고 프로에게서 교정도 받는 게 좋습니다. 그래서 기본이 탄탄한 그립, 자신만의 스윙 템포, 마인드 컨트롤을 갖춰야 합니다. 특히 권하고 싶은 것은 골프 클럽을 자기 체형과 파워, 스윙스피드에 맞게 피팅(fitting)하는 것입니다. 롱 아이언의 경우 임팩트 전 다운스윙이 시작될 때 오른손을 왼쪽으로 돌리기 시작해야 공을 정확하게 멀리 보낼 수 있어요.”

“50g짜리 공 치면서 황소 잡듯 해서야…”

크고 깊은 벙커가 페어웨이 중간중간에 있는 남코스 8번 파4홀(위). 골프 칼럼니스트 조주청 씨와 담소를 나누는 윤환병 회장(아래 사진 왼쪽). 장타의 비결은 정확한 임팩트에 있다(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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